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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23화 (323/1,270)

프랜차이즈 갓 323화

78장 어디 받아보든가(3)

"우리 백화점은 이제 머쉬룸 서비스 시행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백두백화점 임원 회의는 여느 때보다도 큰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돌아가서도 안 되며, 돌아가야 하는 상황 자체를 파괴해야 합니다."

연 매출 7조 원대의 시장이 한순간에 연 매출 20조 원 이상으로 커졌다.

당연히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서도 안 된다.

어떻게 해서는 지금의 매출을 지속적으로 지켜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머쉬룸 서비스를 영구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얻는 이익에 비해, 프라임유통이 얻는 이익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전무합니다. 이런 비대칭 비즈니스 관계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임원들은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른 법인데, 하물며 프라임유통을 법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카드도 없다.

프라임유통 측은 언제든지 4개월전에 통보만 하면, 골든 트러플 제공을 중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 다들 동의하신 것으로 알고, 장기계약 변환을 진행하겠습니다."

백영호 회장의 아들, 백서훈 사장이 결연한 표정으로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

강남구의회 업무를 마친 하수영은 오늘도 구의회 전 직원들을 상대로 근사한 저녁 회식을 제공했다.

보통 일반 직원들은 기초의원들을 어느 정도 꺼리게 마련이지만, 하수영만큼은 예외였다.

한껏 환심을 산 하수영은 구의회사무장에게 카드를 미리 건네고 일어났다.

"있다가 이걸로 계산하시고, 내일 돌려주세요. 전 먼저 일어납니다."

"아니, 의원님. 벌써 가시렵니까?"

"네, 약속이 있어서요. 기다리게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얼마나 중요한 분이시기에 의원님 같은 분이 이렇게 친히 행차를 하시나요."

"아주 중요한 사람이죠. 참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을 정도예요."

하수영은 그렇게 묘한 웃음을 남기고, 먼저 일어났다.

그는 삼성동에 있는 백두호텔로 향했다.

로비에 들어서자 미리 대기 중이던 백두그룹 측 직원이 얼른 알아보고 다가왔다.

"의원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음, 감사합니다."

하수영은 직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안내받았다.

안에 들어서자 응접실에 미리 와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서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잘 보면 사람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앉아 있었다.

뉴월드백화점과 백두백화점, 두 곳에서 나온 이들이다.

정서희도 오늘 미팅을 돕기 위해 먼저 와서 하수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현진입니다. 백두백화점 VIP접객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백현진이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악수를 청했고, 하수영은 조용히 손을 잡았다.

"뉴월드백화점 성진만 상무입니다. 원래는 사장님이 직접 오시려고 했지만, 여기 정서희 부사장님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하셔서 제가 대신해서 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전권만 있으면 되지, 누가 왔는지를 따지는 성격은 아닙니다."

하수영은 덤덤히 말하며 의자에털썩 앉았다.

별거 아닌 가벼운 동작인데, 두 백화점 측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해서 마른침을 삼켰다.

정서희가 미소를 띤 채 서두를 찌냈다.

"요즘 두 백화점 매출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면서요? 작년 총매출을 이미 훨씬 넘어섰다고 들었어요."

"모두 머쉬룸 서비스 덕분입니다."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 줄 몰랐습니다. 골든 트러플을 먹어보고 싶어 하는 부자들의 욕망이 이렇게 클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국에서 골든 트러플을 먹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중국 부자들이 지갑을 펑펑 열어제껍니다. 허허."

일단 시작은 가볍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웃고 떠들며 덕담을 주고받던 중 정서희가 본론을 짚었다.

"백화점에서 고정적 장기계약을 원하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뉴월드와 백두, 우리 두 백화점에만 독점적인 서비스 제공을 보장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처럼 언제든 중단할 수 있는 그런 계약이 아닌, 장기적인 보장을 원합니다."

"그럼 두 백화점이 준비한 대가를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결정권을 가진 백화점의 두 대표, 백현진과 성진만 상무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 미팅을 갖기 위해 두 백화점은 사전에 긴밀히 서로 협의를 거친 상황이다.

"일단 백화점 지분을 나눠드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머, 경영권 방어는 어떻게 하시고요?"

"우리 부담으로 유상증자해서 그 지분을 양도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출의 일정 퍼센티지를 수익 분배 개념으로 나눠드리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분 양도와 적절하게 섞어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백화점 모든 지점에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서 무상으로 입주 가능하다는 조건은 당연히 그대로입니다."

"그룹에서 추진하는 큰 사업에 참여하고 싶으시다면 그것 또한 배려를 해드리겠습니다."

정서희는 하수영의 표정을 잠깐 살폈다.

그는 무표정하게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 듣는지 마는지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백현진과 성진만을 돌아보았다.

"두 회사에서 원하시는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수준의 머쉬룸 서비스를 유지하되, 기본 계약 기간을 10년으로 잡고 싶습니다. 그 이후에는 상황을 봐서 적절하게 갱신하는 것으로 하고요."

"10년은 너무 긴데요. 5년 기본으로 하고, 만료 후 5년간 갱신우선협의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하죠."

백현진과 성진만은 서로를 잠시 마주 보았다가, 이번에는 성진만이 입을 열었다.

"5년은 너무 짧은 듯하고, 10년 기본으로 했으면 합니다. 사실 우리 백화점으로서는 이 서비스를 영구적으로 유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떻게 하면 10년으로 맞춰주실 수 있습니까?"

"우리도 5년만 하고 끝내겠다.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상황이라는 게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건데, 기본 10년은 너무 기니 5년마다 상황 봐서 갱신하는 쪽으로 하자는 거죠."

"음…… 그럼 원하시는 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지분은 필요 없습니다."

입을 다물고 있던 하수영이 드디어 말문을 꺼냈다.

백현진과 성진만은 긴장해서 그의 입에 정신을 집중했다. 다른 수행원들도 바짝 긴장해서 귀를 기울였다.

"저는 다른 회사 주식이나 사업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깔끔하게 매출의 9%를 가져가는 것으로 하죠."

그 말에 정서희가 놀라서 바라봤다.

"대표님, 9%는 너무 적지 않나요?"

"아아, 욕심을 크게 부릴 마음은 없어서요. 애초에 초럭셔리 이미지 한번 만들어 보자고 재미로 시작한 사업이니, 너무 크게 한몫 챙길 필요도 없는 거 같고요. 전 그 정도면 만족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조건에, 백현진과 성진만의 안색이 환해졌다.

"그 대신 사소한 조건 몇 가지를 덧붙이고 싶은데요. 말 그대로 사소한 겁니다."

"경청하겠습니다."

"말씀해 주세요."

백현진과 성진만은 자세를 가다듬었다. 수행원들도 큰 산을 넘었다는 후련 귀를 기울였다.

"먼저 백두백화점 말인데요.."

"네, 회장님."

"아아, 그냥 의원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요즘에는 그게 더 입에 착 감기더라고요."

"알겠습니다. 의원님."

"에…… 그러니까. 트윈 에시빌, 포코 트라젠, 코시펠리우 타워, 청담제이아파트 제1동102호, 307호, 402호, 1301호, 제2동 307호…… 중략…… 오시론 하우스, 칼루 트리우린……."

뭔가 좔좔좔 쏟아지는 고유명사에 백현진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었다.

백두백화점 수행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저 긴 걸 설마 지금 다 외워서 말하는 건 아니지?'

'중간에 아파트 이름은 왜 섞여 있지? 지금 대체 뭘 말하고 있는 거지?'

"……이상입니다. 아유, 좀 길었죠? 엑셀로 정리해서 보내드릴 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물건 개수는 총 32개입니다. 별로 안 되네요."

"……무엇을 말씀하신 건지 이해가 어려워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부동산 이름입니다. 상가 빌딩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뭐 그래요."

"……부동산이요?"

좀 전에 그 이름들이 부동산 이름이었어?

그제야 백두백화점 임직원들은 알겠다는 듯이 끄덕였지만, 곧 다른 의문에 휩싸였다.

'근데 그걸 가지고 어떻게 해달라는 거지?'

"제가 좀 조사를 해봤는데 죄다 백두그룹 관계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들이더라고요."

설마 하는 마음에 백현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저한테 양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시세대로 제값은 치르겠습니다. 아유, 별거 아니죠?"

"그, 그런."

"공짜로 달란 것도 아니고 시세를 치르겠다는 겁니다. 아, 참고로 전부 청담동 소재지 물건들이에요."

"……."

백현진은 입술을 깨물며 고민했다.

어쩐지, 자신 명의로 된 전시하우스가 왜 저기에 끼어 있나 했더니, 그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대부분 백화점하고는 무관한 매물들이야.'

백화점회사가 청담동에 불필요한 부동산을 소유해서 무엇하겠는가.

백화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부동산 매물만 확보하면 그만이지.

이건 분명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었지만, 백현진은 곧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는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시세대로 쳐주신다는데, 전혀 어려울 거 없습니다."

"제가 계산을 해봤는데 32개 물건이 지금 시세로 총 2조 1,050억 원정도 되더라고요. 제일 비싼 게 1,100억 정도 되던가 그랬습니다."

"네, 그런가요."

"일단 소유권부터 양도받고, 매매대금은 매출 수수료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가도 될까요?"

백현진은 얼른 계산을 해보았다.

'예상 연 매출이20조 원이넘으니까. 일 년 수수료가 2조 원 이상…….'

부동산 대금을 당장 받지 못하더라도, 일 년이면 거뜬히 털어낼 수 있다.

덕분에 그녀는 시원스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물론 가능합니다."

아마 그중에는 임원들이 소유한 물건들도 소수 있겠지만, 할아버지의 한 마디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뺏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넘기는 것인데.

그리고 어차피 아파트 이상의 큰 물건은 일반 임원들 경제력 수준으로는 소유할 수도 없다.

"아유, 시원해서 좋으시네. 자, 그럼 이번에는 뉴월드백화점인데요."

"아, 네. 의원님."

성진만은 바짝 긴장했다. 아마 하수영은 자신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전권을 가지고 왔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은 뉴월드백화점을 대표해서 온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알기로 '백화점'이 청담동에 보유한 매물은 없다.

때문에 다른 계열사나 임원, 오너일가의 보유 매물은 자신이 장담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코트 사빌로우스 빌딩……."

하수영은 10여 개가 넘어가는 부동산 매물을 줄줄이 말했다.

그나마 가짓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성진만은 속으로 감사했다.

'13개 정도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회장님을 설득해서…….'

"그리고 아트락 타운이 있네요."

"네?"

"아트락 타운이요. 작년에 제가 사려고 했는데 뉴월드그룹에서 먼저 인터셉트한 그 땅이요."

하수영은 왠지 눈물이 찔끔 흐를 것만 같은 벅찬 감정을 느꼈다.

"제 4호기를 이제 그만 돌려주세요."

"네? 4호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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