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64화 (364/1,270)

프랜차이즈 갓 364화

87장 애들 싸움 어른 싸움(5)

식량작물재배로 얻은 소득은 그게 얼마든 소득세 면제다.

개인 농부이고, 농업회사고 간에 동일하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1조원을 벌어도 개인소득세, 법인세가 면제된다.

다만 그런 사람이 없을 뿐.

농업진흥을 위한 조세특례이고, 국내에서 식량작물로 돈을 벌어봤자 한계가 뻔하기에 굳이 상한선을 넣지 않은 것이다.

"근데 버섯도 식량작물인가요?"

-예전에는 모르겠고, 지금은 식량작물로 취급되고 있네.

"상한선이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겁니까?"

-글쎄, 일단 분위기를 봐서는 소득기준으로 1,000억 원 이상에 개인소득세나 법인세를 물리는 방향으로 개정할 거 같은데.

"거기에 해당되는 게 의원님뿐이라고요?"

-우리나라 재작년 농장법인 총매출이 29조 원이야. 농장법인당 매출액은 14억 원 정도고, 아, 소득이 아니라 매출일세.

재작년, 수영농장이 생기기 바로 직전년도의 통계였다.

"헐…… 그럼 매출도 아니고 소득이 1,000억 넘는 농장법인은 전혀 없겠습니다."

-있을 리가 없지. 의원님 한 명만 딱 해당될 걸?

조세특례 개정 자체가 하수영을 의식해서 추진되는 작업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만약 수영농장이 없었다면 굳이 개정을 추진하지 않았을 테니까.

-참고로 수영농장에서 프라임컴퍼니에 황비버섯 납품해서 나오는 매출만 한 달에 700억 원일세.

"그럼 1년이면 8,400억 원이군요. 혹시 납품가 단위가 얼마가 됩니까?"

-버섯 1g당 1원이라고 하네.

"……작물 하나 팔아서 버는 돈이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이익률을 30%로 잡아도 소득이 2,500억 원이 넘어. 2,500억에 법인세를 때리면 그게 얼마인지 아나?

실제 이익률은 30%가 아니라 매출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다.

엘릭서 비료를 쓰다 보니 키우는데 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호진은 그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 개정안으로 법인소득세를 내는 것은 수영농장 딱 하나뿐이야. 의도가 너무나 명백하지.

"그런데 여의도에서는 의원님한테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지 않았습니까? 이 법이 정말 통과가 될까요?"

-통과가 되든 안 되든, 일단 실행에 착수했다는 게 의원님에게는 위협적이지. 여의도 역시 이 법안의 부결을 조건으로 의원님을 자기 당에 끌어들이는 시도를 할 수 있을테니, 그리 나쁠 것도 없고, 생색은 낼 수 있잖은가.

"이 정도면 정말 재벌 기업이 뒤에서 움직인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게 끝이 아닐세. 버섯을 아예 식용작물에서 제외한다는 수단을 쓸 수도 있어.

"그럼 어떻게 됩니까?"

-식용작물 외 작물은 소득 50억까지만 면제일세. 그 초과분에 대한 세금은 내야 해.

"아! 국회 입장에서는 그 방법이 훨씬 간단하고 부담이 적겠네요."

-그렇지. 소득세 상한을 정할 것도 없이 그냥 버섯을 식용 외 작물로 분류해 버리면 그만이니까. 50억까지만 면제고 초과분 법인세는 얄짤없이 내야 해.

"의원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간에 큰 차이는 없겠어요. 정말 개정안에 그런 부분도 논의되고 있는 겁니까?"

-당장 개정안 내용에는 없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 언제 삽입돼도 이상하지 않아.

"버섯까지 콕 집어 물고 늘어진 거라면, 의원님을 표적으로 했다는 걸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하나가 아니고 둘, 셋이 하수영을 가리키고 있다.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는 정황이다.

-아무래도 서해그룹이 국회를 움직인 거 같아.

"역시 서해그룹입니까……."

조성만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가라 앉았다.

부디 서해그룹만큼은 아니기를 바랬는데, 박호진 변호사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다니.

-자세한 건 더 이상 말해줄 수 없지만,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렇다네.

"저, 혹시 이번에 법원장님께도 회유가 들어온 것은 없었습니까?"

-내가 판사 시절부터 재벌 돈 사양해 온 건 그 친구들도 잘 알고 있어. 이제는 그런 시도조차 안 한다네. 판사까지 지내고 개인 변호사하는 거 보면 알잖은가.

"아, 그렇군요."

-내가 깨끗하다 그런 건 아니고 재벌 돈 받으면 두고두고 일생이 꿰이는 거라서 말이지. 아무튼 자네도 '우리 고객님' 잘 챙겨드리게.

"네, 법원장님."

전화를 끊고 조성만은 새삼 상념에 잠겼다.

서해그룹 장학생.

많은 법조인들이 꿈꾸는 신분이다.

서해그룹의 눈에 들면 평생 돈 걱정 없이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으니까.

조성만도 막연히 1, 2년차 시절에 서해장학생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멋쩍기도 하다.

'의원님 덕분에 유혹을 떨칠 수 있었다.'

조성만이라도 돈 욕심이 없지는 않았다.

재벌들 눈에 들어 그들을 스폰서로 잡고 권력과 돈의 개가 되어 누리는 풍족한 삶에 대한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한강이 보이는 청담동 복층펜트하우스에서 매일 아침 눈을 뜨게 되니, 그런 유혹은 이제 없어졌다.

대신 다른 유혹이 생겼다.

하수영에게 인정받는 훌륭한 검사가 되고 싶은 유혹이다.

그래서 하수영의 행적을 조용히 알아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단시간 내에 천문학적인 자산을 일군 것도 놀라운데, 모든 자금 집행과정이 투명했던 것이다. 단 1원의 세금도 탈루하지 않았고, 흔한 절세편법도 동원하지 않았다.

"이래서 사람은 좋은 환경에서 먹고 자고 눈뜨고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나 보군."

서해그룹을 떠올리자 두려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월셋값은 해야지.'

이참에 검사 조성만이 어떤 인간인지도 똑똑히 보여주고,

***

박호진은 조성만과 함께 하수영을 조용히 찾았다.

"아, 어서 오세요. 웬일로 두 분이 함께 오셨나요."

의원사무실에서 하수영은 둘을 반갑게 맞이했다.

박호진과 조성만은 주변에서 감시자처럼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청담동 노인들을 흘끔흘끔 살폈다.

"어르신들 입 무거우시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래그래, 우리는 조용히 듣기만 할게."

"아, 우리가 도울 만한 일이 있을지 혹시 알아?"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알겠습니다. 의원님,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농업 소득 조세특례 개정안을 아십니까?"

"그래요? 몰랐어요."

뭔가 과장스러운 표정을 보니, 왠지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박호진은 조금 떨떠름했지만 아무튼 설명을 계속했다.

"법이 개정되면 우리나라 농업인 중 의원님 혼자만 천문학적인 법인세를 내셔야 합니다."

"음, 개정안 내용이 어떻죠?"

면제되는 소득금액의 상한선 설정.

버섯을 식용작물에서 제외한다는 조항.

둘 중 어느 한 가지만 적용되어도 하수영은 막대한 법인세를 내야 한다.

"법인세로 끝이 아닙니다. 부동산투자비용으로……."

"수집비용이죠."

"네, 수집비용으로 사용하시려면 개인 배당을 한 후 '부동산법인 하수영'에 출자하는 식으로 운용해야 하는데, 배당 과정에서 또 배당세를 내야 합니다."

"음…… 확실히 제게 좋은 일은 아니군요."

"혹시 서해그룹과 안 좋은 일이 있었습니까?"

"수영농장산 작물 해외 수출을 자기들한테 맡겨달라고 했는데 거절했었습니다."

"역시, 트리거가 있었군요. 태양심과 라면사업으로 얽힌 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싶었는데 말입니다."

박호진은 그제야 납득이 간다는 듯이 끄덕거렸다.

이것은 서해그룹이 보이는 위협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개정안 통과를 바라는 게 아니다. 국회의 움직임에 겁먹은 하수영이 손을 내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럼 못 이기는 척 거드름을 피우면서 그 손을 잡겠지.

조성만도 질세라 끼어 들어서 말했다.

"농기계 부가세로 국세청이 나선 것도 서해그룹이 뒤에서 조종한 것이었습니다."

"역시 그랬군요."

"네, 부가세로 넘어뜨리는 게 무산되자 이번에는 국회까지 움직인 겁니다."

"문제는 개정안이 공론화되면 너무 늦습니다. 국민들은 재벌급 농장에까지 조세특례를 주는 것은 과하다는 쪽으로 여론을 형성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들도 이제 돌이킬 수가 없다, 뭐 그런 거군요."

"네, 맞습니다."

"좋아요, 대처 방안이 있을까요?"

"가장 간단한 것은 서해그룹과 타협하는 것이지만……."

박호진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라고 이런 백기투항책을 선호할 리가 없었다.

"그 방법뿐인가요?"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방법입니다. 서해그룹은 우리나라에서 언론과, 정치권, 사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막말로 의원님이 전문학적인 돈을 풀어서 수습을 하려 해도, 돈만 날릴 뿐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됩니다."

수십 년 동안 서해그룹이 이 나라 기득권에 내린 뿌리는 무척 거대하고 깊다.

법안 상정을 가지고 하수영이 싸워 봤자 승산은 0%다.

"일단 부분적 수출부터 차근차근 논의하시지요. 호의를 보인다면 서해그룹도 일단 공세를 늦 겁니다."

한동안 말이 없던 하수영은 팔짱을 낀 채 한숨을 토했다.

"하…… 농사나 짓고 살면 재벌기업들이 알짱거리지 않을 테니 귀찮아질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 데, 제 판단 미스였나 보네요."

"농사나 짓는다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졌습니다. 이미 의원님은 농부 재벌이시니까요."

"식품 시장은 그래도 중견기업들이 투닥거리며 노는 곳이라 재벌들은 안 끼어들 줄 알았는데, 에휴."

박호진은 하수영의 마음을 이해했다.(전혀 이해 못 하고 있다) 애초에 체급 자체가 안 된다.

사업으로 부딪치면 하수영이 불리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는 확고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으니까.

그러나 국회라는 게임 무대에서 하수영은 아직 계정도 만들지 않은 뉴비인 셈이다. 그에 비해 저쪽은 고이다 못해 썩은물 그 자체.

"제가 저한테 칼 들이댄 사람하고는 절대 겸상 안 한다는 철칙이 있어서요."

"의원님,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그리고 또 개정되면 어떻습니까? 돈 많이 벌었으니 그만큼 세금 낸다는 게 당연한 거죠. 버섯 하나로 조단위 매출을 올리면서 법인세 한 푼도 안 내는 게 오히려 부당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수영은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어도 크게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조성만은 저도 모르게 감동했지만, 필사적으로 티 내지 않으려 애썼다.

노인들 사이에서 참았던 분통이 터져 나왔다.

"거! 서해그룹 안 되겠구먼."

"감히 우리 청담동의 마스코트를 건드려?"

"잠깐 기다려 봐. 내가 지금 전화 좀 할게."

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낸 노인은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쩌렁쩌렁 고함을 질렀다.

"이봐! 해숙이! 너 다음 선거에서 물 먹고 싶어? 5선 했더니 이제 눈에 뵈는 게 없는 거야? 뭐?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놈좀 봐라."

해숙이? 정치인 이름인가? 5선 어쩌고 하는 걸 보면?

조성만은 재빨리 검색을 해보았지만 그런 이름을 가진 국회의원은 없었다.

'뭐지?'

한참 동안 떠들어대던 노인은 전화를 끊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 의원, 걱정 말게. 내가 조카놈잘 설득해서 없던 일로 만들었어. 아니, 농가진흥 한답시고 2030년까지 유지되는 조세특례 만들었으면, 적어도 그 기한은 지켜줘야 할 거 아닌가!"

"맞네그려. 아직 조세특례 기한이 아직 10년이나 남았는데 갑자기 중간에 내용을 싹 바꿔 버리는 게 어디 있나. 이런 게 바로 선량한 납세자들 뒤통수치는 거지."

"저, 어르신. 해숙이라는 분이 누구이신지……."

"아, 여당 대표, 내 조카야."

"……그분 성함은 해숙이가 아닌 것으로.."

"친척끼리 부르는 아명일세."

"최씨가 이렇게 또 밥값을 하는구먼. 맨날 가장 비싼 밥만 혼자 실컷 먹더니 말이야."

박호진과 조성만은 며칠간 열심히 머리 쥐어뜯으며 고생한 게 괜히 억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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