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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51화 (351/1,270)

프랜차이즈 갓 351화

85장 국방부의 러브콜(2)

청담수영병원은 의료계에서 제대로 유명세를 탔다.

병원이 인수되고, 높은 연봉으로 우수한 의사들을 긁어모을 때만 해도, 아직까지는 상당한 의사들이 의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영리병원 제한 풀릴 거 생각하고 미리 저러는 거 같은데, 어림도 없지."

"제주도 영리병원도 정말 온갖 간섭과 견제를 뿌리치고 겨우 통과된 건데, 제주도 외 지역에서 영리병원이 실현되려면 적어도 20년은 멀었다."

"재단 이사장이 너무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거 아니야? 저렇게 해서 병원 운영이 되겠어?"

"듣기로는 매년 예상 적자만 천억원이 넘는다던데. 그런 병원은 오래 못 가지."

"결국 시간 지나면 의사들 많이 자르고 연봉도 줄이고 그럴 수밖에 없어. 지금 잠깐 반짝하는 거라고."

물론 안 좋게 바라보는 이들은 대부분 청담수영병원으로 이직하지 못한 이들 사이에서 나왔다.

청담수영병원의 현질에 대한 의사들의 우려.

하지만 닥터헬기 도입은 그런 우려를 완전히 박살 내는, 결정적인 트리거가 되었다.

"닥터헬기 도입에만 1조 4,000억원을 썼다고?"

"헬기 내부 개조하고 분원 4개 세팅하는 것까지 다 합치면 2조 원은 족히 될 겁니다."

"닥터헬기하고 분원 운영은 패키지 세트로 봐야 하니까, 결국 닥터헬기 플랫폼 세팅하는 데 2조 원 가까이 썼다는 이야기 아니야?"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영리 병원 통과 생각해서,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마구 쏟아붓는다고?"

"재단 이사장, 진짜 장사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공익정신으로 의료재단에 돈을 쓰는 거 같은데?"

너무 많은 투자금이 들어간 상황.

당장 영리병원으로 전환이 되더라도, 투자 손익분기를 달성하려면 수십 년은 죽어라 병원을 굴려야 한다.

"아무리 봐도 영리병원 생각해서 나온 행동이 아닌데?"

"수영병원에서는 의사는 간호사든 직원이든 칼같이 주 40시간 근무라고 하더라."

"아니, 그럼 처치 못 받는 환자들이 넘쳐나는 거 아니야?"

"어차피 수술실하고 병상 수는 정해져 있잖아. 공간적 제한으로 병원이 받을 수 있는 환자 상한선은 고정돼 있는 거지. 지금 수영병원은 수용 가능한 환자 수보다 넉넉하게 직원들을 굴리는 거고."

"……그래서 주 40시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환경이 가능했던 거군."

"근데 재단 이사장은 왜 그렇게 병원 근로자들한테 잘 대해주는 거냐? 의사한테 뭐 좋은 추억이라도 갖고 있는 건가? 어디서 화타나 허준 같은 명의라도 만났었나?"

"글쎄. 내가 듣기로는 그냥 한국에서 가장 멋지고 좋은 병원을 갖고 싶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저런다고 하던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겨우 그런 룩부심 때문에 수조 원이 넘는 돈을 때려붓는다고?"

진실은 때론 이렇게 가끔 비웃음에 묻히기도 하는 법이다.

***

청담수영병원과 강원도 분원, 세종분원, 전라도 분원, 경상도 분원은 정상적인 운영을 개시했다.

개원의 생활을 접고 청담수영병원교수 생활을 시작한 황태수는, 분원이 업무 개시를 시작하자마자 자청해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환자가 있으면 어디든지 간다."

말이 분원이지, 병원 본동 응급수술실, 중환자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곳이다.

황태수 교수는 전문의와 전공의, 의사들과 함께 청담동 본동 닥터헬기에 탑승했다.

한국계 주한미군 파일럿이 능숙한 한국어로 보고했다.

"출발합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오늘은 첫 파견이니만큼 기동력 테스트 겸해서 한계속력으로 돌파할 거니까, 아마 18분 정도 걸릴 겁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18분이라고요?"

"이 기종의 공식적인 최고속력은 370km/h, 한계속력은 430km/h 입니다. 그 이상은 기밀이라서 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젊은 의료진들은 그저 감탄만 거듭했다.

"미국은 진짜 외계인을 잡아서 고문을 하는 게 틀림없어요. 아니, 헬기가 속력 430km/h라는 게 말이 돼요? 보통은 300 정도 나오지 않나?"

"분원 출장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 잡아먹을 거 걱정했는데, 이건 뭐 차 한 잔 마실 시간이네요."

파일럿의 장담대로, 헬기는 거의 순식간에 강릉에 있는 강원도 분원에 도착했다.

분원에는 소식을 들은 강릉시장이 공무원들을 거느리고 미리 나와 있었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서울에서 이 먼 강릉까지 오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바로 환자 받을 준비를 해야 돼서요. 지금도 응급환자가 이쪽으로 오는 중입니다."

"아, 그러셔야지요. 환자를 치료하러 먼 길 오신 분들인데 당연히 그러셔야죠. 저희는 방해가 되지 않게 비켜드리겠습니다."

물론 강릉시장은 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방해가 되지 않게끔 한쪽으로 물러 서서 분원이 돌아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 사람이 한국대병원에서 그렇게 날고 기던 사람이라지?"

"흉부외과의 전설이랍니다. 이번에 수영청담병원에 세후 5, 6억인가 보장받고 영입됐대요. 수술수당은 또 별도랍니다."

"그런 실력자가 있는 병원이 우리 강릉에 들어설 줄이야…… 시민들이 이제 큰 병원이 곁에 없다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겠어."

중증응급환자만 받는, 멀티 응급실 개념으로 운영하는 분원이지만, 강릉시청 인물들은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분원은 첫날부터 무척 붐볐다.

"아이고! 우리 영감이 낫질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낫날이 그만 가슴으로 확! 아이고, 선생님! 우리 영감좀 살려주시오!"

"한 번 보겠습니다."

상처 부위를 본 황태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외상 교수는 아니어도 이건 알겠다. 김 선생, 대충 처치만 해주고 로컬 응급실로 보내."

"예, 교수님."

"구급대원한테 피드백 전해주고, 우린 여기 강원도 인프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응급 환자들을 위해서 온 거지, 경증 환자들 보러 온 게 아니라고."

"예, 교수님."

그냥 서울 큰 병원 응급센터인 줄로만 알고 찾아오는 이들 때문에 첫날은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구급대원들에게 '우리는 강릉병원에서 처리할 능력이 없는 진짜 위중한 환자만 받는다.' 라는 것을 거듭 숙지시켜 준 덕분에, 사흘째부터는 분원이 많이 한가해졌다.

"이렇게 편히 놀고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편히 쉬는 게 좋은 거야. 중증 환자가 없다는 뜻이니까."

"이제 11일 남았네요. 시간 진짜 빨리 간다. 벌써부터 강릉이 그리워질 것만 같아요."

"서울 가면 또 정신없을 거야."

커피 한 잔을 들고 지나가던 황태수 교수는 전문의와 전공의의 노닥거림을 듣고 흠칫 놀랐다.

"이봐, 병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하면 안 돼. 환자 없다고 편하느니 어쩌느니, 특히 이런 중증응급 센터 분원에서는 더욱 안 된다고!"

"아, 맞다! 환자 징크스!"

"서, 설마 우리가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고 잘못되지는 않겠지?"

일거리 없어서 편하다고 좋아하면 반드시 큼지막한 일거리가 생긴다.

병원이라고 다를 게 없다.

그리고…….

"교수님! 응급신고입니다! 중증 부상자가 발생했답니다! "

"젠장, 헬기 띄워!"

"그쪽에서 이미 헬기 타고 오고 있답니다!"

"뭐? 강릉에 이미 닥터헬기가 있었어?"

"닥터헬기가 아니고……."

잠시 후, 황태수 교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국방색으로 도색된 바탕에 붉은 십자 마크.

"의무수송헬기? 환자가 군인인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커다란 의무수송헬기가 착륙하고, 곧바로 들것에 실린 환자들이 군인들 손에 의해 실려 나왔다.

"뭐야, 환자가 셋?"

그러고 보니 한 명이라고는 듣지 않은 거 같다.

황태수 교수는 급히 환자들을 살폈다. 바이탈은 최악, 셋 다 언제 숨이 넘어갈지 모르는 응급환자였다.

무엇을 했는지는 몰라도 가슴을 중심으로 복부까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훈련 중에 폭발 사고에라도 휩쓸린 거 같았다.

"괜찮은 겁니까?"

인솔해 온 늙은 군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황태수는 그의 계급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지시했다.

"여기 이 환자는 대원이 네가 여기서 처치하고, 이 환자하고 저 환자 둘은 바로 닥터헬기에 실어. 서울 올라간다!"

"곧바로 서울 올라갑니까?"

분원의 수술실 시설도 서울 못지않다.

굳이 모자라는 게 있다면 바로 청담 본병동의 인력 자원.

거기는 무수한 교수와 전문의, 노련한 간호사들이 바글거리는 곳이니

"이 둘은 헬기 안에서 처치하면서 가야겠다! 이봐요, 바로 저 헬기로 들것 옮기세요."

"알겠습니다! 김 대령, 얼른얼른 실어!"

"예, 사령관님!"

닥터헬기는 군인들이 타고 온 헬기보다 월등히 컸다.

9엽의 메인 로터와 6엽의 테일 로터가 빠르게 돌며 추진력을 쌓기 시작했고, 환자와 의료진, 인솔 군인들이 탑승하자마자 곧바로 문을 닫고 하늘로 떠올랐다.

거의 땅을 박찰 듯한 기세에, 최고 인솔자인 윤대철 사령관은 입을 쩍벌렸다.

"여기서 응급처치해야겠다! 바로 개복해! 시간이 없다!"

"예! 교수님!"

의료진은 병상침대에 단단히 고정된 환자들을 상대로 응급수술을 시작했고, 인솔 군인들은 한쪽에 조용히 찌부러진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사령관님, 의료진 한 명 한 명마다 역수직 거치대에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천장에서 내려온 금속제 거치대에 그들은 단단히 몸을 고정한 상태였다.

윤대철 사령관도 끄덕였다.

"음, 비행 중인 헬기 안에서 수술을 하려면 아무래도 몸을 안정적으로 고정할 필요가 있겠지."

"부상자들이 큰 탈이 없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한국 최고의 의료진이 포진한 병원이라고 하잖나. 거기까지만 가면 문제 없을 거네. 저 사람도 듣자니 아주 유명한 교수라고 하고."

"그래도 이런 강릉 시골구석에 파견 나와 있는 걸 보면……."

한창 응급처치를 하는 도중, 어느새 창밖의 풍경이 바뀌었다.

바깥을 확인한 김철수 대령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 서울입니다! 사령관님!"

"벌써? 헬기 뜨고 얼마나 지났지?"

"아직 20분도 안 지났습니다!"

"강릉에서 청담까지 158m는 족히 날아왔으니까…… 대체 이 헬기 최고 속력은 얼마나 되는 거지?"

"공식 제원으로는 한계속력이 430km/h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이미 탈헬기 수준입니다!"

윤대철 사령관은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 배치된 공격 헬기들을 떠올려보았다.

한계속력이 무려 380km/h에 달하는 기종이지만, 이 '닥터헬기'에 비하면 토끼와 거북이 수준 아닌가.

"이 정도면 한계속력이 500km/h를 넘는 거 아닌가?"

"공식 한계속력은 430km/h으로 되어 있습니다."

"군용 무기의 스펙을 공식 발표대로 믿으면 곤란하지. 특히나 미제아닌가. 그 고약한 시콜스키에서 만든……."

"날아온 시간을 보면 적어도 450km/h가 넘는 것은 확실한 거 같습니다. 시콜스키와 록히드마틴은 대체 헬기에 무슨 짓을 해놓은 것일까요……."

"내 말이. 어떤 미친 짓을 해놓은 거야."

그리고 그 미친 짓을 한 헬기를 10기나 사 모은 병원은 또 무슨 미친 병원이고, 응급처치는 잘 됐고, 부상자들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전문 교수들의 세심한 케어를 받으며 회복에 들어갔다.

한편 황태수 교수는 다시금 닥터헬기를 타고 강릉 분원으로 돌아왔다.

분원에 남은 환자 1인은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은 환자였기에, 전문의가 잘 처치했다는 보고를 받은 터라 얼굴이 밝았다.

"우리 군 장교들이 크게 신세를 졌습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투스타이시네요?"

2성 장군이라는 것도 지금에서야 인지했다.

아무리 중증 부상자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인솔 장교의 계급이 높은데?

"그런데 어쩌다가 그런 폭발에 휩쓸렸습니까?"

"그게…… 헬기가 워낙 노후화된 터라 이륙 중에 그만 추락했습니다.

다행히 상승 고도가 10미터를 넘지 않은 터라 중상으로 그친 듯합니다."

"헬기 추락이요? 혹시 소속이……?"

"저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 사령관 윤대철 소장입니다. 항작사 훈련작전 중에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

"……병원 헬기가 우리 육군 최신 헬기보다 훨씬 좋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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