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42화 (342/1,270)

프랜차이즈 갓 342화

83장 병원 구조조정(2)

"연봉 420만 달러가 아니라, 월급 420만 원입니다."

"네? 연봉이 아니라 월급이라고요?"

"네, 저희 병원은 당연히 달러화가 아닌 원화로 급여를 지급합니다."

"……!"

하수영의 눈동자가 경악에 휩싸이는 것을 보고, 최윤석 부병원장과 신준섭 전공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방금 전 던진 반문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대체 이분의화폐 감각은…….'

저 세상 기준 감각인가?

'420만 원이라니. 월급이라니. 그게 세전이라니.'

한편 하수영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전문직인데 수영레스토랑 셰프보다 훨씬 박봉에다가, 근무 시간은 또 왜 저렇게 많은지.

'아! 내가 너무 옛날 생각만 했구나.'

대중교통을 마지막으로 이용한 게 수십 년 전이라 치자.

그럼 제대로 정보를 갱신하지 않는 한, 이용요금을 잘못 인지할 수도 있다.

100원짜리로 과자 몇 봉지씩 사먹었던 어린아이가 한참 후에 과자 한 봉지에 몇천원씩 하는 것에 기겁을 하는 것처럼.

"……월급은아무래도 칼질을 하는 게 좋겠네요."

'여, 여기서 얼마나 더 깎으시려고!'

"전공의 최저 연봉을 딱 깔끔하게 1억으로 맞추고 전체적인 연봉 조정해 보세요. 이건 부병원장님이 진행해 주시죠."

"……네? 1억이라고 하셨습니까?"

"전공의 최저 기준이요?"

"네, 1년 차 전공의 기준으로 그렇게 맞추고 칼질 크게 한 번 해봅시다."

최윤석은 입을 쩍 벌렸다. 너무 큰 숫자에 머릿속이 아득해지기만 할 뿐, 현실감이 나지 않았다.

1억이라니.

개인 개원의도 아니고, 종합병원에서 그 정도 받으려면 교수급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게, 의사수입이다.

인기업종 개원의 중에서 잘나가는 이들은 연 수입 수십억이 우습다.

그런 개원의 밑에서 페이닥터로 일하는 이들도 연 수입 수억까지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큰 병원에서 일하는 월급쟁이 의사들은, 세간의 인식에는 못미친다.

전국구 스타급 교수 의사도 순수연봉 3억에 미치기는 힘들다.

"이사장님, 전공의 최저 연봉을 1억 원으로 하면 병원 운영을 못 합니다. 그만한 수익이 안 나옵니다. 더군다나 지금 인력도 3배로 증강하라고 하셨는데……"

인력을 3배로 증강하면 개인별 인건비는 오히려 깎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데서 또 쥐어짜 내야 한다. 마른오징어에서 물을 뽑아내듯이.

그래야 병원 재정의 균형을 겨우 맞출 수 있다.

"아니요, 제가 그 정도는 주고 싶습니다. 주 40시간에 최저 연봉 1억원, 이 정도는 대우를 해주는 게 바로 하수영식 청담동 스타일입니다."

신준섭이라고 마냥 좋은게 아니었다.

그는 신임 병원 오너가 혹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나중에 병원의 미래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일단 병원이 제대로 굴러가야 유지가 될 것 아닌가.

당장 큰돈을 받는다고 신이 나서 흥청망청 쓰다가, 일 년도 못 가서 문을 닫으면 어쩌려고.

"우리 병원 근무 의사가 총 872명입니다. 세 배로 늘리면 2,600명이 넘어갑니다. 거기에 한 명당 연봉 1억씩만 줘도 일 년에 2,600억 원이 나갑니다."

최윤석은 침을 튀길 듯한 기세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우리 병원 작년 매출이 1조 9,623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하면, 한해 인건비만 이미 3,500억 원이 넘게 나갈 겁니다. 교수를 전공의와 똑같이 줄 순 없으니까요."

매출은 2조 원이 안 되는데, 의사인건비만 3,500억 원 이상.

여기에 의사 인건비만 있나? 간호사, 행정직원, 보안직원, 하다못해 청소부 인건비도 있다.

의료물품도 사야지, 설비운영비도 나가지, 전기도 써야지, 그밖에 이것 저것 나가는 부수비용도 있지.

"작년 의사 인건비만 700억 원 정도입니다. 그게 3,5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나면, 2,800억 원을 추가로 까먹는 겁니다."

"작년 이익은 얼마였죠?"

"2,500억 원 정도였습니다. 다른 병원에 비하면 매출 대비 수익률이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대충 매년 300억 넘게 적자 본다는 소리네요."

"이사장님 말씀대로 한다면 그렇습니다."

인원을 세 배로 늘리고, 각자 연봉을 1억씩 줬다는 가정하에 하는 이야기다.

"최저 연봉 1억이라고 하셨으니 교수급은 그보다 더 줘야 할 텐데, 그럼 적자 폭이 더 늘어납니다."

최윤석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으로 잡아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신준섭도 막상 이야기를 들으니, 인원 늘리고 연봉을 더 얹어준다고 좋은 게 아님을 실감했다.

저런 식으로 운영하면 일 년은커녕 반년도 못 가서 병원 문 닫는다.

"잠시만요. 전화 한 통만 하겠습니다. 같이 들으시죠."

"네? 아, 네."

하수영은 정서희에게 전화를 건 뒤 스피커 모드로 해서 두 사람 앞 테이블에폰을 놓았다.

"정서희 부사장님, 하수영입니다."

-네, 수영 씨.

"지금 윤병원에 와 있어요. 향후 병원 경영에 관해서 차기 병원장님하고 이야기 중입니다."

순간 최윤석의 표정에 감동이 어렸다.

신준섭 앞에서 자신을 차기 병원장으로 쐐기를 박아준 것 아닌가.

병원 인수 후 직위가 어떻게 될지 내심 불안했는데, 그런 마음이 씻은듯이 사라졌다.

"제가 의사하고 간호사 숫자 좀 세배로 늘리고, 의사 연봉은 최저 1억이상은 맞추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매년 300억 원 넘게 적자가 날 거라고 하시네요."

최윤석과 신준섭은 눈을 부릅떴다.

아니, 간호사도 포함이었어?

그럼 당연히 거기서 인건비가 더 늘어나지!

"이사장님. 그, 그러면 매년 적자가 1,000억 원 가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들으셨죠? 1,000억 가까이 적자가 날 수도 있다는데요?"

-전부 프라임오일 수익으로 충당하실 거죠?

"네, 그럴 생각입니다."

-처음하고는 이야기가 다르네요?

수영 씨가 매년 2, 3조 원씩은 구멍날 거라고 해서 그렇게 예산을 잡아 놓고 있었는데……

"인건비 말고 이것저것 돈 들어가는 거 다 합치면 그 정도는 날 거 같아서요. 지금 스피커로 다 듣고 있는데 차기 병원장님 안심 좀 시켜주세요."

-병원장님, 프라임오일 올해 예상수익만 10조 원이 훨씬 넘어요.

순간 최윤석은 할 말을 잃었다. 신준섭도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이 돈 못 벌어온다고 구박할 일은 없으니까, 손해 생각하지 마시고 잘 운영해 주세요. 우리 하수영회장님이 돈 벌려고 하셨으면 병원인수를 안 하고 제약회사를 만들었을 거예요.

"들으셨죠? 병원 적자가 얼마가 나는 프라임오일에서 메워줄 겁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걱정 마세요."

하수영은 통화를 종료했고, 두 의사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싶었다.

'이분은 진정 공익 사명감으로 병원 운영을 하시려는 거구나!'

최윤석은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돈이많아도 그렇지, 매년수조 원의 적자를 웃으면서 메워주겠다니.

목이 살짝 메어 있던 최윤석이 계우 입을 열었다.

"이사장님, 최저 연봉을 1억이 아니라 7,000 정도로만 맞춰줘도 의료진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된 일일 겁니다."

"안 돼요. 그럼 임팩트가 약해요."

"이, 임팩트요?"

"생각해 보세요. 다른 병원들 사람들의 눈에 우리 병원은 제일 못 받는 전공의가 1억이에요. 얼마나 격차가 팍팍 느껴지겠어요?"

"……."

"……."

"부럽고, 질투 나고, 들어가고 싶고, 선망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병원 이직 생각이 날 겁니다. 전국의 모든 종합병원 의사들이 가고 싶어 하고 부러워하는 그런 병원으로 거듭나겠죠. 그게 바로……."

"……청담동 스타일."

신준섭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말을 받았고, 하수영은 웃으면서 손뼉을 가볍게 쳤다.

"우리 신준섭 선생님, 습득 능력이 아주 빠르시네. 마음에 듭니다."

최윤석은 불현듯 생각했다.

어쩌면 이 사람, 반드시 공익만을 위해서 근무 환경을 개선한 게 아닐지도?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그런 '트로피 하스피탈'이필요했던것은아닐까?

그저 자랑을위해서 현질로 고가의 아이템을 사는 헤비과금유저처럼…….

'병원 현질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허허, 내가 정신이 나갔구나.'

진실에 거의 근접한 상상을, 그는 애써 지워 버렸다.

***

최윤석 부병원장은 곧바로 각 과장들을 소집해서 회의를 시작했다.

그는 먼저 하수영의 운영방침을 과장들에게 알려주었다.

당연히 과장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의사, 간호사를 지금보다 3배로 늘린다고요?"

"주 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한다고요?"

"전공의 최저 연봉을 1억으로 맞춘다고요?"

과장들의 첫 반응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똑같았다.

"그 적자는 그럼 어떻게 감당합니까?"

"이 사장님이 적자는 상관없다고 하셨네."

최윤석은 팔짱을 낀 채, 마치 자신의 돈이기라도 한 것처럼 자랑스럽게 말을 이었다.

"사람 살리는 곳에서 적자 좀 보면 뭐 어떻냐고, 진정한 적자는 수익이 아니라 환자의 목숨을 기준으로 쳐야 한다고 하셨네."

"아…… 그게 정말입니까?"

"적자는 신경 쓰지 말고 사람 살리는 데에만 신경 써달라고 당부하셨지. 아,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도 모두 포함일세."

"……정치인 중에도 그런 마인드를 가진 분이 있긴 있었군요."

"돈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네. 이사장님이갖고 있는 정유회사에서 채워줄 테니까. 거기 올해 수익만 10조 원이라지, 아마?"

"정유사업으로 그만한 수익이 가능합니까? 보통 몇천억 단위 아닌가요?"

"자세한 건 나도 몰라. 아무튼 우리 병원이 연간 3조 원씩 적자 보더라도 다 채워준다고 하셨으니, 그건 우리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막대한 적자가 확실시된 재정 문제가 해결되자, 과장들도 안심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럼 교수급은 대체 얼마로 책정한다는 겁니까?"

"그걸 이제 우리가 논의해야지. 이 사장님은 하한선만 그어주셨을 뿐, 상한선을 긋지는 않았으니까."

단순히 생각하면, 전공의 연봉이 단숨에 2배로 늘어난 셈.

하지만 그렇다고 교수 연봉까지 2배로 늘리면, 너무 염치가 없어 보인다.

최윤석은 물론이고 다른 과장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전공의 최저 연봉을 1억으로 주려면 기존 억대 연봉 의사하고 형평성을 맞춰야 하니, 고액 연봉으로 갈수록 인상폭을 점차적으로 낮추는 게 어떻겠나?"

"상위연봉자로 갈수록 인상폭을 100%에서 조금씩 떨어뜨리자는 겁니까?"

"그렇지. 최고 연봉자는 50% 인상으로 맞추는 거야."

"우리 병원에 1억 넘는 의사가 몇 명이나 된다고요. 그냥 1억 넘는 교수 연봉을 동결하는 것은 어떤가요?"

"그래도 전공의와 똑같이 받으면 상실감이 클 테니까, 절대 그러지 말라고 이사장님이 말씀하셨네."

"……정말 훌륭한 이사장님이시군요."

"상위 연봉자로 갈수록 인상 폭을 조금씩 떨어뜨려 50%로 제한이라, 저는 찬성입니다."

"연봉 인상보다는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는 게 저는 마음에 듭니다. 아, 우리나라 의료계에도 마침내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군요."

"병원이라는 특성상 주5일제, 하루 8시간제를 칼같이 맞춰서 지키진 못할 거야. 이사장님도 그 점은 이해 하시네. 하지만 주 40시간 초과 근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야 한다고 당부하셨네."

"의료진 수를 세 배로 늘리고, 환자는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받는 환자 수는 그대로 두고 의료진 수는 세 배로 늘린다.

자연히 업무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처음 시스템을 다시 세팅하는 데 시간이 좀 소요되는 것만 빼면, 뭐 금방 적용할 거 같습니다."

"일단 공고도 낼 거지만, 다들 그 전에 주변에 전화 돌려서 일하겠다는 친구들 좀 추천해 봐."

"황태수 교수님이 야심 차게 흉부 외과 개원하셨다가 지금 빚에 허덕인다고 하셨는데…… 전화 한 번 해볼까요?"

"황 교수가 언제 개원을 했었어?"

"네, 작년에 했습니다. 자기만의 병원을 갖고 싶다고 야심 차게 오픈하셨죠. 하지만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최윤석은 혀를 찼다.

"그 친구, 수술은 그렇게 잘하면서 돈 계산은 전혀 안 되나 보군. 아니, 수술하면 할수록 적자인데 미쳤다고 개원을 해? 그냥 병원에 붙어서 월급이나 받아먹지."

"안 그래도 후회가 막심하십니다. 그런데 매몰비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십니다."

"회의 끝나고 나한테 전화 한 번 하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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