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22화 (322/1,270)

프랜차이즈 갓 322화

78장 어디 받아보든가(2)

VIP서비스 시범은 큰 성공을 거뒀다.

블랙레드옐로 등급의 VIP들은 빠짐없이 행사에 참석해 골든 트러플요리와 송이버섯 요리를 맛봤다.

특히 레드M과 옐로M 등급의 손님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게 골든 트러플이구나. 진짜 환상적인 맛인데?"

"분하지만 최고의 맛이다. 이런 식재료니까 아랍 왕실들이 자기들끼리만 독점해서 먹었던 거겠지……."

"아랍 왕실 말고 미국 대재벌들도 가끔은 사서 먹는다고 하던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킬로당 수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최고급 식재료.

백화점 쇼핑에 매년 수억 이상 쓰는 사람들이라지만, 그들의 재력으로는 절대 먹어볼 일이 없는 요리.

태어나 처음으로 먹어보는 요리 앞에서 그들은 처음에는 강한 호기심과 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그 절대적인 맛 앞에 모든 불손함이 사르르녹아버렸다.

"왕족들만 먹는 거라고 해서 너무 궁금했는데, 진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네."

"킬로당 천만 원 정도라면 어떻게 한번 무리해서 일 년에 몇 번 정도는 먹어보겠는데, 킬로당 수억이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먹는 음식이네."

"이 백화점 VIP서비스가 끝나지 않고 영원히 이어져야 할 텐데."

"그나저나 이런 비싼 요리를 무료로 제공하면 백화점이 남는 게 있는 거야?"

"왜 없어. 우리가 평소보다 몇 배로 쇼핑에 더 돈을 쓰는데."

"우리가 일 년 동안 쇼핑에 쓰는 돈을 모두 털어 넣어야 골든 트러플 식재료값만 겨우 나오는 수준이야. 당연히 백화점이 남는 게 있겠어?"

"아, 그러네."

한껏 맛을 음미하고 난 레드옐로 등급 손님들은 그제야 백화점이 뭐가 남는 건지, 하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물론 백화점 직원들에게 문의를 해봐도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에이, 됐어. 그냥 우리는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지, 뭐. 안 그래?"

"우리가 어딜 가서 이런 왕족 전용 요리를 먹어보겠어."

"일 년에 겨우 두 번…… 남은 기간에는 그저 송이버섯 요리로 만족을 해야지."

"송이버섯 요리도 아주 훌륭해. 이것만 해도 한 끼에 수십만 원은 그냥 넘어갈 텐데."

레드 등급은 연 2회, 옐로 등급은 연 1회 골든 트러플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이것만으로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상시 제공되는 송이버섯 요리가 VIP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송이버섯 요리만큼은 블랙레드옐로 모두 언제나 상시적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끝난 백두백화점은 본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바쁘게 돌아갔다.

"블랙 29인 중 1위는 사우디아라 비아 왕세손, 29위는 우리 백두그룹회장님, 그리고 2위에서 28화까지 27인은 중국 대부호들입니다."

"레드 등급 중에서도 80% 이상이 중국인입니다. 필리핀과 싱가폴 부호도 조금 섞여 있습니다. 한국인 비율은 5%도 안 됩니다."

"옐로 등급 중에서는 한국인 비율이 그래도 20%는 넘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80%는 중국인, 필리핀인, 싱가폴인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예상했던 성적표가 나왔다.

중국 자본의 압도적인 잠식, 그리고 승리.

한국인 쇼핑객은 중국 쇼핑객들의 물량 공세 앞에서 장렬하게 패배했다.

"하지만 이런 패배는 언제나 기분좋은 것이죠."

"그렇죠. 우리나라는 중국에 정말 기분 좋은 패배를 거뒀어요."

"손님들은 패배했지만, 대신 우리 백화점이 큰 승리를 거뒀잖아요."

이미 7조 원이 훌쩍 넘는 명품 매출을 올렸다.

그 도도하기 그지없던 에르메스 브랜드 관리 이사가 한국까지 날아와서 불편한 게 없는지를 봐준다.

최상위 명품 브랜드가 저럴진대, 그 아래 브랜드들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문 결제를 마친 상품들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서 속속들이 날아오고 있다.

라테백화점 사장 진세호는 요약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보고서 마지막 줄까지 다 읽은 뒤, 진세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탁 내려놓고는 김진명 부사장을 돌아보았다.

"왜 이런 친구를 우리가 아직까지 몰랐습니까?"

"작년 초까지만 해도 전혀 알려진 게 없는 평범한 친구……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그럼 여기 적힌 이 모든 자산을, 작년부터 시작해서 겨우 1년 만에 쌓았다는 겁니까?"

"자산 취득일 자체는 그렇습니다."

"허참…… 진짜 재벌은 따로 있었네요. 여기 보고서 안에 말이죠. 안그래요?"

진세호는 기가 차다는 듯이 넥타이를 잡고 슬쩍 풀었다.

어이가 없어서인지 살짝 벌게진 얼굴이다.

"부동산 자산만 1조 7,000억 원이 넘는데, 이걸 일 년 동안 벌어서 모는 돈으로 모두 샀다고요?"

"예, 사장님."

어이없다는 진세호의 시선이 다시금 보고서를 향했다.

탐이 나도 너무 탐이 났다.

물론 하수영이란 인물이 탐난다는 게 아니라, 그가 가진 자산이 탐이 났던 것이다.

특히 수영레스토랑, 수영참치,수영치킨은 유통식품업의 강자인 라테유통 입장에서도 먹음직스러운 먹이였다.

"근데 기초의원은 왜 하는 겁니까?"

"아무래도 정치적 야심이 큰 거 같습니다. 아직 나이가 젊으니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다지고 올라가겠다는 그런 계산인 듯합니다."

"흐음, 국회의원도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을 텐데."

"강남구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도 막상 하수영 의원 앞에서는 쩔쩔맬 겁니다. 기초의원이지만, 지역구민심을 단단히 잡고 있는 '지역 유지'이기도 합니다."

지역 민심을 꽉 쥐고 있는, 돈 많고 인맥 많은 지역 유지 앞에서, 국회의원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

표심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지역유지니까.

심지어 같은 당 소속도 아니고, 무소속 아닌가.

보통 기초의원들이 국회의원 앞에서 쩔쩔 매는 것과는 전혀 반대의 양상이 된 것이다.

"애초부터 밑의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시행할 게 아니었군요. 진작 내가 만났어야 했습니다."

김진명 부사장은 잠시 동안 고민했다.

진석현의 음주운전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 끝에, 그는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알게 되실 일인데. 대신 나한테 피해 안 오게 살짝만 말을 바꾸면 되겠지.'

"저, 사장님. 실은 드릴 말씀이……."

"뭡니까? 해보세요."

"조카 진석현 군 이야기입니다. 알고 보니 하수영 의원과 좋지 않은 인연이 좀 있었습니다."

"악연이 있다고요?"

김진명은 자신의 주관이나 판단을 철저히 배제한, 사실 관계만 진세호에게 설명했다.

진석현이 음주운전을 해서 하수영에게 피해를 입혔고, 불구가 되었으며, 하수영이 라테그룹의 뒤끝을 걱정하고 있을 거라는 것까지였다.

다 듣고 난 진세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수영 의원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우리 백화점과 비즈니스 관계가 되면 그룹의 보복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안 그래요?"

"……그건 맞습니다."

"피를 주고 살을 받는 겁니다. 배신의 우려가 없는 진정한 동맹이죠. 하 의원도 그걸 원할 겁니다."

진세호는 논의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움직입시다."

오늘 그는 하수영을 만나 담판을 짓는다.

"네? 이걸 받으시겠다고요?"

하수영은 황당한 얼굴로 반문했다.

놀라움이 가득한 눈빛에는 '너네 미치셨어요?'라는 감정이 솔직하게 쓰여 있었다.

물론 진세호는 정확하게 읽어내지는 못하고, 그저 생각보다 놀라워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네, 받겠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19%의 매출을 수수료로 지불하더라도 우리 백화점 사업에는 도움이 됩니다. 받지 않을 이유가 없죠."

"아니, 이익의 19%도 아니고 매출의 19%인데…… 그래도 남는다고요?"

하수영은 놀라서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평온한 감정을 되찾았다.

그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며 혼잣말을 했다.

"이야, 명품 판매 사업이 진짜 많이 남긴 많이 남는구나. 하긴, 뭐 나도 예전에 수제 시계 팔아서 엄청 많이 남겨먹었으니."

"시계 제조를 하셨었습니까?"

"아, 네. 기계식 오토매틱 시계를 만들어서 한정판으로 팔았던 적이 있습니다. 재료비에 비해서 공임비만 백만 배 이상은 받았던 거 같네요."

"그 정도면 거의 몇천에서 몇억 수준의 시계였을 텐데, 잘 팔렸나 봅니다. 의외로 오토매틱 시계 만드시는 재주가 상당하신가 봅니다. 이번 일이 잘되면 나중에 저도 하나 만들어주시죠."

"재료비가 백만 원 정도 하는데요?"

"……."

진세호와 김진명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럼 시계값이 1조 원 이상? 아니, 그런 시계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

또 그걸 누가 사?

"게임 이야기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 세계 안에서는 저만 만들 수 있는 초한정판 시계라서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좀 있었거든요. 에너지 폭풍으로 인한 자연재해를 미리 경고해 주는 기능이 있어서, 석유재벌들이 여벌 목숨이라 생각하고 하나씩 사갔어요."

"……하하, 진짜 이야기인 줄 알고 놀랐지 뭡니까."

하수영은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결정을 보류했다.

"골든 트러플 예상 생산량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뉴월드와 백두와 맺은 계약에 차질이 생기면 안되니까요."

"그 손해배상도 우리가 전부 책임질 수 있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만한 상황 만드는거 선호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 걸림돌이 됩니다."

아마 정치 인생 이야기를 하는 것 이리라.

진세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끄덕여 보였다.

"그럼 좋은 대답 기다리겠습니다."

「사장까지 찾아왔어? 아니, 근데 백화점 사장이면 그룹 회장 아들 아니야?」

"차남이라고 하더군요. 백화점, 마트, 마켓, 슈퍼, 유통까지 다 도맡아서 관리한다고 하네요."

「백화점 매출의 19%를 주면서까지 하겠다고? 그렇게 해서 남는 게 있긴 있어?」

"손해보더라도 메꿔가면서 버티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요. 백화점 명품 유통에서 퇴출되는 것보다는 낫잖습니까."

VIP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의 유통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상위 5% 이상의 등급은 자신들과 인연이 없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이다.

「그 정도면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하 사장 입장에서 뉴월드나 백두보다는 훨씬 이득이잖아?」

"제가 돈만 생각했으면 애초에 팟디서플라이에 팔았습니다. 19% 받아도 어차피 저는 적자입니다. 뉴월드 백두도 당연히 적자고요."

「아, 그렇지. 참.」

그제야 골든 트러플의 무시무시한 가격을 상기한 전성렬의 목소리가 머쓱해졌다.

물론 실제로는 생산원가가 거의 들지 않아서, 적자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지만,

"애초에 이거 시작한 거 자체가 라테그룹에 한 방 먹이려고 한 거였는데요. 19%를 부른 것도 제 이빨을 안 드러내는 선에서 적당히 거절 의사를 나타낸 거고요. 근데 오해만 커졌네요."

「오해?」

"제가 원래 백화점 진출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음주운전 사건 때문에 라테그룹이 무서워져서 뉴월드와 백두에만 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하는거 같습니다."

「아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를, 우리 하 사장이 라테백화점이 뭐가 무서워서? 허허, 그 친구 안되겠네. 재벌 2세로 편하게만 장사해서 그런지 세상 물정을 전혀 몰라.」

전성렬은 혀를 차다가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라테백화점이 빨리 퇴출될 수 있도록 뉴월드와 백두를 좀 더 팍팍밀어줘야겠어요."

「역시 너그러워. 조금이라도 빨리 편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거구만.」

"원래 제가 한 자비합니다. 옆동네에서 태어났으면 이름이 자비가 됐을 거예요."

「왜,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아뇨, 그냥 아버지가 동네 지명을 이름으로 붙여 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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