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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76화 (376/1,270)

프랜차이즈 갓 376화

92장 위기의 테라리움(3)

"남들은 가지지 못해 안달인 재물운인데, 수영 씨한테는 그저 번거로운 짐이네요."

"제가 이번 생에서 하고 싶은 건 소박한 농사라고요. 직접 기른 작물로 만든 요리를 파는 음식점과, 그 음식점을 위한 제 명의의 건물. 이게 전부입니다."

"근데 소박한 농사치고는 너무 사이즈가 너무 커지지 않았어요?"

장효주는 부드러운 미소로 하수영을 달랬다.

그의 앞에는 이미 빈 양주가 열병이 넘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잔에 고인 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수영은 넋두리처럼 중얼거렸다.

"사실 지금 테라리움 농장, 이사할 때부터 찜찜하긴 했어요. 아래 석유같은 게 묻혀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농작물이 기름에 오염되거나 하지는 않을까."

"유전이 나오면 진짜 대박일 텐데.

우리나라도 산유국 되는 거잖아요."

"더 극단적인 상상까지 해봤어요.

땅 파보니 우라늄 광산이 튀어나오는 거요."

"……그건 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만약 우라늄 광산이라도 튀어나오면 정말 골치 아프죠.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사람들 파견 나오고, 주한미군도 전력 증가하고, 우라늄 나왔으니 원전 마피아들이 이제 원자력 발전소 더 지어야 한다고 난리 피우고."

"……."

"생각만 해도 혼돈과 피곤 그 자체 네요."

장효주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농사지으려고 산 땅에서 우라늄광맥이 나온다는 건 일반적인 상상에서 너무 비껴간 거 아닌가요?"

"그거야 이미 몇 번…… 아무튼 됐습니다. 이왕 부정 탔으니 이사나가면 그만이죠. 근데 어디로 가야 안전할지……."

3번째로 찍은 농장부지에서 석기시대 유물이 나왔다는 사실은 이미 들었다.

장효주 입장에서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이렇게 하는 것마다 족족 걸려드는 사람이 있다니.

재물운이라는 게 정말 이럴 수가 있나?

"그럼 이번에는 땅 파지 말고 조용히 공사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래 뭐가 묻혀 있든 말든 아예 처음부터 외면하는 거죠."

"늦었어요. 이미 세 번이나 당첨됐습니다. 문화재청이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아마 저 몰래 파볼 겁니다."

"…… 하긴, 삼세번 적중했으면 미신 안 믿는 사람이라도 혹시나 싶겠네요."

첫 농장에서는 수조 원대 금 문화재, 두 번째 농장에서는 금맥, 세번째 농장에서는 석기시대.

이쯤 되면 땅 파는 걸 업으로 가진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하수영을 지켜볼 만하다.

저 사람이 이번에 또 땅 샀다며?

그 아래 뭐가 묻혀 있을까? 우리 몰래 가서 파보자!

"수영 씨가 이렇게 피곤해하는 표정은 처음 봐요."

"힐링하면서 일상을 누리고 싶은데, 세상이 저를 가만 놔두지 않는거 같아서요. 에이, 길러주신 아버지가 그런 분인 거 알았을 때부터 이거 또 시작이구나 싶긴 했는데."

"아버지가 어떠셔서요?"

하수영은 대답 대신 술잔을 다시 가득 채운 뒤 단숨에 들이켰다.

장효주는 왠지 가슴이 아팠다.

뭐라도 위로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생각을 거듭하던 그녀가 불현듯 손백을 짝 쳤다.

"아, 맞다! 방법이 있어요!"

"무슨 방법이요?"

"액땜한 곳에 들어가면 되잖아요?"

"액땜이요?"

"서락산이요, 서락산, 거기 이제 문화재 발굴도 다 끝나고 텅텅 빈 땅아니에요? 파봤자 진짜 아무것도 안나오는."

하수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효주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살아나는 것을 보고 장효주는 즐겁다는 웃음을 띠었다.

"괜찮아요? 내 생각?"

"와, 정말 괜찮은 생각입니다. 아니, 내가 왜 여태 그걸 생각 못 했는지 한심할 지경이에요. 재물운이고 형상에너지고 윤회고 다 쓸모없다니까요. 와, 진짜 어떻게 그런 생각을……! 정말 고마워요!"

"그럼 나랑 연애해요."

"지금 바로 문화재청에 연락해야겠어요! 서락산 저한테 다시 팔라고!"

"대답 회피 말고요."

"아, 내가 그 땅을 괜히 팔았어. 그냥 계속 쥐고 있을걸. 하하,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요!"

하수영은 신이 나서 스마트폰을 들고 일어서서 나갔고, 장효주는 턱을 괸 채 바라보다가 한마디 했다.

"참 잘 빠져나간다. 그치, 프리덤?"

-답변할 수 없습니다. 권한을 벗어난 주문입니다.

"뭐니? 너, 갑자기 뭔가 수상한데?"

-…… 답변할 수 없습니다. 권한을 벗어난 주문입니다.

***

문화재청은 원래 서락산 문화재 발굴을 끝낸 후, 일대를 유적지로 보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엄밀한 심사 끝에 그럴 만한 가치는 없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그냥 단순히 유물이 좀 많이 묻혀 있던 땅일 뿐입니다. 유적지로서의 가치는 없습니다."

그렇게 계획이 변경된 까닭에, 서락산은 발굴이 끝난 후 방치돼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수영이 다시 문화재청에 나타났다.

"서락산을 다시 돌려받고 싶습니다."

"네?"

"발굴 다 끝나서 이제 땅 파도 아무것도 안 나오죠? 그러니 거기만큼 안전한 농지가 없을 거 같더군요. 괜히 땅 팠다가 석유라도 튀어나오면 곤란해요."

"하수영 의원님, 이러시면 저희가 곤란합니다. 의원님이 다음 부지로 정한 곳에서 뭐가 나올지 문화재청일동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한 번 포탄이 떨어진 곳에 또 포탄이 연달아 떨어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하죠? 저는 서락산에서 농사를 지어야겠습니다."

하수영은 문화재청의 반대쯤은 가볍게 웃어넘긴 채 일을 추진했다.

바로 산업자원통상부를 상대로 한 협박이다.

"나라에 금이 절실해서 금맥 개발하고픈 건 알겠는데, 사람 밥줄은 끊지 말아야죠? 만약 밥줄이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 않겠다면 저도 생각이 있습니다. 금 채굴이 쉽지 않을 거예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금 채굴을 막겠다는 것이다.

일단 소유주는 하수영 본인이었으니 충분히 가능했다.

오히려 금 채굴을 위해 광업권 설정을 준비하고 있던 JS그룹이 가장 크게 당황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정서희의 요청을 받고 끼어든 것이었으니까.

"의원님, 저희는 의원님 측의 요청으로 금 채굴 사업에 뛰어든 것입니다만."

"기다려 봐요. 지금 농지가 중요하지 금이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거기 있는 금 다 캐봤자 겨우 30조원밖에 안 된다고요. 중국이 사간다는 라면 매출 한 달 치라고요."

"……."

문화재청, 산자부, 기타 등등 정부 기관과 줄다리기를 한 끝에 하수영은 결국 농지를 받아냈다.

서락산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농지까지도 모두 일괄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주변 농지 매입을 위해서는 기존서락읍 주민들의 협조와 동의가 필요했지만, 그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이장님."

"허이구, 허이구. 의원님 오셨네유. 옛적에는 제가 그저 하늘 같은 분을 몰라뵙고…… 그리고 전 이제 이장 이장이 아니에유."

"들었습니다. 이장직 옛날에 놓으셨다고요. 그래도 여전히 저에게는 영원한 서락읍 이장님이십니다."

서락읍 주민들에게 하수영이란 이름은 영원한 공포였다.

마을 가구원들이 작정하고 서락산농장 황비버섯을 절취하다가 제대로 세상의 매운맛을 본 덕분이다.

하수영은 신임 이장과 간단한 협상을 한 끝에, 서락읍 농지와 삼림 일대를 전부 매입했다.

"참말로 시세의 두 배를 쳐주고, 우리 죽을 때까지 원래 키우던 만큼 쌀을 꼬박꼬박 준다고?"

"그렇다니까. 어여 서명혀. 누가 사가지도 않을 땅 갖고 있어서 뭐해. 평생 농사짓던 만큼 쌀도 준다잖어."

서락읍을 평정했던 왕의 귀환이다.

이미 크게 군기가 잡힌 상태이기도 했고, 시세를 2배로 쳐주는 데다가, 원래 농사짓던 벼 소출량만큼 죽을 때까지 쌀도 준다고 한다.

주민들은 다들 기꺼운 마음에 매도 서류에 서명을 했다.

하수영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테라리움 ver2.0을 짓기에 안전한 토지를 한꺼번에 매입했으니.

"이 세상에서 서락읍만큼 안전한 곳은 없지. 파도 파도 아무것도 안나와."

서락산 발굴을 하면서 문화재청이 이 지역을 철저히 조사를 한 덕분이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놓친 유물이 어디 산에서 멀리 떨어진 하천 같은 곳에 묻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사이 JS그룹도 하수영의 동의를 얻어서 광업권 설정을 마쳤다.

토지는 하수영 것이지만 그 밑에 있는 금은 엄연히 국가 소유이기에, 정당한 광업권을 설정한 업체가 캘수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정유사업제휴로 끈끈한 파트너쉽을 형성한 JS그룹을 끌어들인 것이다.

JS에너지자원,

광물, 가스, 석유 등 지하자원 탐사와 채굴을 주력으로 하며 주로 해외에서 떠도는 계열사가 이 일을 맡았다.

아프리카에 상주하던 지사장은 직접 한국까지 달려와서 하수영 앞에서 보고했다. 그는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JS에너지자원 대표이사 채원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시죠? 금 채굴은 최대한 천천히 진행해 주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신 농장이 완성되고 이전될 때까지 구농장 가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테라리움 ver2.0이 완공될 때까지는 1.0 버전 3개는 계속해서 돌려야 한다.

한창 짓고 있던 1.0버전 4호기는 중지를 해야겠지만.

"저희 그룹에서는 이번 채굴 사업으로 인한 회사 수익의 30%를 의원님께 지급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국내에는 관례가 없는 일이지만, JS그룹은 통 큰 이윤 분배를 결정했다. 하수영 덕분에 질 좋은 원유를 언제나 국제시세보다 낮게, 마음껏 공급받고 있으니까.

"돈은 됐어요. 금 나오는 거 제 몫만큼 따로 챙겨서 농기구 동상이나 하나 만들어주세요."

"금으로 농기구 동상을 말입니까?"

"부정 탔으니 부적이라도 세워서 걸어놔야죠. 이래 봬도 박수무당 아들이라서요."

"……?"

추원자 사장은 잠시 패닉에 빠졌지만, 이내 알겠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금을 전부 채굴해도 그 시세가 30조 원(600톤) 남짓 한다.

거기에 채굴 비용, 나라가 가져가는 몫 등을 제외한 것에서 30%라면 얼마나 될까.

'몇 톤 나오지도 않겠네.'

***

JS건설은 서락산 일대에 테라리움 ver2.0 착공에 들어갔다.

빌딩 구조 자체는 간단하다지만, 원통형 초대형 타워형이다 보니, 공사 기간이 어느 정도는 소요될 일이었다.

"우리 회사가 원자력 발전소도 지어봤습니다. 이런 대형 구조물은 이 골이 났습니다. 구조 자체도 간단한데요."

테라리움 ver2.0은 1호기부터 시작해서 복수의 구조물을 한꺼번에 짓기로 했다.

이미 한 번 문화재청이 샅샅이 훑었던 땅이기에, 더 이상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JS에너지자원은 테라리움 1.0버전 4호기 건설을 중단한 곳에서부터 금채굴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몇 미터 파고 들어가자 곧바로 금이 섞인 광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인부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하수영 눈에는 애물단지로만 보였다.

"여기는 땅 팔지 말고, 나중에 금다 캐고 나면 다른 용지로 활용해야겠다. 소 목장 같은 거 하면 딱이겠네."

채굴 첫삽이라는 기념적인 현장을 참관하러 온 전성렬도 옆에서 위로 했다.

"그래도 이번에 액땜 크게 했으니, 이제 수영농장이 곤란해지는 일은 없을 걸세."

"전 그저 농사나 지으며 안빈낙도 하고 싶은데, 세상은 자꾸 저더러 죽음의 자원 상인이 되라고 하는 거 같아요."

"재물운을 너무 타고나는 것도 썩좋은 건 아닌 거 같구먼."

그때 하수영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알림 내용을 확인한 하수영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져 가기 시작했다.

전성렬도 덩달아 불안해졌다.

"또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나? 혹시 통영 참치양식장에서 침몰된 보물선이라도 발견됐나? 다 썩은 나무궤짝 사이에 막 중세시대 금화들이 가득 있고……."

"아닙니다. 청담수영병원 비리 투서입니다."

"휴, 다행이군. 아니, 다행이 아닌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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