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288화 (288/1,270)

프랜차이즈 갓 288화

70장 치킨은 버섯과 함께 (2)

전국의 치킨 매장 수는 약 8만 18,000여 개.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순수하게 치킨 장사에 주력하는 매장개수다.

치킨 안주를 술 안주의 일부로 취급하는 호프집 같은 매장은 제외된, 전문 치킨집 위주로 낸 통계이다.

어느 날 8만 8,000여 명에 달하는 치킨점주들은 한 통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귀사에 번영과 평안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신규 브랜드 런칭을 앞두고 있는 폐사 수영치킨에서는 이번에 개발한 신규 치킨 조리법을 과감하게 선보일 예정으로…….

……이와 같은 비법은 황금비단우산버섯에서 추출한 성분 99.99%의 오일을 이용한 것으로……

……이에 따라 서울 코엑스와 부산벡스코에서 동시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오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많은 참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락을 받아든 치킨점주들 중 상당수는 처음에는 크게 코웃음을 쳤다.

"수영 치킨? 그건 또 뭐야?"

"들어보지도 못한 브랜드네. 얼씨구? 주제에 동계열 브랜드까지 있어?"

"수영레스토랑? 수영오세안? 이건 또 뭐야?"

특히 경기도를 포함한 비서울권에서 장사하는 치킨점주들이 주로 코웃음을 쳤다.

수영레스토랑, 수영오세안.

안내문에 포함된 동계열 브랜드라고 하는 것이, 그들 입장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서울 외 지역에서는 전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으니) 하지만 그런 비웃음이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빠, 수영레스토랑이 뭔지 몰라요? 지금 강남에서 시작해서 서울에서 한창 핫한 외식 브랜드인데!"

"뭐야, 외식 브랜드라고?"

"네! 수영라면이라고 진짜 어마어마하게 맛있는데 또 어마어마하게 비싼 라면이 있어요. 값비싼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잔뜩 넣어 팔아서 한 그릇에 35,000원이나 해요!"

"아니, 라면 한 그릇에 그 값을 받으면 어떤 미친 놈이 그걸 사먹어?"

"그래서 강남에서만 영업해요. 아! 비강남 지역에서 영업을 하긴 하는데 거기서는 10,000원짜리 위주로 팔아요!"

"그게 장사가 돼?"

"엄청 잘돼요! 지금 배달드라이브앱에서 매출 1등을 달리는 가게라고요!"

"뭐야, 배달까지 된다고?"

"그럼요. 지금 완전 효자 중의 효자인데."

"가맹점 전체 월 매출이 900억 원이래요, 900억 원."

"말도 안 돼!"

코웃음을 쳤던 치킨점주들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 때문에 경악에 빠졌다.

"이거 하수영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래. 라면하고 참치로 아주 대박을 쳤는데?"

"청담에 가진 땅값만 다 합쳐도 1조 원이 넘는데!"

그 부분에서 치킨점주들의 신뢰도가 대폭발했다.

원래 사업을 하는 이는 자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주변의 신뢰가 두터워지는 법 아닌가.

안내문에는 새로운 조리법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바로 황비버섯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치킨을 튀기는 조리법이라는 것이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비싼 황금비단우산버섯으로 기름을 만들어서 치킨을 튀긴다고?"

"대체 황비버섯 기름으로 치킨을 튀겨 먹는다는 발상을 한 것부터가 난 이해가 안 간다. 그게 돈이 얼마인데……."

예전 시세였다면, 치킨 한 마리에 수백만 원은 받아야 할 만큼 식재료비가 들었을 것이다.

황비버섯 오일은 존재했지만, 그걸 한 땀 한 땀 모아서 치킨을 튀긴다는 발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역시 돈 많은 사람이라서 시도해 보는 것도 남다르구나."

"미친, 그 비싼 황비버섯으로 기름을 쥐어짜내서, 그걸 가지고 치킨을 튀길 생각을 하다니……."

치킨점주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러고 보니 황비버섯이 생산단가가 많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은 거 같아."

"황비버섯라면에 버섯이 한두 개씩 들어가는 거 보면 낮아지긴 낮아졌어."

"듣자니까 1그램당 가격이 1원까지 떨어졌다는데?"

황비버섯에 들어가는 버섯 양을 통해서 어림잡은 계산이었다.

물론 여전히 이해는 되지 않았다.

"아무리 1그램에 1원이라고 쳐도, 기름을 추출하려면 버섯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치킨 한 마리에 10, 20만 원은 훌쩍 넘을 거 같은데? 기름값을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거야?"

"돈 많은 재벌이라서 시세 파악을 못 하는 거 아니야? 치킨 한 마리에 10, 20만 원 하는 게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을 못 하는 거 아니냐고?"

돈지랄과 사업은 전혀 맥락이 다르다.

어쨌든 간에 치킨이 대중 음식이니만큼, 그에 맞춰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황비버섯 오일로 만들면 맛이야 있겠지.

하지만 과연 가격은 얼마나 될까?

"에이,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가서 설명을 들으면 뭐라도 좀 알겠지! 가보자고!"

그렇게 해서 설명회가 열리는 날, 서울 코엑스와 부산 벡스코에는 구름같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일부러 두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먼 거리 때문에 주저할 점주들을 위한 배려였다.

부산 근처에 사는 사람이 서울까지 올라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우니까.

박람회 당일, 치킨점주들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인파를 보고 그만 기가 질려 버렸다.

"이거, 전국에서 치킨 장사하는 사람들은 죄다 불러모은 거 같은데……?"

"어! 장실후 이사님?"

"아! 박태두 부장? 자네가 왜 여기에?"

뜻하지 않은 자리에서 전 직장 동료를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 당황했다.

"K파인콤 요즘 엄청 잘나간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이사님이 여기에……."

분명 더 좋은 조건으로 더 큰 기업에 스카우트되어 간 이사를 왜 이런 자리에서 만난 것인가?

"밑에서는 쉴 새 없이 치고 올라오지, 기량은 나날이 갈수록 떨어지지, 사내정치에서 밀린 다음에 할 게 어디 있었겠나?"

"……저와 비슷한 처지였군요."

"평생 할 줄 아는 거라곤 코딩 하나뿐이었는데, 이 나이에 뭐 다른걸 할 수 있겠어? 치킨 튀기는 거야 기계가 다 알아서 해주니까."

두 사람은 그렇게 뭉클한 감정을 교환했다.

"전국 치킨집이 9만 개 가까이 된다는데, 그 말이 진짜 틀리진 않았나 봐."

"유명 치킨 브랜드 업체 사람들도 참가한 거 같은데요?"

"나도 몇 명 아는 얼굴이 보여. 기사에서 봤어. 우리 치킨 브랜드 이사."

"아, 그러고 보니 어디 치킨에서 하십니까?"

"BBC. 박 부장 자네는?"

"저는 가천치킨입니다."

유명 치킨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가맹점주 신분으로 치킨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상당수는 치킨 브랜드와 계약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지킨을 튀겨 파는 사람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어차피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묶여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참관을 한 것은, 강력한 신종 경쟁자가 탄생할지도 모르니 미리미리 알아둬야 한다는 경계심 때문이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수영치킨의 경영책임을 맡고 있는 주희도라고 합니다."

단상에 올라선 주희도가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소개를 했다.

곳곳에 배치된 거대한 전광판에 주희도의 전신샷이 크게 비춰졌다.

"저희는 이번에 황금비단우산버섯에서 추출한 식용유로 튀기는 치킨 조리법을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치킨과는 다른 아주 놀라운 맛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 함께 시식을 해주시지요."

서울 코엑스 전시장에 모인 숫자만 무려 6만여 명.

주희도는 오늘 이 행사를 위해서 1층 전시장 4개를 한꺼번에 대관했다.

수천 개에 달하는 치킨 부스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치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다들 시식해 보시기 바랍니다."

치킨점주들은 먼저 조심스럽게 치킨의 외관을 살폈다.

"음, 색은 아주 훌륭하군. 바삭바삭하게 제대로 튀겨졌어."

"황비버섯 오일이 끓는점이 꽤 높은가 봐?"

"카놀라유보다 더 높은 걸로 알고 있어. 나도 직접 써보지는 못했지만."

"진짜 비싼 호텔 레스토랑에서나 조리용으로 사용한다는 말은 들은 거 같은데……."

"에이, 우리나라는 아닐 겁니다. 아랍 왕족들 상대로 한 요리들이나 그렇게 만들겠지요."

"어디, 먹어 볼까……?"

6만여 명에 달하는 인파지만,한두조각씩을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 갖춰져 있었다.

치킨점주들은 조심스럽게 치킨 한 조각씩을 들어서 입에 집어 넣었다.

바삭한 껍질 안에 감춰진 부드러운 살점을 한 입 깨무는 순간, 그들의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맛있어!"

"황비버섯 오일로 튀긴 치킨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젠장! 우리집 치킨은 이 치킨에 비하면 턱도 없어! 지금까지 내가 튀겼던 건 치킨이 아니라 닭고기였던 거야!"

치킨 맛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다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짜릿하고 황홀한 맛에 놀라움,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이 치킨이 조금만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출시하게 된다면…….'

'한 번 이 치킨을 먹어보면 일단 기존의 다른 지킨들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을 거다. 확실해.'

'젠장, 망했다. 망했어.'

'2만 원, 아니, 하다못해 2만 5,000원이라도 차라리 이 치킨을 먹고 만다. 두 번 먹을 거 아껴서 한번 맛있는 걸 먹는 게 낫지.'

전시장에는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 관계자들도 상당수 나와 있었다.

그들에게 안내문이 발송된 것은 아니지만, 전시장 자체는 제한 없이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 15세 이상이기만 하면 된다.

'젠장, 신규 경쟁자가 들어온다는 말에 놀라서 일단 참관하기는 했는 데…… 이건 공룡이잖아?'

'회장님한테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드린다?'

'지금이라도 이직을 준비해야 하나? 맛으로는 절대 이 치킨을 못이길 텐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사 치킨도 황금비단우산버섯 오일로 튀기면 그만이니까.

오히려 양념소스 등 다른 조리법에서는 앞서고 있는 만큼, 튀기 기름만 교체하면 얼마든지 찍어누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불가능하잖아?'

치킨 브랜드 관계자들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주희도를 바라보았다.

일반 치킨점주들은 조금 달랐다.

브랜드 가맹점주, 노브랜드 점주를 가리지 않고, 다들 기대가 잔뜩 얽힌 눈으로 주희도를 주시했다.

그래서 이 치킨은 마리당 얼마인데?

"가장 궁금하실 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수영치킨이 가맹점주에 한해서 조리에 필요한 황금비단 우산버섯 오일을 제공하는 가격은……."

꿀꺽!

"기존에 사용하시던 조리용 식용유와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될 겁니다."

"와아아아!"

"수영치킨, 만세!"

"말도 안 돼! 황비버섯 오일이면 콩기름보다 그 값이 백 배, 천 배는 더 나가야 정상이라고! 어떻게 동일한 가격으로 받겠다는 거야!"

"그래서 대체 뭐가 남는다고! 이건 덤핑이다! 다른 치킨 브랜드를 전부 고사시킨 다음에 시장을 완전히 집어삼키려는 목적이야!"

치킨 업체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치킨 점주들 모두 다 같이 흥분에 빠졌다.

하지만 주희도의 말은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그리고 신규 가맹점주분들을 위한 혜택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선착순 25,000명에 한해서, 매장 오픈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해 드립니다."

"선착순 25,000명?"

"모든 비용 지원?"

"설마 가맹점 계약 파기하고 옮기면 그 위약금도 지원을 해주겠다는 뜻이야?"

"다시 말씀드리지만, 매장 오픈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모든 비용을 지원해 드립니다. 여기에는 법적 공방금도 포함됩니다."

"아무리 들어도 위약금도 대신 내 준다는 소리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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