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93화 (393/1,270)

프랜차이즈 갓 393화

98장 닥터헬기의 기준(2)

-평창, 산사태 발생으로 인한 열차탈선, 구조 완료, 사망자 0명.

"그렇지!"

이제나저제나 가슴을 졸이던 최중 현 장관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내뱉었다.

열차가 뒤집어진 풍경을 사진으로 봤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었다.

탈선 직후, 사망자가 전혀 없었다는 프리덤의 보고가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뭔가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다.

하지만 사고는 무사히 수습되었고, 두 명의 응급환자는 청담수영병원 강릉분원 퀸 스텔리온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았으며, 다른 구조자들은 무사히 안전지역으로 피난했다.

[부산 해운대, 지하도로 2곳 침수(자세한 내용 열람).]

[대전, 시내 하천에 다리 침수, 보행 통제 실시(자세한 내용 열람).]

[대구, 침수 위협 심각 수준. 3곳지하철역 출입 및 정차 금지 시행(자세한 내용 열람).]

프리덤은 그 와중에도 빠르게 조치를 하고 있었다.

사망자가 전혀 안 나온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그래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는 된다.

하지만 이런 강풍과 강우 속에서 이만한 인명 피해로 그쳤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다.

"프리덤이 위험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예방적 조치로 강력히 피난을 권고한 덕분에 피해가 이만큼이나 줄었습니다."

"재산 피해를 줄여보겠다고 어떻게든 매달리는 사람들도 강하게 설득해서 피신을 시켰습니다."

"5,000만 명의 전문구조요원이 밀착 대인 마크를 하니까 정말 효과가 엄청납니다."

행안부 재난본부 직원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프리덤을 칭찬했고, 프리덤을 정식정부지원 시스템으로 도입해야겠다는 최중헌 장관의 결심도 굳어졌다.

'문제는 언제나 예산이지.'

이미 떼돈을 벌고 있는 실비아컴퍼니는 1, 2조 단위의 예산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프리덤이야 저번 우박 태풍 때 한 몫을 톡톡히 했으니 새삼 놀라울 것은 없지만, 이번에는 퀸 스텔리온이 정말 놀랍습니다."

"네, 정말 대단한 활약을 해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응급환자들이 퀸 스텔리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강우와 강풍이 온다고 해서 응급상황이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와야 할 심정지, 뇌전증 발작, 급성 장폐색 따위가 비 그칠 때까지 잠시 참아주는 것은 아니니까.

강풍과 강우 때문에 현재 도로 상황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 지경이었다.

다리가 물에 잠기고, 도로가 침수된 상황에서 구급차가 마냥 출동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10기의 퀸 스텔리온이 맹렬한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겨우 10기밖에 안 되는 퀸 스텔리 온은 100기, 200기가 넘는 닥터헬기에 걸맞은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퀸 스텔리온 별명이 날아다니는 수술실이라고 했었지요?"

"그보다는 차라리 날아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저번에 퀸 스텔리온 내부 시설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이건 정말 병원 그 자체더군요."

"작전거리…… 아니, 항속거리도 엄청나고 악천후에도 끄떡없는 기체다 보니 고립된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처치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출산 소식마저 있었다.

2명이나 되는 산모가 비행 중인 퀸 스텔리온 안에서 출산을 한 것이다.

산통을 호소하는 산모를 실어서 운영 중인 큰 병원에 실어 나르던 중, 기체 안에서 출산을 한 것이다.

"허허…… 그럼 그 아이들은 고향이 퀸 스텔리온이 되는 셈이로군요."

퀸 스텔리온은 다른 헬기에 비해 덩치가 무지막지하게 크고 비행 출력도 엄청나다.

악천후 상황까지 고려해서 만든 군사수송헬기이다 보니, 제아무리 강풍과 강우가 몰아쳐도 비행이 가능했다.

지금 일반 닥터헬기, 소방헬기들은 비바람이 무서워서 아예 출동 자체가 금지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자칫 추락하기라도 하면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퀸 스텔리온의 활약은 주한미군도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었다.

도입한 지 얼마 안 된 최신기종인데다가, 아직 실전에서 활약한 경험은 없기 때문에 관심이 더욱 컸다.

전시는 아니지만, 지금의 한국 상황의 전장 이상 가는 위험한 실전이었으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기동력이 훨씬 좋습니다. 시콜스키와 록히드마틴이 자신할 만합니다."

"강풍 속에서도 비행 안정감이 뛰어납니다."

"이번 강풍과 강우는 우리 미군에도 귀중한 경험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대민지원작전 시 퀸 스텔리온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운용교리 편성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자기방위를 위해 탄약을 적재한 게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때 기관총 사격으로 열차문을 부수지 않았더라면, 응급환자 둘은 큰 위험에 처했을 겁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긍정적인 평가에, 주한미군 사령관은 흐뭇한 미소만 지었다.

"만약 기세시스템을 프리덤과 동기 화한다면 더욱 좋은 구조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그 말에 사령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만, 그 이야기는 우리가 감히 논할 게 아니다."

"그만큼 프리덤의 통합분석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입니다. 이번에도 재차 확인했습니다. 만약 프리덤이 돕지 않았더라면 인명 피해가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 발생했을 겁니다."

작전장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덧붙였다.

"만약 프리덤을 통합 전장정보지휘시스템으로 활용한다면, 그 가치는 무궁무진할 겁니다."

***

청담수영병원의 4개의 지방분원은 전장을 방불케 할 만큼 환자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도로 및 통행이 마비된 덕분에, 오갈 데 없는 환자들이 헬기를 타고 죄다 이곳으로 몰려든 덕분이다.

심지어 근처에 있는 시내 어느 대형병원은 의료진이 출근 자체를 못해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컨테이너 같은 걸로 간이 입원실이라도 그게 좀 지어놓을 걸 그랬어. 병상이 없으니 미치겠군."

분원에는 입원 병상이 없다.

약간의 수술실과 중환자실만 있을 뿐이다.

애초에 지방의료 시스템으로 감당이 안 되는 응급환자들을 급히 처치하는 전진기지 컨셉으로 설립되었으나.

그 어떤 대수술도 가능한 첨단시설을 갖추었지만, 수술이 끝난 후에는 다른 병원으로 즉시 전원한다는 운영 방침을 갖고 있다.

애초에 웬만한 수술이나 조치는 닥터헬기 안에서 끝내고, 바로 인근병원이나 청담수영병원 본동, 혹은 서울의 다른 큰 병원으로 보내 버린다.

즉 많은 환자를 한꺼번에 받아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야! 그만 좀 실어오라고! 지금 더 이상 자리 없어!"

-환자들 받아줄 병원이 없습니다. 병원에 물이 차서, 전기가 나가서, 의사들이 물난리 때문에 출근을 못해서 마비된 병원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24시간 돌아가는 대형병원들 있잖아! 거기로 보내!"

-거기는 이미 옛날에 자리가 다 찼죠.

분원에 파견된 교수는 주먹을 불끈쥔 채 결심했다.

"이거, 아무래도 분원에도 병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재단에 보고해야겠다."

"어쩔 수 없잖아요. 애초에 이 정도로 국가적 이동이 마비되는 재난을 상정하고 만든 분원이 아니니까요."

"이 정도로는 안 돼. 우리 청담수영병원의 분원이라면 전쟁 상황에서도 야전종합병동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갖춰야 해. 그래야 수영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안 하지."

교수는 임시로 설치한, 빽빽하게 들어선 병상을 자지한 환자들을 보면서 심호흡을 했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사장님이 윤병원을 인수하지 않으셨더라면, 그래서 청담수영병원이 없었더라면…….'

'만약 이사장님이 퀸 스텔리온을 닥터헬기로 도입하지 않으셨더라면…….'

지금 임시 병상에 누워 있는 저 환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의 재난에 오갈 데 없이 집에서 꼼짝없이 구조대만을 기다리다가 상태가 악화되었겠지. 어쩌면 저 중에 상당수는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병원 규모에 비해 과다하게 많은 의료진과 직원 숫자도 그렇다.

잉여 의료진의 상당수는 현재 퀸스텔리온을 타고 지방의 다른 병원에 파견이 나가 있는 상황이다.

청담수영병원은 현재 다른 지방 병원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전국적 교통 마비 상황에서 청담수영병원 분원과 잉여 의료진, 특히 퀸 스텔리온은 생명 구조 활동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기여를 했다.

"우리 닥터헬기가 진짜 제대로 돈값을 하긴 하는구나."

"비싼 건 역시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망가진 열차문을 기관총으로 뜯고 사람들 구출한 거 들으셨죠?"

"고립된 사람들을 열적외선 감지장치로 찾아내서 전원 구출했다잖아. 다른 닥터헬기였으면 비 때문에 제대로 찾아내지도 못했을 거라던데."

"미국은 이 좋은 걸 자기네들만 쓰고, 정말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퀸 스텔리온 애초에 군용이에요. 닥터헬기로 쓰는 건 우리 병원뿐이라고요."

워싱턴, 의회,

홀스턴 상원의원은 심각한 얼굴로 보고서를 쥔 채 뚫어져라 내용을 훌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백발이 성성한 백인 남성은 조용한 미소를 머금은 채 홀스턴 의원의 모습을 관찰할 뿐이었다.

이윽고 홀스턴 의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조용한 미소를 짓는, 보고서를 가져온 백발의 백인 남자를 씹어 먹을 듯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게 정녕 사실이오?"

"모두 사실입니다. 이미 대통령께도 보고가 된 내용입니다."

대통령 보고까지 들어간 내용이라니. 내용의 진위성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주는 보충 설명이다.

홀스턴 의원은 한숨을 지으며, 보고서 겉장에 적힌 제목을 바라보았다.

[지난 7년, 지구 온난화에 끼친 중국의 기여도.]

"온실가스 축적으로 지구는 뜨거워졌고, 이상 기후 현상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 미국의 무역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탄소가스 배출을 줄여야 했죠. 공장의 가동을 유지하면서 탄소가스배출은 줄이려니, 자연히 정도에 어긋난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지난겨울에 동아시아를 뒤덮었던 우박 태풍이 순수한 자연재해만은 아니었다는 건가."

"시작은 자연재해였습니다만, 중국의 실험이 악화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중국도 나쁜 뜻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지식과 기술이 모자랐을 뿐이죠."

"……."

"중국은 이산화탄소 분해를 위해서, 다른 나라의 눈을 피해 몰래 대기권에 인공화합물을 살포했습니다. 7년 가까이 꾸준히 이어왔죠.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온 겁니다."

"탄소 배출은 줄었지만, 수증기 과다 결집 현상이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는 거군."

"맞습니다.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강우량이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금 한 중일을 덮친 강우와 강풍도 깊은 연관이 있죠."

"나와 친한 몇몇 전문가들은 대양흑점 활동이 이상 기후 현상을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하던데."

"글쎄요, 저는 천문학자가 아니라서요. 다만 중국의 탄소배출분해 시도가 국지적 기상변화에 분명한 악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심지어 미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상황이다.

"콜파인 국장."

홀스턴 의원은 깍지 낀 손을 무릎위에 올린 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정리하자면, 중국이 이산화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대기권에 몰래 부린 수작이 최근 몇 년간 '동아시아의 국지적 이상기상 현상'을 악화시킨 인위적 요인이다?"

"네, 그렇습니다."

"입증할 물증은 충분한 것이고?"

"물론입니다. 미 정부가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그것을 공개할 충분한 근거를 확보해 놓았습니다."

"그걸 공개해서 우리 미국이 얻을 이익은?"

"원래 칼은 칼집에 숨겨놓았을 때가 가장 위협적인 법이죠. 공개를 해도 이것저것 얻을 게 있겠지만, 글쎄요. 저라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겁니다."

"알았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그럼 이 보고서는……."

"당연히 다시 가져가야 합니다. 양해해 주시길."

"이해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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