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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95화 (295/1,270)

프랜차이즈 갓 295화

71 장 시작은 500이지만……(5)

라면, 참치, 치킨.

하수영이 실질적으로 독점하게 된 식품 시장이었다.

수영치킨의 성공적인 런칭으로 하수영은 3대 식품을 독점하게 되었다.

"이제야 어딜 가더라도 저 식품 재벌입니다 하고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게 됐습니다. 감회가 새롭네요."

"제가 보기에는 라면 하나만으로도 이미 식품 재벌의 반열에 오르셨는데요."

"에이, 재벌의 특징이 뭡니까? 그룹, 문어발이잖아요. 라면 하나 가지고는 중견기업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재벌이라고는 하기 어렵죠."

정서희가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태양심 사장이 그 말 들으면 뒤로 넘어갈지도 몰라요. 안 그래도 라면, 사업 철수한 거 때문에 지금 그룹내에서 이리저리 눈총 엄청 받는다더라고요."

"태양심 사장이 서해식품그룹 아들이었던가요?"

"네, 서해그룹 방계 그룹이죠. 모회사인 서해식품보다 오히려 더 모회사처럼 굴었는데, 이제는 달라졌어

"태양심도 언제고 흡수하긴 해야 하는데…… 그 날이 대체 언제 옵니까?"

"저희가 본격적으로 겜블판에 뛰어들면 가능할 거 같은데, 허락 안 하실 거잖아요."

"겜블판이요? 본격적?"

"요즘 IT산업에 투자를 하려고 이것저것 눈여겨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회사가 나와도 수영씨 눈치가 보여서 어디 인수할 수가 있어야 말이죠."

"식품회사가 IT산업에 발 걸쳐서 좋은 모습 보기는 힘들 거 같은데요. 주변에서도 이리저리 말 많을 테구요."

"회사에 돈 한 푼 안 넣어놓은 사람들 말을 들을 필요가 있나요? 기업은 원래 주주 눈치만 봐요."

"그 말 마음에 듭니다. 제 스타일이에요."

오늘은 주주설명회가 있는 날이다.

15조 원의 가치를 있는 회사의 주주설명회라고 하면 상당한 규모로 열릴 것 같지만, 프라임컴퍼니는 세상이 모르게 조용히 진행한다.

정서희 부사장이 하수영을 찾아와서 회사 상태, 매출 전망 등을 설명하는 게 전부다.

주주라고 해봐야 하수영 (85%), 전 성렬(10%), 정서희(5%)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육뚜기하고는 상생하는 방향으로 틀기로 했어요. 가급적 육뚜기 시장은 침범하지 않고 배려하는 쪽으로 가기로요."

육뚜기, 한때 태양심에 이어 식품시장의 2인자 지위를 차지하던 식품회사다.

하지만 프라임컴퍼니가 라면 하나로 국내 식품회사 중 압도적인 1인자가 되는 바람에, 지금은 3위로 밀려났다.

"좋죠. 3위와 손을 잡고 사이좋게 2위를 뜯어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이유는 짐작하고 계시네요. 네, 그렇게 하려고요."

"웬만하면 제가 상생주의를 중요시하지만, 서해식품그룹은 선을 넘었으니까요. 좀 더 혼나도 됩니다."

하수영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정서희는 이해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황비버섯 군납비리, 그 중심에는 서해식품이 있었다.

그런데 서해식품은 하수영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고 방관하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태연하게 사업제휴 미팅 제안서를 보내기까지 했다.

"수영 씨가 생닭도 잔뜩 사주고 그러니까 그것들이 더 방심하는 거 같아요."

"방심하라고 한 건 아니고, 육계 사업도 나중에 먹어치우려고 미리 포석 까는 겁니다."

수영지킨이 국내 배달치킨을 제패한 이상, 이제 국내 육계사업은 수영치킨의 컨디션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서해식품은 늘어난 생닭 매출에 지금은 좋아라 하고 있겠지만, 이제부터는 수영치킨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서해식품이 국내 양계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 양계 농가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공급 계약을 맺고, 생닭을 직접 공급받는 관계일 뿐이다.

서해식품이 원천생산자가 아니다.

그에 비해서 수영치킨은 최종소비자를 꽉 쥐고 있는 거대한 소매유통라인 아닌가.

"아, 맞아요. 수영 씨, 근래 본가는 가보셨나요?"

"아뇨, 바빠서 못 가본 지 몇 달된 거 같아요. 왜 그러시죠?"

"안살린 왕자님 말이에요. 수영 씨 본가 뒷산에다가 아예 도시 하나를 차릴 기세이시던데요."

"……."

"전 순간 제가 다른 도시에 온 줄 알았어요. 지금 30층짜리 건물도 몇 개가 한창 올라가고 있던데요."

"토양 연구에 제대로 흠뻑 빠지셨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안살린 왕자가 한국에 눌러앉은 지 일 년이 다 되어가지 않던가?

골든 트러플 토양 연구에서 신비한 현상을 감지한 안살린은 만사를 제쳐 두고 그쪽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왜 세계에서 제일 가는 부를 가졌으면서, 회장님이나 왕자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지질학자, 교수라는 호칭을 더 좋아하는지 이해가 갈 것 같다.

천상 학자 기질이다.

"몬산토에서도 사람들이 몇 번 드나들면서 뭔가 협력하고 있는 거 같았어요. 몬산토 아시죠?"

"네, 다국적 종묘 회사잖아요. 농사짓는 사람치고 어떻게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 당장 저도 거기에서 종묘 받아오고 있는데요."

"네? 버섯도 종묘가 필요해요? 이상하다. 몬산토도 송이나 황비버섯을 그렇게 잘 키우진 못할 텐데……."

"버섯은 아니지만 고추와 밀은 본 산토 종자를 받아다가 쓰고 있습니다. 거기 종묘가 좋아요."

하수영은 몬산토라는 말에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각했다.

정서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골든 트러플 재배 방법에 대한 단서라도 찾은 건 아니겠죠?"

"안살린 교수가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거 같지는 않습니다. 골든 트러플이야 사먹으면 그만이신 분이고, 그분의 관심사 시야가 그렇게 협소할 거 같진 않아요."

안살린이라면 좀 더 원대한 학술적 야심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을까.

겨우 버섯 양식 하나에 기를 쓰고 매달릴 거 같진 않다.

"나중에 시간 나면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

최진국도 수영치킨 소식을 들었다.

런칭 첫날에만 400만 마리가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양계장 공사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다행히 아직 땅을 다지는 과정이라 불필요한 낭비 없이 건설 계획을 수정할 수 있었다.

"원래 생각했던 규모보다 50배 이상으로 늘려야겠어요."

"네? 50배나요?"

공사책임자는 깜짝 놀라서 반문했다.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동시에 가슴은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공사 계획이 수정되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이야!!

"네, 지금 규모로는 안 됩니다. 턱도 없이 모자라요."

최진국은 원래는 연간 500만 마리의 닭을 출하할 수 있는 규모로 지으려고 했었다.

'하루에 400만 마리가 팔렸다잖아!'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그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었는지를 깨달았다.

"못해도 일 년에 2억 5,000만 마리를 출하할 수 있는 양계장으로 지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일단 1차로 그렇게 짓고, 차후에 계속 확장을 할 겁니다. 그 점도 염두에 둬줘요."

"나중에 확장까지 하신다고요?"

"네."

건설책임자도 최진국의 상황은 대강 알고 있었다.

이쪽 지역에서는 큰 소목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알부자다.

그런데 일 년에 2억 5,000만 마리를 출하할 수 있는 규모의 양계장을 짓는다니.

'이 사람, 양계 사업은 아예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그럼 부화장도 거기에 맞는 규모로 확장하는 게 맞으시죠?"

"당연합니다. 뭐하러 외부에 돈 주고 병아리 사옵니까."

"그 정도 규모면 부화장도 직접 운영하는 게 더 이익이긴 합니다만……."

그 많은 닭을 대체 어디에다가 팔려고?

공사책임자는 수영치킨이 배달치킨 시장을 싹쓸이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다.

아니, 그런 치킨 브랜드가 새로 생겼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치킨업계 구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하물며 그는 치킨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남들 먹는 만큼만 먹는다.

"네, 그러면 예상 공사비 견적이…… 이만큼 늘어나겠네요."

최진국은 수정된 견적서를 확인했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금액이 불어나 있었다.

"어디까지나 간이 예상 수치고, 설계를 다시 내봐야 좀 더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 정도 들어갈 거다. 이렇게 알고 계시라고요."

"알겠습니다. 나중에 금액 다시 알려주세요."

"네, 사장님."

미팅을 끝낸 최진국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골똘히 생각했다.

'일단 가진 현금 다 끌어모으고…… 목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겠어."

소를 다 팔면 증가된 공사비는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주력인 소 축산업이 휘청거린다. 절대로 안 될 말이었다.

'선금으로 받은 100억이면 다 짓고도 많이 남을 거였는데.'

양계장 규모가 50배로 뛰어버렸으나.

물론 자신에게도, 그리고 공사업체에도 좋은 일이었다.

귀가한 최진국은 아내와 딸이 수영치킨을 시켜서 먹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빠, 이 치킨 너무 맛있어!"

"그래? 많이 먹거라."

"근데 이건 가천치킨하고 이름이나 생긴 게 똑같애."

"그래?"

겉표지를 확인하니 자신도 자주 먹던 가천치킨 레드 오리지널 메뉴였다.

상호만 수영치킨으로 되어 있을 뿐, 치킨 이름이나 생김새는 예전에 알던 가천치킨 레드 오리지널 그대로였던 것이다.

물론 한 입 먹어보니 그 맛에 차원이 달랐다.

'기름만 바꾼 거구나.'

레드 오리지널 고유의 조리법은 그대로 유지한 채 튀김용 기름만 바꾼 것.

그 차이가 이렇게 선명한 격차를 만들어낼 줄이야.

'이러니 다른 치킨업체들은 살아남고 싶어도 살아남을 수가 없지.'

기존 대기업 치킨 프랜차이즈는 사업을 정리하고, 모든 자산을 수영치킨에 매각했다고 들었다.

당시에는 불쌍하다고만 생각했는 데, 이제 보니 현명하고 재빠른 손절 아닌가.

'하수영 사장님도 굳이 갑질 안 하고 적절한 가격에 전부 매입했다고 했지, 아마?'

최진국은 그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하수영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가격을 후려쳐서 매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 게임은 끝났고, 격차는 따라 잡을 수 없을 만큼 벌어졌으며, 치킨업체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하수영이 너그러이 인심을 베풀었다는 것은, 그가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에 임하는지 또렷하게 보여준다.

'믿고 따라갈 만한 사람이다.'

그 배려가 인품이 훌륭해서 나온 것이든, 아니면 계산된 것이든.

어느 쪽이든 간에 사업적으로 신뢰하고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 아닌가.

***

초월적인 맛.

합리적인 가격.

기존 메이저 치킨 메뉴의 흡수 및 업그레이드 후 재출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가맹점주를 위한 호의적인 계약 조건.

입이 떡 벌어질 액수의 마케팅 비용.

시장 독점.

갖가지 호재의 중첩을 등에 업고 출시한 수영치킨은 기분 좋게 매출상승세를 찍었다.

아예 닭 소비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워버린 수영치킨은 곧 런칭 한 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런칭 후 한 달.

그것은 많은 이벤트 응모자들이 고대하던 것이기도 했다.

경품 이벤트 기간이 한 달이기 때문이다.

"페라리! 페라리! 페라리 !"

"1등 경품 페라리 당첨되면 바로 중고시장 달려간다."

"받자마자 팔아버리게?"

"당연하지. 아무리 제세공과금 대신 내줘도 그거 못 끌어. 보험료나 기름값이나 감당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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