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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306화 (306/1,270)

프랜차이즈 갓 306화

75장 재벌의 합의 방식 (1)

"폭스바겐에 인수되고 아우디 밑에 들어가더니, 람보도 다 죽었네, 다 죽었어. 내가 전에 알던 람보는 안그랬는데."

하수영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고가 난 것은 어젯밤이고, 오늘은 원래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운대경찰서에서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 때문에 일단 일정을 미뤘다.

-변호사가 합의를 원하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지금 경찰서에 있는 거죠? 그럼 제가 거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아, 그렇게 해주시렵니까?

이재진 계장의 음색이 밝아졌다.

보통 경찰이 중간에서 합의를 중재하는 경우는 요즘에는 잘 없다. 합의 강요로 인한 문제 같은 것은 한참 옛날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은 고만고만한 서민들 끼리의 분쟁일 때 이야기.

재벌이 당사자라면 이야기는 좀 다르다. 경찰 개인 입장에서도 '니들끼리 알아서 잘해보시든가'하고 마냥 물러나 있기는 매우 부담스럽다.

그때 객실로 올라갔던 이도공과 직원들이 허겁지겁 현장용 배낭을 들고 내려왔다.

"아, 현장 가보시게요? 아침은 드시고 가시지."

"시간이 없어서 그냥 햄버거 같은 걸로 때우려고요. 회장님은 이제 서울 올라가십니까?"

"아, 서울 태워다 준다고 한 것 때문에 그러시구나. 미안한데 제가 지금 해운대경찰서에 가봐야 해서요. 아무래도 따로 올라가셔야 할 거 같은데요."

"아, 그것 때문은 아니었지만,알겠습니다. 직원 둘은 기차 태워서 보내겠습니다. 그런데 경찰서 가실 거면 저도 동행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건축사님은 펜션하우스를 빠르고 튼튼하게 올릴 수 있도록 감시해 주시는 게 더 큰 도움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수영은 검은색 리모컨을 들고 버튼을 픽 눌렀다.

순간 건축사무소 직원들의 입이 쩍벌어졌다.

캠핑카 중심 하단의 측면이 벌어지면서, 받침대에 실린 물체가 튀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선명하리만치 화려한 색상과 전투기 같은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슈퍼카.

마치 사이버 레이스 영화에서 스크린을 찢고 튀어나온 듯한 엄청난 자태에 직원들은 모두 얼이 빠졌다.

이도공은 이를 딱딱 떨면서 손가락으로 스포츠카를 가리켰다.

"회, 회장님. 이게 대체 무슨…… 아니, 어떻게 차에서 차가 튀어나옵니까?"

"이 캠핑카는 스포츠카를 따로 싣고 다닐 수가 있어요."

"와…… 역시 25억짜리 캠핑카는 별 게 다 있구나."

어느 직원이 감탄을 하다 못해서 얼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도공은 물론이고 다른 직원들도 똑같은 심정이었다.

호텔 발렛 직원들도 멀리서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떼지 못했다.

호텔을 출입하던 방문객들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굳은 채, 캠핑카 미니크레인이 스포츠카를 바닥에 내려놓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찍고 사진을 찍어대기도 했고, 하수영은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이렇게 또 원치 않게 SNS의 일일화젯거리 소재가 되는구나. 그럼 저는 가해자 변호사 좀 만나고 오겠습니다."

"저도 청담사무소 다니면서 슈퍼카는 나름대로 자주 봤지만, 이런 디자인은 정말 처음 봅니다. 이게 컨셉트카 한정판이라는 그런 거 맞죠? 전 세계에서 딱 50대, 40대만 만들어서 판다는 그런 거요."

"한정판이라고 하기는 좀 그래요. 왜냐면 딱 한 대밖에 없는 모델이라 서요."

"……."

오직 1대뿐, 유일무이한 모델은 한정판보다는 다른 어휘를 써야 적당하지 않을까?

"세입자한테서 선물 받았어요. 임대 계약 좀 잘 부탁한다고 하면서 선물해 주시더라고요."

세상에 그런 세입자가 어디 있다고?

그럴 재력이 있는 사람이 뭐하러 세입자로 살아?

'혹시 실비아컴퍼니?"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주식 회사 대기업이 회사 공금으로 저런걸 선물했다가는 경영진 징계감 아닌가?

"아부다비 왕가에서 특별 주문 넣어서 제작한 차량인데, 만화 영화같은 정신없게 생긴 디자인이 제 마음에 쏙 드네요. 하여튼 교수님이 사람은 참 잘 보신다니까."

"아, 아부다비 왕가에서요?"

"네, 작년 생일 선물로 받았다던데, 아직 한 번도 타본 적 없고 모셔두기만 했다네요."

"저, 이런 질문을 대단히 송구하지만 혹시 차량 가격이 얼마인지 여쭤봐도……."

"990만 달러였대요. 원화로 99억이 죠."

"……99억."

25억짜리 캠핑카에서 이미 크게 놀란 적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99억을 봉인한 껍질에 불과했다니.

하수영은 차 하단을 발로 가볍게 툭툭 차면서 말했다.

"이런 게 바로 진짜 람보죠. 그런 짝퉁 같은 거 말고요."

***

-대체 어떤 놈이 이랬어 !

-석현이 잘 관리하라고 보내놨더니, 애를 이 지경으로 망쳐 놔?

-가해자 놈이 대체 누구야!

오시경 변호사는 잠시 경찰서 밖으로 나와서 담배를 피워 물면서 인상을 쓰고 있었다.

진석호 라테그룹 부회장이 전화로 치던 호통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진석현이 입원 중에 해운대 백병원담당 교수의 어두운 말이 가슴을 짓눌렀다.

-현재로써는 절망적입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척추 손상이 너무 심해서…….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흐렸지만, 오시경 변호사는 뒤에 이어질 말을 직감했다.

하반신 마비.

다시는 스스로 걷지도 못하고, 자손을 남기지도 못하며, 평생 침대와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이란 젊은 나이, 그것도 5대 재벌가의 3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운명이었다.

부친인 진태호 부회장이 얼마나 진노했는지, 그 목소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살이 떨린다.

-일단 조용히 묻어. 그 다음에는 알아서 해. 알겠나?

진노를 가라앉힌 뒤에 이어진 은근한 지시.

오시경 변호사는 진태호 부회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해자' 의 철저한 파멸이다.

감히 평민 주제에 재벌 3세를 건드렸으니, 이 나라에서 절대 머리를 들고 살 수 없게 만들려고 함이다.

'그전에 음주운전부터 조용히 수습을 해야겠고.'

일단 오시경은 '가해자'와 합의를 할 생각이었다.

경찰입장에서야 '누가 누구를 가해자라고 해?'라고 할 생각이지만, 뼛속까지 재벌가 머슴인 그로서는 당연한 사고였다.

상대방과 합의를 하고 음주운전 사고를 조용히 묻는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방식으로 철저한 보복을 가한다. 절대 라테그룹이 뒤에 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때문에 오늘 상대방한테 매우 후한 합의금을 제시하고, 또 친절한 모습을 각인시켜 줄 것이다.

나중에 하는 일마다 망치고 잘못되더라도 그게 라테그룹 때문이라는 의심을 품지 않도록.

그때였다.

저 멀리서 우렁찬 엔진 굉음 소리가 울렸다.

센텀역 방향에서부터 울리는 엔진 굉음에 오시경 변호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어떤 망할 놈이 백주대낮에 저렇게 시끄럽게 차를 몰고 지랄이야."

그렇게 투덜거리며 바라보던 중 오시경은 그만 들고 있던 담배를 툭떨어뜨렸다.

사이버 레이스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마치 변신 로봇 차량 같은 휘황찬란한 디자인이 단숨에 시선을 빼앗았던 것이다.

화나서 질주하는 미국 블록버스터 대머리 주인공들이나 타고 다닐 법한 정신 사나운 차체의 모습은, 이미 거리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끼이익!

스포츠카는 유쾌한 타이어음을 울리면서 가볍게 주차장 바닥에 멈춰섰다.

운전석 도어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올라갔고, 슬리퍼를 신은 발이 시멘트 바닥을 디었다.

찰랑거리는 흰색 티에 검은 반바지, 갈색 슬리퍼, 한껏 시원해 보이는 차림을 한 이 십 대 초반의 청년은 스마트폰을 꺼내 귀에 댔다.

그 순간 오시경 변호사는 품 안에서 진동이 울리는 걸 느끼고,얼른 현실로 돌아왔다.

"네, 오시경 변호사입니다."

-어젯밤 음주운전 충돌 사고 피해자입니다. 지금 해운대경찰서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 지금 도착하셨다고요……."

그 순간 오시경의 동공이 활짝 열리며, 특이한 슈퍼카를 타고 온 청년을 향했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고, 하수영은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며 미소를 보였다.

"아, 가해자 변호사님이세요? 마침 나와 계셨네요."

오시경 변호사는 라테그룹 오너가의 직계들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나름 많은 재벌가 일원을 만나봤다.

덕분에 개개인의 인품 차이를 떠나서, 그들이 가진 보편적인 공통점이 무엇인지 느껴볼 수 있었다.

매사에 당당함? 아니다.

물론 혹자는 그렇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오시경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것은 바로 당연함이다.

무엇을 하든, 안 하든 간에, 그것이 자신의 의지대로 '당연히' 되리라는 태도, '당연히' 될 것이라는 믿음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는 마음가짐.

상대방의 눈빛과 태도에서, 그런 당연한 마음가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아마 평범한 차를 타고 나타났다면 알아차리기 힘들었겠지만, 다행히도 상대방의 '배려' 덕분에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오시경 변호사입니다. 진석현님의 개인 변호와 법무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명함을 꺼내 공손히 내미는 손이 가늘게 떨렸다.

하수영은 명함에서 '라테'라는 이름을 확인한 후 다시 돌려주었다.

"연락처와 이름은 입력했으니까 다시 가져가세요. 명함 매번 파는 것도 전부 돈 아닙니까."

명함을 그 자리에서 돌려주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다.

하지만 하수영의 태도에서는 모욕감을 주려는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난 다 외웠으니까 아까운 명함 버릴 것 없이 잘 챙겨두고 있으라는 '배려'였다.

더불어 자신의 그런 배려가 전혀 의심이나 부정당하지 않으리라는 '당연한 마음가짐'까지.

"가해자는 지금 상태가 어떤가요? 어제 잠깐 봤지만 척추가 크게 다진 거 같던데, 지금 의학, 아니, 현대의학 수준으로는 하반신 마비는 피하기 힘들 거 같던데."

"……절망적이긴 합니다."

오시경은 대답해 놓고 아차 싶었다.

내가 왜 이걸 곧이곧대로 말했지?

하수영은 혀를 차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저런…… 그래도 잘됐네요."

"……네? 잘됐다고요?"

"원래 음주운전은 누군가 죽어야 끝납니다. 남을 죽이거나 내가 죽이거나. 근데 다행히도 아무도 안 죽은 상태에서 이제 운전을 못 하게 됐잖아요. 먼 훗날 죽어야 했을 사람도, 그리고 살인죄를 면한 가해자 본인에게도 잘된 일이죠."

"아무리 그래도 그런……."

"혹시 못 들으셨나요? 제 캠핑카하고 부딪치지 않았으면 간이화장실에 있던 사람들 죽거나 크게 다쳤을 거예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음주운전자 본인만 다치고 끝났고, 앞으로 운전을 할 일도 없으니까요."

분명 상대는 라테그룹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저주를 닮은 평을 내리는 것은, 어디에서 기인한 자신감일까?

적어도 라테그룹이라는 이름에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재력가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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