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384화
95장 100% 같은 15%(2)
"이런 효능은 한 번도 보고되지 않았어요! 말기 암 환자 20명이 전부, 그것도 한달 만에 완치되다니!"
그야말로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결과.
서해바이오메디컬과 화이주는 손을 잡고 방방 뛰며 좋아했다.
"이럴 게 아니라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처방을 해봅시다."
자신감이 생긴 서해바이오메디컬은 곧바로 50인분의 처방약을 따로 준비했다.
말기 20명, 한 달, 모두 완치.
이 사실에 놀란 건강보험공단에서도 급여 지정에 관해서 긍정적인 대답을 보내왔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조금 더 필요하다.'
이번에는 수영병원에 부담을 주지 않고, 서해바이오메디컬과 화이주가 공동으로 분담하기로 했다.
공단의 긍정적인 스탠스 변화 덕분에 얻은 자신감도 있고, 다만 수영병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환자 50인을 수영병원으로 입원시킨 후 처방을 했다.
이번에는 초기, 중기, 말기 환자를 골고루 1/3씩 구성해서 시행했다.
결과는 전과 같았다.
늦어도 한 달이 지나기 전에 모두 완치가 되었던 것이다.
마치 정상 세포는 전혀 이상이 없었고, 암세포만 정확하게 골라서 죽어버렸다.
"이건 정말 기적의 항암제입니다! 심지어 유의미한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고 있어요!"
"이럴 수가. 우리 본사 연구진은 대체 뭘 만든 거죠?"
1회에 6억 원이라는 가격 말고는 흠잡을 데가 전혀 없는 기적의 신약.
국내에서 이미 70인의 환자들이 1회 처방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5년간 재발 여부를 놓고 추적 관찰을 해야겠지만, 일단은 오늘내일하는 환자의 몸에서도 암세포를 깨끗이 제거했다.
"합격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몇 가지 조건 하에 급여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통과시켜주었다.
아주 중요한 조건만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다른 손 쓸 길이 없는 말기 암 환자의 경우, 공단이 약값의 90%를 부담.]
[2기 이상으로 진행된 주요 암의 경우, 공단이 약값의 50%를 부담.]
10%라 해도 6,000만 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50%의 경우는 3억원.
하지만 효능에 관한 이야기가 암환자들 커뮤니티에 올라갔고, 실제 완치자들의 인증이 뒤따랐다.
암 환자나 그 가족들은 이 기적의 신약이 드디어 급여 지정이 되었다는 것에 기뻐했다.
"6,000만 원. 6,000만 원만 마련하면 그럼 어떻게든 살 수 있는 거네."
"다행히 그 6,000만 원도 공단이나 병원이 먼저 부담하고 환자가 나중에 천천히 갚아나갈 수 있게 길을 열어줬어. 50% 자기부담 환자는 이게 안 된대."
"어떻게든 말기까지만 버텨보자."
"이럴 바엔 차라리 치료 멈추고 말기 되기를 기다렸다가 약을 쓰는 게 낫지 않아?"
"그러다가 갑자기 훅 가면 어쩌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최윤석 이하 교수들은 처음에 남 좋은 일만 시켜주고 챙긴 건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이었다.
수영병원 입장에서는 120억 원만 소모한 셈이니까.
하지만 급여 항목으로 지정되고, 암환자 커뮤니티에도 희망이 도는 걸 보면서, 그들은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그래, 이거면 된 거지. 이사장님 말씀대로 환자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면 오히려 좋은 거지."
"근데 서해바이오메디컬 이놈들은 정말 싸가지가 없네요. 아니, 자기들 독점권 있는 신약이 지정돼서 이제 생산만 하면 떼돈 벌 텐데, 양심이 있으면 우리 병원에 120억 원 약값은 돌려줘야 하지 않나?"
"이사장님 말씀으로는 그렇게 아득바득 아껴서 재벌 된 애들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하시는군. 그냥 환자들 위해서 좋은 일 했다 생각하고 잊어버리래."
"아, 이사장님! 역시 마음이 너무 넓으십니다."
말로는 그렇게 교수들을 달래면서, 최윤석은 내내 찜찜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서해바이오메디컬은 이거 결과 감당 못 할 걸요?
-욕심을 낼 거면 자기들 힘으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부려야 하는데.
그건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이사장이 뭔가 중요한 걸 알고 있기에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을까?
그게 대체 뭘까?
"자, 다들 이만 돌아가자고."
최윤석은 교수들에게 해산을 권유했다.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쥔 채 본동으로 들어오는데, 불현듯 복도에 걸린 커다란 TV에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속보 : 서해생명, 유벤스틱 지원이 포함된 종합보험패키지 상품 출시!
-신상 보험상품, 기존 보험공단이 지원하는 모든 영역을 커버 가능.
-건강관심층의 폭발적인 가입 예상!
-대한민국 국민의 1/3은 언젠가 암에 걸립니다. 하지만 이제 걱정할 일이 없어졌는데요. 서해생명에서 차세대 항암제인 유벤스틱 약값을 부담하는 종합보험패키지를 출시했다고 합니다.
-이 상품의 가입자는 기존 공단에서 받는 지원을 그 이상으로 받을 수 있으며, 5년에 한 번 유벤스틱치료를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1/3의 확률로 암에 걸린다는 통계를 생각하면, 이 보험을 하나쯤 들어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공단에서 90%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6,000만 원입니다. 차라리 그 6,000만 원의 일부를 보험료로 지불하고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최윤석은 물론이고 교수들도 어느새 발걸음을 멈추고 속보를 주시했다.
"보험상품 출시한 게 뭐 속보라고 저렇게 공중파에서 호들갑을 떠는 거야?"
"서해그룹이 최대 광고주잖습니까. 아양 떨어야지요."
"근데 저거 좀 세긴 하네요. 저도 그냥 하나 가입을 할까 싶어요. 자세히 알아보긴 해야겠지만."
"유벤스틱 치료를 5년에 한 번씩 지원해 주면 괜찮은 상품이네. 보험료가 얼마인지가 관건이겠지만."
"그래 봤자 총납입액이 6,000만 원을 넘진 않겠죠."
최윤석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혼자 중얼거렸다.
"언제는 항암제 급여 선정이 최종목표라더니, 역시 스타트일 뿐이었군."
***
서해바이오메디컬은 빠르게 신약항암제 생산에 들어갔다.
암 환자들은 매일같이 약을 내놓으라며 기분 좋은 성화를 부렸고, 공장에서는 열심히 약을 제조했다.
공장을 방문한 추중원 사장은 열심히 가동하는 생산라인을 보며 그저 흐뭇했다.
그의 눈에는 저게 다 돈으로 보였다.
문득 비서를 돌아보며 물었다.
"서해생명과 공조는 잘 되어가고 있나?"
"네, 검토를 마치고 신 보험상품패키지를 출시했습니다."
"보험료는 어떻지?"
"현재 최저보험료를 월 100만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99만 원으로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7자리라는 상징적인 커트라인이 필요할 듯해서 100만 원으로 책정한 겁니다."
"나쁘지 않은데, 자릿수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난 이런 비싼 보험상품도 가입할만한 능력이 있다.
그런 욕망을 자극하기 위한 보험료산출이다.
애초에 초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한 상품이기에 이런 식의 판매 전략이 가능했다.
참고로 최저 보험료는 100만 원이지만, 최고 보험료에는 상한선이 없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국가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걸 전부 커버하면서도 거기에 플러스알파가 크니, 가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음, 회장님이 만족해하시면 좋겠는데."
"만족하실 겁니다. 유벤스틱 국내독점생산권을 따내고, 그걸로 서해 생명의 보험상품까지 엮어내지 않았습니까. 이제 영리병원만 서울에 도입하면……!"
비서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자, 추증원 사장도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성대제주병원부터 시작하자고."
"네, 사장님."
성대제주병원은 국내 영리병원 1호이자, 유일한 영리병원이다.
의사가 아닌 이가 병원 설립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법인병원이다.
성대 의대의 이름을 썼지만, 실제 오너는 바로 서해그룹이었다. 여론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대학 이름을 간판에 쓴 것이다.
***
최윤석은 한국대 의대 동기 모임에 참석했다.
다들 연륜이 있다 보니 최소 의대 학과장 이상씩은 하고 있었다. 종합병원 과장인 동기도 있었고, 개인병원을 크게 운영하는 친구도 있었다.
원래는 돈 이야기, 여자 이야기만 주로 하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오늘은 술이 들어가자마자 서해의료사업 주제를 물고 늘어졌다.
"서울에서 영리병원을 운영하겠다고? 이야, 결국 서해그룹 노림수는 그거였구먼."
"화이주한테 애걸복걸해서 유벤스틱 항암제 국내생산권을 따냈을 때부터 이미 큰 설계를 그리고 있었던 거였어."
"1회 투약에 6억이면 우리나라 항암시장상 돈이 안 될 게 뻔한데, 왜 거기에 목매나 의아하긴 했다. 서해 그룹은 역시 다 계획이 있었어. 돈쓸어 담을 계획."
"서해그룹처럼 돈 좋아하는 회사가 환자 목숨 생각해서 그런 신약을 손해 보고 들여온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싶긴 했다."
"이번에 유벤스틱 항암제 지원까지 넣은 보험상품 하나 출시했지?"
"그거 내용 보니까 돈 많은 사람한테 건강보험하고 서해보험하고 하나 선택하라면, 전부 다 후자 선택하게 끔 보험설계 잘 했더만."
"1/3의 확률로 암에 걸릴 거 생각하면, 유벤스틱 자기부담금 나갈 돈으로 차라리 서해보험에 넣어두는 게 낫지. 부자들 입장에서는."
"반대로 서해생명 입장에서는 3명 가입할 때마다 1.2억씩 공돈 생기는 거니까 개꿀이고."
"항암제 급여지정, 신 보험패키지, 영리병원. 세트아이템은 이제 다 갖춰졌고, 마지막 하나 남은 조각만 달성하면 서해바이오제국 탄생이네."
그 마지막 조각이 무엇인지, 최윤석의 동기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서해서울병원을 과연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정부에서 절대 허락 안 할걸."
"서해공화국의 힘으로도 안 되는 건가?"
"너무 부담이 커. 정치인들 자기 정치 인생 걸고 추진해야 하는 사업인데, 누가 호랑이 입에 먼저 손을 넣으려고 하겠냐. 자기 손만 물어뜯길 판인데."
"아무튼 고 원장, 축하해. 서해병원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게 됐으나."
서해 서울병원 고지환 원장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축하에 쑥스러운 웃음만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슬쩍 최윤석의 표정을 살폈다.
서해서울병원의 우수한 의료진 대부분이 수영병원으로 빠져나갔다 보니, 둘은 서로 불편한 사이였다.
"고 원장, 축하해. 앞으로도 서해서울병원은 부동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겠어."
최윤석은 덤덤히 축하를 건넸다.
병원 수익으로 보면 서해서울병원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반대로 수영병원은 뒤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예상 적자만 이미 조 원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고맙네, 최 원장."
"그런데 병원하고 바이오메디컬하고 사이가 안 좋은 거 아니었어? 너무 협력이 잘돼서 그게 좀 의아했는데."
"좋진 않지. 경쟁이 심하고, 그래도 그룹 공동의 목표하에서는 협력을 해야지, 안 그러면 회장님 불호령 떨어져."
"흐음, 그런가."
"제한된 규칙 안에서만 경쟁을 해야 하니까 그게 더 피 말리는 거지. 어휴, 난 재벌가로 태어나질 않아서다행이야."
고지환 원장은 간만에 축하를 받으며 편한 마음으로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적당히 취했을 무렵,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아마도 병원 전화인 모양이다. 하지만 오늘은 쉬는 날이었기에 고지환 원장은 무시했다.
자신이 수술의사도 아니고, 응급환자 때문에 급하게 자신을 찾을 전화가 올 일도 없었다.
그런데 전화는 몇 번이고 계속해서 울렸다.
보다 못한 최윤석이 물었다.
"안 받아도 되는 건가?"
"나 병원장이야. 쉬는 날만큼은 내 자유를 마음껏 누릴 권리가 있어."
"뭐, 이런 시각에 음경 응급봉합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을 리도 없을 테고…… 응, 문자 왔는데?"
액정 위에 미리보기로 뜬 문자 앞 부분을 무심코 확인한 최윤석의 동공이 커졌다.
[유벤스틱 처방한 최아람 환자의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현재 중환자실.]
"고 원장, 신약 항암제에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개발사인 화이주가 최종 확인한 신약의 완치율은 85%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