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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00화 (400/1,270)

프랜차이즈 갓 400화

100장 나는 농민이다 (3)

'말은 잘해요. 거농과 함께 거국적인 대책 논의라니.'

하수영은 속으로 피식했다.

농식품부가 품은 의도가 뻔히 보였다.

'한 마디로 쇼가 필요하다는 거지.'

양흥명 과장이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국가 단위로 보면 엄청난 식량위기는 아니다.

막말로 지금 당장 베트남에서 수입을 해도 비축미 떨어지기 전에는 도착할 것이다.

엄연히 말해 식량 위기가 아니라, 쌀 재고 위기니까.

다만 국민들이 필요 이상의 큰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농식품부가 덮어쓴다는 게 문제지.

지금 농식품부가 가장 목을 거는 것은, 장관 혹은 부처 자체가 희생양으로 날아가게 되는 상황일 것이다.

'정성은 갸륵하네.'

비축 양곡이 물에 젖어서 못 쓰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국민들의 눈을 돌리는 것.

농식품부가 가장 절실히 바라는 목적일 것이다.

"개인 쌀 소비보다는 쌀로 만드는 가공식품업체들이 정작 손해가 크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역시 농민이라서 그것도 잘 아시는군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 하루에 밥한 공기도 안 먹는 편이잖습니까. 그런데 쌀 말고 다른 식품 저장고들은 괜찮은 편인가요?"

"……예, 쌀보다는 괜찮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벼는 포대에 담아서 일반 창고에 쌓아두는 식으로 보관해왔으니까요."

"근데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잘된 거 아닌가요? 골치 아픈 양곡재고를 한 번에 털어낸 거잖아요?"

"……."

"안 그래도 나날이 쌓여만 가는 벼를 보관할 창고가 없어서 창고보관료만 기약 없이 나가고 있었을 텐데, 이참에 제대로 악성재고 털어냈다 치면 될 거 같은데."

이번의 쌀 재고 위기만 잘 넘기면, 내년부터는 쌀 재고 운영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모든 책임을 농식품부가 독박하게 되는 것만 빼면, 문제 될 게 없겠네요. 너무 냉정한가요?"

하수영이 들었다 놨다 하는 말에 양홍명 과장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게 양곡 창고 관리를 좀 잘하시지. 어쩌다가 그 많은 쌀들이 다 물에 젖었답니까."

"태풍이 한반도 전역을 내내 휩쓸었던 거나 마찬가지인 자연재해였습니다. 창고 지붕, 문, 창문이 부서지면서 그 안으로 비가 며칠 동안 계속 들어가니, 포대에 넣어서 보관하는 벼들이 무사할 수가 없었죠."

"지금 쌀 수입을 진행 중이라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미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수입을 추진 중입니다."

"농식품부 전체는 나중에 저한테 거하게 술 한 번 사셔야 할 겁니다."

그 말에 양홍명과 두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호기로운 음색에서 하수영이 뭔가 좋은 해결책을 갖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벼의 연말 출하가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그 양이 생각보다 많은가 봅니다?"

"그것도 방법의 하나이긴 하죠.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어떤 겁니까?"

"아, 실은 제가 심심풀이로 벼를 조금 재배했었습니다. 벼 재배 농법, 종자 개량, 뭐 그런 것들을 연구도 할 겸 해서요."

"아, 그럼 설마?"

"그냥 창고에 쌓아만 두고 까먹고 있었는데, 방금 조회를 해보니 50만 톤 정도 되네요."

"50만 톤이나!"

"한 1, 2톤쯤 될 줄 알았는데 프리덤이 방금 알려주네요. 50만 톤이라고요. 언제 그렇게 야금야금 많이 키웠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수영은 넉살 좋게 말했고, 양홍명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부르르 떨었다.

50만 톤.

공공비축미 규모보다 약 1.5배 많은 양이다.

당장 국내 전체 재고량이 공공비축미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현상황에서는 가뭄의 단비요,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어줄 양곡 양이었다.

"창고 구석만 차지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잘됐네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시세만 받고 팔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안건 잡고 상부에 품의 올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양흥명 과장은 얼굴이 밝아져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마워했다.

50만 톤을 즉시 조달하면 당장 쌀공급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모자라는 양은 천천히 외국에서 수입하면서 버티고, 내년 농사를 신경쓰면 된다.

국민들이 불안해하거나 불만을 품을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진실은…….

"프리덤, 빈 공간 나는 대로 바로 벼 재배해라. 50만 톤 말고 90만 톤만큼, 기왕 하는 김에 나도 좀 챙겨야지."

-알겠습니다.

"시간 없으니까 속성 코스로 가자. 내일까지 볍씨가 모두 영글게 만들어놔."

단위면적당 엘릭서 사용량에 따라 작물의 생육 속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사용량에 따라 작물의 품질도 달라진다.

엘릭서를 듬뿍 넣을수록 빨리 자라고, 맛이나 품질도 좋아지며, 고춧가루의 중독성이나 송이버섯의 건강기능 같은 부수작용도 생기는 것이다.

"속성이니까 맛이 좋아지긴 하겠네. 국민들 입맛 버리는 건 아닌지 몰라."

***

농식품부 차관 면담 자리가 잡혔다.

장관을 대리해서 온 차관은 하수영앞에서 연신 송구스럽다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는 장관님이 직접 오셔야 할 상황이지만, 시국이 좋지 않아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고 계십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전결을 갖고 왔으니, 제가 하는 발언은 모두 농식품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여겨주시면 됩니다."

"저도 이게 편하고 좋습니다."

이 자리에서 바로 쌀 거래를 체결하기로 했다.

매입 시세는 시세의 최고가보다 살짝 높은 가격으로 정해졌다.

"50만 톤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까 90만 톤이더라고요."

"이런, 프리덤도 만능은 아니로군요."

"그 녀석이 원래 좀 멍청합니다. 하하, 저는 50만 톤인 줄 알고 전부 꺼냈는데 어떡하죠?"

"전혀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잘됐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쌀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지요. 기왕이면 수입산보다 국내산을 매입하는 게 농식품부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차관은 오히려 반기면서, 기꺼이 90만 톤을 매입하겠다고 했다.

장관의 허락이 필요하다며 잠시 연락을 하지도 않았다. 즉시 자신이 결정했다.

"그럼 90만 톤을 2조 7,000억 원에 우리 농식품부가 매입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쌀 재고 바닥의 위기를 넘긴 차관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적어도 농식품부가 국정감사에서 탈탈 털릴 위기만은 넘어간 것이다.

쌀 90만 톤 매입 거래는 끝났지만, 농식품부의 용건이 전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의원님, 지금부터 벼 재배를 시작하면 연말 출하가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정말입니까?"

"네, 하우스 재배다 보니 아무래도 작물들이 좀 빨리 자라는 편이어서요."

"심심풀이로 재배한 양이 90만 톤이나 되는 걸 보면, 하우스 규모가 정말 상당한 거 같습니다."

"엄청 빽빽하게 키워서 그렇죠. 비료도 아주 좋은 걸 쓰고 있고요."

"혹시 연말에 어느 정도나 출하가 가능하십니까?"

"얼마나 필요하시죠?"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거기에 맞춰서 수입량을 조절할 예정입니다."

올해 벼농사는 95% 이상이 망한 상황.

전수조사를 하기 전이라서 100%라고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하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하수영 외에 벼농사가 가능한 농가는 없다.

"100만 톤은 가능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미 예정된 작물들도 있으니까요."

"오, 100만 톤이나요?"

차관은 잔뜩 희색하며 반겼다.

오늘 확보한 90만 톤에, 추가로 연말에 100만 톤이라니.

'아직 한 달 치 소비량은 남아 있고, 공공비축미는 이미 초과 달성했고, 여기에 100만 톤까지 추가되면…… 잘하면 수입량을 최소로 하거나 당장은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내년에 다른 농가들도 벼농사를 다시 지을 테니까, 수확 상황을 봐서 해외 수입을 고려해도 될 거 같다.

운 좋으면 수입 자체를 안 해도 가능할 것 같고.

"그럼 100만 톤치 벼 계약재배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좋습니다. 대신 저도 전액 선금을 받고 진행하겠습니다. 계약재배가 잘못하면 농가만 혼자 덮어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벼 계약재배로 바로 진행했다.

100만 톤의 대금 3조 원을 받고, 올 연말까지 벼를 출하한다는 계약이었다.

"덕분에 우리나라 국민들 밥상이 살았습니다. 쌀 부족 때문에 밥상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고 어찌나 고민했는지요. 장관님께서도 깊이 감사하실 겁니다."

"이제 농식품부도 한숨 돌리겠네요. 그렇지요?"

"……하하하."

차관은 진땀을 흘리며 억지웃음을 보였다.

중요한 비즈니스 협상은 다 끝낸만큼, 이제는 한결 편안한 주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황비버섯 하나로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 농민이 되셨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프라임컴퍼니가 의원님 소유라는 걸 알았을 때는 어찌나 놀랐는지요."

"농사만 짓는다고 다가 아닙니다. 최종 판매 루트까지 확보를 해둬야 유통업체들한테 뜯기는 거 없이 제 값 받고 팔아치울 수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의원님은 생산, 유통, 가공, 최종 판매까지 모두 직접 관리하시는군요. 다른 농가들도 벤치 마킹을 할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네?"

"제 농사 비즈니스가 따라 한다고 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거든요. 오히려 잘하던 본인 농사만 망칠 수가 있어요."

"그런……."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제 농업의 기반은 바로 송이버섯 판매였습니다. 송이버섯으로 초기 사업자금을 확보해서 그걸로 황비버섯 재배를 단숨에 띄울 수 있었던 거죠."

"아, 기억납니다."

"송이버섯이 잘 팔린 덕분에 정부 지원금이나 농협 대출 같은 거 없이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참, 그러고 보니 농협 조합원이시죠? 주변에서 거는 기대가 상당하겠습니다."

"조합원 가입은 안 했습니다. 원래 단체 행동 같은 것은 별로 안 좋아해서요."

"아, 그러십니까."

농민이라면 으레 농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한다. 하지만 하수영은 처음부터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차관도 몰라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모르는 척 넌지시 던져본 것이다.

"그래도 농협에 가입하시면 이런저런 장점이 많으실 텐데요."

"그 장점이라고 할 만한 게 이미 전부 제가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라서요. 귀농 초기라면 모를까 지금와서 가입하는 것은 쓸데없는 것 같네요."

***

5조 7,000억 원.

쌀을 팔아서 하수영이 챙긴 돈이다.

쌀은 식량작물로서 비과세 대상이기에 부가세나 소득세도 일절 없다.

"주식이나 선물로 이만큼 벌었으면 세금도 많이 내야 했을 텐데, 역시 식량이 무기라니까."

"하 사장, 6조 원도 안 되는 거 가지고 왜 그렇게 즐거워하는지 모르겠어."

"생각하지도 않았다가 갑자기 들어온 공돈이라서 그런지 더 좋네요.

원래 다 그렇잖아요?"

"맞는 말이군. 근데 언제 또 벼농사를 그렇게 지어놨대? 난 전혀 생각도 못 했네."

"그냥 종자 연구할 겸해서 한 번 지어봤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쌀농사도 짓는 건가?"

"아니요. 이번에야 악성 재고 처리 이벤트가 발생해서 그런 거고, 원래 우리나라 농가시장에서 벼는 레드오션 품목이에요.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다 먹어치우려고 하면 안 되죠."

"그럼 이번에 계약한 100만 톤까지만 재배하고 손 터는 건가?"

"네, 그럴 생각입니다."

"뭔가 조금 아까운데. 그래도 내가 농사하면 벼농사라는 로망이 있어서 말이야."

그때였다.

-마스터, 농업협동조합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조합원 가입 생각 없다고 적당히 답장해."

-이번에는 조합원 가입 권유가 아닙니다. 쌀 공급 안건 때문에 논의 할 게 있으니 만나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전성렬이 끼어들었다.

"쌀 공급? 그건 이미 다 끝난 이야기인데 농식품부도 아니고 농협이 이제 와서 뭘 이야기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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