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289화 (289/1,270)

프랜차이즈 갓 289화

70장 치킨은 버섯과 함께(3)

최단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매장을 확보하라.

주희도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 기발한 돈지랄, 아니, 수단을 생각해냈다.

"기존 업체와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고 우리 업체로 오게 만들면 됩니다. 물론 돈은 많이 들겠죠."

"돈은 상관없습니다."

"물론 그러시겠죠. 수영레스토랑에서 남기는 이익이 얼마인데요."

이미 하수영의 스타일을 확인한 주희도는 천문학적인 돈을 내다 버리는 짓임에도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치킨 시장을 점령하면 초기에 그렇게 쏟아부은 돈도 금방 복구하실 수 있을 테구요."

"가맹점 계약 해지를 유도하고 우리한테 오게 한다. 나쁘지는 않지만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사장님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도 있고 하니 좋게좋게 포장하려고 합니다. 일단 전면에 나서는 건 제가 될 겁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프랜차이즈 운영관리는 주 사장님께 맡겼으니까요."

"위약금을 포함해서 해지에 필요한 비용을 우리가 전부 부담하겠다고 하면 사양할 가맹점주는 없을 겁니다. 물론 그 전에 치킨 맛은 확실하게 보여줘야죠."

치킨 맛을 보여줌으로써 커다란 절 망에 빠뜨린다.

수영치킨의 맛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걸 보여준 뒤,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되로는 하나뿐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주희도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물론 대놓고 해지를 유도하면 불공정행위로 몰릴 여지가 있으니, 최대한 발뺌을 해야지요. 어디까지나 가맹점주들 스스로 해지를 결심하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양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법적 공방금을 포함해서 매장 오픈에 필요한 비용 지원이란 말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현재 전국 치킨 매장주는 약 8만 8,000개, 그리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약 2만 5,000개입니다. 비용지원을 선착순 25,000명에게만 해준다고 하면 가맹점주들이 계약 해지를 서두를 겁니다."

"실제로는 지원하는 사람 전부에게 해주고요?"

"가맹점 해지 위약금은 선착순 따지지 않고 전부 해줘야지요."

선착순은 어디까지나 계약 해지를 서두르게 만들기 위한 유인책일 뿐이다.

"개인 치킨점주한테는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 정도로 줄여서 지원해 주면 뒷말도 안 나올 겁니다. 어차피 우리가 몇 명에게 위약금을 지불했는지는 우리만 알 수 있으니까요."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

브랜드 치킨점주들은 자기들만의 네트워크가 있다.

당장 그들이 활동하는 단톡방, 밴드, 카페는 난리가 났다.

-코엑스 다녀오신 분? 저는 벡스코 갔었습니다.

-수영치킨 맛보고 왔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습니다.

-황비버섯 오일로 튀긴 치킨이 그렇게 맛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진짜 걱정이네요. 수영치킨이 들어서면 기존 치킨은 전혀 안 팔릴 거 같은데…….

-고작 기름 하나 바꿨다고 정말 치킨 맛이 그렇게 마법처럼 변하는 건가요?

-박람회 안 다녀오셨나 봐요. 현장에서 직접 드셔보셨으면 절대 그 말씀 못 하세요. 에휴, 진짜 우리 가게 옆에 수영치킨 매장 들어서면 이제 어쩌지.

-그전에 님이 수영치킨 가입하시면 문제 해결,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요.

-무슨 상관이에요? 수영치킨에서 위약금도 대신 내준다고 하는데, 그냥 해지하고 수영치킨으로 갈아타세요.

-위약금이 한두 푼도 아닌데 설마 그걸 전부 대주겠어요?

-선착순 25,000명에 한해서 전액지원한다고 하잖아요.

-한 명당 1,000만 원만 지원한다고 해도 2,500억 원이에요. 수영치킨은 돈이 썩어난답니까?

-썩어납니다.

-썩어납니다. 네.

-아주 썩어나죠.

한숨을 쉬며 의문을 제기했던 '2,500억 원'은 빗발치는 단호함에 당황했다.

-이분, 아직 모르시네. 수영치킨이 지금 라면과 참치 장사로 얼마나 많은 돈을 쓸어 담는지 아세요?

-수영레스토랑 전체 월매출이 900억 원인데 본사가 그중에서 이익으로 500억 가져갑니다. 2,500억? 그거 다섯 달만 저축하면 쌓이는 돈이에요.

-세상에나.

-오너가 청담에서 손꼽히는 부자랍니다. 아마 개인재산은 서해그룹회장보다 더 많을 걸요.

전국의 치킨점주들은 쉴 새 없이 정보를 교환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수영치킨으로 갑니다. 신청은 어디서 어떻게 하면 되나요?

-(본사 홈페이지 링크) 여기로 들어가셔서 공지사항 확인하세요. 혹시 프리덤을 사용하는 분이시면 그냥 프리덤한테 수영치킨 프랜차이즈가맹점 하고 싶다고 신청하면 알아서 다 처리해 준다고 합니다.

-오, 수영치킨이 홍보 제대로 하네요. 실비아컴퍼니가 그런 자잘한 부탁까지 들어주지는 않을 텐데, 돈좀 썼나 보군요.

***

한편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발칵 뒤집혔다.

그들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으니까..

BBC 치킨 회장은 처음 임원들의 보고를 제대로 믿지 못했다.

"그게 말이 돼? 치킨 맛이 사실 다 거기서 거기지, 무슨 요리왕 비룡이라도 스카우트했다는 거야?"

"요리왕 비룡이 아니라 황금비단우산버섯입니다. 그 기름으로 치킨을 튀겼어요. 근데 그 하나만으로 맛이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뭔가 다른 비법이 있겠지."

"아닙니다. 시험 삼아 저희도 시중에서 황비버섯 오일을 사서 치킨을 튀겨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임원들은 황비버섯 오일로 튀긴 BBC 치킨을 가져와서 선보였다.

"우리 치킨 레시피는 그대로 유지하고 기름만 황비버섯 오일로 바꾼 겁니다. 한 번 드셔보시죠."

반신반의하면서 치킨을 한 조각 집어먹은 회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게 말이 돼? 기름 하나 바꿨다고 치킨 맛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게? 설마 이거 수영치킨이 특허등록한 건 아니지?"

"……특허청에서 황비버섯 오일로 튀기는 조리법을 특허랍시고 받아주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 걸 특허로 받아주면 숨 쉬는 것도 호흡으로 받아달라고 할 판이다.

"그럼 우리도 앞으로 황비버섯 오일을 쓰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가격이 문제입니다."

"비싼가?"

"튀김 기름을 바꾸면 치킨 한 마리 소매가를 적어도 15만 원은 받아야 간신히 똔똔입니다."

"아니, 그럼 수영치킨은 치킨 한 마리당 15만 원 이상씩 받고 팔겠다 그 소리라는 거야?"

"아무래도 황비버섯 오일을 싸게 공급받는 라인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럼 우리도 그 라인을 찾아내!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BBC 회장은 벌컥 불안함을 느꼈다.

황비버섯 오일을 쓰면서 가격은 유지한다면, 이건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자신들도 황비버섯 오일을 동일한 가격으로 가맹점에 공급을 해줘야 한다.

이와 비슷한 일은 다른 치킨 브랜드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

가맹점 가입 신청일이 드디어 열렸다.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치킨점주들은 일제히 가맹점 가입 신청을 했다.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전부 프리 덤을 이용해서 가맹점 가입을 신청했다. 그쪽이 훨씬 편하고, 이것저것 머리 아플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선착순 25,000명 안에 무조건 들어야 하는데."

"전국 치킨 매장이 88,000개 정도 되니까 대충 1/4보다는 높은 확률이지만…… 제발! 신이시여, 도와주십쇼!"

심사는 약 이틀이 소모된다고 했다.

신청자들에게는 2년처럼 긴 시간이지만, 88,000명의 가입 신청을 처리하는 것치고는 무척 빠른 기간이었다.

"아싸!당첨이다!"

"오예! 당첨이다!"

"우와! 당첨됐어! 만세!"

그리고 심사 결과를 통보받은 이들은 미친 듯이 좋아했다.

"선착순 안에 들었어! 만세!"

선착순 안에 들어야 기존 브랜드계약 해지를 위한 위약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만약 선착순에 못 들었으면 은행대출 받을 판이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시작부터 큰 짐 하나를 덜고 가게 된 치킨점주들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들은 모든 브랜드 가맹점신청자들이 선착순 안에 들었다는 건 알지 못했다.

그저 연락이 닿는 이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우리는 참 운이 좋다고 행복하게 격려를 나눴을 점주들은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했다.

수영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을 하기 위해서였다.

청담동 본사를 찾은 점주들은 홀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다 수영치킨 가입자?"

"정신 바짝 차려야겠네."

점주들은 계약을 위해 잔뜩 몰린 인파를 보고 비로소 수영치킨의 위상을 실감했다.

가맹점 계약 자체는 복잡하지 않았다.

본사에서 프리덤을 통해 점주들의상황을 충분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생각보다 시원시원하게 술술 진행되는 계약 과정에 오히려 점주들이 어리둥절해할 정도였다.

"황비버섯 식용유는 일주일에 한번 본사에서 개별 배송을 드릴 겁니다. 여기 관련 조항 보이시죠?"

"이 식용유는 수영치킨 조리 용도로만 쓰셔야 합니다. 외부에 유통하거나 하시면 안 됩니다. 잘못하면 가맹점 계약을 파기당하실 수도 있어요."

"집에서 조리용으로 쓰는 건 안 됩니까?"

"지인한테 선물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조금 쓰시는 것 정도야 상관은 없겠지만, 기름이 그렇게 남지는 않을 걸요? 수량에 딱 맞춰서 드릴 예정이라서요."

"장사가 잘돼서 기름이 부족하면 어떡합니까?"

"그럼 개별 주문을 넣으시면 되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름을 함부로 유출하면 안 됩니다."

어차피 기름은 소모성, 소량이 외부 유출된다고 해서 본사에 타격은 없다. 가맹점주가 기름을 일부 빼돌려서 큰 이익을 볼 방법도 없다.

작정하고 지킨 수십만 마리 이상을 튀길 기름이라도 빼돌리지 않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주희도는 한 달에 걸쳐서 6만 개의 가맹점 계약을 체결했다.

일단 기존 브랜드 치킨 점주들은 90% 이상 수영치킨으로 돌아섰다.

계약을 하지 않은 점주들은 전시회에 오지 않았거나, 정보가 느리거나,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고려하거나, 자기 스타일에 자신이 있거나, 그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맹점 계약을 잇달아 해지당한 다른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전화를 걸어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돈을 내세워서 우리 가맹점을 전부 빼가다니요!"

"우리가 계약 해지를 부추긴 적은 없습니다. 해당 점주들께서 우리와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프랜차이즈 본사를 바꾼 것뿐입니다."

"공정위에 제소하겠습니다!"

"하십시오. 우리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떳떳합니다."

주희도는 그런 항의쯤은 태연히 받아치며, 수영치킨 브랜드 런칭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리고 하수영은 장효주를 만났다.

"오늘은 제가 사면 되는 건가요?"

"밥은 제가 살 테니 빠져나갈 틈만 주시면 되는데요."

"싫은데요."

저번에 그런 기습 공격을 해놓고도 그녀는 여전히 태연했다.

하수영은 용건으로 화제를 돌렸다.

"지킨 CF 하나 맡아주세요. 그래도 제가 직접 부탁을 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좋아요. 그럼 다음에 또……."

"밥 사겠습니다. 삽니다."

"술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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