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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95화 (395/1,270)

프랜차이즈 갓 395화

99장 위대한 자본주의(1)

퀸 스텔리온의 무장은 기관총 3정으로 빈약하다.

애초에 수송헬기인 만큼 기동성과 수송능력, 항속 능력에 중점을 둔 덕분이다.

큼직한 동체와 힘이 넘치는 메인 엔진을 통해, 대량의 인원이나 화물을 한꺼번에 실어 나를 수 있다.

최대적재중량 상태로 1,000km가 넘는 거리를 비행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시콜스키와 록히드마틴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동체가 너무 커서 적에게 포착되었을 시 격추를 피하기 어렵다.

-플레어만으로는 대공 로켓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동체 좌우에 제트엔진을 달았다.

이 제트엔진은 평소에는 침묵하지만, 높은 속력이 필요할 때 힘을 방출한다.

이 제트엔진 덕분에 퀸 스텔리온은 시속 500km가 넘는 속력으로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연료의 낭비가 심해서,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급히 적진에서 탈출을 해야 한다거나, 혹은 조금이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거나.

그리고 오직 속력 그 자체만이 필요할 때, 퀸 스텔리온은 숨겨둔 모습을 드러낸다.

아예 로터를 전부 접고, 제트엔진의 추진력만으로 동체 자체가 미사일처럼 초음속 비행하는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요구조자를 찾아가는 지금처럼.

불과 몇 분 만에, SCH-Q4는 목적예정지에 도착했다.

도착에 앞서 SCH-Q4는 제트엔진의 출력을 끄고, 다시 메인로터를 펼쳐 정상적인 헬기 기동으로 전환했다.

산소마스크가 다시 위로 올라갔고, 탑승 의자들이 원래 각도로 회전하며 벽에 달라붙었다.

파일럿들은 그제야 뒤를 돌아보며 농담조로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우리 퀸의 속도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이게 무슨……."

"아, 여러분. 지금 상황이 해결되면 전원 보안서약서를 작성해 주셔야 합니다. 퀸젯 기동 모드는 일단은 대외군사기밀이거든요."

의료진들은 입만 연신 뻐끔거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을 목격했다.

헬기가 날개를 접고 미사일처럼 날아가다니.

"참, 덕분에 지금 연료가 거의 바닥났습니다. 그걸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네? 출발 전에 가득 채우지 않았습니까?"

"퀸젯 모드는 연료 낭비가 매우 심해서요. 지금 예비 연료까지 박박긁어 써서, 딱 돌아갈 연료만 남았어요. 그러니 후딱 환자만 태우고 돌아갑시다."

퀸젯 모드의 유일한 단점.

바로 연비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군용 이동장치의 공통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최악인 연비인데, 거기에서도 특급에 속했으니.

"그런데 이거…… 상황이 매우 안좋은 거 같습니다."

의료진은 파일럿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퀸 스텔리온의 숨겨진 본모습을 보고 놀랄 때가 아니었다.

연락이 끊긴 울릉도 출발 배편의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어떤 상황입니까?"

"19명의 요구조자들이 바다에 표류하고 있습니다. 우리 퀸의 생체인식탐지기로 찾아낸 겁니다."

"배에 문제가 생겼습니까?"

"직접 보시죠."

파일럿은 수송칸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틀어주었다.

고감도 원거리 카메라에 잡힌, 불타고 있는 배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선체 전체에 불이 붙은 채 활활 타오르며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미 죽었을 것이다.

-탑승자는 23명입니다. 4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프리덤의 말에 기장이 냉정하게 대답했다.

"프리덤, 우리 퀸의 눈은 아주 매섭고 정확해, 여기에 잡히지 않았다면 둘 중 하나야. 이미 물속에 가라 앉았거나, 아니면 저 불붙은 선체 안에 있거나."

"구조해야겠습니다! 얼른 시작합시다!"

의료진들은 서둘러 구조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조종간을 기울이는 주한미군 파일럿 기장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부기장은 그가 왜 그런 어두운 표정을 짓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응급환자 서너 명 정도 싣고 다시 돌아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배 자체에 이런 큰 사고가 난 줄은 몰랐습니다."

"구조신호 이후 연락이 전혀 없었다는 것에서 눈치를 채야 했었나. 다급하게 배를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야. 근데 육지에서 이정도 떨어졌다고 전파 이탈인가?"

"이번 강우강풍 때문에 동해 쪽 통신시설들이 상당히 망가졌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대부분 구명조끼도 안 착용하고 있군."

"구명조끼를 챙길 틈도 없이 바로 바다에 뛰어들어야 했을 겁니다."

기장과 부기장은 연료 상태를 힐끔 확인했다.

최고 항속거리는 120km를 겨우 살짝 넘기는 수준이다.

그리고 강릉분원에서 여기까지는 딱 120km.

"이거 분원으로는 못 돌아가겠는데."

"가장 가까운 해변까지 직선으로 80km 입니다. 분원 말고 그곳으로 귀환하시죠."

"그래야겠어."

기장은 통신 채널을 열고, 동료 닥터헬기 전대에 광역 연락을 넣었다.

"여기는 SCH-04 여기는 SCH-Q4. 육지에서 80km 떨어진 동해 바다에서 19명의 표류자 발견, 그중 16명은 구명조끼 미착용,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는 SCH-Q5, 지금 바로 가겠다.

-여기는 SCH-06, 우리도 이동하겠다.

-여기는 SCH-Q7, 우리도 지금 움직이겠다.

경상도, 세종시에 배치된 퀸 스텔리온 4기 중 3기가 지원 요청에 응답했다.

그 외에 다른 닥터헬기들은 아마 지금 구조 활동 중이라서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일 것이다.

"퀸젯 모드로 오지 않는 이상 골든 타임을 맞출 수 없습니다. 그리고 퀸젯 모드로 왔다가는 절반도 오기 전에 연료가 바닥이 날 겁니다."

"제트 추력을 적절히 섞어서 가성비 비행을 해야지. 그러면 30분 안에는 올 수 있겠어."

메인로터로 비행하되, 제트 엔진이 조금씩 보조해 주는 추력 방식.

이렇게 하면 시속 500㎞를 넘나드는 속력을 낼 수 있다.

기장은 다소 냉담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그때까지 익수자들이 견뎌주기를 기도할 수밖에."

이미 해양경찰청에도 통보했고, 고속정들이 부지런히 헤엄쳐 오고 있지만, 세종시와 경상도에서 출발한 퀸 스텔리온보다는 늦게 도착할 것이다.

"일단 최선을 다하지."

"예, 써."

두 기장은 구조대원이 와이어를 타고 해수면을 향해 내려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익수자들은 하나같이 위급해 보였다.

이미 그들은 헤엄을 칠 체력을 완전히 상실한 듯이 보였다.

구명조끼라도 입고 있으면 다행인데, 배에 불이 붙어서 급히 내려야 했으니,

"익수자 한 명 구조 완료!"

"서둘러! 물부터 뽑아내!"

구조요원이 익수자를 안으로 들여 오자 의료진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기장은 첫 익수자를 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남아 있는 연료를 확인했다.

기장이 물었다.

"얼마나 구할 수 있겠나?"

"앞으로 3명 더 구할 수 있습니다."

"미리 통보를 해줄 필요는 없겠지?"

"네, 동요만 일으킬 수 있습니다."

수영병원 소속 구조요원은 와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익수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익수자는 이미 손발에 힘이 빠진채 조금씩 가라앉으려던 참이었다.

요원은 굵은 두 팔을 뻗어서 익수자의 겨드랑이에 넣고 깍지를 끼었다. 손목에 장착된 결박장치를 연결해서, 자신의 두 팔이 풀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오케이! 올려요!"

말을 외치기 무섭게 와이어가 감기며 몸이 떠오른다.

익수자를 단단히 붙잡은 채, 구조요원은 다른 익수자들한테 시선을 돌렸다.

몇몇은 아직 의식과 체력이 붙어 있었지만, 그것도 이미 한계에 부딪힌 듯이 보였다.

절반 이상은 이미 체력이 고갈돼서 한시 빨리 구조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저절로 뜨거워졌다.

'우리 병원, 정말 최고다!'

청담동에 있는 대형병원이 동해 바다에서 물에 빠진 이들을 직접 구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퀸 스텔리온을 닥터헬기로 도입하지 않았으면, 여기 이 사람들은 전부 죽어야 했을 운명이다.

'정말 우리 여왕님들께서 이번 재난에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구한 거지?'

천 명 이상, 적어도 몇백 명 이상은 퀸 스텔리온 덕분에 살아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 다음!"

익수자를 넘긴 구조요원은 패기 있게 외쳤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헬기는 방향을 전환하며 익수자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구조 요원과 의료진이 당황해서 외졌다.

"이게 뭡니까?"

"유감입니다. 연료가 없어서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아니, 기장님! 저 사람들을 어떻게 내버려 두고 간단 말입니까!"

"가장 가까운 동해안까지 80㎞ 인데, 지금 정확히 80km를 비행할 수 있는 연료만 남았습니다."

"……."

"……."

"더 이상의 구조 활동은 불가능합니다. 연료가 떨어져서 환자들과 함께 물에 빠질 게 아니라면요."

다소 냉담한 기장의 말에 의료진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요원은 저도 모르게 창가로 달려가, 물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익수자들을 살폈다.

이미 거리가 벌어져서 그들의 표정 은커녕 형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얼마나 절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이해가 되었다.

"FUCK! FUCK! FUCK!"

바로 그 순간, 부기장이 날카롭게 외치며 분노를 표시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뺨은 그가 지금의상황에 진심으로 화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의료진들은 어느새 숙연해진 채, 조용히 구조자들 소생 시술에만 매달렸다.

"창피합니다, 기장님."

부기장은 작게 씩씩거리고 있었다.

"겨우 이만큼밖에 못 구할 거였으면서, 아까 의료진한테 자랑했던 게 부끄럽습니다."

"나도 지금 매우 수치스럽고 화가 나. 그래서 참고 있는 거야."

"해안가에 내려놓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겠죠?"

"강릉에서 유류차가 출발했다고 하지만, 연료 채우고 다시 퀸젯 모드로 비행해도…… 그때는 구조 작업이 아니라 사망자 수색 작업이 되겠지."

"……."

부기장은 뒤쪽을 살폈다.

의료진은 모두 잔뜩 침울해진 채로 구조자 소생 작업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길은 정확하고 침착했지만, 눈빛에는 힘이 없었다.

버려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요구조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여기는 BT-3, 여기는 BT-3. QM-04는 응답하라.

아무것도 없던 레이더에 갑자기 항공기 한 기의 반응이 나타나며, 통신 채널로 강제 교신이 들어왔다.

기장과 부기장은 깜짝 놀랐다.

"BT-3라고? 설마?"

"아군기입니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 기수를 돌려라. 우리도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다.

QM-04.

SCH-04의 숨겨진, 또 다른 콜사인이다.

민간병원 닥터헬기로서가 아닌, 미군 편제 하에서 사용할 예정이었던 군용 콜사인,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기장과 부기장의 호흡이 가빠졌다.

"알겠다. 지금 바로 기수를 돌리겠다. 그런데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7함대 소속이다. 귀 기체가 퀸젯 모드로 비행할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표류자들이 있더군. 그래서 지원을 위해 출발한 것이다.

"감사한다. 전속력으로 날아가겠다."

-기다리겠다.

잠시 통신을 끄고, 부기장은 안색이 환해져서 뒤를 향해 외쳤다.

"여러분! 다시 돌아갑니다! 7함대에서 지원이 왔습니다!"

"네? 지금 돌아간다고 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할 수 있습니다! 아주 든든한 친구가 왔어요!"

"7함대면 일본을 기지로 쓰는 미함대 아니야? 거기에서 뭘 어떻게 도와준다고? 이건 전쟁이 아니라 익수자 구조 활동인데……."

군사 쪽을 좀 아는 구조요원은 얼떨떨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투기 몇 기 날아온다고 익수자들한테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혼란에 빠진 의료진을 돌아보며, 부기장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자, 시간이 없으니 어서 익수자들을 구조합시다."

"설마 헬기째로 해수면에 불시착하고 구난함이 우리를 건져준다는 것은……."

"시간이 없습니다! 서둘러요!"

기장의 재촉에 의료진은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의료설비와 이미 구조한 이들을 한쪽에 몰아넣어서 공간을 확보한 사이, 구조요원은 다시금 투입 준비에 나섰다.

그렇게 다른 익수자들을 전원 구조한 후, 이제 남은 연료는 3km를 겨우 날아갈 분량 뿐이었다.

"어? 이 방향은 동해안 반대쪽이잖아?"

"이쪽으로 가면 어떡해? 연료도 없다면서!"

비명을 지르던 의료진은, 불현듯 정면에서 구름을 헤치고 나타난 항공기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4개의 거대한 프로펠러 추진기로 안정적인 비행을 하고 있는 거대한 항공기.

좌우로 길게 늘어뜨린 두 개의 동근 깔때기를 향해 닥터헬기가 천천히 다가갔다.

"공중 급유기? 지원 온다는 게 저거였단 말이야?"

"맙소사! 미해군 만세다!"

헬기동체 전면부에서 뾰족하게 솟구친 급유 파이프가 허공의 깔때기를 파고드는 장면을 보며, 구조요원은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배고픈 여왕은 세상에서 제일 비싼기름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울 준비를 마쳤다.

-여기는 SCH-Q4…… 아니, QM-04. 급유파이프 접촉 성공. 이제부터 급유 실시한다.

-자본주의 들어간다. 입 크게 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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