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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13화 (313/1,270)

프랜차이즈 갓 313화

76장 선빵필희 -선빵은 반드시 기분 좋다(5)

'지금이야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몇 개 안 되지만, 나중에는 훨씬 많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 꼭 라면과 참치만 한정하란 법은 없잖아?'

정서희는 느긋하게 협의를 마쳤다.

백현진은 당연히 라면과 참치 매장만 생각하고 조항에 합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서희는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백두백화점에서 영업하는 모든 음식점, 모든 식재료취급점이 수영이라는 브랜드로 하나 되는 그 날을.

'나중에 만약 한 개 층 정도를 통째로 임대료 일절 없이 거저 사용하면…… 정말 남는 장사지.'

라테그룹도 한 방 먹이고.

구매력 높은 VIP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뉴월드와 백두백화점에 앞으로 (아직 생기지 않은 프랜차이즈 포함) 무상으로 입점할 수 있고,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협상이다. 하수영도 좋아할 것이다.

***

"입점한 을의 모든 매장? 이게 뭐죠?"

하수영이 계약서 초안을 훑어보고 나서 던진 질문이었다.

저 서류 읽는 속도는 언제 봐도 무섭다. 빼곡하게 글자가 들어찬 종이 한 장을 읽는 데 1, 2초도 채 걸리지 않으니, 저 정도면 거의 컴퓨터 스캐닝 수준이 아닐까.

"역시 수영 씨라면 그것부터 짚어 낼 줄 알았어요."

"설마 백두백화점에서 이 말도 안되는 조항에 동의를 했단 말인가요?"

"네, 동의했어요."

"허어……."

"아마 라면과 참치 정도만 생각하고 그런 거 같아요. VIP서비스 내용에 단단히 홀려 있기도 했고."

"부사장님, 혹시 백두백화점을 노리고 있나요?"

"우리가 제공하는 골든 트러플 가치가 얼만데요. 시간을 들여서라도 회수를 해야죠."

지금으로써는 하수영이 부담해야 하는 골든 트러플의 가치가 월등히 높다.

하지만 차곡차곡 프랜차이즈 매장을 집어넣어서 1, 2개 층을 통째로 먹는다면?

면제되는 임대료나 전기료, 수도료, 인테리어 비용 등을 고려하면 그때부터는 역전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부사장님은 역시 손해 보는 짓은 절대 안 하시네요. 전 라테백화점만 한 방 먹일 수 있으면 1, 2년 정도는 두 백화점에 조금 퍼줘도 상관없었는데."

"경영진은 어떻게든 손해를 만회하고 이익을 회수할 방법을 찾아야 하잖아요?"

"역시 1조 클럽 가입자다운 마인드이십니다."

하수영이 키득거리며 가볍게 박수를 치자, 정서희는 민망함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1조 클럽 가입자라는 것은 개인자산이 1조 원이 넘었다고 놀리듯이 말하는 것이다.

비자금을 제외한, 정식 자산이 1조원이 넘는 대부호는 대한민국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

그녀는 이십 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1조 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재산 대부분이 프라임컴퍼니 지분이지만……

"백두백화점 본점 매장 맡을 분을 골라야겠는데. 아무래도 아무한테나 그 자리를 줄 순 없잖아요?"

"당연히 직영으로 해야 해요.가맹점으로는 감당 안 돼요. 백화점만큼은 우리가 직접 관리해야 해요."

"주희도 사장님이 적당한 사람을 알려나 모르겠네요."

"정 안 되면 제 주변에서도 찾아볼게요. 제 어머니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셨고."

"네? 어머니께서요?"

"전업주부로만 평생을 살아오신 게 이제 심심하신가 봐요. 쇼핑도 질렸고, 뭔가 혼자 힘으로 작은 장사라도 해보고 싶으신 거 같은데 경험이 없으셔서 주저하시나 봐요."

"그래도 JM식품그룹 사모님이신데, 적당한 계열사나 사업부를 책임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유, 우리 어머니는 그런 거 못하세요."

"그럼 백두백화점 본점 매장은 부사장님 어머니께 한 번 맡겨볼까요?"

"가족이라고 해서 문제 되는 게 생기면 제가 그 전에 정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 안 합니다. 지금까지 부사장님 어떻게 일하시는지 다 지켜봐 왔는데요.."

"사주로서 저는 어땠어요?"

"훌륭했습니다. 다음 생에 회사를 갖게 되면 경영진을 또 맡기고 싶을 정도로요."

"어머, 감사해요. 저한테도 수영 씨는 최고의 사주이자 동업자였어요."

***

소문은 발보다 빠르다.

어떻게 알았는지, 팟디서플라이 아시아 담당이사가 전성렬을 찾아왔다.

카를로빈 이사, 이미 몇 번 면식이 있는 그는 짧게 덕담을 나누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귀사가 이번에 골든 트러플 정식 유통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백두백화점과 협의 중인데, 언제 팟디서플라이의 귀에까지 들어갔단 말인가.

전성렬은 참으로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뭐, 이놈들이 맘만 먹으면 우리나라 사람들 밥상 망가지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하니까…….'

한국인들의 식탁에 올라가는 그 어느 하나도 팟디서플라이의 영향이 닿지 않은 게 없다고 했던가.

한국인이 섭취하는 모든 육류는 국내산, 해외산을 막론하고 팟디서플라이가 키운 콩,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먹고 성장한다고 하니까.

"유통까지는 아닙니다. 그냥 럭셔리 레스토랑 1, 2개 정도를 운영해볼 생각입니다."

"골든 트러플 농지는 현재 안살린 LA다저스 구단주께 위탁된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골든 트러플을 조달하실 예정입니까? 설마 저희 회사에서 구매하실 것은 아니신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은 저도 모릅니다."

"혹시 골든 트러플 양식에 성공하신 겁니까?"

카를로빈 이사가 푹 찌르고 들어오자 전성렬은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표정을관리한 채 대답했다.

"그 부분 역시 제가 확인해 드릴 수가 없군요."

"……."

"장담할 수 있는 건, 골든 트러플의 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한국 외의 시장에 유통될 일도 현재로써는 없을 거라는 겁니다. 우리가 소화할 물량도 벅찬 상황입니다."

카를로빈 이사는 그 말을, 골든 트러플의 양식이 매우 어려워서 극히 소량만 채취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혹시라도 일정량 이상을 유통하실 여유가 생기면 반드시 저희에게 먼저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귀사가 300g의 골든 트러플을 선금으로 통 크게 매입해 주신 것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그룹이 한 방에 자금을 조달해서 크게 일어설 수 있었거든요."

카를로빈 이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시 팟디서플라이는 프라임컴퍼니에 골든 트러플 농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농장을 가지기 위해서 선금을 밀어 넣은 것이다.

신참자가 골든 트러플을 300kg 이나 온전히 채취해서 납품하기 어려울 테니, 나중에 그것을 핑계로 농장을 먹어치울 작정이었다.

하지만 프라임컴퍼니는 문제없이 300kg이나 되는 양을 납품했다.

팟디서플라이는 그해 예상치 못한 흉작을 보았지만, 그 덕분에 아랍왕실 등 주요. 고객층으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유명 백화점 VIP 서비스로 골든 트러플을 제공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구체적인 내용을 제가 들어볼수 있겠습니까?"

카를로빈에게 그럴 권한은 없다.

하지만 골든 트러플의 희소가치를 지킨다는 점에서는 배신할 수 없는 동업자다.

그래서 전성렬은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주었다.

"상위 29명은 월1회, 0.1%는 반년에 1회, 5%는 연 1회… 그 정도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괜찮다는 뜻입니까? 이건 그냥 제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골든 트러플 주요 소비층인 중동왕족들이 관대하게 웃으며 넘어갈거라는 의미입니다."

"……?"

"왕족은 자기들이 누리는 사치가 일반적이지 않고 아주 특별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그들 눈에는 거지나 다름없는 백두백화점 고객들이 아무렇지 않게 골든 트러플 요리를 먹을 수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입에 대지도 않을 겁니다."

"매우 특별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먹을 수 있으니, 관대하게 넘어가 준다는 의미입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아랍 왕족들은 팟디서플라이를 통해 필요한 양만큼 언제든지 구매해서 요리해 먹는다.

하지만 백화점 고객들은 돈을 주고 사먹는 게 아니다.

일 년 동안 열심히 매출을 올려주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그에 대한 답례의 의미에서 제한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최상위 29명도 월 1회가 한계다.

"아랍 왕족들은 관대합니다. 감히 서민들이 자신들과 같은 것을 누리려고 하는 것은 참지 못하지만, 특별한 추억을 위한 그런 노력은 가상하게 여길 겁니다."

전성렬은 쓴웃음을 지었다.

***

카를로빈 이사가 돌아간 뒤, 전성렬은 하수영과 통화를 해서 그 이야기를 했다.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다.

-당연한 심리입니다. 사장님, 프라임컴퍼니 안정되고 나서 상류층들 어울리는 식사 자리에 몇 번 함께하신 적 있죠? 어땠습니까?

"날 알아보는 주변 사람들이 대놓고 불편하게 여기더군. 어디서 운좋은 졸부 하나가 감히 자기들이 어울려 노는 공간에 침투했다고 꺼려 하는 게 눈에 보였네."

-만약 평범한 일반 서민이 특별한 추억을 만들려고 열심히 돈을 모아 그 자리에 와서 식사를 했다면, 오히려 기특하고 '흐뭇하게' 여겼을 겁니다.

"……."

-죽었다 깨어나도 그 서민이 자기들하고 맞먹거나 어울릴 일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장님은 이제부터 쭉 그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일종의 텃세입니다.

"텃세라…… 그럼 중동 왕족들도 그렇다는 말인가?"

-네, 추억을 만들기 위해 상류층애용 음식점을 어렵게 찾은 서민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심정이죠. 얼마나 대견하겠어요? 제가 선을 잘 잡지 않았나요?

"잘 잡은 정도가 아니라 무서울 정도네."

전성렬은 이제야 카를로빈의 말, 관대한 아랍 왕족들이 가상하게 여길 거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다.

-그들에게는 일상이지만, 대부분의 이들에게는 특별한 것. 그 차이를 유지하는 게 사치 시장의 지향점이죠.

"나에게는 일상이, 다른 이에게는 특별한 것……."

-반대로 다른 이들의 일상이 그들에게는 특별하기도 합니다.

"그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제가 수영레스토랑 본점에 매일 출근하는 걸 생각하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대번에 이해가 된 전성렬은 하마터면 크게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고인물 초고렙 플레이어가 심심하고 할 게 없어서 부캐 새로 만들어서 1렙부터 온갖 퀘스트 고생 이것저것 다하면서 게임하는 거 생각하셔도 되고요.

"하 사장, 자네도 그런가? 다른 이들의 일상이 특별해서 그렇게 땀 뻘뻘 흘리면서 일하는 거야?"

-에이, 비유를 그렇게 들어본 거죠. 저에게는 농사짓고 음식 팔고 그러는 게 일상이면서도 특별합니다. 하루하루가 귀중한, 특별한 일상이죠.

"특별한 일상이라……."

-전 제가 바라던 삶을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사장님도 너무 센치해 지지 마시고 같이 힘을 합쳐 프라임컴퍼니를 최고의 식품회사로 키워보세요.

"알았네. 내, 자네와 힘을 합쳐……."

- 저 말고 정서희 부사장님하고 합치셔야죠. 아니, 소유와 경영 분리의원칙 모르세요?

전성렬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알았네. 재주는 우리가 열심히 부릴 테니, 자네는 열심히 배당금이나 챙기게."

정서희는 백두백화점과 뉴월드백화점을 왔다 갔다 하며 계약을 추진했다.

두 백화점은 라테백화점의 열외, 그리고 서로 동일한 조건의 보장을 원했고, 정서희는 기꺼이 보장 조항을 넣어주었다.

최종합의가 완전히 끝나고, 드디어 전권책임자들이 만나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이 정해졌다.

하수영은 정서희와 함께 백두백화점 본점으로 이동하면서 물었다.

"백두백화점에서는 누가 나오죠? 백서훈 사장이 나오나요?"

"네,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러나 막상 계약 체결 장소에서 그들이 본 것은, 웬 풍채 좋고 늙은 노인 옆에서 쩔쩔매는 백서훈 사장과 임원들의 모습이었다.

정서희도 놀라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다급히 속삭였다.

"백두그룹 창업주 백영호 회장님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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