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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55화 (355/1,270)

프랜차이즈 갓 355화

86장 가로채기(1)

국병호 장관은 일순간 당황했다.

하수영의 표정이 워낙에 밝은 터라, 일이 잘 풀릴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나온 부탁은 전혀 뜻밖의 내용이었다.

서해식품이 처분하려는 청담동 사옥에 관해서 다리를 놔달라니.

"서해식품의 청담동 사옥 매입을 원하시는데 사이가 껄끄럽지 못해서 곤란하다, 그래서 다리를 놔달라, 이게 제가 제대로 이해한 내용이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아주 명쾌하시군요."

"굳이 국방부에 중재를 요청하시는 이유가……."

"서해식품그룹이 우리 프라임컴퍼니 때문에 라면 시장에서 퇴출되고 식품 매출 규모도 쪼그라들었잖아요? 황금과자집 세 가지 덕분에 스낵 시장에서도 좀 타격을 먹었고요.

뭐, 스낵은 원래 다른 회사를 저격한 아이템이긴 하지만요."

"……."

라면 시장 이야기는 들었지만, 스낵 시장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

"아무튼 그래서 서해식품하고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서해식품이 청담동 사옥을 당장 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청담동 사옥매각 상대를 은밀히 알아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사옥 매각이라……."

"아마 자금 상황이 나빠져서 비싼 사옥을 팔아서 현금화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설마 이렇게 쉽게 사옥을 내놓으려고 할 줄은 몰랐어요. 저는 청담동 사옥만큼은 서해식품이 마지막까지 쥐고 있으려고 할 줄 알았거든요."

"음……."

"국방부에서 다리 한 번만 놔주시죠. 서해식품 실무진에서 저희 측 연락은 일부러 회피하고 있어서 답답합니다."

국병호 장관이 아는 것만 해도 라면 시장 퇴출, 그리고 황비버섯 군납 무산이다.

둘 다 프라임컴퍼니의 잘못은 전혀 없지만, 서해식품 입장에서는 치가 떨리도록 꺼려질 것이다.

'난감하군.'

잘못하다가는 불똥이 자신에게 될 수도 있는 일.

서해식품그룹이 비록 방계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국내 1위 서해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곳이다.

그런 기업의 눈 밖에 나는 것은 아무래도 꺼려진다.

하지만…….

'하수영 의원한테 시작부터 실망을 안겨 주는 것은 안 될 일이지.'

굳이 하나를 택하자면 하수영이다.

게다가 자리만 주선하는 건데, 서해식품이 그렇게까지 자신에게 핏발을 세울 일도 아니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서해식품이 정 안 된다고 하면 식자재 군납 카드 한 번 꺼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서해식품이 군납으로 벌어들이는 매출도 쏠쏠하다면서요?"

국병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서해식품은 식자재, 가공 전투식량, 간식 등을 공급하며 국군 먹거리 사업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도 하수영이 그래서 국방부 장관인 자신에게 자리 주선을 부탁한 것이리라.

***

국병호 장관은 서해식품그룹 대관담당자를 통해 만나자는 연락을 넣었다.

통상적인 안부를 주고받은 뒤 하수영이 전한 용건을 꺼내자 담당자의 안색이 바로 굳어졌다.

"장관님…… 우리 서해식품이 프라임컴퍼니 때문에 얼마나 큰 손해를 봤는지는 장관님이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내가 그걸 왜 모르겠나. 나도 서해식품을 생각해서 이렇게 굳이 자리를 만들려고 하는 거야."

"서인모 사장님과 이정훈 사장님께서 언짢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동안 장관님을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오시느냐고 말입니다."

서해식품 사장, 태양심(서해식품자회사) 사장의 이름이 각각 언급되자 국병호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색을 관리하며 말을 이었다.

"나도 서해식품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고 했네. 그 말의 의미 먼저 물어보지 그랬나?"

"예?"

"천억을 프리미엄으로 준다더군. 매수인이 얼마를 부르든 간에 무조건 그 가격에 천억을 얹어서 사겠다는 거야."

그 말에 대관 담당자의 표정이 싹변했다.

"어차피 처분하는 빌딩, 앉은 자리에서 천억 원을 거저 쥐게 되는 거야. 이게 서해식품에 나쁜 일인가?"

"제가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자리를 주선한다고 내가 100원 한 장이라도 생기는 게 아닐세. 난 순수하게 양측이 잘됐으면 하는 입장에서 나선 거야. 이건 확실하게 말해두지."

"네, 알겠습니다. 제가 장관님의 진심이 곡해되지 않도록 잘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나 거래가 이뤄지는 일은 없었다.

프리미엄 천억을 놓고 회사 내에서 격론이 펼쳐졌지만, 방계 오너 일가인 이정훈 태양심 사장이 펄쩍 뛰며 반대했다.

"그놈들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손해 본 게 얼마인데 사옥을 그놈에게 판다니요! 이건 우리 서해그룹의 자존심에 두 번 먹칠을 하는 겁니다!"

"이정훈 사장, 하지만 천억이 거저 생기는 일이야. 그룹 경영 악화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사옥까지 정리하는 판인데, 천억을 마다해서는 안되지."

"절대 그놈에게만큼은 못 팝니다. 안 팝니다."

태양심이 아무리 알짜배기라고는 해도, 엄밀히 말해서 서해식품의 자회사다.

하지만 이정훈은 장차 서해식품그룹의 회장이 될 인물.

전문경영인인 서인모 사장은 이정훈의 고집을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이정훈 사장님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하수영 의원과 굳이 적을 질 필요는 없습니다."

"국방부에는 잘 포장해서 말을 전해."

"네, 사장님."

***

그리하여 국병호, 장관은 서해식품대관 담당자로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받았다.

"죄송합니다. 이미 매수인 측과 계약을 마친 상태라서 그것을 뒤집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미 계약을 했다는데 어쩌겠는가.

국병호는 하수영에게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고, 처음으로 세상이 무너진 듯한 그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벌써 팔았다고요?"

"그렇습니다. 이미 매매계약서에 도장까지 다 찍은 상태라고 합니다."

"계약금 2배 배상을 하면 물릴 수 있잖아요. 그 돈도 제가 준다고 다시 말씀해주시면 안 되나요?"

"제가 혹시나 해서 그것도 미리 확인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거 같습니다. 매수인 측이 그 빌딩이 꼭 필요했고, 또 서해식품그룹의 오랜 비즈니스 상대라서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관계를 악화시킬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럼 3자 대면이라도 시켜주세요. 아니, 그 매수인이 누구인지만이라도 알려주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국병호는 자리를 비켜서 대관 담당자와 통화를 한 후, 어려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왔다.

"그건 알려줄 수 없다고 하네요. 소유권 이전 등기 전까지는 비밀로 하는 게 거래 조건이라고 합니다. 저도 누구인지 못 들었습니다."

"……아."

하수영은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관은 내심 조마조마했다. 혹시 하수영이 실망감 때문에 참관을 안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렇다고 한껏 좌절한 그의 앞에서 참관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 장관님, 아무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했고요."

"결과가 잘 풀리지 않아서 제가 다 죄송할 뿐입니다."

"FX사업 심사 참관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알려주세요. 거기 VIP석에서 병풍 노릇 확실히 하면 되는 거죠?"

"……부관을 통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수영은 비틀거리며 돌아섰고, 국병호는 그가 받은 심적 충격이 적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F-35A 5호기와 6호기가 추가로 들어왔다.

대당 천억 원이 넘는 초고가 전투 기가 들어오는 만큼, 국방부에서는 도입 행사에 신경을 썼다.

텍사스 공장에서 출고식을 가진 2기의 전투기는 곧장 대한민국 공군에 인도되었다.

하수영은 국내 F-35A 공군부대가 전투기를 인도받는 행사 자리에 VIP로 초청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하수영은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오준형 참모총장님 아니세요? 반갑습니다."

하수영을 맞닥뜨린 오준형 참모총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표정 관리에 아무리 힘을 써도 감정의 조각이 흘러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저번에 훈련소에서는 총장님의 배려로 양석현 소령님께 정말 큰 신세를 졌습니다. 두 분 덕분에 문제없이 훈련을 마칠 수 있어서, 대한민국 국방부에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 그러시군요."

오준형 참모총장은은 하수영 앞에서 시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몰랐다.

-작대기가 없는 걸 봐선 훈련병인가?

-훈련병 하수영!

-가만있자, 지금 병특법 훈련 중 아니었나?

-맞습니다. 3주 군사훈련 대상자 521명이 연대에서 훈련 중입니다.

-훈련병, 언제부터 여기서 대기하고 있었지?

-시간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제부터 훈련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3주 특별훈련 대상자면 뭔가 특기사항이 있을 텐데, 자네는 뭘 잘 하나? 어떤 사유로 3주 훈련 대상자가 된 건가?

-가족이 전혀 없는 고아입니다! 그래서 3주 병특 훈련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해진다.

만약 합참의장이 자세한 대화를 알게 되면 자신은 엄청난 갈굼을 당할 것이다.

지금도 합참의장은 자신의 딸이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주 신정에서 탈리한 것에 안타까워하고 있으니까.

발에 차이는 개미처럼 바라보던 훈련병이, 지금은 눈도 마주치기 힘든 인물이 되어 나타났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때에도 이미 '일개 육군참모총장' 인 자신과는 신분이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

"그런데 이거는 공군 사업 아니었나요?"

육군인 네가 왜 여기 있느냐는 의도가 담긴 질문에, 오준형 참모총장은 재빨리 대답했다.

"하수영 의원님이 일단은 예비역으로서 육군 소속이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공군 사업이지만 저도 함께하게 된 겁니다. 예비군 훈련에 관해서 설명을 해드려야 할 것도 있고요."

"아, 그렇군요. 장관님이 배려해 주셨나 보네요."

국병호 장관이 얼른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참모총장 이 친구가 전에 훈련소에서 하수영 의원님을 감히 알아보지 못해 늘 마음이 무거웠다고 합니다. 한 번 인사드리고 싶었다고 했으니 그 마음을 좋게 봐주시지요."

"저야 예비군 훈련만 잘 봐주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죠. 안 그래도 저번 3주 훈련 때 국방부 견학으로 대부분 보내서 정말 편했는걸요."

"훈련 때문에 불편하실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오준형 대장은 군기가 바짝 들어서 대답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갑이다. 심지어 하수영은 여의도에서 강력한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받는 젊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지금도 오준형 대장은 과거로 돌아가서 하수영한테 '육군 참모총장' 처럼 굴었던 자신의 뺨을 날려 버리고 싶었다.

마침내 인도받은 2기의 F-35기가 활주로로 나왔다.

이제 국방부 관계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첫 비행을 선보일 것이다.

하수영은 VIP관람석에서 국방부 장관의 옆에 앉은 채, 활주로로 나서는 F-35기를 지켜보았다.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저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항공기'인가요?"

"내년에 공중급유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럴 겁니다."

원래 올해 들어올 예정이었다가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그때 누군가의 과장스러운 감탄 소리가, 마치 하수영 보고 들으라는듯이 호들갑을 떨었다.

"군용 항공기로 한정하면 그렇겠죠. 하지만 민간 항공기까지 포함하면 어림도 없습니다. 여객기는 물론이고, 당장 닥터헬기보다도 싼 전투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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