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85화 (385/1,270)

프랜차이즈 갓 385화

95장 100% 같은 15%(3)

고지환 병원장은 부리나케 병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도 그는 스마트폰에 불이 나도록 병원 의사들한테 전화를 해댔다.

"김 교수, 난데. 이게 무슨 말이야? 환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니?"

-약의 부작용은 아닌 거 같습니다. 중증 말기다 보니 워낙 상태가 안좋아서 이전에도 한 번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른 적이 있어요.

"그럼 뭔데?"

-그냥 약이 별 효능을 못 한 겁니다. 다른 약이 그러했던 것처럼요.

"하……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죠. 약이라는 게 모든 사람한테 다 제대로 듣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큰 부작용이 생기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죠.

어느덧 병원에 도착했다.

고지환은 서둘러 중환자실로 달리가서 최아람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제 20대 여성, 아무래도 젊은 나이이다 보니 급격하게 암 말기로 발전한 케이스다.

해볼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해봐서, 이제 마지막 희망을 품고 유벤스틱을 써본 것인데…….

'젠장!'

고지환은 벽을 주먹으로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필이면 공단이 기뻐하면서 급여 지정을 해주자마자 이런 일이 터지다니.

공단의 입장도 난처해진 것이고, 서해병원의 입장은 더더욱 곤란해졌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초기 환자들은 호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기 환자들도 악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초중기에서는 좋은 효과를 기대해도 될 거 같습니다."

"……."

"다만 말기 환자들은 차도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아람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복귀한 게 다행입니다."

고지환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옆에서 화이주 한국지사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음, 우리가 가진 데이터와 일치하군요. 수영병원이랬나? 역시 그 병원에서 뭔가 데이터 조작을 한 게 틀림없어요."

"미스터 제임스, 데이터 조작이라고요?"

"그렇지 않고서야 70명이나 되는 환자들이 한 달 만에 모두 완치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환자들이 나았다는 사실에 회사도 기뻐했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반대 의견도 상당했습니다."

남의 일처럼 말하는 표정이, 고지환의 눈에는 왠지 모르게 얄밉게만 보였다.

"지금 보이는 이 데이터가 바로 정상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수영병원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거죠."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되었다는 겁니까?"

"이미 호전 가능성을 상당히 보인 환자군만 집중적으로 모아서 투약을 한 것으로 봐야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그 말도 안 되는 완치율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가만히 두어도 나았을 환자들을 골라서 투약했다는 겁니까?"

"어쩌면 이미 완치된 환자들도 섞여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부분은 조사를 해봐야겠군요."

서해바이오메디컬, 김원약 전무는 어이가 없어서 제임스 지사장에게 항변했다.

"말도 안 됩니다. 수영병원이 왜 그런 데이터 조작을 한다는 겁니까?

이 약이 급여 지정에 통과된다 하더라도 수영병원은 별로 상관이 없는데 말입니다."

"글쎄요, 그 부분은 저도 모르겠군요. 저는 다만 객관적으로 냉정히 의심해 볼 수 있는 사안을 말했을 뿐입니다."

제임스 지사장의 표정에 희미한 조소가 깃들었고, 김원약 전무는 곧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렸다.

'저 친구, 지금 우리 서해바이오를 의심하고 있어.'

누군가는 데이터 조작을 했다. 이미 완치된 환자를 넣었든, 아니면 호전세를 보이고 있는 환자들 넣었든 간에, 수영병원이 그럴 이유가 없다면 자연스레 용의자는 서해바이오메디컬로 좁혀진다.

서해바이오메디컬은 유벤스틱 항암제가 급여 지정을 통과해야 하는 절실한 동기가 있었으니까.

"원래 유벤스틱은 초중기 환자의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완치되었습니다. 대신 말기암 환자의 경우는 완치율이 비약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었죠."

"미스터 제임스, 그렇다면……."

"지금 이쪽 환자군은 늦어도 4개월안에는 퇴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저쪽 환자군은 저도 장담을 할 수 없군요."

김원약 전무는 이를 갈듯이 입을 열었다.

"수영병원은 데이터 조작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증 환자 위주로 골라서 투약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원 환자가 본래 입원했던 병원 측에서 데이터를 조작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러니까 그 병원들이 왜 그런단 말입니까."

"그건 저도 모르죠."

"지금 우리 서해바이오메디컬이 데 이터 조작을 한 게 아니냐고 돌려서 비난하는 거 아닙니까?"

"이미 임상을 마치고 시판 허가까지 나온 약인데, 저희가 왜 그런 비난을 합니까?"

"……."

"어찌 되었든 간에 유벤스틱이 급여 선정이 됐고, 이제 한국의 암 환자들은 저렴해진 가격에 그 효능을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회사는 늘어난 매출만큼 로열티 비용을 챙길 수 있게 됐고요. 비난을 할 이유가 없죠."

어깨를 으쓱하는 게 더욱 얄밉게만 보였다.

***

[슬기로운 암환우들의 모임]

-유벤스틱, 서해서울병원 임상 과정이 별로 안 좋은가 봐요. 요새 우리 암카페 분위기도 푹 처져 있고.

-임상이 아니라 실처방이에요. 유벤스틱은 이미 임상 다 끝나고 시판되는 약. FDA가 공인했음요.

-수영병원에서는 한 달 만에 초중 말기 환자 전부 완치되었다던데, 서해병원은 왜 그런 거죠?

-병원 터가 차이 나서 그렇다는 말이 있던데.

-병원 터가 무슨 상관이죠??

-어쩌면 엘릭서드링크 때문일 수도 있어요. 이상하게 수영병원에서는 병이 빨리 나아요. 이름 바뀌고 나서 지금까지 병원 내에서 한 명도안 죽었다는 것도 특이하고,

-엘릭서드링크는 고작 건강보조식품일 뿐이잖아요. 그거 때문에 70명의 암이 완치됐다는 게 말이 되나.

-이름부터가 엘릭서 붙은 거 보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데이터 조작이라는 말이 있던데. 애초에 다 나을 거 같은 환자들만 70명을 모아놓고 처방한 거라고.

-내가 지금 3기인데, 본인부담 3억 쏟아부어서 유벤스틱 처방받으려다가 지금 망설이고 있음. 돈은 돈대로 썼는데 전혀 안 나으면 어떡해?

-그래서 죽는 것보단 낫지 않음?

-말기만 아니면 그래도 완치율이 85%는 된다고 하니까 그거 믿고 도박을 해보는 것도…… 어차피 죽으면 돈이고 뭐고 다 소용없잖아.

-그거 데이터 조작이라는 말도 있던데, 수영병원이 일부러 완치 앞둔 환자들만 끼워 넣었다고.

-님 그 말 책임질 수 있음? 내가 지금 스샷 떴는데 이거 하수영의료재단으로 보내도 됨?

-ㅈㅅ. 전 그냥 들은 대로 말한 거임.

-들은 대로 말하지 말고 팩트or 오피셜만 말하셈. 되도 않는 거짓 정보로 선동하지 말고, 안 그래도 다들 마음도 힘든 사람들인데 진짜 왜 그럼?

-진짜 ㅈㅅ함.

-님 안 그래도 지금 서해그룹에서 풀어놓은 알바 계정 아닌지 주시하고 있어요. 이제 의심도가 98%예요.

-진짜 죄송합니다. 근데 저 진짜 알바 아니에요.

박승철 부장은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떼고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았다.

"아씨, 다들 왜 이렇게 예리하고 지랄이야. 이래서 눈치 빠른 것들은 싫다니까."

그는 서해의료재단 홍보부장이었다.

그리고 투병 환자들 커뮤니티 모니터링은, 홍보부로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업무였다.

제약, 회사, 병원 등 의료산업에 대한 여론이 최초로 만들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부장님, 1차 수정 다 끝났습니다."

"그럼 이제 환자들 카페마다 꽉 돌려. 절대 티 나지 않게,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얼마 후 홍보부 직원들은 미리 구매한 커뮤니티 계정 등을 통해 유벤스틱에 관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직원 한 명당 계정 20~30개를 동시에, 아이피를 바꿔가며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대댓글을 달고, 그런 식으로 남이 보기에는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처럼 연출했다.

-유벤스틱 효능은 아무 문제없다. 미 식약처 시판 승인까지 이미 난 제품이다. 화이주 모름, 화이주?

-수영병원에서 완치된 환자들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서해서울병원 완치자 가족인데, 속도가 좀 느리긴 해도 확실히 효능은 다른 항암제와 비교할 수가 없는듯. 지금까지 항암 치료에 수천만 원 부었는데 너무 아깝다.

ㄴ차라리 그 돈으로 이번에 출시된 서해생명 종합보험패키지를 들었으면 나았을 텐데.

ㄴㄴ Oㅈ, 도대체가 건강보험공단 애들은 비싼 보험료 뜯어가기만 하고 환자들을 위해서 해주는 게 뭐냐?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이번에 유벤스틱도 공단에서 끝끝내 안 해주려던 것을 서해그룹이 멱살잡고 캐리했잖아.

ㄴㄴ 진짜 서해그룹이 총대 메고 나선 덕분에 유벤스틱이 급여 지정된 거지. 1회 처방에 6억이나 하는 약을 지원 안 해주면 대체 뭘 지원해주겠다는 거냐?

그렇게 서해의료재단은 오늘도 그룹의 바이오산업 장악을 위한 여론불씨 지피기 작업에 열심이었다.

***

"최아람 환자를 우리 병원으로 전원 받으라고 하셨습니까?"

최윤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 서해병원에서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면서요. 혹시 알아요? 우리 병원 터의 기운에 힘입어서 정말로 나을지?"

"하지만 그것은……."

"굿값으로 우리 병원 체면 한 번 구기는 셈 치죠. 환자 측에 넌지시 말해보세요."

"……알겠습니다."

결국 최윤석은 찬성했고, 하수영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서해서울병원이 영리병원으로 바뀔 준비 중이라면서요?"

"네, 항암제 급여항목 선정은 최종목표가 아니라 트리거일 뿐이었습니다. 진짜 목표는 영리병원 전환이더군요. 성대제주병원만으로는 만족을 못 하겠다는 거지요."

"흐음."

"아마 전국의 모든 서해병원을 영리병원으로 전환해서 의료수익을 챙기는 게 목적일 겁니다."

"항암제는 미끼였다. 이거군요."

"그렇습니다. 저희도 그 쇼에 이용 당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쯤에서 중간 정산을 한 번 하려고 하는데요. 당한 만큼 돌려줘야지요."

"……중간 정산이요? 설마 공단 로비로 유벤스틱을 급여에서 다시 제외하는……."

"그건 환자에 대한 위해 행위죠. 제 규칙에 어긋납니다. 찾아보면 환자를 더 이롭게, 하지만 서해병원에는 해롭게 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실은 독일 제약회사 다이엘과 통화를 했습니다. 그 회사도 신약 항암제를 출시했더군요."

"아, 신약 트리단을 말씀하시는군요."

트리단.

화이주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다이엘이 개발한 신약 항암제로, 효능은 화이자 것보다 떨어진다.

대신 약값이 상대적으로 싸다. 다이엘은 6개월치 용량으로 800만 원을 책정했다.

"우리 병원이 터가 좋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트리단도 만족스러운 능을 내지 않을까요?"

"이 사장님, 설마……."

"그 최아람 환자한테 한 번 써보는 게 어때요? 어차피 유벤스틱도 이미 소용없잖아요."

최윤석은 불현듯 하수영이 이미 정해진 답을 놓고, 자신에게 풀이 과정을 유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고로 우리 병원 의료재단에서 벌써 국내독점유통권과 생산권리를 샀습니다."

"언제 그리 진행하셨습니까?"

"조영태 교수가 황철 전공의 때렸다는 말 듣고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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