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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67화 (267/1,270)

프랜차이즈 갓 267화

65장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이 차원이나 저 차원이나(3)

국방부 전력관리자원실.

실무담당 공무원들은 군수납품 프로젝트를 가지고 한창 논의 중이었다.

"황금비단우산버섯? 그걸 국군 장병들 식재료로 제공하자고? 아니, 그게 얼마나 비싼 버섯인지 알기나해? 중등품 송이버섯하고 맞먹는 가격이야. 킬로당 10만 원이라고, 10만 원!"

"과장님, 그게 다 옛날이야깁니다.

지금 시중에서 제일 잘나가는 라면이 황비버섯라면이라는 건데, 황비버섯을 80g이나 넣어서 파는데도 라면값이 천몇백 원밖에 안 합니다."

"뭐? 80g이면 버섯 값만 8천 원은 할 텐데?"

"재배단가가 100배 이상 떨어졌어요. 이제는 킬로당 1,000원도 안 하는 시대가 된 거죠."

황금비단우산버섯은 국물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의 끝판왕이다.

고급 국물 요리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황금비단우산버섯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거 장관실에서 내려온 지시입니다."

"장관실에서? 그럼 이게 장관님 의중이라는 건가?"

"네, 우리 군 장병들도 이제 맛있는 국물 요리를 매끼 제공받을 때가 됐다고 하셨습니다. 이 버섯 조금만 풀어 넣어주면 이등병 취사병이 조리한 미역국도 3성 호텔 국물 요리 못지않으니까요."

"과장이 너무 심한 거 같은데."

"그 정도로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군 식단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끼니마다 국물 요리가 포함된다.

"군 식단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장병들 사기 진작과 전투력 보존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좋아, 그럼 한 번 추진해 보자."

그렇게 국방부 직원들은 황금비단 우산버섯 군납 추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국방부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뭐라고요? 킬로당 7만 원이라고요?"

"도매가 기준으로 그 정도는 받아야 합니다. 그마저도 최소 물량을 맞춰주셔야 농장 세팅 할 수 있습니다."

"농장 세팅이라니요?"

군대에 오랫동안 납품해 온 유통회사의 말은 그들의 생각을 완전히 벗어났다.

"요즘 황비버섯 키우는 농가 없습니다. 전부 다 밭 갈아엎었어요. 시중에 황비버섯은 씨가 말랐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우리 와이 프는 밥상에 잘만 올리던데."

국방부 직원의 말에 유통회사 직원은 코웃음을 쳤다.

"계장님, 그거 마트 가서 사온 거 아닙니다. 라면 사서 그 안에 들어있는 버섯 따로 모아서 조리하는 거예요."

"예?"

"황버버섯라면 80그램짜리 기준으로 1,800원입니다. 그거 3개만 사서 버섯만 꺼내면 네 식구 한 끼 조리 할 양 충분히 나옵니다."

"남은 라면은 밀봉해서 잘 보관했다가 따로 끓여 먹으면 되고요. 뭐하러 황비버섯 240그램을 24,000원씩이나 주고 사서 씁니까?"

"그, 그럼……."

"예, 지금 황비버섯 키우는 농가 없어요. 당연히 마트에도 물량 안들어오구요. 지금 황비버섯은 독점입니다, 독점. 프라임컴퍼니 아시죠?"

"네, 작년에 설립한 라면회사요. 지금 우리나라 라면시장 싹쓸이한 그 회사."

"프라임유통이라고, 프라임그룹 자회사가 있는데요. 여기 자회사에 납품하는 농가만 지금 황비버섯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어요."

"그럼 단가인하 재배기술은 그 농가 고유물인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도 경기도에 농장에 있다고만 들었고, 더 자세한건 모릅니다. 다른 농업인들하고 일절 교류가 없기로 유명한 농가라서요."

실제로 많은 농업 관계자들이 하수영을 찾았지만, 대부분은 얼굴 한번 만나보지도 못했다.

"번지수를 잘못 찾으셨어요. 군납원하시면 그 농가 가셔서 이야기하셔야 합니다."

"혹시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프라임유통 연락처는 제가 알려드리고 주선도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 납품하지 않으려고 할 거예요."

"왜입니까?"

"그게 미스터리입니다. 버섯 물량을 시중에는 풀지 않고 프라임그룹에만 납품하고 있어요. 소문에는 프라임컴퍼니에서 농가에 독점공급권을 갖고 있다는 말도 있고, 아무튼 뭔가 있는 게 확실합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여기도 팔고 저기도 파는 게 가장 유리하다.

그런데 라면 회사에만 딱 납품을 한다는 것은, 무슨 제약이 있는 게 틀림없을 것이다.

애초에 황비버섯은 라면 시장을 집어삼키기 위한 주무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납품? 할 수는 있죠. 도매공급가 킬로당 7만 원으로 부르세요. 그 가격에도 받는다고 하면 납품하는 걸로."

원래 황비버섯은 도매가로 7만 원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그 가격에 사겠다고 하면 하수영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

-국방부는 프라임컴퍼니에 납품하는 가격보다 조금 더 낮은 수준을 원하고 있는데요?

"아니, 이것들이 제정신이에요?"

거래를 원한다면서 먼저 제안을 해온 주제에, 심지어 가격까지 깎아?

"네고 일절 없습니다. 도매가로 7만 원 공급한다면 일 년에 25,000톤이든 25만 톤이는 얼마든지 공급 한다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어느덧 부대에 도착했다.

위병소를 통과한 하수영은 연병장에 캠핑카 퍼포먼스를 주차한 후, 점심저녁 식사거리가 담긴 가방만 챙겨서 막사로 향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스마트폰도 캠핑카 안에 두었다.

오늘도 평소처럼 스나이퍼 수준으로 최우수 사격 실력을 올린 후, 소대원들과 함께 점심저녁 PX 이용을 허락받았다.

야간 훈련까지 다 마친 후 캠핑카를 타고 다시 집으로 향하면서 스마트폰을 켰다.

아침에 통화했던 프라임유통 직원한테서 톡 메시지가 와 있었다. 훈련 끝나고 연락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걸자마자 직원이 바로 받았다.

-사장님, 국방부에서 꼭 한 번 만나자는데요.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킬로당 7만 원에 오케이했나요? 아니죠?"

-그,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만날 필요가 없죠. 네고 안된다고 뻔히 말했는데 굳이 만나서 네고하자는 사람, 뭐하러 만납니까."

-그래도 꼭 전화 한 통만 달랍니다. 자기 목이 날아가게 생겼으니 부탁한다고, 울 것처럼 말하던데요. 제가 사장님 낮에는 바빠서 시간 내기 곤란하다고 했더니, 한밤중이라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그럼 휴민트타워로 오라고 하든가요. 지금 거기로 가는 중입니다."

-제가 연락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전화가 끊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톡 메시지가 왔다.

[사장님, 그쪽에서 OK해서 제가 주소하고 사장님 연락처 알려드렸습니다.]

잠시 후 낯선 번호로 톡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민국 정부 국방부 전력관리자원실 소속 임기태 과장이라고 합니다. ……중략…….]

대충 읽어보니 만나게 돼서 영광이 다지금 출발했으니 금방 갈 것이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밤이 늦었으니 용산에서 청담동 휴민트타워까지는 금방 도착할 것이다.

"간만에 14호기 손 볼 곳 없나 살펴보려고 했더니, 이렇게 또 시간을 방해받네."

하수영은 투덜거리며 차를 몰았다.

14호기(휴민트타워, 8,000억 원에 매입한 소유물 중 최고가 빌딩)에 도착한 하수영은 건물관리직원에게 주차를 맡긴 뒤 안에 들어섰다.

얼마 후 국방부 임기태 과장에게서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프론트데스크 직원한테 말씀해주시면 안내해 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임기태 과장은 다소 긴장한 듯한 목소리였다.

얼마 후 관리직원의 안내를 받은 임기태 과장이 빌딩 중앙상황실로 들어섰다.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1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실의 경직된 분위기에, 임기태 과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직원은 상황실 한쪽에 있는 휴게실로 그를 안내했다.

문을 열자 상당히 널찍한 공간이 나타났다. 여러 개의 간이침대와 의자, 테이블, 110인치 OLED TV까지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임기태는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앉아 있는 하수영을 볼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먼 길 오느라고 고생하셨네요."

"아닙니다."

첫 만남부터 임기태 과장은 대번에 기가 짓눌렸다.

언뜻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청년이었다.

왜 이 빌딩 상황실 휴게실에 있었을까? 이곳은 분명히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인데?

"제가 내일 아침 일정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요. 오래 말씀 나누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시간 많이 빼앗지는 않겠습니다."

임기태 과장은 목청을 가다듬고, 황비버섯 군납의 필요성에 관해서 열변을 토했다.

식단 품질 증가로 인한 장병들의사기 증대, 그로 인한 국방력 강화, 이것이 애국의 또 다른 형태, 등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명분을 꺼내어 보였다.

한참을 듣던 하수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미 들으셨겠지만…… 황비버섯은 프라임컴퍼니 납품가와 그 외 납품가가 전혀 다릅니다. 시중에 납품할 때에는 기존 도매가를 따른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프라임컴퍼니에만 그런 특혜를 베푸시는 겁니까?"

임기태는 다소 억울한 듯이 말했지만, 곧 이어진 하수영의 대답에 정신이 멍해졌다.

"프라임컴퍼니가 제 회사라서 그런 건데요."

"……!"

"황비버섯 단가 인하 기술을 개발한 것은 라면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황비버섯 식재료 시장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버섯 식재료 시장과 라면 시장.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비교할 가치도 없다.

"황비버섯을 프라임컴퍼니 납품가수준으로 시중에 공급하면 애써 확보한 라면시장 경쟁력을 잃겠죠."

임기태 과장은 왜 라면회사 납품가수준으로 맞춰줄 수 없는지를 드디어 이해하고, 절망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가만히 바라보던 하수영이 물었다.

"혹시 윗선에서는 이미 이 군납 프로젝트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 건가요?"

임기태 과장은 침묵으로 대신 긍정했고, 하수영이 다시 물었다.

"혹시 차관 이상 급까지 올라간 겁니까?"

짧은 시간 동안 무수한 고민을 마친 임기태는 힘없이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

"장관님 선에서 내려온 지시입니다."

"그렇군요."

"이 군납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병영 식단 개선 정책 때문에 지금 국방부 전체가 발 벗고 뛰어다니는 터라…"

"저런, 난처하게 되셨네요."

하수영은 끌끌 혀를 차다가 크게 선심을 쓰기로 했다.

"그럼 킬로당 6만 5,000원에 해드리겠습니다. 만약 일 년 치 납품가를 선불로 한꺼번에 주신다면, 10%를 더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임기태 과장의 눈이 살짝 커졌고, 하수영은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너무 늦었네요. 제가 내일 훈련이 있어서 이만 자야 합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으시면, 제가 훈련이 13일 뒤에 끝나니까 그때 연락주세요."

"훈련이라고요?"

"네, 지금 병역 때문에 XXX연대에서 군사훈련 받고 있는 중이라서요."

임기태 과장은 혼란스러웠다.

청담동 빌딩 통제구역 휴게실, 황비버섯 독점농장주, 프라임컴퍼니 오너, 거기다가 군사훈련이라니?

그냥 농사짓는 사람인 줄만 알았는 데, 대체 어떤 인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병역신설특례 31조에 의한 3주 군사훈련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이제 13일 남았어요. 아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는 우리 훈련끝나고 재개하죠."

다음 날.

양석현 소령은 드디어 사단본부에서 연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사장님, 드디어 제가 왔습니다."

예전처럼 대놓고 하수영을 훈련 열외시켜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봐줄 수 있는 최대한의 편의를 봐줄 것이다.

그렇게 양석현이 단단히 다짐을 굳히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과장님! 과장님! 큰일났습니다!"

"뭐야? 무슨 사고라도 났어? 훈련병들 다친 건 아니지?"

"지금 국방부 장관님이 부대에 떴습니다!"

"뭐? 장관님이?"

양석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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