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63화 (363/1,270)

프랜차이즈 갓 363화

87장 애들 싸움 어른 싸움(4)

"여기서 가장 싼 놈이 바로 저놈들 이에요. 부품값으로 3억 정도 들었나? 초기 전자노예라서 가장 저렴했죠."

하수영은 뿌듯한 얼굴로 가슴을 편채 설명했다.

"가장 비싼 친구는 바로 저놈입니다. 부품값만 80억 정도 들었습니다. 공임비까지 포함했으면 100억이 훨씬 넘었겠지만, 돈 아끼려고 제가 직접 조립했어요. 그때는 제가 돈이 너무 없었거든요. 하우스푸어였죠. 어휴."

"……."

검찰청 직원이고 국세청 직원이고 다들 할 말을 잃은 채, 넋을 잃고 하수영의 설명을 듣기만 했다.

로봇 한 대가 수억에서 수십억도 나간다고 한다.

이 많은 로봇들을 다 합치면 6,200억 원이라는 게 허언은 아닌 듯이 보인다.

"모두 전기 배터리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태양 패널에서 직접 생산한 전기를 주로 쓰고 있어서 한전에서 구매하는 전력 비율은 30%가 안됩니다."

"저어, 하수영 선생님. 아니, 의원님. 그러니까 이 많은 로봇들이 전부다……."

"네, 농사짓는 기계들입니다. 여기 테라리움은 모두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돌아가거든요."

"……."

"그리고 그걸 제어하는 슈퍼컴퓨터는 아쉽게도 여기 없고, 청담동 제 집에 가면 있습니다. 이따가 가서 보여드릴게요."

"그…… 3,000억짜리 친구라는 게 그럼……?"

"네, 제가 커스터마이징한 개인용 슈퍼컴퓨터입니다. 하하, 지금 시대는 500페타플롭스짜리도 슈퍼컴퓨터라고 불러주네요. 0.0001 뉴런도 안 되는 것들이 말이죠."

"뉴, 뉴런이요?"

"인공지능 컴퓨팅 파워 단위예요. 1뉴런부터 자율순항이 가능한 '함선'으로 쳐주거든요."

대우주 워프순항이 가능한 함선을 뜻한다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아니, 그전에 제대로 설명을 이해 하지도 못했다. 너무 허황된 상황에 내던져진 나머지 머리가 멍멍하기만 했다.

-마스터, 전에 설명하신 바에 따르면 999요타플롭스가 1뉴런보다 훨씬 작은 단위였습니다. 제가 0.0001뉴런만큼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꿈같을까요.

"그래? 이거 내가 실수했네."

-마스터는 작은 숫자에 가끔 약한 모습을 보이십니다.

"우주 단위에서 살다가 행성 미만 단위에서 살려면 적응이 쉽지가 않아. 너나 나나 뭐 비슷한 신세지."

대충 프리덤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거 같은데, 무슨 소리인지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국세청 직원들은 얼떨떨한 감정을 누르고 로봇들을 살펴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모형이 아닌, 실제로 작동하는 로봇들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로봇들의 가격이 상당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까 보니까 이와 같은 건물이 몇 개 더 있던데…… 그것들도 전부 무인 농장입니까?"

"네, 거기에도 로봇들이 열심히 농사짓는 중입니다. 그 로봇들까지 다 합쳐서 6,200억 원이에요."

"……그저 말이 안 나오는군요."

"농사짓는 모습을 한 번 보시겠어요? 자, 다들 일 시작해라."

프리덤의 통제를 받은 로봇들은 일제히 흩어져서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로봇 개별 인공지능을 통해 협력 프로그램으로 농사를 짓게 했지만, 지금은 프리덤의 일괄제어로 변경된 지 오래였다.

더 이상 고추 잘 따는 로봇을 어디에서 안 파나,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카메라와 로봇팔 등, 성능 좋은 부품만 달아주면 프리덤이 알아서 통제하니까.

작은 로봇들이 3개의 다리로 돌아다니면서 5개의 팔로 고추를 딴다.

무인 드론이 커다란 바구니를 매달고 날아다니며 딴 고추를 그 안에 모은다.

바구니가 가득 차면 돌아가서 비운 후, 다시 빈 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며 동료가 딴 고추를 수집한다.

다른 쪽에서는 큰 로봇들이 열을 맞춰 함께 전진하며 밀을 수확하고 있다.

밀을 뿌리째 뽑아 탈탈 털어 씨앗만 모은 후, 밀 줄기는 뒤로 획 버려 버린다.

바로 뒤에 있는 로봇들이 밀 줄기를 받아 뱃속에 넣고 가루로 만들고, 그 뒤에 있는 3열 로봇들이 밀줄기 가루가 채워질 때마다 옮겨서 운반한다.

그렇게 수확이 끝난 자리에 4열로봇들이 전진하며 땅을 새로 갈고, 거기에 밀 씨앗을 다시금 파종한다.

일사불란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쉼 없이 돌아가는 광경.

미래 사회의 농경 모습이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하수영은 충격으로 또 한 번 얼이 빠진 그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보다시피 완전 무인화 방식을 적용했기에, 일반 농가보다 단위 면적 당 소출량 20배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딱 20배가 아니고 그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높지만, 하수영은 일부러 한참 줄여 설명했다.

100제곱미터당 1회 소출량은 같은 농장에 비해서 50배 가까이 된다.

하지만 희석한 엘릭서를 비료로 사용하기에 성장 속도가 거의 순식간이다.

밀 같은 경우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3모작 이상도 할 수 있다.

그럼 단위면적당 소출량이 다른 농가에 비해 거의 55,000배 가까이 된다. 심지어 여기서 더 늘릴 수도 있다.

'꼭 미국처럼 땅이 넓어야만 소출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

"자, 수영농장 무인화 시스템은 잘감상하셨나요?"

"……."

"이제 탈세 혐의는 없던 것으로 해주시겠죠?"

조성만 검사가 씩씩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탈세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실제 농사 현장을 우리가 이렇게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무혐의로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제출한 증빙 내역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니, 더 이상 이 문제로 의원님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없을 겁니다."

처음 하수영의 민원을 받았던 국세청 직원 박중식은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의원님, 설마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짓는 분이라고는 상상을 전혀 못 했습니다. 아니, 이런 농사 방법이 현대 기술로 가능하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가능은 합니다. 단지 비용의 문제지요."

"……네, 그렇군요. 농기계 구매에만 9,200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면 어느 세월에 그 투자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지……."

"본전은 이미 한참 전에 뽑고 남았죠."

프라임컴퍼니, 수영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데, 심지어 현금이 남아돌아서 수영치킨으로 치킨 시장을 접수할 때도 공격적인 투자를 했었다.

"자, 그럼 이놈들을 제어하는 슈퍼컴퓨터를 한 번 보러 가실까요?"

"아뇨,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보지 않아도 의원님이 아무런 탈세 혐의가 없다는 게 명백합니다."

"어허, 기껏 오셨는데 전부 다 보고 가셔야지요. 안 보시면 안 됩니다. 나중에 또 슈퍼컴퓨터 못 봐서 확인해야 한다고 공문 날리실 거잖아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못 믿어요. 그러니 이왕 다 모인 김에 한 번에 전부 확인하고 가자구요."

다들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지.

고생해서 세팅한 조립컴퓨터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 주느냐고, 그렇게 그들은 하수영을 따라 청담동 1,450억짜리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을 처음 본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저택 중심에 있는 3,000억 원짜리 슈퍼컴퓨터, 프리덤의 본체를 본 이들은 혀를 내둘렀다.

아마 꿈에도 모를 것이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프리덤의 본체가 바로 눈앞에 있는 거대한 슈퍼컴퓨터 안에 있다는 것을.

"여기 이건 기본 본체고요. 모자라는 컴퓨팅 파워는 외부 채굴장에서 끌어와서 써요."

"채굴장이요?"

"가상화폐 채굴장 같은 거죠."

"아! 압니다! 그 무슨 작은 컴퓨터를 수도 없이 공장 안에 빡빡하게 설치한 작업장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건 제 것이 아니라서 함부로 보여드리기도 그렇네요. 외부 발설도 금지되어 있고요."

"괜찮습니다. 이 정도까지 보여주신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과잉 소명하셨습니다."

가상화폐 채굴장.

한때 한차례 광풍을 휩쓸었던, 수 없이 많은 그래픽카드가 밤낮으로 쉬지 않고 갈려 나가는 장소.

다들 비슷한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하수영이 말한 게 실비아컴퍼니 신형 데이터센터라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사람으로 치면 여기 있는 슈퍼컴퓨터는 프리덤의 자아를 유지하기 위한 인격.

그리고 프리덤은 수천만 명을 대상으로 개인비서 서비스 수행을 위해, 신축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자원을 사용한다.

그중 일부를 농장 운영에 사용하기도 한다.

-저도 가끔은 쉬고 싶을 때가 있는, 차가운 도시 AI이기 때문입니다…….

***

슈퍼컴퓨터까지 둘러보고 난 후, 실사단은 이제 철수할 준비를 했다.

하수영은 조성만 검사를 따로 불러내 조용히 말했다.

"이번 국세청 고발, 뭔가 냄새가 납니다."

"냄새요?"

조성만은 의아했다.

그는 뭔가 오해가 있어서 국세청이 고발을 한 거라고 여겼다.

보통 사람이라면 9,200억 원어치 농기계 부품구매가 말이 안 된다고 여긴다.

설령 농기계용이 맞다고 해도, 혼자 쓸 게 아니라 유통 목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국세청의 오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냄새가 난다고 하니 의아했다.

"관할 세무서나 지방국세청도 아니고, 국세청 본부에서 다이렉트로 통지가 왔어요. 얼마 안 되는 체납 가지고 이러는 건 말이 안 되죠."

"……아."

그제야 조성만은 얼굴을 굳히며 납득했다.

"누군가가 처음부터 의원님을 표적으로 털 만한 게 없나 찾아보다가 나온 거군요."

"적어도 자동 탈세 감시프로그램이나, 지방세무서 직원들이 발견한 건 아닌 거 같아요."

"만약 그렇다면 이번 한 건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 짚이는 구석이 있으십니까?"

"워낙 많아서 저도 그중에 콕 집기는 난감하네요."

"……의원님 사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시기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을 겁니다."

조성만은 바짝 긴장했지만, 하수영의 의도는 달랐다.

'벌써부터 다 말해주면 재미가 없잖아. 서해그룹이란 이름에 쫄기만 할걸.'

"첫 견제가 너무 형편없이 무산됐으니 곧 후속타 공격이 들어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유심히 지켜보면서 따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하수영을 노릴 정도면 보통 상대는 아닐 거라고 생각되었다.

거물 중진 정치인? 아니면 재벌?

서해그룹의 이름이 퍼뜩 머리를 스졌지만, 조성만은 가슴을 가라앉혔다.

'부디 서해그룹만 아니면 좋겠는데.'

식품 시장을 놓고 프라임컴퍼니가 서해식품그룹과 몇 번 충돌한 것을 기억한다.

부디 그것 때문에 서해그룹 본가에서 나선 것만큼은 아니기를 기도했다.

***

조성만은 박호진 변호사를 만났다.

"조 검사, 나도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어. 아무래도 재계에서 나선 거 같아."

"재계라면……."

"서해식품그룹이 서해그룹으로 편입되었다지? 서해그룹 입장에서는 수영농장과 프라임컴퍼니가 눈엣가시일 거야."

"확실한 겁니까?"

"정황은 그래. 국세청이 그런 영향력을 은밀히 행사할 만한 주체 중에서, 의원님을 건드릴 동기를 가진 곳은 일단 서해그룹이 유력해."

"그래도 좀 더 확실히 파헤쳐봐야겠습니다. 일단 적이 누구인지부터 판별해야 하니까요."

국세청 직원 박중식과 은밀히 이야기할까 생각했지만, 바보짓이다.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셈이니.

조성만은 국세청 인맥 네트워크 구조를 짚어나가면서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조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호진한테서 전화가 왔다.

-조 검사, 국회가 움직이고 있어. 농업회사에 대한 조세특례를 개정하려고 해. 아무래도 의원님을 표적으로 한 거 같아.

"그 개정 작업이 꼭 의원님을 표적으로 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겁니까?"

불신하는 게 아니라 확실한 것을 원하는 것이다.

-일단 개정안 내용 중에 식량작물재배 소득에 대해서 법인세를 물리는 내용이 있어. 지금은 소득이 얼마든 간에 100% 면제인데, 상한선을 두려고 해.

"그 상한선 밖에 의원님이 해당되는 거군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원님은 식량작물재배로, 유일하게 소득세를 내는 농부가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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