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34화 (334/1,270)

프랜차이즈 갓 334화

81장 마트는 평화롭다(1)

수영마트가 개점하고,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라테마트의 공급 시스템을 승계했기에, 수영마트는 라테유통에서 필요한 상품을 공급받고 있었다.

물론 다른 라테마트와 동등한 수준의 조건으로 제공받고 있었기에 손해는 없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라테유통 사장 진세호는 수영마트의 매출을 확인하고 그만 굳어버렸다.

"이게 사실인가?"

"예, 사장님. 모두 사실입니다. 한 달 동안 700억 원 가까이 되는 매출을 찍었습니다."

정확히는 699억 몇천만 원이지만, 이 정도면 그냥 700억으로 보는 게 낫다.

한 달에 700억 원이면, 일 년으로 치면 8,400억 원이다.

그 작은 마트 하나에서 기대 연매출이 8,400억 원이나 된다고?

이 정도면 웬만한 백화점 수준 아닌가? 이게 말이 돼?

'마트 단일 지점 최고 매출액이 2,200억 원인데.'

경쟁사인 뉴월드마트이기는 하지만,

"10억, 100억 원을 미리 구매액으로 지불하고 할인과 각종 시설편의 제공을 받는 회원권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100억 원짜리 골드 등급은 한 장도 팔리지 않았지만, 10억 원짜리 실버 등급은 100장 이상 팔린 것으로 압니다."

선매출만 벌써 1,000억 원이 나왔다는 소리다.

심지어 회원권 팔아서 번 돈은 매출로 치지도 않았다.

겸손하게, 진짜 순수하게 팔려 나간 상품 대금만 매출로 잡은 것이다.

"다른 마트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막강한 장점을 무기로 내세워 홍보하고 있습니다. 청담에 거주하는 유명 연예인들도 적극 칭찬하고 있고요."

"잘나가는군."

땅장사나 하려고 마트를 산 줄 알았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적을 올릴 줄이야.

진세호는 문득 하수영이야말로 진짜 경영의 귀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 부지 하나 넘기고 화해하길 잘했군.'

지금 라테백화점은 한창 수영레스토랑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머쉬룸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지만, 부친 진철진은 일단 화해를 이뤘다는 것 덕분에 자신에게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장손이 친 사고 때문에 차남이 그룹을 대신해서 고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김 부사장, 자네가 보기에 프라임그룹이 승승장구하는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진명 부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인기가 많지만 너무 비싸서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는 식재료를 헐값으로 제공합니다. 그 덕분에 라면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시장을 차지해왔습니다."

골든 트러플, 황금비단우산버섯. 송이버섯. 무공해 참치.

"수영레스토랑에서만 따로 제공하는 수영김치가 또 맛이 아주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수영파우더도 아주 일품이고요."

"수영파우더?"

"따로 팔지는 않는 비매품 향신료인데, 밥이든 술이든 그것을 뿌려 먹으면 맛이 한층 좋아진다고 합니다. 35,000짜리 오리지널 수영라면에는 그 향신료를 반드시 뿌린다고 합니다."

"호오, 그런 게 또 있었어?"

"네, 수영레스토랑에서는 향신료의 존재에 대해서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향신료의 비밀을 궁금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별도로 특허 등록한 건 없지?"

"없습니다."

"그렇다면황금비단우산버섯재배단가 인하가 특별히 대단한 기술은 아니라는 소리인데……."

프라임컴퍼니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것은 결국 황금비단우산버섯이다.

황금비단우산버섯은 국물요리에는 종류와 국경, 인종과 종교를 막론하고 필수적인 식재료니까.

"황금비단우산버섯은 지금 한국과 미국에서만 유통 중이지만, 일본과 중국, 유럽에서도 버섯을 사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시장에만 갖다 팔아도 대박일 텐데. 왜 해외 수출을 하지는 않는 거지?"

"생산량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스턴트 라면 시장과 수영레스토랑에 조달하는 물량만 해도 벅찰 수 있으니까요."

황금비단우산버섯.

한 번 제대로 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하수영이 애지중지하는, 재배단가 인하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세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짓이지.'

"일단 더 이상 하수영 의원과 척을 지면 곤란해. 수영레스토랑 백화점입점은 문제없도록 진행하고."

"예, 사장님."

"명품관 매출 하락은 어쩔 수 없지만…… 백화점 사업 하나에만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되겠지."

더 큰 자리를 노려야 한다면.

진세호는 그 말을 생략했지만, 김진명은 그가 무슨 뜻을 품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백화점 사업의 급추락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차남이지만 그룹 회장이 되겠다는 야심.

그것을 채우기 위하여.

***

-엘릭서드링크 판매가 호조롭습니다. SNS에서도 엘릭서드링크를 복용하고 건강이 좋아졌다는 글이 눈에 띄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엘릭서로 키운 송이버섯에서 추출한 엑기스, 마케미야는 엘릭서 송이버섯을 먹고, 원인을 알 수 없던 오랜 요도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테스트를 위해 난치성 지병을 앓는 지인들에게 송이버섯을 돌렸고, 그들이 눈에 띄는 건강증진 효과를 얻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1억 5,000만 달러의 자본금을 들여 프라임웰빙을 창설하고, 하수영에게 70%를 주고 자신은 30%를 나눠 가졌다.

특히 마케미야는 중국 시장을 작심하고 노렸다.

서양에 비해 문화적 거리감을 줄이기 쉬운 데다가, 원체 큰 시장을 품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건강식품으로 승인을 받은 엘릭서 드링크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마트나 온라인에서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었다.

-아침에 혈압약 먹고 너무 어지러워서 급히 병원에 갔는데 혈압이 130이 나온 거야. 의사가 깜짝 놀라더라고.

-혈압이 너무 높게 나와서?

-아니, 너무 낮게 나와서. 원래는 혈압약을 먹어도 혈압이 150 이상 나왔거든.

-헐…… 근데 130도 정상보다는 높은 건데 왜 어지러움을 느낀 거야?

-맨날 약 먹어도 고혈압 상태로만 살다 보니 정상 혈압보다 살짝 높아도 어지러움을 느낀 게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그래서 일단 혈압약 복용을 잠시 중단했어.

-그런데 처음에는 조금 어지러웠는데, 이삼일 지나자 완전히 사라졌어. 머릿속이 매우 상쾌해. 혈압도 지금 120/80 정상으로 딱 나오고 있고,

-쩐다. 혈압 관리 어떻게 했음?

-별로 한 건 없어. 아, 최근에 한국에서 온 친구가 몸에 좋은 거라고 엘릭서드링크인가 뭔가 하는 거 한 박스 줘서 그거 꾸준히 먹었는데, 혹시 그거 때문인가?

혈압약 없이 혈압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요즘 이상해. 인슐린을 안 맞아도 당 수치가 정상으로 나와."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해."

"이틀에 한 번은 저혈당 증세 와서 어지럽고 그랬었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어. 몸이 가볍고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혹시 엘릭서드링크 때문에 그렇다는 거야?"

"그거 일주일 전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몸이 좋아졌어. 이거 정말 뭔가 있는 거 아니야?"

만성 당뇨질환 환자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으며.

"요즘 환자들이 왜 약을 타러 안오지?"

"원장님, 엘릭서드링크인가 하는 건강보조식품 때문에 그렇대요."

"엘릭서드링크?"

"네, 그게 혈압과 당수치 잡는데 아주 직빵이라는 소문이나서 환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찾는대요."

"말도 안 돼. 엑기스즙 조금 먹었다고 혈압과 당 수치가 잡히면 제약회사들 사업 다 때려치워야지. 플라시보 효과일 거야."

병원 사이에서도 스멀스멀 소문이 돌기 시작했으며.

"엄마, 이거 좀 드셔 봐요. 이게 건강에 그렇게나 좋은 거래요."

"아이고…… 내가 산다면 앞으로 얼마나 산다고, 건강식품 따위 먹는다고 말기 암이 어디 낫는대니."

"그래도 엄마."

"인석아, 713호실 황달원 노인네도 마지막 희망 붙잡는다고 말년에 엘릭서드링크인지 뭔지 달고 살았지만, 결국 한 달도 안 돼서 갔잖어."

"엄마, 하나만 듣고 다른 하나는 못 들었구나. 황달원 할아버지 그분, 엘릭서드링크 먹으면서부터 안 아파했던 거 몰라요?"

그 말에 늙은 암환자는 살짝 놀라서 반문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

"네, 그 할아버지 몰핀을 밤낮으로 들이부어도 맨날 아프다고 비명 지르고 엉엉 울고 그랬잖아요. 근데 엘릭서드링크 먹으면서 그런 거 싹가졌어."

"세상에나."

"몰핀 진통제 계속 맞긴 했는데, 죽을 뻔하던 거에 비하면 참을 만한 고통이라고 말년에 그래도 좀 편하게 보내셨잖아."

"……그럼나도 한 번 먹어봐야겠다. 근데 이거 가격이…… 어머나, 너무 비싼 거 아니니?"

"이 정도는 할 만해. 홍삼원액에 비하면 뭐 양반이지. 간에 부담도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곳곳에서 엘릭서 복용에 대한 반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환우 모임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분위기가 큰 편이었다.

엘릭서라는 이름처럼 죽은 사람도 살려내고, 곧 죽을 병도 고쳐주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명을 건져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존 현대 의학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질환들.

지속적인 관리는 가능하지만 시원한 개선은 피하지 못하는,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질환들.

그런 부분에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물론 환자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의사와 약사들은 코웃음을 치며 단언했다.

"혈액 검사 결과 수치가 아주 좋아 지셨어요. 그동안 꾸준히 약 드시고, 식단 관리하시고,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셔서 몸이 좋아지신 겁니다."

"하지만……."

"원래 고혈압은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면 약의 도움 없이 잡히기도 하는 법이에요. 몸에 좋은 식품을 꾸준히 먹는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좋은 영향을 끼친 겁니다."

"근데 저 운동하고 식단 관리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는데요?"

"아무튼 건강보조식품 하나 먹는다고 혈압이 잡히거나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니, 계속 드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단, 그렇다고 의사인 제 처방 없이 약을 임의로 끊거나 병원 발길을 끊으시면 안 됩니다."

프라임웰빙컴퍼니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일어나는 그런 소비자들의 반응을 남김없이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참고로 프라임웰빙컴퍼니의 CEO는 마케미야다.

"매출 증가세가 매우 고무적입니다. 특히 이번 달에 중국에서만 3,000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회사가 설립된 것은 이제 겨우 일년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월 매출 3,000억 원. 그것도 한 국가에서만 달성한 기록에, 회사는 축제 분위기였다.

"혈압 수치와 당 수치 관리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의료계에서 고혈압과 당뇨 시장은 아주 큰 파이지."

전 세계에서 성인 고혈압 환자는 11억 명, 성인 당뇨 환자는 4억 명이 훌쩍 넘는다.

그중 10%만이라도 고정고객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다면.

프라임웰빙컴퍼니는 단숨에 화이자, 바이엘 싸대기 후려치는 '글로벌 제약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대표님, 저희 회사 식품회사인데요."

"아, 그렇지."

"엘릭서드링크는 '건강기능식품'도 아니고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허가 받았어요. 식약처 기능식품 인증도 못 받은 그냥 버섯즙입니다."

프라임웰빙컴퍼니에는 약사 면허자가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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