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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52화 (352/1,270)

프랜차이즈 갓 352화

85 장 국방부의 러브콜(3)

강릉 분원으로 귀환할 때는 느긋하게 순항했다.

이륙, 가속, 순항, 감속, 착륙의 과정을 거쳐 약 30분 안팎의 시간이 걸렸다.

"귀환은 일부러 천천히 하는군요."

"연료를 아껴야지요. 매번 빠르게만 날면 연비가 안 좋습니다. 안 그래도 하늘에 기름 뿌려대는 골칫덩어리인데 말입니다."

황태수 교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소소한 거라도 아껴 써야, 통큰 병원 이사장 앞에서 면이 서지 않겠는가.

"그렇게 골칫덩어리면 저희 육군에 버리셔도 되는데."

"버, 버리다니요. 그럴 리가요."

"혹시 나중에 중고로 파실 거면 한번 연락 주십시오."

그러면서 윤대철 소장은 자기 연락처를 건넸다.

황태수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면서, 이 2성 장군이 진심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혹시 우리 육군 최강의 공격헬기 가격이 대당 350억 원이라는 걸 아십니까?"

"아, 그거밖에 안 합니…… 아니아니, 몰랐습니다."

하마터면 '그거밖에 안 합니까?'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뻔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대충 뒤에 이어질 말을 상상한 소장과 대령의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황태수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네, 그거밖에 안 합니다. 참고로 우리 군이 AH-X 사업에 쏟은 돈이 1조 8,400억 원입니다. 그걸로 아파치 공격 헬기 36대를 들여왔죠."

"그랬군요. 말씀만 들어도 든든합니다."

"그런데 청담수영병원에서 닥터헬기 도입 사업에 쓴 돈이 1조 4,000억 원이라고요."

돈은 AH-X사업이 조금 더 썼다.

하지만 그쪽은 헬기 36기, 이쪽은 헬기 10기.

"교수님, 괜찮으시면 오늘 저희 부대에 한 번 초청을 드려도 될는지요?"

"아닙니다. 저는 분원을 지켜야 합니다."

"아쉽군요. 나중에 시간 나실 때 꼭 한 번 병원에 들러 주십시오."

왠지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싸구려' 아파치 헬기들과 다른 수송 헬기들을 보여주면서 뭔가 한탄을 늘어놓으려는 거겠지.

퀸 스텔리온이라는, 헬기 여왕을 면접했으니 이 2성 장군의 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자리 잡은 모양이다.

'그런 건 재단에 말을 해야지, 왜 일개 교수인 나한테…….'

***

퀸 스텔리온은 돈값을 했다.

4개 지방분원에 각 2기씩 총 8기가 도입된 기종들은 부지런히 담당구역을 돌아다니면서 중증응급환자들을 실어 날랐다.

간혹 중증환자가 아닌데도 일부러 부풀려 신고를 하는 환자도 있었다.

"나 서울에 치료받으러 가야 혀. 이 헬기 타면 2, 30분이면 뚝딱 간담서? 좀 태워주시구려."

"어르신, 이런 허위신고로 저희를 부르시면 안 됩니다. 아주 위급한 환자들을 위해서 도입한 헬기예요. 서울편 KTX가 아니라고요."

"아, 너무 그러지 말고 좀 태워달라니까."

분원 의료진은 억지를 쓰며 보채는 환자와 그 가족 때문에 쩔쩔맸다.

철수를 하려고 해도 옷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은 것이다.

"어르신, 이러시면 곤란해요."

"안 돼! 못 가! 나 서울 병원 태워주고 가! 이왕 출동한 거 태워주면 좋잖아!"

바로 그때였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군복을 입은 주한미군 한국계 파일럿 장교가 다가와서 위압감을 뿜어냈다.

서울 태워달라며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던 환자는 대번에 엉거주춤했다.

"바쁜 사람들 발목 잡지 말고 비켜 나세요. 헬기 곧 떠야 합니다."

"미, 미안하오.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다음부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이런 이기적인 허위신고가 양치기 소년을 만드는 겁니다."

건장한 파일럿 장교 둘이서 은근히 위협을 가하니, 진상 환자들은 대번에 꼬리를 말고 물러났다.

분원으로 귀환하면서, 의료진들은 감탄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우, 그냥 헬기 조종만 해주시는 줄 알았는데 가드까지 해주시네. 마음이 아주 그냥 든든하다."

"우리 퀸을 서울 택시로 쓰려고 허위 신고하는 환자들 이야기는 여러번 들었는데, 그게 우리 분원에까지도 생길 줄은 몰랐네."

"구급차를 개인택시처럼 쓰는 환자들이 어디 한둘이냐. 유구한 전통이다, 전통."

그리고 며칠 후, 진상을 부렸던 환자가 가족들을 데리고 분원까지 찾아왔다.

의료진을 찾은 환자와 가족들은 대성통곡을 하며 빌었다.

"아이고, 선생님들. 그땐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실수를 했소. 제발 용서 좀 해주시구려."

"어, 어르신. 왜 이러세요?"

"우리 돈 없어요, 돈 없어! 그 돈못 내! 내고 싶어도 낼 돈이 없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시구려!"

영문도 모른 채 돈 없으니 용서해 달라는 애걸복걸에 분원은 또 한바탕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소란을 듣고 미군 파일럿들이 운동을 하다 말고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아니, 이보세요. 분원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면 안 됩니다."

"나 용서해 주기 전에는 못 나가! 못 나간다고!"

"그럼 끌어냅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미군 파일럿들은 번개처럼 달려들어서 환자와 가족들을 제압한 뒤, 분원 밖으로 순식간에 끌어냈다.

"아이고, 이놈들이 우리 죽인다!"

환자는 울부짖으면서 다시금 분원안으로 뛰어 들어가려고 했지만, 미군 파일럿이 건장한 몸으로 가로막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때, 소란을 듣고 다른 승무원들이 다가왔다.

퀸 스텔리온은 2명의 파일럿과 3명의 기관총사수, 이렇게 5명으로 운영된다.

기종이 2기이니 총 10명의 건장한 미군이 상시 분원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그 외 따로 정비, 기체경호인력 등은 언급하지 않음) 10명이나 되는 커다란 체격의 남자들이, 근육을 마음껏 드러낸 채 에워싸자 환자와 가족들은 당황했다. 흑인이 네 명 포함된 터라 위압감은 더 컸다.

"이 사람들이 분원에 와서 행패를 부리잖아."

"그럼 경찰을 불러야지."

"이봐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여기는 주한미군 작전지역이에요. 정당한 용무 없이 함부로 침입해서 행패를 부리면 군사외교적인 불법침입이 된단 말입니다."

"구, 군사외교? 불법침입? 아니, 나는 그런 게 아니라 그저 사과를 하려고……."

"사과하겠다는 사람이 그렇게 목소리 쩌렁쩌렁하게 하는 경우가 어딨습니까? 돌아가세요. 한 번만 더 이렇게 찾아오면 외교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항의하겠습니다."

10명이나 되는 건장한 미군들이 뿜어내는 위압감은, 환자와 가족들의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우물쭈물하며 돌아갔고, 목을 빼놓고 구경하던 의료진들은 작게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와, 멋져요. 정말 멋있습니다."

"진상 환자들 어쩌나 고민이었는 데, 깔끔하게 해결해 주셨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군 책임자 장교가 머쓱해서 대답했다.

"원래 우리 임무는 아니지만, 이정도는 서비스로 해드려야죠. 다음에도 이런 일 생기면 불러 주십시오."

주한미군의 도움으로 진상을 깔끔하게 몰아낸 터라 분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뭘 용서해 달라는 거야? 돈이 없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고?"

"내가 한 번 물어볼게."

의사 한 명이 여기저기 전화를 한 끝에, 사실을 알아냈다.

"아, 재단에서 그 환자들한테 300만 원을 청구했대!"

"300만 원?"

"응, 우리 며칠 전에 출동해서 허탕 쳤잖아, 그거 때문에 기름값하고 인건비 해서 300만 원 청구했다."

"우리 출동 비용이 그거밖에 안 되진 않을 텐데."

"어차피 돈 다 받을 생각도 없고,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라는 경고 의미라서 300만 원만 청구를 했나 봐. 재단에서 딴 건 몰라도 그 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받아낼 거고, 공식적으로 널리 알릴 계획이래."

"이야, 그럼 앞으로 우리 여왕님 개인택시로 쓰려고 드는 사람들은 이제 없어지겠다."

그제야 환자와 가족들이 찾아와 난동을 부린 이유를 깨달은 의료진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번에 다시 한번 느끼는데, 우리 재단이 단호하기는 정말 단호한 거 같아."

"제약회사 리베이트 같은 거 한 번 걸리면 끝장나겠는데."

"안 그래도 지금 병원 분위기가 서로 알아서 몸 사리는 눈치더라고. 괜히 이사장님 눈에 엇나갈까 봐 교수님들도 엄청 조심하시고, 특히 이 사장님이 정치하시는 분이라서 평판에 되게 민감하시대."

"아,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청담동으로 주소 옮기고 싶다. 그럼 이사장님 다음 선거 때 한 표를 드릴 수 있을 텐데."

***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윤대철 사령관은 얼마 전 탑승했던 퀸 스텔리온의 황홀한 자태를 머릿속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강릉에서 서울까지 불과 20분도 걸리지 않아서 주파했던 그 놀라운 기동력.

최신형 아파치 공격 헬기보다 몇 배나 나가는 어마어마한 몸값.

한 번에 엄청난 물자와 인력을 실을 수 있는 넓은 동체와 수송 능력.

여러 인맥을 통해 알아보니, 국방부에서도 하수영 의료재단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을 어떻게 설득해서 전략헬기를 도입했는지, 그 로비력을 빌리고 싶은 모양이다.

하수영이 협상력을 조금 보태주기만 해도, 무기 도입 사업에서 큰 무형적 이익을 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윤대철 사령관이 당장 급한 것은 하수영 의료재단이 지닌 로비능력이 아니었다.

"어떻게 퀸 스텔리온을 임대라도 할 순 없을까? 놀고 있는 헬기가 너무 아까운데."

지방 분원에 배치된 퀸 스텔리온 2기 중 1기는 거의 대기만 하고 있는 수준이다.

물론 성능 체크를 위해서 번갈아 가면서 교대로 출동하지만, 2기가 동시에 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서울과 세종시에 배치된 헬기는 이야기가 다르다.

거의 70% 이상의 확률로 2기가 동시에 출동하는 편이다.

"놀면 뭐하나. 놀면 뭐해. 그걸 임대해서 우리 육군 항공지원작전이나 훈련에만 투입을 해도 효율이 월등히 늘어날 텐데."

"미군에서 허락을 할까요?"

"아, 우리가 미국 혈맹인데 안 될게 뭐 있어. 아예 안 들어온 헬기라면 몰라도 어쨌든 지금 우리나라 땅에 들어와서 작전하는 중이잖아."

윤대철 사령관은 분원에서 놀고 있는 3기의 퀸 스텔리온이 너무 아까웠다.

그런 값비싼 최신형 헬기를 운용해본 경험만 따져도 중요한 육군의 자산으로 남을 텐데.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에서 하수영 이사장 의원사무실 찾아갔다가 문전박대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음, 쉽지 않아. 쉽지 않은 일이야."

"미필이라면 그걸 이용해서 어떻게든 협상 카드로 쓸 수 있을 텐데……. 이미 병역도 마친 상황이고요."

군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수영이 미필 현역대상자라면 병역 이행에 혜택을 제공하면서 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3주 훈련 병특 대상자인 데다가 이미 그 훈련까지 마쳐 버렸으니.

"그래도 하수영 이사장이 우리 군과는 사이가 좋은 편인 거 같습니다. 전 장병들 상대로 황비버섯을 매달 무상으로 보내주고 있으니까요."

"장관님께서 예비군 훈련에서 편의를 봐주라고 하셨을 거 같은데."

"맞습니다."

윤대철 사령관은 항작부 소속이다 보니, 황비버섯 군납을 가지고 하수영과 국방부가 불편하게 얽힌 사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기존 군 식재료 납품업체인 서해식 품이 뒤에서 교묘하게 벌인 군납비리.

하수영이 그것을 꿰뚫어보고, 장병들 가정에 직접 황비버섯을 제공하면서 국방부는 체면만 구겼었다.

물론 상당수 군 관계자들은 모르는 일이다.

***

국방부 장관 국병호는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거 참……."

"장관님, 그래도 하수영 의원을 한번 찾아뵙고 이야기를 푸는 게 낫지 않을까요?"

황비버섯 군납 때문에 다소 불편한 사이가 되었지만, 다시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겨 까맣게 잊었던 하수영,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이제 국방부 장관으로서 하수영은 어떻게든 의식을 해야 하는 인물이 되고 말았다.

미군이 최신전략 수송헬기를 10기나 소유한 국내인이 되었으니.

"국방부에 그 사람한테 줄 만한 감투 같은 거 하나 만들 수 있겠나? 고문이나, 아니면 다른 마땅히 좋은 자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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