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50화 (350/1,270)

프랜차이즈 갓 350화

85장 국방부의 러브콜(1)

헬기 내부를 응급시설로 개조하는 데에만, 1기당 수십억 원 이상의 돈이 들었다.

'날아다니는 수술실 겸 중환자실' 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수억짜리 체외막 산소화장치(에크모)까지 헬기당 5기씩 설치했다.

이 가격만 다 합쳐서 거의 100억에 가까웠다.

"근데 왜 5기씩이나 설치하는 겁니까?"

"헬기가 꼭 한 번에 환자 한 명만 이송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여러 명을 한꺼번에 나를 수도 있고 그렇잖아. 또 갑자기 고장이 날 수도 있는 거고."

수술 침상도 헬기당 2개나 설치했다.

교대로 감독을 나온 교수들은 변해 가는 헬기 내부를 보며 크게 감탄했다.

"이건 뭐, 헬기 하나가 웬만한 종합병원 중환자실보다 훨씬 나은데?"

"이 정도면 날아다니는 수술실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기체 값만 1,400억인데 진짜 이정도면 날아다니는 종합병원이 맞지."

헬기가 만들어지는 동안, 강원도, 세종시, 전라도, 경상도에 각각 청담수영병원 분원이 지어졌다.

분원의 명칭은 '강원도 청담수영병원 분원' 이런 식으로 지어졌다.

분원은 지방병원이 소화할 능력이 안 되는 위중한 환자들만 받을 목적이다 보니, 입원실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수술실과 중환자실만 만들었고, 건물도 1층짜리 조립형식으로 금방 지어 올렸다.

중증응급실 개념이다 보니, 당장 숨넘어갈 만큼 시간이 촉박한 환자가 아니면 받지 않는다.

다른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 가능하거나, 혹은 대기했다가 치료받을 시간이 충분한 환자는 그냥 입구에서 돌려보내는 식이다.

4개의 분원이 모두 지어지고, 각각 2기씩 헬기가 청담병원을 포함한 5곳에 모두 배치되었다.

"수영 씨, 전설의 레전드 하스피탈 갑옷 하나 만들기 참 까다롭네요. 그죠?"

"원래 이런 건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재밌는 거거든요. 이제 다 만들었으니 무슨 재미로 살지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갑옷 만들었으니 이번엔 투구를 만들어야죠. 세트 아이템을 갖춰보세요."

"투구요?"

"언제까지 윤의대와 협력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 나중에 따로 재단 소유 의대를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이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릴 거니까 차근차근 만드는 즐거움이 더 클 거예요."

"이 즐거운 기분이 사라지면 나중에 꼭 시도해 봐야겠네요. 좋은 걸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부사장님."

과로에 시달리던 신준섭 전공의가 해프닝으로 터뜨린 작은 혈액팩은 그렇게 초거대 사치 의료 카르텔을 낳는 것으로 끝났다.

***

처음 웬 비영리의료재단에서 수입승인 요청이 들어왔을 때, 행정부는 처음에 우왕좌왕했다.

"닥터헬기를 미국에서 사오고 싶다고? 근데 그걸 왜 우리 국방부에 허락을 구하는 거야? 이건 보건복지부로 보내야지."

"원래 보건복지부에 들어갔다가 우리 국방부로 온 거라는데요?"

"다시 돌려보내."

국방부는 처음에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반려했다.

"배성리 장관님이 보건복지부 뜨고 싶다고 맨날 노래를 부르더니, 업무를 너무 내팽개치고 계시네."

"우리 국방부가 그렇게 우스운 줄 아시나."

국방부 직원들은 그렇게 해프닝으로 넘겼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보건복지부에서 다시 우리한테 넘겼어요. 헬기 수입하려면 장관급 이상 승인이 필요하다는데요?"

"뭐, 군용헬기라도 사온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퀸 스텔리온? 이건 또 뭐야? 이런 기종도 있었어?"

"내가 슈퍼 스텔리온하고 킹 스텔리온은 알아도 퀸 스텔리온은 처음 듣는다."

"제조사가 시콜스키네요? 록히드마틴하고 협력해서 새로 개발한 차세대 전략헬기…… 뭐?"

그제야 국방부 분위기는 발칵 뒤집어졌고, 직원들은 부랴부랴 수입 대상 헬기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참여한 헬리콥터 전문가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설명했다.

"이거 수출 금지 지정된 전략품목이에요. 이스라엘도 그렇게 퀸 스텔리온 사고 싶어 했지만 반려당했습니다. 오로지 미군만이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기종이란 말입니다."

"근데 일개 민영단체가 어떻게 이걸 수입한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애초에 슈퍼 스텔리온을 잘못 말한 거 아닙니까?"

국방부는 당연히 병원재단의 착오가 있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보잉 관계자가 한국을 찾아오고, 인도 계약이 성립되며 한국정부에 정식으로 통보하자,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진짜야? 진짜 퀸 스텔리온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거야?"

"아파치 같은 공격 헬기도 아니고 수송 헬기인데 왜 수출금지대상인 겁니까?"

"가장 많은 물자를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은밀하게 수송할 수 있는 헬기니까요. 전장에서 보급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강조 안 해도 아실 겁니다. 실제로 폭약 주고받는 전장이라면 더더욱요."

"그 정도로 대단해요?"

"온갖 소음 주파수 반사, 사출, 교란 능력이 집약된 물건이에요. 헬기에서 몇십 미터만 멀어져도 사람 귀에는 아무것도 안 들립니다. 제3세계 전장에서 은밀하게 병력이나 물자 수송하기에는 최적화된 물건이죠."

"말 그대로 스텔스 헬기네요."

"헬기가 군사 작전 중에 레이더망에 잡힐 만큼 높게 날아다니는 건 아니니까요."

"미국의 수출 결정을 이끌어낸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로비 능력입니다. 이 병원의 협상팀을 우리 국방부에 대미 로비스트로 스카우트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역시 청담동은 달라도 뭔가 다르네요. 일개 종합병원이 전략헬기도 막 사오고, 하……."

청담수영병원 의료진이 들었으면 기겁했을 말이다.

국방부 승인이 떨어지고, 드디어 헬기가 도착하는 날이 되었다.

공군사령관이 오산기지까지 나가서 퀸 스텔리온의 위용을 직접 감상했다.

미군 오산기지에 신고를 마친 퀸스텔리온은 곧바로 서울 청담동 병원으로 이동했다.

거기에서 텅 빈 내부를 병원 설비로 가득 세팅하는 대개조 작업을 벌였다.

한국군 장교들도 감시감독을 위해 상주한 와중에, 몇 번이고 안타까운 감정을 터뜨렸다.

"저걸 우리 공군에서 운용해야 하는데!"

"공군이 무슨 헬기입니까? 원래 제 런 수송헬기는 우리 육군에서 운용하는 겁니다."

"무슨 소리. 우리 해군이야말로 해상 작전에서 바로 저런 수송헬기가 절실하단 말입니다."

"은밀한 침투기동력이라. 우리 해병대의 창설 목적과 정신에 딱 맞는 기종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에서도 미 해병대가 주로 사용하지 않습니까?"

물론 자기 먹을 떡도 아닌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한심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국군 관계자들은 손가락만 빨면서, 대당 1,400억짜리 전략헬기가 닥터헬기로 '마개조'되어 가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다.

"아니, 저 비싸고 좋은 걸로 닥터헬기를, 하……."

"차라리 일반 기종을 썼으면 10기가 아니라 200기는 도입을 했을 건데."

"근데 진짜 어떻게 미 의회에서 저게 승인이 났지? 아무리 닥터헬기로 쓴다고 하지만……."

"나노소프트에서 적극 지원을 해줬답니다. 프라임그룹이 나노소프트하고 친분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나노소프트에서 로비 지원을?"

***

국방부 전력관리자원실.

임기태 과장은 간만에 마주치게 된 하수영이란 이름에 소름이 돋았다.

'또 하수영이야?'

일찍이 하수영이 병특법에 의한 3주 훈련을 받을 때, 국방부와 황비버섯 군납 문제로 복잡하게 얽힌 적이 있다.

황비버섯 유통권을 노린 군납업체들의 로비로 시작된 비리였지만, 하수영이 협상을 엎어버림으로써 모든게 덮어졌다.

다행히 하수영이 현역 장병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매달 황비버섯을 일정량 보내주는 덕분에, 국방부의 체면이 완전히 구기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기초의원 선거에 나가서 당선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잘나가는 사람이었을 줄은 전혀 몰랐네."

"수영라면이 미국에서 요즘 가장 핫하답니다. 나노소프트가 수영라면으로 버는 돈이 여러 사업부를 통틀어서 가장 많다고 합니다."

"거기 개발자나 엔지니어들도 자괴감 심하겠어."

IT계의 신화이자 거물인 공룡기업이 프랜차이즈 요식업이나 하고 있으니, 근데 그게 또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으니.

"하수영 그 사람하고 다시 얽히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임기태가 무겁게 말하자 부하 직원들이 놀라서 물었다.

"위에서 오더 나왔습니까? 설마 하수영 의원을 만나보라고 했습니까?"

"일단 우리가 국방부 전력관리자원실이니까. 가만있자. 하수영 의원 사무실 주소가……."

"청담동 휴민트타워 101호입니다."

***

임기태 과장은 직원 둘을 데리고 하수영 의원사무실을 찾아갔다.

8,000억짜리 빌딩의 위용을 말없이 올려다보던 그는 각오를 굳히고 안에 들어섰다.

101호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십 쌍의 시선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개량 한복을 입은 노인, 루이비통로고가 가득 새겨진 셔츠를 입은 노인, 가슴께에 작은 H마크를 달고 있는 노인, 휘황찬란하게 번쩍거리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노인…….

사무실 안에 삼삼오오 앉아 있던 수십 명의 노인들이 일제히 쏘아본 것이다.

"그래, 이번에 오신 분은 어디에서 오셨는가?"

"딱 보니 기업 쪽 인사는 아니고, 나라에서 녹봉을 받는 양반 같구먼."

"그럼 보건복지부 쪽 사람인가?"

"그럴 수도, 이번에 청담수영병원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여러모로 애간장이 녹는다지?"

"아니야. 관상에 칼이 있어. 보통 저런 관상을 가진 사람이 보건부 같은 곳에서 일하진 않지."

"우리 관상쟁이 친구, 그럼 저 양반은 무엇을 할 상인가?"

"경찰 아니면 군대 쪽 같은데, 경찰에서 우리 하수영 의원을 찾아올만한 건 없으니……."

"그럼 군대 쪽이로군. 이번에 사온 구조헬기가 원래 군에서 쓰는 기종이라며?"

"어이, 거기 관상에 칼이 있는 양 반. 혹시 국방부에서 나오셨는가?"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템포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더니, 갑자기 심문하듯이 치고 들어온다.

임기태 과장은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위에서 시키니까 일단 움직였지만, 잘못 생각했다.

'이곳은…… 마굴이구나.'

자신 같은 일개 과장 따위가 함부로 진입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적어도 장관 이상급 인물이 들어와야 제정신을 차리고 협상이 가능한 곳이다.

"이보시오, 관료 양반, 할 말이 있으면 강남구의회 최다선 구의원이자 현직 부의장직을 겸하고 있는, 이 사무실 사무총장인 이 나에게 먼저 말을 하시구려."

최우석 부의장이 부채질을 하며 한껏 인자한 웃음을 머금고 말을 건넸다.

구세주를 만난 임기태 과장은 비로 소 숨을 헐떡이며 빠르게 입을 열었다.

"하, 하수영 의원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우리 바쁘신 하수영 의원께 무슨 청탁이 있어서?"

"그것은……."

"하수영 의원의 오랜 지기이자 사무총장인 이 나에게 말하지 못할 내용이라면, 하수영 의원 앞에서 꺼낼 생각도 하지 마시오."

축객령이 터질 듯하자 임기태는 급히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하수영 의원님을 우리 국방부에 전문고문 자격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고문이라고?"

"아하, 퀸 스텔스인지 뭔지 하는 닥터헬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불이 난 거구먼."

"자기들은 사고 싶어도 못 사오는 귀한 물건을 10기나 떡하니 사왔으니까. 한발 걸쳐보려고 아등바등하는 거겠지."

최우석은 한껏 인자한 웃음을 머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한 조화로운 미소에, 임기태과장은 바짝 경직되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처를 닮은 얼굴에서 야차를 닮은 듯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서 공으로 먹으려고 하시나. 이러니 나라에서 방산비리가 판을 치지, 판을 쳐요."

"예?"

"그런 건수면 장관, 하다못해 합참의장이 직접 와서 간청을 했어야지. 자네 직급이 뭔가?"

"구, 국방부 전력관리자원실 과장 임기태입니다!"

"과장급이나 보내서 살살 간이나 보고 말이야. 가서 별 넷 아니면 1급더러 직접 오라고 그래."

"이봐요, 임 과장님, 겨우 과장더러 여기 와서 담판 지으라는 건, 그냥 죽으라고 보내는 거나 다름없다고."

"다들 너무 그렇게 물어뜯지 말어. 여기가 청담동 마왕성인 걸 저 친구가 알았으면 저렇게 겁 없이 들어왔겠나?"

임기태 과장은 도망치듯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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