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333화
80장 동네마트는 디폴트(5)
수영마트는 SNS를 통해 단숨에 드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초고가 명품 브랜드 사옥 못지않은 화려한 시설을 갖추었으면서도, 일반 대형 할인마트와 별다를 것 없는 상품들을 취급한다는 점이 네티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SNS 인플루언서들은 앞을 다투어 수영마트를 방문하며 인증샷을 남기고 '좋아요'를 찾았다.
청담동에 사는 유명 연예인들도 수영마트를 방문해 장을 보는 모습을 개인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중에는 자타공인 한국 톱클래스여배우, 장효주도 있었다.
[광고주님의 마트 오픈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앞으로 번창하시길 바랄게요! 회원권은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죄송해요!]
-뭐야? 뭐야? 여기가마트라고?
-혈, 개쩐다. 우리나라에 이런 마트가 있단 말이야?
-내부 인테리어만 보면 마트가 아니고 무슨 명품관 로비 같은데?
-마트가 청담동에 있다며? 청담동 사모님들만 골라서 받는다는 뭐 그런 컨셉 아닐까?
-그럼 유럽 명품 생필품만 팔아야 하는데, 파는 거 보면 그냥 일반 할인마트와 다를 게 없는데?
칫솔, 치약, 라면, 화장품 등등…….
수영마트에서 취급하는 생필품 브랜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었다.
-수영마트가 일반 마트에 있는 물품만 취급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일반 마트에서는 절대로 들여놓지 못하는 물품도 취급하고 있지. 이게 바로 청담동 클래스라는 거임.
-수영마트가 바로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취급하는 국내 유일의 마트라는 거 알고 있냐?
-지금 수영마트에서 할인행사하고 있어서, 황금비단우산버섯을 킬로당 1만 원이면 살 수 있음! 고고고!
-할인 끝나도 킬로당 1만 5,000원이면 살 수 있다는데? 이 정도면 완전 혜자 아니냐?
-솔직히 수영마트에서 사는 것보다는 그냥 황비버섯라면 사서 버섯만 따로 모으는 게 더 이득 아니냐?
-라면 처리가 힘든 사람들도 있잖아. 킬로당 10만 원이면 몰라도 킬로당 1.5만 원이면 어느 정도 소득되는 사람들은 그냥 마트에서 버섯만 사다 먹는 게 편할 거다.
물론 수영마트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블은 따로 있었다.
-수영마트 다녀왔습니다. 골든 트러플 영접하고 왔어요. 하, 진짜 보기만 해도 눈이 호강하는 아름다운 황금색이네요. 버섯이 아니라 그냥 금으로 빚어낸 장식품 같습니다.
-이게 뉴월드백화점, 백두백화점상위 29명도 한 달에 한 번만 먹을 수 있다는 그 골든 트러플이란 거 죠? 원래 아랍 왕실들만 먹는다는.
-백화점 VIP 식단에 오르는 것과 동등품이랍니다. 저 40g짜리 버섯하나가 800만 원이라는 게말이되나요?
-킬로당 수억, 수십억씩도 한다고 해서 감이 잘 안 왔는데, 저 40g짜리 하나가 800만 원이라니까 확 와 닿는다…….
골든 트러플은 수영마트의 채소류코너 한쪽에 있다.
작은 유리상자 안에 40g짜리 한 개만 달랑 들어있는 채로 존재감을 자랑한다.
마트에 딱 한 개만 진열해서 파는 것이다.
-하루 판매 개수가 딱 40g짜리 한 개로 정해져 있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팔린 적이 없답니다. 마트 재고 자체가 겨우 이거 한 개예요.
-지금 저거, 아니, '저분'이 수영마트 오픈일부터 줄곧 저 자리를 지켜 오신 분이죠?
-과연 어느 분이 저분을 데려가실지…….
-수영마트는 골든 트러플 한 개 가지고 제대로 최고급마트 이미지 뿜뿜하고 있구나.
-저 쬐깐한 거 한 개에 800만 원이라니…… 재벌이라도 아까워서 못먹을 거 같은데요.
-저거는 사서 먹어봤자 입맛만 버릴 겁니다. 듣기로는 40g짜리 적어도 서너 개는 먹어야 포만감이 있대요. 한 개만 달랑 먹어서는 너무 아쉬워서 안 먹느니만 못할 겁니다.
-근데 수영마트에 들어오자마자 팔려 나가는 밀가루하고 보리, 콩같은 게 있는데, 수영농장산 작물들. 그거 진짜 맛이 장난 아니게 좋다고 함.
-마트 오픈 한 시간 전부터 수영농장산 작물 사가려고 줄 서는 사람들 행렬 봤음? 오픈하자마자 사람들이 다 쓸어가는 바람에보통 사람들은 구경도 못 해봄.
-근데 농부가 돈이 어디 있어서 청담동 그 비싼 부지에 마트를 냄? 보니까 완전 적자인 거 같은데…….
-윗친구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나 보네. 마트주가 요즘 청담에서 알아주는 부동산큰손이다.
-그래?
-이제 스물한 살인데 강남구의원 이기도 하고, 아무튼 재벌들 부럽지 않은 큰 부자임. 농사는 그냥 심심풀이로 하는 거고,
-이거 원. 너도 잘못 알고 있네. 농사를 심심풀이로 하는 게 아니라 농사하다가 초대박 나서 지금처럼 부자 된 거다.
-근거 있음?
-농사하려고 산 땅에서 골든 트러플 쏟아져 나와서 그거 외국 곡물재벌회사에 4,500억 원 받고 팔았다. 그 시드 머니 가지고 프라임컴퍼니 세워서 라면 시장 싹쓸이하고, 지금 수영라면으로 미국에서도 돈 갈퀴로 긁어모은다. 부동산도 엄청 늘렸고,
-너도 뭔가 선후관계가 잘못된 거 같은데?
-하수영 의원 아버지가 한남동에서 알아주던 용한 박수무당이라는 썰도 있던데. 서해그룹 이창영 회장이 그 사람 말해주는 대로만 해서 국내 1위 재벌 됐다고 하더라. 아주 그 사람 말이라면 깜빡 죽었대.
-그럼 시드머니가 거기서 나온 건가? 역시 진정한 자수성가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군.
마트 장사는 생각보다 잘되는 편이었다.
워낙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고, 또 손님을 가리지 않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명품관 쇼핑한다는 기분을 내기 위해서 찾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강남권에 거주하는, 돈 좀 있다는 사모님들은 집 앞 마트를 놔두고 굳이 수영마트까지 장을 보러 왔다.
통행공간이 온통 대리석으로 치장된 마트는 진열품을 둘러보며 걷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곤 했다.
물론 돈 많은 사모님들만 오는 것은 아니었다.
하수영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하루가 멀다고 마트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프라임컴퍼니 청담동 본사 사옥 설계를 맡은 이도공 건축사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구매할 물품은 이게 전부야?"
"네, 대표님. 칫솔 500개, 치약 200개, 비누 100개, 화장지 24개입짜리 30개…… 해서 총 112가지 생필품 29, 322개입니다. 총 구매금액 1억 원이 조금 넘습니다."
"사무소 이름으로 회원권을 사두길 잘했군."
이도공 건축사사무소도 10억짜리 회원권 하나를 샀다.
물론 돈이 그만큼 남아돌아서 산 것은 아니었다.
여러모로 합리적인 투자라고 판단이 됐기 때문에 과감히 10억 원을 지른 것이다.
"사무소 직원들도 좋아라 합니다. 필요한 물품을 공동구매하면 반값에 살 수 있으니까요. 분산 배송이 얼마든지 가능하니, 멀리 사는 부모님한테도 나눠서 배송하는 것도쉽고요."
건축사사무소는 실버등급 회원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할인을 받는다.
구매가격의 50%를 회사에서 직원복지 차원으로 제공한다.
때문에 공동구매에 참가한 직원들은 필요한 물품을 50% 밑의 가격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살 필요도 없다.
마트 사이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고른 다음, 리스트를 작성해서 회사에 제출하면 그만이다.
그럼 회사가 직원이 원하는 물품을 구매한 후 지정한 주소로 배송시킨다.
그리고 직원 부담액은 월급에서 공제하면 끝.
직원은 원하는 물품을 싸고 편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회사는 수영마트에 생색을 낼 수 있어서 좋고, 수영마트는 매출이 올라서 좋다.
모두가 승자가 되는 해피루트 아닌가.
"이런 식이면 1억 원도 금방 쓰겠는데?"
"이번에는 첫 구매라서 워낙 이것 저것 많이 사서 그렇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매달 구매액이 천만 원 밑으로 줄어들 겁니다. 물론 회사에서 필요한 물품들은 지속적으로 구매를 하겠지만요."
"가만, 근데 저기 저 사람 말이야. 강남구의회 행정사무장 아닌가?"
"어, 그런 거 같습니다. 아, 강남구청 건설행정과장도 같이 있는데요?"
"음, 강남구청과 구의회에서 우리 하수영 대표님에게 잘 보이려고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더니, 정말이었어."
"마트가 적자운영이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이 정도면 마음을 놓아도 될 거 같습니다."
이도공은 돈이 돈을 번다는 게 무슨 말인지를 실감했다.
처음 수영마트 개점 소식을 들었을 때, 마트 개조에 들어간 비용을 보고 뜨악했었다.
100년을 영업해도 재단장 비용의 반도 회수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트는 생각 이상으로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빼곡하게 몰려든 것도 아니었는데…….
***
"우리 수영마트, 지난 일주일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오픈하고 일주일이 되는 날.
폐점을 끝낸 하수영은 매장 직원들을 전부 불러놓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우리 수영마트는 개점하고 7일 동안 약 163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
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그게 높은 건가? 어느 정도 수준이지?'라고 중얼거렸다.
하수영이 부연설명을 했다.
"뉴월드마트에서 몇 년간 부동의 최고 매출을 찍는 지점이 연평균 2, 200억 원입니다. 일주일로 보면 약 42억 원이죠."
"와, 그럼 거의 4배 차이라는 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단위 면적으로 따지면 더 월등하죠. 우리 수영마트는 부지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니까요. 아, 그리고 회원권 판매로 들어온 선불금은 제외한, 순수하게 팔린 물품액만 따진 금액입니다."
그제야 직원들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성적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고정비용을 제외하면 예상 수익률이 4% 정도 될 겁니다.
즉, 우리 마트는 일주일 동안 6억이 넘는 영업 이익을 낸 셈입니다. 자, 다들 박수!"
직원들은 자기 일처럼 즐거워하며 박수를 짝짝 쳤다.
마트가 적자가 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오히려 흑자를 내고 있다니.
"직원 수도 늘리고 임금도 올려주시고 해서 걱정했는데, 진짜 잘됐다."
"역시 우리 하수영 의원님은 재물신이 돌본다니까. 갓 오브 파이낸스가 붙어 있는 게 틀림없어."
"재단장에만 수십억 넘게 들어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그럼 몇 달만 더 열심히 일하면 재단장비용은 건질 수 있겠구나."
"응? 내가 알기로 재단장에만 600억 넘게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
"정말?"
"바닥이고 외벽이고 죄다 대리석으로 마감하고, 수억씩 하는 비싼 음압장치로 정육 코너 만들고, 휴게실에 설치한 티비 3대만 따져도 4억이 넘어."
"600억이 확실해? 내가 듣기로는 1,000억 원 넘게 들어간 걸로 아는데?"
"……."
갑자기 직원들 사이에서는 재단장으로 얼마가 들었는지를 의견이 분분해졌다.
"땅이 어디 도망가진 않으니 부지 매입비용은 뺀다 쳐. 마트 재단장비용에 시설 매입비까지 다 하면……."
"일 년 꼬박 벌어들여도 재단장 비용도 회수 못 하는 거네."
"……우리, 앞으로 웬만하면 우리 수영마트에서 필요한 거 사도록 합시다."
"그럽시다. 월급도 올려주셨는데 당연히 우리가 마트를 살려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