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270화 (270/1,270)

프랜차이즈 갓 270화

66장 보궐선거(1)

"군대 삼계탕 같은 거죠. 이건 부사관들이 빼돌리기 힘듭니다. 바로 티가 나거든요."

1인 1닭을 지급한다는 원칙.

삼계탕 나오는 날이 되면 병사들은 다리와 날개가 온전히 붙어 있는 닭 한 마리를 배식받는다.

이런 경우 납품업체가 가격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는 있어도, 마릿수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는 어렵다.

병사가 천 명이라면 생닭 천 마리가 공급되어야 하니까.

"제가 버섯 한 개가 딱 50g이 되도록 키워낼 수 있습니다. 병사들은 삼계탕처럼 온전히 갓과 기둥 멀쩡히 달린 버섯 1개씩 받는 거죠."

버섯의 모양이 성치 않다면 누군가가 그 부위만큼 빼돌렸다는 증거가 된다.

"요즘 병사들도 군대에서 핸드폰 쓰잖아요.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사기업이 국방력 강화와 병사들 복지를 위해 무상으로 납품한 버섯을 빼돌렸다? 이거 터지면 모가지 날아갈 사람들 많습니다."

"정확히 50g으로 키워낸다는 게 가능한 건가?"

"그럼요. 경기도 농장 보셨잖아요. 완전 무인화 공장. 50g으로 맞춰서 캐내는 건 피자 한 조각 먹기입니다."

게다가 생버섯이 아니라 취사병이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사전에 미리 조리를 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공급을 원하는 부대에 직접적으로 배송한다.

"정말 끼어들 틈이 없구만."

"이 정도로 안전장치 걸어두면 작게 해 처먹을 순 있지만, 그럼 위험대비 기회비용에서 수지타산이 안맞습니다."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데 그 이익이 작다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느니만 못하다.

전성렬은 감탄해서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자네가 좀 손해를 많이 보긴 하겠지만."

매년 3만 톤 가까이 되는 물량을 5년 동안 무상으로 공급한다.

당연히 하수영 입장에서는 이득 볼게 없다.

하수영은 자신의 영업이익을 포기 함으로써 군납 프로젝트에 얽힌 이 권단체들한테 엿을 먹인 것이다.

"떡고물 생각하고 들떠 있던 관계 자들 부들부들할 거 생각하면 별로 손해는 아닌데요? 멘탈 공격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참 마음이 넓어."

"우리 회사 이미지 홍보도 되고, 또 장병들과 그 부모 가족들이 고마워할 테니까, 여러모로 이득이에요."

"버섯 가공과 배송까지 우리가 전부 맡아서 해야 하는군.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으려면 말이지."

"네, 그렇죠."

"알았어. 내 당장 밑준비 세팅을 해두지. 요즘 우리 회사에 현금 넘쳐나거든."

"이익률이 지금도 8%인가요?"

"응, 우리는 마케팅이나 판촉비로 나가는 게 거의 없으니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한 달에 10억 개씩 팔리는데 뭐하러."

월 매출을 대충 1.5조 원으로 잡으면, 월평균 이익이 1,200억 정도 된다.

회사 계좌에는 돈을 쓸 틈도 없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현금이 쌓이고 있었다.

"내 평생 식품회사가 이렇게 돈을 갈퀴로 쓸어 담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

"원래 먹는 장사가 제일 남는 거죠. 그나저나 밑준비는 굳이 미리 안 하셔도 돼요."

"왜?"

"군납 이야기가 아예 없던 거로 될 수도 있거든요."

"뭐? 아니, 왜?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국방부가 머저리도 아니고 이걸 왜 없던 거로 만드나?"

"군대와 병사들한테는 이익이지만, 군납업체들한테는 큰 손해니까요."

* * *

박전보 전무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면서 주장했다.

"없던 거로 해야 합니다."

"……지금 와서?"

"그래야 우리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보아하니 임원들은 저마다 수긍하는 눈치였다.

이정훈 사장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그도 상황 돌아가는 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

"군납 중간에 우리가 끼어들 여지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군부대 전체에 버섯이 무상 공급되면, 그만큼 군에서 매입하는 식자재 양이 감소하게 됩니다."

5년 동안 황비버섯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당연히 군은 두당 식비를 줄일 것이고, 기존 납품업체들의 매출도 그만큼 감소한다.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황비버섯 공급 자체가 없던 거로 해야 합니다."

군납 비리를 통해 떡고물을 받아먹던 장성들과 국방부 관계자들도 당연히 타격을 입는다.

양질의 식재료를 공급받는 병사들만 좋을 뿐, 많은 이권 관계자들은 손해만 보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 수습할 길은 많이 있습니다. 아직 여론의 관심이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적당한 명분이 있나?"

"군납 선정 과정에서 비리 여부가 있었는지 재조사 들어가는 모양새를 취하면 됩니다. 이제 발표까지 한 시간 남았습니다. 빨리 지금 발표내용을 수정, 아니, 발표 자체를 취소해 버려야 합니다."

이정훈 사장은 이를 갈았다.

모처럼 야심 차게 준비한 계획인데 시작도 해보기 전에 엎질러져 버렸다.

"그놈들은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5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얼만데 그걸 무상으로 공급한다고?"

멍청한 놈들이 소비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통 큰 호구짓을 보였다.

그 덕분에 졸지에 서해식품그룹만 손해를 보게 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놈들이 꼭 우리 엿 먹으라고 무상 공급 발표를 한 거 같군."

당연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답답한 결과 때문에 해본 말일 뿐이다.

"기자회견은 취소해."

"예, 사장님."

"그리고 전부 시말서 작성해서 제출해."

"……예, 사장님. 죄송합니다."

발표를 1시간 남겨놓은 채, 국방부는 기자회견을 취소해 버렸다.

서해식품에서 기자들을 단속한 덕분에 발표 취소가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군 식단 개선에 관심이 많은 현역병 부모들만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을 뿐.

황비버섯 납품 건은 그렇게 조용히 흐지부지되었다.

국방부가 프라임컴퍼니에 군납 무상 계약을 하자고 연락을 하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전성렬이 연락을 할 때마다…

-아, 지금 내부에서 검토 중이어서요. 행정부에서 승인이 되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결정이 나면 저희가 가장 먼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상부에서 아무 말이 없네요. 저희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변동사항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저 오늘부터 이 부서로 배치받은 터라 업무에 관해서 아직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전 담당자분한테 제가 나중에 따로 연락을 드려서 메모 남겨놓겠습니다.

그렇게 전성렬의 연락을 피하기만 했다.

이쯤 되자 전성렬은 하수영의 예측력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 하 사장 자네 말대로 없던 일로 됐어."

"군 식자재 납품 시장이 작아지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니까요."

"결국 다시 원점이 됐군."

전성렬은 감탄하는 눈으로 하수영을 보았다.

처음부터 군납이 시행돼도, 취소돼도, 하수영은 손해 볼 게 없는 전개였다.

리스크 관리야말로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니던가.

그 말에 하수영은 피식 웃으면서 정정해 주었다.

"제가 손해 본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개이득 봤죠. 3주 군사훈련 편하게 보냈잖아요."

"근데 내년부터 예비군 훈련은 어떻게 하려고?"

"저 하나만 콕 집어서 유격이라도 시킬까 봐서요? 그런 거 못 합니다. 저 괴롭히려면 다른 예비역 전원 다 굴려야 합니다. 그것도 민원 쏟아져서 절대로 못 해요."

"아, 그렇군."

"기껏해야 예비군 훈련 아주 조금 빡빡하게 하는 정도가 다인데, 그것도 장관이 끗발 있을 때 이야기죠. 장관 임기가 얼마나 된다고요."

사실 하수영 입장에서 국방부 장관 같은 것은 전혀 무섭지 않다.

그냥 길거리에서 만나면 흔한 동네 아저씨일 뿐이다.

"오히려 군납 무산 때문에 국방부에서 제 눈치를 봐야 할 겁니다. 제가 손해 봤다고 생각하고 민원 넣거나 소송이라도 걸면 피곤해지니까요."

"아, 그래서 내 연락을 차일피일피하면서 미루는 거군."

"제가 작정하고 미끼 던져서 엿 먹였다는 걸 그놈들이 알 리가 없잖아요."

그저 이미지 홍보를 목적으로, 매년 수만 톤의 식자재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마인드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착한 사람 병에 걸린 호구가 저 혼자 방방 뛰다가 자신들까지 손해를 볼 뻔했다, 이렇게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겠지.

"결국 병사들만 좀 안됐어. 식단 개선되는 줄 알고 기대했다가 무산됐으니."

"제 탓은 아닙니다. 전 정말로 5년 동안 무상 공급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밀어붙였으니까요."

"알지. 거절한 건 국방부 놈들과 군납업체 놈들이니까, 전부 그놈들 책임이지."

"그래도 도의적인 유감은 있으니까, 이참에 좋은 일 하나 하려고요."

"좋은 일?"

"네, 현역 장병들 대상으로 복무기간 동안 매달 집에 황비버섯 5g씩 보내겠습니다. 휴가 나올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버섯전골요리라도 해먹으라고요."

"오, 좋은 생각인데?"

"그리고 앞으로 현역 병사들은 복무 기간 동안 수영레스토랑에서 돈을 받지 않는 서비스도 시행할까 합니다. 물론 모든 가맹점에서요.비용은 본사가 부담하고요."

전성렬은 무릎을 탁 치며 좋아라했다.

"마지막까지 국방부 엿 먹이는 일이군. 아주 좋아. 생각만 해도 고소해."

"에이, 국방부만 엿 먹이면 너무 아쉽죠."

"설마 서해식품도 건드리려고? 하지만 저쪽은 우리나라 최고 재벌기업이야."

"그래 봤자 방계입니다. 그리고 신사적으로, 합법적으로 행동할 겁니다. 서해전자도 체면이 있는데 애들 싸움에 함부로 나서진 않겠죠."

"……."

"어쨌든 간에 저를 기만하고 부당이익을 취하려고 했으니, 그에 대한 보복은 확실히 해야죠. 제가 기브앤 테이크는 확실히 챙기자 주의라 서요. 안 그럼 다음 생에서 두고두고 생각나서 열 받습니다."

"생각해 둔 방법은 있나?"

"네, 선거 끝나는 대로 슬슬 시작하려고요."

"선거? 아, 맞다. 자네 구의원 보궐선거 나간다고 했었지?"

* * *

프라임컴퍼니는 회사 공고를 통해 군납 무산에 대한 아쉬운 입장을 밝혔다.

물론 정확한 사정은 서술하지 않고 그저 무산이 되었다. 정도로만 설명했다.

-본사는 국방의 의무로 고생 중인 현역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는 뜻에서, 모든 장병을 대상으로 매달 황금비단우산버섯 5kg씩을 가정으로 보내드립니다.

-또한 현역 장병들은 수영레스토랑의 모든 가맹점에서 무상으로 식사를 대접받으실 수 있습니다.

식단 개선 불발로 아쉬워하던 병사들은 이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기뻐했다.

혜택 자체가 대단하다 보니, 순식간에 군 전체에 관련 소식이 퍼져 나갔다.

"와, 수도권에서 사는 애들은 좋겠다. 휴가 외출 때마다 수영레스토랑 오리지널 먹을 수 있겠네."

"수도권에서 복무하는 애들도 마찬가지잖아. 아, 나는 왜 지방으로 자대 배치를 받아서……."

"이거 근데 신청 어떻게 하는 거냐? 막 엄청 복잡하거나 그렇진 않아?"

"주민센터 가서 병적증명서 신청하면 떼어줍니다. 그거 사진 찍어서 업로드하면 돼요."

"생각보다 간단하네?"

"수영레스토랑에서도 그냥 증명서 보여주기만 하면 된대요. 아니면 프리덤한테 연동시켜 놓으면 프리덤이 알아서 예약을 해놓는답니다."

"역시 프리덤. 좋은 일에는 안 끼는 일이 없군."

"근데 버섯 군납은 왜 흐지부지된 겁니까?"

"모르지, 뭐. 윗분들의 생각을 우리 같은 말단 병사들이 어떻게 짐작하겠냐. 다아 사정이 있으셨겠지."

* * *

최우석 노인은 요즘 들어 한나절이 멀다 하고 연락이 왔다.

-하 사장, 선거 등록했지? 오늘이 마감일이야.

"이미 한참 전에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확인해 보게. 간혹 선관위 직원이 제대로 처리를 못 해서 등록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확인도 했습니다, 했어요."

-그럼 뭐 하나? 빨리 선거 운동해야지. 지금 한가하게 라면 그릇 설거지나 하고 있을 때 아닐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