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97화 (397/1,270)

프랜차이즈 갓 397화

199장 위대한 자본주의 (3)

'닥터헬기를 더 늘린다고?'

'공중급유기까지?'

'지금 진심…… 이신 게 맞지. 허튼소리는 절대로 내뱉는 분이 아니잖아, 우리 이사장님.'

병원장 이하 교수들은 입을 열지 못한 채 조용히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그래도 병원장이라고, 최윤석이 먼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닥터헬기를 추가로 도입하신다면, 이번에는 몇 기나……?"

"하는 김에 20기 정도 더 도입하죠."

"2, 20기나 말씀이십니까!"

최윤석은 눈을 부릅뜨며 놀랐다.

추가 도입이라고 해서 한 4~6기 정도를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10기가 30기가 되게 생겼다.

'20기면 헬기 가격만 2조 8,000억원인데?'

게다가 헬기만 사온다고 끝이 아니다.

닥터헬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지비를 무지막지하게 잡아먹는다.

순수하게 헬기 자제를 운영하는 유류비와 주한미군에 지불하는 유지비용만 따져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수준인데, 물론 의료 활동으로 나가는 지출은 제외한, 순수 헬기 운영에 관한 유지비만 따진 것이다.

"공중급유기는 3기 정도면 좋을 거 같아요. 2기를 교대로 운영하고 다른 1기는 예비기로 운영하면 적당하겠네요. 가격은 어느 정도나 하려나?"

하수영의 프리덤이 냉큼 대답했다.

-이번에 SCH-Q4를 지원한 록히 드마틴의 KC 시리즈 공중급유기의 경우, 3기를 도입할 경우 최소비용으로 약 3억 달러에 들여올 수 있습니다.

"그거밖에 안 해? 요즘 공중급유기 많이 싸졌구나. 나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붐 방식이 아닌 프로브 방식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물론 우리 병원 닥터헬기에는 이 기종이 적합합니다.

의사들은 혼란스러워서 동공이 흔들렸다.

많이 싸졌다고? 나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아, 생각난 김에 지금 전화해야겠어요. 프리덤, 록히드마틴 코즈펠트이사한테 연락해."

-알겠습니다.

해외발신이 걸리고 신호음이 갔다.

신호음이 다섯 번 울리기 전에 코즈펠트 이사는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입니다, 이사장님.

"이번 우리나라 재난에서 귀사가 판매한 닥터헬기가 정말 맹활약을 했습니다. 혹시 보셨나요?"

-물론입니다. 감명 깊이 들었습니다. 겨우 10기의 헬기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구조했다니, 지금 회사에서도 대단히 고무적인 분위기입니다. 시콜스키 역시 적지 않게 감동한 눈지입니다.

"사실 감동을 몇 배로 더 키워드릴만한 제안을 하려고 전화했습니다."

-오, 기쁘게 듣겠습니다. 얼마나 필요하신가요?

"일단 퀸 스텔리온을 20기 정도 더 들여오고 싶습니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주문 즉시 바로 인도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마침 생산해 놓은 재고가 있어서요.

"그리고 KC시리즈 공중급유기도 3기 정도 들여와서 운영하고 싶은데요. 이번에 보니까 닥터헬기가 제대로 활약을 하려면 공중급유기가 있어야 되겠더라고요."

-공중급유기 말씀이십니까?

이 말에는 코즈펠트 이사도 당황했는지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병원장 이하 교수들은 하수영과 코즈펠트의 통화 내용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이사장님 영어 발음은 언제 들어도 네이티브 그 자체란 말이야.'

'한국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으신 분이 저 나이에 사업하시면서 영어 공부는 또 언제 저렇게 하셨지?'

그냥 무한전생자로 미국에서 좀 오래 살았던 경험 덕분이라는 것을 모르는 의사들의 의문이었다.

"네, 어떻게 안 될까요?"

-공중급유기는 당장 확답을 드릴 수 없는 사안이라…… 일단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공중급유기를 도입 못 하더라도 닥터헬기 추가 도입은 할 겁니다. 이건 확답 주실 수 있으시죠?"

-물론입니다.

하수영은 전화를 끊고 밝은 표정으로 교수들을 돌아봤다.

"자, 닥터헬기 20기와 공중급유기 3기를 도입하기로 했으니, 앞으로 그에 맞춰서 병원 운영 계획을 세워 주시길 바랍니다. 이참에 분원도 좀 더 확장을 해야겠어요."

"공중급유기는 확답을 받지 않은 거 같은데요?"

"에이, 이만큼이나 사주는데 설마 안 팔겠어요? 팔 겁니다. 제가 자신해요."

시원시원한 자신감이 담긴 대답에, 의사들은 왠지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주한미군 공군기지에 배치된 공중급유기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남의 것은 눈치 보여서 어떻게 쓰나요? 만약 주한미군 공중급유 훈련이라도 잡히게 되면 그거 일정까지 고려해야 할 텐데요."

-그거야 그렇지만…….

"원래 부동산은 내 명의로 되어야 속이 편합니다. 남의 집 셋방살이는 피곤해요. 아무리 집주인이 잘해줘도 결국은 내 게 아니거든요."

-항공기가 부동산 자산으로 취급 되기는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공중 급유기까지 묶어서 세트로 판매하겠습니다. 물론 주한미군에서 보관과 운영을 전적으로 맡아서 한다는 것은 같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우리 병원 의사들은 대형 수송기 비행면허 가진 사람이 없거든요."

-하하, 이사장님은 참 여러모로 저를 당황케 하는 재주가 있으시군요.

그렇게 퀸 스텔리온 20기, KC 시리즈 공중급유기 3기 추가 도입이 결정되었다.

당연히 화들짝 놀란 국방부에서 찾아왔다.

"이사장님, 이번에 퀸 스텔리온 20기와 공중급유기 3기를 새로 산다는 게 정말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록히드마틴과는 합의가 다 끝났어요. 이제 양국 정부가 승인만 하면 됩니다. 요식 절차만 남은 셈이죠."

한국 정부가 당연히 들어줄 것이라는 태도에는, 국병호 장관도 조금 쓴웃음이 났다.

"저희 정부로서야 당연히 두 팔 벌려 환영입니다. 민간단체에서 사비를 들여 전략 자산이 될 무기를 사온다는데, 반대를 할 이유가 없지요."

"무기가 아니라 의료기기인데요."

"……네, 의료설비."

국병호 장관은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이번 거래 때문에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서 또 한 번 발칵 뒤집힌 것을 생각하면 입맛이 썼다.

저번에 수영병원이 들여온 퀸 스텔리온 때문에 항작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노래를 부르는 중이다.

'퀸, 퀸, 퀸, 우리도 퀸 사줘요.'

'안 돼. 돈 없어.'

'퀸 사주세요, 제발, 아니, 민간 병원도 있는 헬기가 우리 육군에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돈 없다니까. 그리고 우리나라에 저런 초대형 수송헬기가 왜 필요해? 그냥 지금 가진 거나 잘 굴려.'

'아씨. 탱크 만들 돈에서 아주 조금만 신경 써주면 어디가 덧납니까?'

이게 요즘 육군 내부 분위기다.

공군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한데, 해군과 해병대에서도 은근슬쩍 퀸스텔리온을 언급하곤 한다.

그나마 해병대는 헬기 자체에 대한 욕망만을 드러내고 있어 귀여운 편이다.

해병대에 비해 해군은 아주 음흉하기 그지없다.

'국방부 오빠, 우리 해군에도 퀸스텔리온 같은 대형수송헬기 몇 기 갖다 놓으면 괜찮을 거 같은데?'

'음.'

'육군이야 워낙 비대하고, 우리에 비해서 수송헬기 그렇게 절실하지도 않잖아?'

'근데 너네 지금 가진 군함들 격납고에는 퀸 스텔리온이 안 들어가지 않니? 상륙함에서만 운영해야겠네?'

'에이, 그럼 작전 효율이 떨어지죠. 당연히 더 큰 배수량, 더 큰 격납고를 가진 신형 구축함을 새로 건조해야 합니다!'

'돈 없다. 돌아가라.'

'국방부 오빠! 제발!'

(상륙함 제외하고) 퀸 스텔리온을 수용할 군함들이 없다는 이유로 은근슬쩍 더 큰 구축함까지 건조하려는 그 음흉한 술수라니.

"그나저나 이번에도 프라임오일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겁니까?"

"네, 재단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할 겁니다."

국병호 장관은 불현듯 프라임오일 경영진, 전성렬과 정서희를 떠올렸다.

그들 입장에서는 정유 사업으로 열심히 번 돈이 허망하게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

전성렬은 사색이 되어 반문했다.

"그렇게 많이 도입한다고? 공중급유기까지?"

"네, 이미 결정이 났습니다. 곧 계약을 체결할 거예요."

"그럼 병원 유지비가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겠어."

"아무래도 그렇겠죠?"

전성렬은 조용히 신음했다.

수영병원은 지금도 매달 엄청난 적자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제아무리 수익을 내더라도 절대로 청산하지 못할 적자, 영원히 지고 가야 할 마이너스 재정이다.

적자 내역에서 의료비 지출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많이 거느린 의사, 간호사, 일반 직원한테 나가는 인건비와 복지비.

사회복지사업이라며 환자들한테 들어가는 비용 지원.

하지만 그 무엇을 가져와도, 닥터헬기 운영에 비해서는 새 발의 피다.

천문학적인 기체 도입 비용도 그렇지만, 매달 유지비용이 장난 아니었다.

'그나마 모기업이 정유회사라서 유류비는 안 들어간다는 게 다행이지.'

"하 사장, 우리 프라임오일이 다른 정유회사보다 많은 이익을 남기는 건 사실이지만, 너무 바닥까지 긁어가는 거 아닌가?"

전성렬은 불쌍한 표정으로 사정을 했다.

"안 그래도 저번에 닥터헬기 10기도입하느라고 유보금 많이 썼는데, 이번에 추가로 20기에 공중급유기까지 하면, 정말 가진 돈 다 털어야 해."

"너무 걱정마세요. 닥터헬기는 당분간 추가 도입할 예정은 없을 테니까요. 30기 정도면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충분히 여유 가지고 운영할 수 있겠더군요."

"정말이지? 당분간 추가 도입은 없는 거지?"

"네, 그런데 지방분원을 이참에 확장을 해야겠습니다."

"확장이라고?"

"정담수영병원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웬만한 상급종합병원 시설까지는 갖춰놓으려고요."

"……."

"그리고 제주도에도 분원을 하나 내야겠습니다. 제주도민들이 병원홈페이지에 민원을 넣고 있어요. 자기들 지역에도 분원을 작게나마 설지해 달라고요."

"설마 제주도 분원도 상급종합병원급 시설로 갖출 건 아니지?"

"제주도는 그냥 지금 지방 분원 정도 시설이면 될 거 같은데요?"

"잠시만. 회사 통장 좀 보고 올게."

전성렬은 잠시 자신의 프리덤과 이야기를 나눴다.

프라임오일의 회사 재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프리덤이 알려준 결론은 간단했다.

-추가 사업 확장은 당분간 보류하고 지금 사업 규모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앞으로 병원에 지속적으로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회사가 아껴써야 합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국내 1위정유업체로 우뚝 일어설 수 있었는데."

-병원이 잡아먹는 돈이 예상보다 너무 커져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금 집행 계획을 전면적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전성렬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회사 주인이 수익금으로 병원놀이를 하겠다는데.

반대할 명분도 없었다.

비싼 돈 주고 산 닥터헬기들이 이번 재난에서 얼마나 많은 목숨을 구했는지 똑똑히 봤으니까.

그 덕분에 '수영'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독점적 위치 때문에 황비버섯라면을 곱게만 보지는 않았는 데, 병원 사업이 한 방에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린 것이다.

"하 사장, 우리 프라임오일도 요즘에 남는 게 없어. 그거 잊지 말아주게."

"원래 거저 번 돈은 빨리 써서 없애버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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