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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39화 (339/1,270)

프랜차이즈 갓 339화

82장 로컬병원을 수호하라(3)

-살 게 있다고요? 남는 돈이야 많죠. 재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쌓아 두고만 있으니까요.

보통 국내회사 같았으면 이 정도로 현금을 쌓아두면 배당을 하라는 주주들의 등쌀에 견디기 어렵다.

하지만 프라임컴퍼니는 배당을 하라고 재촉하는 주주가 없었다.

하수영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있고, UAE 아부다비 안살린의 국제자 원투자회사가 걸친 지분도 우호 표시를 위한 생색내기 수준이다.

대주주들이 배당 요구가 없으니, 벌어들이는 돈은 차곡차곡 쌓이고만 있었다.

"그래요? 이왕 정유업 진출하셨으니 그래도 꽤나 크게 사업을 벌이실 줄 알았는데."

-이미 들어가야 할 시설투자 같은 건 전부 나갔어요. 우리가 해외로 나갈 것도 아닌데, 사실 국내 정유산업에 투자를 해봤자 한계가 있죠.

프라임오일은 국제자원투자로부터 원유를 '무상'으로 공급받는다.

그 공급량만 해도 한국 전부가 소화하고도 남을 정도다.

여기에 국내 메이저 정유회사, JS 칼텍스와 손을 잡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흑자를 내고 싶지 않아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원유매입대금 자체를 내지 않으니, 다른 정유회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압도적인 수익률이 난다.

-근데 갑자기 프라임오일은 왜요? 이제 슬슬 정유업에도 신경이 쓰이시나요?

정서희의 목소리가 반색하는 게 느껴진다.

식품유통업, 요식업, 부동산업에만 관심을 두던 하수영이 드디어 기간사업에 눈을 뜬 건가 여긴 것이다.

"아뇨, 지금도 석유, 에너지, 컴퓨터, 반도체, 통신, 의학, 군수산업같은 레드오션 산업에는 관심 없습니다."

패권과 국력순위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갖는 산업은 질리도록 실컷 만져봤다.

이번 생은 힐링이 필요한 시간.

"프라임오일은 그냥 남의 자식이라 생각하고 눈에서 멀리 치워두려 했는데, 요긴하게 쓸 데가 생긴 거 같아서요."

-요긴하게 쓸 데요?

"제가 소일거리로 자그마한 병원하나를 운영하려고해서요."

-하긴, 주택과 상가만 수집하지 마시고 병원 시설 같은 것도 하나 수집하셔야죠.

"역시 우리 정 부사장님, 제 생각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시네요."

-한 동네를 전부 가지려면 결국 그 안에 있는 병원 같은 것도 챙겨야 하니까요. 그래서 그 병원 운영에 쓰실 돈이 필요하신 건가요?

정서희는 '자그마한 병원' 이라는 게 어떤 규모인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상태였다.

"네, 지금 동네 개인병원 하나가 망하게 생겼는데, 그래서 제가 인수를 해볼까 해서요."

-수영 씨가 의사가 아니라서 인수는 어려울 거예요. 병원은 의사만 운영할 수 있어요.

"재단을 만들어서 인수하면 돼요. 저는 재단 이사장직을 맡으면 되고요. 서해의료재단 이사장이 이현부회장인 것처럼요."

-그럼 가능하긴 하겠네요. 재단 설립이 까다롭긴 하겠지만 수영 씨 조건이면 크게 문제 될 건 별로 없을 테고, 병원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되죠?

"아, 3차병원입니다. 아니, 이제는 과거형으로 말하는 게 맞겠네요."

-……3차종합병원이라고요? 상급 병원이요?

"네, 지난 영광이 되겠지만요. 오히려 적당히 2차로 떨어져 주는 게 정부 터치도 덜 받고 잘된 셈이죠."

이쯤부터 정서희의 목소리에 불안한 호흡이 섞이기 시작했다.

하수영은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히 말을 이어 나갔다.

"삼성동 윤병원이에요. 거기 지점, 아니, 아무튼 거기 병원만 뚝 떼어서 매물로 내놓으려나 봐요."

-……삼성동 윤병원이요? 거기는 병상 수만 800개가 넘는 대형병원이잖아요? 거기가 개인병원이었어요?

정서희도 몰랐던 모양이다.

"네, 의료재단법인이 아니라네요. 지금도 병원장은 윤태석 회장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남달리 좀 큰 개인병원, 그것이 바로 윤병원의 본질이다.

-……전 당연히 비영리 법인병원이겠거니 생각했어요.

"저도요. 지금 병원에 와서 시찰중이거든요. 이런 걸 개인병원으로 이만큼 키우다니. 윤태석 회장, 아니, 윤태석 병원장은 의사 말고 사업가를 해야 했나 봅니다."

-거기는 병원 자세보다는 땅값이 천문학…… 아, 수영 씨하고 이야기 중이라는 걸순간깜박했어요.

"병원 시설 자체는 재단을 설립해서 인수하고, 부지는 제 명의로 따로 매입해서 재단에 임대하는 형식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게 낫겠네요. 비영리 재단이 되는 순간 소유권 자체가 없어져 버리니,

"땅 명의 말고 다른 건 욕심 안 납니다. 청담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청담동 행정구역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겠죠."

-인수하면 더 이상 개인병원이 아니게 돼요. 비영리 법인병원이에요. 그럼 수익은 외부로 반출할 수 없다는 거 아시죠?

"수익 생각하면 애초에 병원 인수안 합니다. 아시잖아요."

-혹시나 해서 짚어드렸어요. 프라임오일 수익으로 투자한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전혀 회수 못 해요. 전부 병원 안에서만 회전시켜야 해요.

"네, 압니다."

-그럼 어느 정도나 투자하실 거예요?

지출만 있고 수익은 전혀 없는 공익사업이지만, 회사 이미지 홍보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이런 공익사업에 적절한 수익 배분을 해주는 게 좋다.

"그냥 병원 시설 좀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재정상 문제없이 굴러갈 정도만 투자하면 됩니다. 여기서 병원 규모를 더 키우거나 하지는 않을 생각이고요."

-그 정도면 정말 소일거리 맞네요. 알겠어요.

"네, 구체적인 세부조건은 제가 지금 메일로 보내드렸으니 확인해 보세요."

-벌써요? 알겠어요,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통화가 끊기고 약 30분 후, 정서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진심으로 이렇게 병원을 운영하시겠다는 거예요?

"다른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힐링 하스피탈 라이프를 누릴 수 있게 해주려고요. 환자든, 의사든, 간호사든, 행정직원이든 간에요."

-……다른 대학병원이나 공공병원, 민간병원에서는 절대 못 할, 아니, 안 할 방식이긴 하네요.

***

윤병원 그룹.

개인병원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종합병원, 기업연구소, 대학재단까지 거느린 규모로 성장했다.

산하에 모두 5개의 종합병원이 있지만, 모두 개인병원이다.

물론 1인 1개소 원칙에 따라, 각각의 병원장은 전부 다른 사람이다.

삼성동 윤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네 병원의 원장은 당연히 윤태석 회장의 자녀들이다.

"우리 그룹은 한국 병원의 역사를 새로 썼다. 개인병원이 이만큼이나 성장한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거다."

아들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윤태석 회장은 근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건 우리 가문의 영광이다. 나는 우리 가문의 영광을 탐욕스러운 대기업의 손에 넘기느니, 차라리 그냥 폐기하는 것을 선택하겠다."

자녀들은 부친의 분노를 이해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정당한 거래였다면 부친은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입자 가속기 도입이 선진 암센터 치료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돈을 아끼지 않고 달려들었다. 우리 그룹의 유동자금을 박박 긁어 모아서 수천억을 때려 부으려고 했지."

중입자 가속기 도입을 위해 준비한 자금이 무려 2,300억원.

"그걸 서해병원의 로비를 받은 보건복지부가 박살을 내놨지. 내가 멍청해서 눈을 뜬 채 당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복지부에서 재벌 돈 먹고 작정하고 뒤집었는데, 어느 누가그걸 예상할 수 있겠어요."

"큰형님 말이 맞습니다. 아버지 책임이 아니에요."

"아빠, 그러니까 선진치료기술 도입이니 뭐니 하는 건 적당히 남들 눈치 봐가면서 하자고 했잖아요."

"400억이 날아가긴 했지만, 우리 그룹 전체 규모로 보면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닌데요. 굳이 병원을 처분할 이유가 있어요?"

병원 내부에는 재정 적자 폭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윤태석 회장이 의도적으로 조장한 분위기다.

적자인 것은 맞지만, 보건부에서 뒤통수를 지는 바람에 만들어진 일시적인 손해다.

병영 경영 흐름을 보면,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는 수준.

아들들은 굳이 잘 굴러가는 병원을, 왜 바람잡이까지 일으키면서 처분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삼성동 병원은 우리 집안에서 두번째로 설립한 병원이잖아요. 나중에 국내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키우신 병원이고요. 굳이 처분하시려는 이유가 있어요?"

윤태석 회장은 돈을 좇는 손 큰 사업가이지만, 한편으로는 의사로서 인술에 대한 소명의식도 풍부했다.

그러니 굳이 처분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JS건설에서 오래전부터 삼성동 병원 부지를 원했다."

"그거야 알죠."

"시세의 50%를 프리미엄으로 쳐주겠다는구나."

"……50%나요?"

아들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삼성동 윤병원 부동산 시세는 평당 6,000만 원 선.

병상 800석 이상을 갖춘, 작년까지만 해도 3차 병원이었던 만큼 병원규모는 상당한 편이다.

거기다가 50%의 프리미엄까지 얹어주겠다고?

"재준이, 도준이, 창준이가 이제 곧 전문의 시험 준비하고 있지?"

"네."

"걔들 교수 따고 나중에 종합병원 하나씩 차려주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내 손주들이 작은 동네병원장으로 일하는 건 용납못 해. 이 윤태석이 핏줄이라면 적어도 15층 이상 큰 병원장 정도는 되어야 한다."

윤태석은 대학병원 수준의 개인병원을 자손들에게 하나씩 남겨주고 싶어 한다.

손주들에게 그런 선물을 하나씩 안겨주려면 당연히 돈이많이 든다.

"비영리 법인 병원은 의사 면허 없는 재벌가들이나 운영하는 거지. 그것도 남의 돈을 끌어다가 짓는, 소유권도 아니고 운영권만 갖고 어정쩡하게 굴리는."

"우리 집안이 그 길을 갈 필요는 없죠."

"나도 살 날 얼마 안 남았다. 내가 죽기 전에 삼성동 병원은 어차피 처분해야 해."

서해의료재단에 처분해도 제값은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놈들은 나를 농락했지. 괘씸한 것들이다."

"맞습니다. 심지어 땅값 프리미엄도 없잖아요."

"삼성동 윤병원을 손주 세 놈에게 쪼개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동경영을 맡길 수도 없다. 자기가 오롯이 소유하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해. 그게 재산 다툼 가지고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 길이다."

형제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끄덕였다.

각자 병원을 하나씩 받았지만, 부친은 냉정하면서도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주었다.

어려서부터 가정교육, 그리고 재산교통정리가 확실했기 때문에, 형제들의 우애는 괜찮은 편이다.

'병원 땅값만 쳐도 그게 대체 얼마야.'

'애들 병원 하나씩 차려주고도 7할 이상은 남을거같은데.'

'그것도 나중에 다 적절하게 분배하시겠지?'

"JS건설 조건은 이렇다. 토지 소유권은 즉시 이전하되, 3년간 폐업을 정리할 시간을 준다는구나. 그 기간 동안은 임차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괜찮은데요. 50% 프리미엄에 3년의 유예까지 준다니요."

"만약 6개월 안에 병원을 정리하면 프리미엄을 75%까지 얹어준다고 했다."

아들들은 저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차남이 입을 열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비서실장이 눈치를 보며 들어왔다.

"회장님, 급히 아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금 가족회의 중인 거 안 보이나?"

"병원을 사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청담 윤…… 아니아니, 삼성 윤병원을 사겠다는 연락입니다."

윤 가문 일동의 눈이살짝 커졌다.

"어느 재단인데?"

"재단이 아닙니다. 개인입니다."

"개인 의사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걸 사겠다고?"

"의사가 아닙니다."

"의사도 아니라고?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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