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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16화 (316/1,270)

프랜차이즈 갓 316화

77장 바닥 아래 지하(2)

"이게 뭐지?"

박수홍 상무는 얼떨떨한 기분을 안은 채 플래카드를 둘러보았다.

수십 개, 아니, 세 자릿수는 되어 보인다.

플래카드에 적힌 이름을 보면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를 한 것 같다.

"우리가 지금 대덕연구단지, 뭐 그런 데를 잘못 온 건 아니지?"

"아닙니다. 경기도 웅지군 수영리가 맞습니다."

"그럼 저 건물들은 대체 뭐야?"

"그건 저도 잘……."

한눈에 보기에도 큰돈 들여 지은 건물이다.

첨단 연구목적으로 지은 것으로 보이는 건물 수십 채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으니, 자연히 의문점이 커졌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완전 깡촌시골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정보가 느려서야. 인터넷검색이라도 해봐, 얼른!"

"네!"

직원들이 허둥지둥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으로 검색을 시작하자, 박수홍 상무는 혀를 끌끌 찼다.

"아니,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걸 일일이 타이핑하면서 구글링하고 있나들?"

박수홍은 혀를 차며 스마트폰에 대고 입을 열었다.

"프리덤, 수영리에 뭔 일이 있었는지 한 번 알아봐."

프리덤의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듯이 모호하게 말해도 융통성 있게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고, 알아서 답을 가져온다.

심지어 속도도 번개 같다.

사람이 가진 장점과 기계의 장점만을 고스란히 합쳐 놓은 개인 비서 인공지능.

「국제자원투자회사 오너, 안살린 회장이 토양 연구를 위해 작년부터 이곳 수영리에 눌러앉았습니다. 원래 안살린 회장은 한 번 연구에 꽂해외 거점을 만들고 직성이 풀릴 때까지 머무르며 연구한다고 합니다.」

"국제자원투자회사? 아니, 석유 황제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허름한 마을 토양을 연구한다고?"

「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안살린은 하수영의 본가 뒤뜰 동산에서 골든 트러플이 자생하는 것을 보고, 거래를 통해 연구를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사실 프리덤이 마음만 먹으면 박수홍한테 얼마든지 거짓 정보를 제공해서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하수영은 그런 불법성을 용납하지 않았다.

'국경 없는 의사 단체가 든 100달러와 테러리스트가 든 100달러, 모두 똑같은 달러일 뿐이지. 테러리스트가 들고 있다고 100달러의 가치를 부정하면 화폐의 신뢰가 어떻게 되겠어?'

즉 프리덤이라는 서비스 컨텐츠의 품격과 신뢰도 유지를 위해서, 적성그룹 이용자라고 해서 서비스 품질에 칼질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프리덤이라는 아이콘의 신뢰 붕괴를 가져올 따름이니.

차라리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는 아예 안 팔거나 서비스를 중단하면 그만이다.

「안살린 회장이 연구동 단지 조성을 위해 사용한 자금이 100억 달러이상입니다.」

"배, 백억 달러 이상이라고?"

「네, 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 연구기관과도 산학 제휴를 맺었고, 거주인구가 1,000명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이 조그만 리 하나에 인구 천 명 증가는 눈에 보이는 엄청난 효과를 가진다.

「유동 인구도 늘어나고 상권이 활발해지니 지역 주민들의 소득과 혜택도 자연스럽게 증가했고, 그래서 수영리 주민들은 안살린 회장을 무척 좋아하고 따르고 있습니다.」

"안살린 회장님은 나도 좋아해, 인마."

아무튼 자세한 설명을 들은 박수홍은 다시 한번 연구동 단지를 올려다 보았다.

'이거 내 짬으로 감히 비벼볼 만한 게 아닌데.'

안살린 회장.

라테그룹 일개 상무 따위인 자신은 커녕,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도 몇 끗발은 차이가 난다.

개인 자산만 5조 달러가 넘는다는 사람을 어떻게?

박수홍 상무는 일단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추측했다.

"골든 트러플 자생지라고 알려진 게 여기가 맞을까?"

"일단 여기가 맞는 거 같습니다."

"아마 안살린 회장이 토양 연구를 한다는 게 골든 트러플 때문이 아닐까요? 골든 트러플은 아랍 왕실에서 특히 선호하는 식재료잖습니까."

"확실히 그렇게 짜맞추면 납득이 되긴 해. 근데 100억 달러나 투자해 가면서 연구할 만한 뭔가가 있는 걸까?"

"어쩌면 골든 트러플 양식의 가능성을 찾았을지도 모릅니다. 아, 이거라면 뉴월드와 백두의 VIP서비스가 말이 되네요. 골든 트러플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단이 있으니까, 그런 과감한 서비스를 도입한 거 아니겠습니까?"

어느 직원이 손뼉을 치며 말했고, 박수홍도 그 말에 솔깃해졌다.

"일단 좀 더 알아봐."

"네, 상무님."

이틀 후, 기조실에서 열심히 움직인 결과 의미 있는 단서를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상무님, 여기 하수영이라는 인물을 봐주십시오."

"뭐하는 친구야?"

"수영레스토랑 오너입니다. 작년에 우리 백화점에 입점할 뻔했던 고급라면 프랜차이즈 브랜드죠."

"아, 기억나네. 임대료 문제로 계약이 틀어졌다던, 근데 이 친구가 왜?"

"이 친구, 아니, 이분이 요즘 청담동에서 아주 핫하고 유명한 인사입니다."

"그래?"

라데그룹은 정치인을 키우지 않는 편이다.

꾸준히 큰돈과 노력을 들여 정치인, 법조인 장학생을 키우느니,필요할 때마다 로비를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게 낫다고 여긴다.

"네, 자세히 알아보니 엄청난 분입니다."

"……분?"

그러고 보니 부하 직원이 꼬박꼬박 '분'이라고 칭하는 게 왠지 거슬린다.

이어지는 설명과 조사 내용을 확인한 박수홍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아니, 그런 거물이 갑자기 나타났는데 왜 우리가 여태껏 모르고 있었던 거야?"

"아무래도 저희 그룹이 정치권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보니…… 이미 우리 제외한 5대 재벌그룹들은 하수영 의원한테 선을 대기 위해 난리랍니다."

"하필이면 프라임컴퍼니 오너라니……. 그러고 보니 우리 제과에서 황금비단우산버섯 기름으로 만든 과자칩 때문에 안 그래도 골치 아프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상대는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싸게 재배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실 라면 시장이 완전히 넘어간 것도 그 덕분이었죠."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의심이다.

황금과자칩에 이어 골든 트러플 VIP서비스라니. 그것도 하필이면 라테그룹을 쏙 빼놓고,

'혹시 우리 라테백화점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결과만 놓고 보면 골든 트러플 서 비스 덕분에 라테백화점은 큰 타격을 입게 생겼다.

그런데 이것이 상대방의 의도일까, 아니면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일까?

'애매하군, 애매해.'

세 번부터는 필연이라고 하는데, 아직 세 번째라고 할 만한 충돌이 없으니.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부하 직원이 다시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건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말해. 어서."

"부산 해운대에서 하수영 의원이 진석현 군과 교통사고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진석현 군? 진태호 부회장님 장남말이야?"

"네. 진석현 군이 술에 취한 채 하수영 의원의 차량과 부딪쳤고, 그 때문에 하반신이 마비돼서 평생 침대에 누워 살아가야 합니다."

"잠깐, 그럼 하수영 의원은?"

"차량이 워낙 튼튼한 모델이어서 생채기 하나 없었다고…… 그룹에서 찻값과 위자료를 지불해서 일단 입은 틀어막은 상태입니다."

필연성을 부여할 세 번째 단서의 형체가 또렷해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박수홍은 상기된 얼굴로 추궁하듯 물었다.

"혹시 그룹 차원에서 보복을 한 게 있었나?"

"아직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신분도 있고,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진석현 군 과실은 얼마나 되지?"

"……그건 입에 담기 조심스러워서."

"아아, 이해했어."

진석현의 책임이 100%라는 것이리라.

애초에 음주운전으로 몇 번 사고 친 녀석이니,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그랬군, 그랬어.'

한 번은 우연이지만, 세 번부터는 필연이다.

박수홍은 하수영이 라테그룹을 견제하기 위해서 골든 트러플 서비스를 경쟁 백화점 두 곳에만 제공했다고 잠정 결론을 지었다.

박수홍 상무는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서 김진명 부사장을 찾았다.

"박 상무 말은 그러니까, 하수영 그 친구가 일부러 우리 백화점 엿먹어보라고 골든 트러플 서비스를 뉴월드와 백두에 제공한다는 거지?"

"네, 골든 트러플 양식에 성공했거나, 아니면 훨씬 저렴하게 채집하게 된 게 분명합니다. 안 그러면 그런 서비스를 감당 못 합니다."

"문제는 그걸 우리가 확인할 수 없다는 거지. 골든 트러플 충당하는데, 실제로 지출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말이야."

김진명은 하수영을 직접 만나본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수영레스토랑이 백화점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줄 것으로 보고 입점을 추진했다.

하지만 매장 임대료로 인한 의견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수영레스토랑이 잘 나간다는 이야기는 가끔 전해 들었다.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해서 강남구의원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참 웃긴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는 더 이상 웃긴 친구가 아니었다.

라테그룹에 감히 칼을 겨누고 있는데도 섣불리 대응하기 어려운, 무서운 인물이 되었다.

"박 상무가 열심히 발품을 판 건 칭찬하지만… 하수영 그 친구가 정말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 그룹에 적대심을 드러내는 걸까?"

김진명 부사장이 회의감을 품은 목소리로 말하자 박수홍은 얼른 자신의 입장을 철회했다.

"뉴월드와 백두에서 그 친구와 거래를 맺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아니, 이쪽이 오히려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둘이 힘을 합쳐서 우리 백화점을 쓰러뜨리고 그 살점을 나눠먹기로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

또 뉴월드그룹과 백두그룹은 친분이 깊기도 하다.

라테그룹과도 어느 정도 혼맥 관계가 있지만, 그 두 그룹 사이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리 재벌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한다지만, 상대방을 먹어 치울 수 있다고 판단이 들면 그간의 정은 싹 잊은 재 달려들어 물어뜯을 수도 있다.

"일단 하수영 그자를 내가 한번 만나봐야겠어. 만나서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은 들어봐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자리 준비하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최악의 상황은 대비하자고."

"예, 부사장님."

최악의 상황.

박수홍 상무의 말대로 하수영이 음주운전 사고로 앙심을 품고 라테그룹을 적대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

두 사람은 부디 그건 아니기를 기도했다.

"사흘째 명품관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어. 그동안 전 지점 명품관을 다 합쳐서 올린 매출이 2억이 안돼."

말이 2억이지, 그냥 매출이 전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명품관을 찾던 손님들이 썰물 빠져나가듯이 다른 백화점 명품관을 찾고 있으니.

그때였다.

부사장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직원 한 명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

김진명과 박수홍은 직감적으로 또 뭔가 터졌음을 느꼈다.

"무슨 일이지?"

"뉴월드와 라테백화점 명품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 명품관 VIP들이 그쪽에만 돈을 쓰고 있으니."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중국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중국이라고?"

김진명과 박수홍은 멈칫했고, 직원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한껏 품은 채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골든 트러플 VIP서비스가 소문나자 중국에서 두 백화점을 찾는 손님들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아니, 아무리 골든 트러플이 좋아도 그렇지 중국에서 여기까지 뭐하러 온단 말인가?"

"그래서 제가 알아봤는데 중국에는 골든 트러플이 유통이 안 된답니다. 중국 부호들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중국 땅에서는 거의 못 먹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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