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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87화 (287/1,270)

프랜차이즈 갓 287화

70장 치킨은 버섯과 함께 (1)

"황비버섯도 쥐어짜면 식용유가 나습니다. 수율이 낮을 뿐이죠."

"어느 정도나 되나?"

"100g에서 짤 수 있는 기름이 1g이 조금 안 됩니다."

"거의 1/100 이하라는 소리군."

전성렬은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현재 하수영 농가는 프라임컴퍼니에 1g당 1원의 가격으로 버섯을 납품하고 있다.

즉 1g의 버섯식용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10만 원어치의 버섯을 쥐어 짜 내야 한다는 소리다.

'그럼 대체 치킨 한 마리에 얼마를 받아야 하는 거지?'

전성렬의 눈동자가 슬그머니 치킨 요리를 향했다.

황비버섯기름으로 튀긴 치킨은 정말 놀라우리만치 맛이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향미와 식감을 자랑했다.

만약 이 치킨을 기존의 다른 치킨과 비슷한 가격으로 내놓는다면, 치킨 시장을 단숨에 석권할 수 있을 것이다.

황비버섯라면으로 라면 시장을 차지했던 것처럼.

하지만 치킨을 튀기는 원가가 너무 많이 든다.

황비버섯라면의 경우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기름 튀기는 값이 장난 아니게 들겠는데? 치킨 단가를 제대로 맞출 수나 있겠어? 설마 수영라면처럼 한 마리당 몇만 원씩 받고 팔 건 아니지?"

35,000원짜리 수영라면은 경우가 다르다.

청담으로 시작해서 물가가 높은 강남 지역에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10,000원짜리 보급형 버전도 있고, 하지만 치킨은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가.

"설마 강남에서만 파는 고급 치킨, 뭐 그런 이미지로 나갈 건 아니잖나?"

"당연히 아니죠. 전 한 마리에 최종소매가로 15,000원 정도만 받을 생각입니다."

"그 정도면 다른 유명 프랜차이즈치킨하고 가격 경쟁 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어떻게? 버섯기름 수율이 너무 처참한데?"

"음, 사실 수율 낮은 건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없다고?"

"네, 이게 농장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그렇지, 생산 원가는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기껏해야 물값 정도?"

"허어,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농장 전기야 어차피 태양광 발전으로 돌아가고, 사람을 쓰는 게 아니니 인건비가 드는 것도 아니고, 버섯 키우는 데는 돈 들어갈 일이 없죠."

기껏 운송비 정도나 들어갈까?

황비버섯은 생산되자마자 바로바로 납품하기 때문에 창고 비용이 따로 들어갈 일도 없다.

"전자노예, 아니, 농업로봇들 부품비 같은 유지관리비용이 크게 잡히긴 하겠지만, 그거야 이미 골든 트러플 판 돈으로 백 년치는 벌어뒀어요."

전성렬은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kg의 버섯기름을 만드는 데 10만 원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애초에 그게 아니었으니.

"근데 황비버섯 오일이 원래 시중에는 없는 제품인가?"

"있었죠. 트러플 오일도 있고 송이 버섯 오일도 있는데 황비버섯 오일이 왜 없겠습니까."

"근데 왜 아무도 황비버섯오일로 치킨을 튀겨볼 생각을 안 한 거지?"

"그랬다가는 치킨 한 마리에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씩 받아야 할 테니까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사실 골든 트러플 오일, 송이버섯오일로도 튀겨 봤습니다."

"아이고, 그걸 먹어봤어야 했는데!"

"근데 황비버섯 오일로 튀기는 게 훨씬 낫더라구요. 그 둘은 치킨 튀기는 용도로는 안 맞습니다. 일단 황비버섯 오일이 끓는점도 훨씬 높고, 치킨의 풍미를 살리는 데도 좋더라고요."

"혹시 다른 튀김 요리에도 써봤나?"

"새우, 감자튀김에도 써봤습니다. 효과는 좋았어요. 한 번 드셔보실래요?"

"빨리 갖다 주게!"

"네, 기다리세요."

하수영은 곧바로 주방에서 황비버섯 오일로 튀겨낸 새우튀김과 감자 튀김을 가져왔다.

튀김요리를 각각 먹어본 전성렬은 거의 눈물을 글썽일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고야. 너무 맛있어."

"괜찮죠?"

"국물 요리 풍미 돋우는 역할만 하는 줄 알았더니, 튀김 요리에도 진면목이 있을 줄은 몰랐네. 왜 여태껏 아무도 황비버섯 오일로 튀김을 만들 생각을 못 했을까?"

"버섯 값이 원체 비쌌잖습니까. 어떤 미친 인간이 그런 짓을 시도하겠어요."

튀김, 대중요리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성렬은 눈동자가 팽팽 돌아갔다.

황비버섯 오일로 튀김 요리 시장을 장악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히 보였다.

"하 사장, 황비버섯 오일은 얼마나 만들 수 있는 건가?"

"농장 세팅에 따라서 다르죠."

"아무튼 시설만 충분히 갖추면 무한대로 쥐어짜 낼 수 있다. 이거지?"

"뭐, 그렇죠."

"그럼 우리 기름 장사 좀 하세."

"기름 장사요?"

"그래, 기름 장사. 우리도 이금기 굴소스처럼 전 세계 식용유 시장을 싹 먹어치워 보자고."

전성렬은 흥분해서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황비버섯 오일로 전 세계 식용유시장을 한 번 접수해 보자고, 다른 업체는 따라 하고 싶어도 못 따라하는 사업이잖나? 절대 실패할 일 없어."

"식용유 시장이라……."

하수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테라리움(무인농장에 붙인 별칭)은 3호기까지 완성돼서 열심히 가동 중인 상태다.

월 10억 개가 넘게 팔리는 라면과 서울 수영레스토랑 매장, 그리고 미국 수영레스토랑 매장에 열심히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로봇들이 바쁘게 일하는 중이다.

'지금 생산 캐파로는 좀 힘들 거 같은데…….'

서락산을 국가에 넘기고 경기도에 테라리움을 지을 때부터 사업이 확장될 경우를 상정하고 기획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황비버섯 식용유를 전 세계에 내다 판다는 가정은 없었다.

"공장 규모가 아직 그 정도는 안됩니다."

"아무튼 공장을 늘리기만 한다면 가능하다는 거지?"

"네, 그런데 공장만 늘린다고 다가 아니고 농업로봇들도 다시 사와서 조립하고 세팅하고,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거야 우리 하 사장 솜씨면 금방 뚝딱 해치울 테고, 그나저나 버섯에서 기름을 추출하려면 역시 관련 설비가 있어야겠지?"

"그냥 전용 식용유 공장을 새로 만드는 게 좋겠는데요."

"그건 걱정하지 말고, 내가 알아서할 테니까. 하 사장 자네는 황비버섯만 부족함 없이 주게."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치킨 장사에 집중할 테니까, 식용유 장사는 사장님이 맡아서 진행해 주세요."

"참, 원래 치킨 프랜차이즈 하려고 했었지?"

"네, 어쩌다 보니 식용유 수출 장사까지 이야기가 빠졌네요."

"근데 왜 갑자기 치킨 프랜차이즈를 하려고 했더라?"

"서해식품이 닭고기 생산유통 시장을 꽉 쥐고 있잖아요. 그거 건드리자고 치킨 프랜차이즈 하려는 거죠."

"아, 맞다. 그랬었지. 식용유 때문에 흥분해서 내가 잠시 깜박 잊었네."

서해식품은 황비버섯 군수납품을 가지고 중간에 끼어서 장난질을 쳤다.

그에 대한 괘씸죄로 서해식품이 쥐고 있는 닭고기 생산유통 분야를 뺏으려고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결심했다.

그런데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띄울 황비버섯 오일의 잠재력을 짚어보니, 국내 닭고기 시장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다.

"기억하시죠? 사업 경영은……."

"나하고 정 부사장이, 자네는 하고 싶은 임대업, 요식업만 집중하고."

"네, 식용유 수출은 회사에서 알아서 진행해 주세요."

***

현재 황비버섯 생산량은 딱 국내치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정도의 여유만 있었다.

미국 수영레스토랑에서 소모하는 식재료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지 법인 계좌에는 현재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현금이 쌓이고 있었다.

만약 국내에 알려지면 정계가 또 한 번 뒤집어질 것이다.

"수영레스토랑 정산이익은 한국에 언제쯤 들여오실 생각이십니까?"

"아직은 생각 없습니다. 지금도 이런저런 말이 많은데 그 돈까지 들여 오면 시끄러울 거 같아서요. 필요할 때 되면 그때 들여오지요, 뭐."

주희도의 말에 하수영은 느긋하게 반응했다.

"나노소프트가 지금처럼만 장사를 잘 해준다면 조만간 미국 500대 부자 순위에 금방 이름을 올리실 겁니다."

"IT 회사라서 요식업에는 별 재주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은근히 잘하네요."

"수영라면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장사를 못하는 게 더 어렵죠.요즘 나노소프트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기는 일등효자라고 합니다."

"뭔가 우습네요."

"네, 주주들도 어리둥절해하는 반웅입니다. 운영체제 윈드밀보다 라면 장사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하수영은 나노소프트의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자신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소프트웨어보다, 사내 매점에서 출발한 라면 장사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그보다는 제가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에 이번에 진출을 해보려고 하는데요."

"치킨 프랜차이즈요? 그쪽은 레드오션 중의 레드 오션이라……."

"저도 빈손으로 달려드는 건 아닙니다. 자신 있게 먹힐 아이템을 준비해 뒀어요. 한 번 드셔보시고 계속 이야기하시죠."

반신반의한 채 갓 튀긴 치킨 요리를 맛본 주희도는 눈이 튀어나올 듯이 놀랐다.

"이거라면 무조건 먹힙니다!"

"최종 소매가격은 15,000원 정도로 해서 판매하되,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장사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홍보도 대대적으로 크게 때리고요."

"처음부터 물량전으로 밀어붙이시려는 거군요?"

"네, 레드 오션이지 않습니까. 그만큼 아주 강한 힘으로 초장부터 치고 들어가서 단숨에 뺏어야죠."

주희도는 하수영의 눈에서 치킨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보았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다.

항상 강남, 서울 중심으로만 확장을 해왔던 하수영이 전국 시장을 노린다니.

'수영레스토랑 경기도 진출도 재료수급 문제로 내내 시큰둥하신 분인데…….'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홍보 모델은 장효주 여배우로 하실 겁니까?"

"………네, 그렇게 하시죠."

문득 그녀가 고백했던 게 생각나서 살짝 껄끄러웠지만, 하수영은 순순히 고덕였다.

사실 장효주 외에 더 적합한 배우는 떠오르지 않았다.

수영라면, 수영참치, 엘릭서드링크등 프라임컴퍼니 계열의 주요. 식품들을 홍보해 온 얼굴이니까.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이니만큼 준비 기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홍보에 시간이 걸릴까요?"

"홍보 자체는 오래 안 걸립니다. 요식업계에서 수영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파워가 엄청나니까요. 다만 전국 매장을 동시에 오픈하려면 아무 래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1,500개 이상은 확보해야 해요."

가맹점주도 모집해야 하고, 1,500개 이상의 매장을 구해서 인테리어 등 세팅도 갖춰야 한다.

최소로 잡아도 몇 달 이상은 걸린다.

"아무래도 절반 이상은 직영점으로 갖춰야 할 거 같습니다. 치킨 시장이 워낙 레드 오션이다 보니, 가맹점을 초기에 단시간 내에 확보하기 힘들 거 같아서요."

"수영 치킨이라면 사람들이 작정하고 몰려들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이 치킨 맛을 본 건 아니니까요. 수영이라는 브랜드만 믿고 치킨 시장에 곧바로 몸을 던질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맛 좀 보여주죠."

"네?"

"수영치킨 런칭 설명 박람회를 크게 열죠. 치킨 장사를 고려하는 사람들을 전부 불러 모아서 치킨을 직접 맛보여 주고, 가맹점주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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