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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66화 (266/1,270)

프랜차이즈 갓 266화

65장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이 차원이나 저 차원이나(2)

수영라면 오리지널 배달용.

가맹점에서 파는 35,000원짜리 정품하고 동일한 메뉴다.

단, 비조리 상태로 면, 스프,건더기가 나누어져 있어 따로 조리를 해서 먹어야 한다.

화력이나 조리 방식이 차이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동일한 품질과 양의 재료라 해도, 매장에서 직접 사먹는 것보다는 맛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도 다른 라면은 감히 비벼보지도 못할 압도적인 맛의 차이를 자랑한다.

"우와, 이거 엄청 비쌀 텐데. 이거 정말 우리 주시는 거예요?"

"네, 얼마든지 드세요. 일부러 숫자 맞춰서 싸왔습니다."

"이거 되게 비싼 건데…… 혹시 수영라면 레스토랑 하시나요?"

프랜차이즈 오너냐고 물어본 게 아니라, 가맹점을 운영하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하수영은 대충 설명했다.

"네, 매장 하나 운영하고 있어요. 거기서 조금 싸온 거라서 그렇게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야, 감사히 먹겠습니다."

"안 그래도 오전 훈련 너무 힘들어서 퍼지는 줄 알았는데 맛있는 거 먹고 힘내야겠어요."

하수영은 현역병의 도움을 받아 휴대용 가스버너로 물을 끓이고 라면을 익히는 등 식사를 준비했다.

다들 커다란 냄비 앞에 둘러앉아 집게와 국자로 라면과 건더기를 건져 먹으며 즐겁게 잡담을 나눴다.

"근데 왜 갑자기 훈련이 빡세진 거죠? 어제그제보다 훨씬 힘들어져서 오전에 진짜 퍼지는 줄 알았네."

"어제그제는 사격 시간 다 되면 적당히 끊었는데, 오늘은 무슨 할당된 실탄 다 소모하기 전까지는 훈련 종료 없다고 하니……."

"어제 육참총장 온 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럴 수 있겠네. 뭔가 지적받은 게 있어서 갑자기 훈련 고강도로 빡세게 하는 건가 봐요."

"그럼 오후 훈련도 걱정인데."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오후 실기 훈련도 어제그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강도로 진행되었다.

보통 오후 훈련이 끝난 뒤 막사로 이동 후, 30분 정도 휴식하고 식사를 하러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일과시간을 알뜰히 긁어모아서 훈련을 하다 보니, 훈련이 끝나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식당으로 곧장 이동하게 되었다.

"이게 뭐야? 짜장밥?"

"아니, 사람을 하루 종일 고생시켜 놓고 겨우 이걸 주는 거야?"

"와…… 내 세상에 이렇게 짜장 소스가 맛없는 건 처음 알았다. 이런 밥을 2년 내내 먹어야 하는 현역병들, 정말 대단해."

훈련병들은 평균 나이가 20대 후반 이상이다.

개인이 가진 특기 덕분에 3주 훈련만 받고, 대체복무를 하거나 그대로 병역이 끝나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험도 있고 어느 정도 머리가 굵다 보니, 훈련병들은 부실한 식사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어차피 19일 뒤면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다는 배경도 있고.

한편 하수영 소대의 저녁 분위기는 훈훈했다.

"우와, 버섯전골이네요?"

"황금비단우산버섯 제가 제일 좋아하는데, 이렇게 듬뿍 넣어서 먹는거 진짜 처음이에요."

황비버섯, 송이버섯, 기타 야채, 그리고 고기가 듬뿍 들어간 전골 요리에 둘러앉은 소대원들은 즐거워했다.

"여기 양석현 소령님 있죠? 나중에 훈련 끝나면 국방부 민원게시판 가서 그분 칭찬하는 글 하나씩만 써줘요. 그분이 편의 봐줘서 우리가 지금 짜장밥에서 열외받은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참 열정적이고 근면 하고 친절한 참군인이었다고 제가 칭찬글 적을게요."

"저도 적겠습니다."

"저도요."

"다들 군 생활은 처음이지만 사회 경험은 있으시니…… 눈치껏 잘 쓰셔야 합니다."

"아유,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고, 이제 훈련 일정은 2주를 남겨두게 되었다.

양석현 소령은 좀처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양석현 소령이 작전과장에게 남긴 당부 덕분에, 하수영은 점심저녁 식사는 사식으로 편안히 먹을 수 있었다.

"오늘도 하수영 훈련병이 만발인가? 좋아, 그럼 하수영 훈련병 소대 전체는 오늘 점심저녁도 충성클럽을 이용해도 좋다!"

"충성! 감사합니다!"

하수영 소대원들도 덕분에 맛없는 군대 짬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역병들 말 들어보니 이 부대가 특히 밥이 맛없기로 유명하대요. 취사병들이 불조절을 잘 못한다나."

"어쩐지, 첫날부터 밥이 매번 질기거나 너무 바싹 마르기만 했거나 하라니…"

"밥 익힘 조절하는 거 보니 딱 사이즈 나왔어요. 그래서 3주 동안 피골이 상접해서 나가겠구나 생각했죠. 우리 하수영 사장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소대원들은 하수영이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을 운영하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이면, 아무리 장사가 안 돼도 점주가 한 달에 천오백 이상은 가져간다던데…… 우리 하수영 사장님 완전히 젊은 고소득자시네."

소대원들은 수영레스토랑 이름이 하수영과 비슷하다는 것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수영레스토랑의 '수영'이 오너 이름이라는 걸 알지 못했고, 수영이라는 이름 자체도 흔했으며, 훈련이 워낙 빡세서 잡생각에 매달릴 여력도 없었다.

설마 '수영레스토랑의 수영'이 회사 주인 이름이겠어, 심지어 그런 사람이 우리와 같이 훈련을 받고 있겠어, 하는 게 일반적이다.

훈련 강도는 나날이 높아졌고, 소대원들은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지쳐서 잠들기 바빴다.

'근데 왜 이렇게 연락이 없지?'

합참의장이나 되는 양반이 소령과 합참본부에서 직접 몇 시간씩 대면 했다. 그것도 사적인 이유에서.

당연히 그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데, 양석현은 물론이고 나진희점주도 아무 말이 없으니.

답답함을 참지 못한 하수영은 8일 차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나진희한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이면 슬슬 영업을 정리할 시간이다.

-아이고,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즘 훈련은 힘들지 않으시죠? 제가 우리 남편 통해서 도시락이라도 들려 보내야 하는데 남편이 사단본부에 묶여 있다 보니…….

"아닙니다. 다행히 남편분이 부대에 한마디 남겨주셔서 제가 따로 먹고 싶은 거 가져와서 먹고 있어요."

가벼운 대화를 이어나가던 하수영은 타이밍을 봐서 질문을 던졌다.

"남편분, 용산이나 사단에서 무슨일 있었나요?"

-네?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랬습니다."

-…….

"거봐요. 뭐가 있었네. 뜸 들이지 말고 말씀해 보세요. 제가 도울 일이 있을지 혹시 압니까?"

-아니에요. 사장님한테 폐 끼쳐드릴 순 없어요. 그냥 모른 체해 주세요. 별로 큰일도 아니에요.

"에이, 우리가 어디 완전 남입니까? 수영레스토랑이라는 프랜차이즈로 묶인 동업자잖아요. 일단 말씀해 보세요. 너무 담아만 두면 나중에 병납니다."

나진희는 극구 사양하다가 하수영이 거듭 재촉하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남편이랑 싸웠어요.

"아니, 왜요?"

설마 양석현 소령이 나진희한테 압력을 넣기라도 했나? 합참의장 딸과 만나서 좀 자기 이야기를 잘해달라고?

'그럴 사람은 아닌 거 같았는데.'

-한참 높은 사람 압력 때문에 힘든가 봐요. 제가 무슨 일이냐고 자꾸 캐물어도 대답을 안 하려고 해요. 힘든 거 서로 감추기만 할 거면 그게 무슨 부부예요.

"음……."

-제가 정 그렇게 말 못 할 정도로 힘들 거면 차라리 전역하라고 했어요. 2년마다 전국을 떠돌아다닐 거면 차라리 서울에 뿌리내리고 사는 게 낫잖아요. 매장 잘돼서 이제 우리 돈 걱정 할 필요도 없고요.

"그거 때문에 싸우신 거군요."

-네, 남편은 그래도 장군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못해도 별을 한 번은 달아보고 전역해야지, 그런 야망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육사 출신이라…….

"육사 출신에 향토사단 온 거면 출세코스는 벗어난 건데, 별 달기는 요원할 거 같네요."

-그러니까요.

"……."

-그렇다고 저더러 상사 가족을 만나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답답해 미치겠어요.

"안되셨네요. 그래도 소령님 나름대로 가족을 신경 쓰는 거니까 너무 원망은 마세요."

-혼자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게 싫은 거예요.

합참의장이 양석현 소령을 알게 된 게 불운은 아니다.

만약 그 인연이 없었다면, 양석현소령은 그날 참모총장한테 깨지고, 사단장한테 깨지고, 연대장한테 깨지고, 그렇게 줄줄이 만신창이가 됐을 테니까.

하지만 합참의장 때문에 지금 당장 뭔가가 꼬인 것도 사실 다.

'어쩔 수 없구나. 내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건 없네.'

"나 점주님."

-네, 사장님.

"만약에 양 소령님 전역하시면 양소령님 이름으로 제가 가맹점 하나 더 내드리겠습니다. 물론 다른 가맹점주분들하고 동일한 조건으로요."

-정말요?

나진희는 반색해서 되물었다.

"네, 생판 얼굴도 모르는 합참의장 딸한테 가게 내줄 바에는 그냥 양소령님 내주는 게 낫죠. 나 점주님께서 같이 도와주시면 시너지 효과도 있고 좋잖아요."

-정말 이걸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제 제안은 만약을 위한 보험이라 생각하시고 두 분이서 같이 의논해 보세요. 아무런 보험도 없는 것보다는 한결 편하실 겁니다."

-정말이지 너무 감사해서……. 본 점 직원들이 왜 그렇게 사장님을 뒤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지 알겠어요.

양석현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한 보험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은 할 도리를 다한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게 아니라, 수영레스토랑을 위해서도 합리적인 선택 아닌가.

바로 서로가 윈윈하는 길이다.

* * *

다음 날 아침, 부대로 이동 중에 양석현 소령에게서 전화가 왔다.

-와이프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합참의장님 가족 때문에 사장님께 폐가 끼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군 생활은 더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뭐, 나 점주님이 있는 동안에는 제가 말씀드린 보험은 유효하니까 언제든지 말씀하시구요."

-정말 너무 감사해서 제가 어찌해야 할지를…

"저야말로 소령님 덕분에 처음 이틀 편히 쉬었고, 또 지금도 식사 때문에 고통받지 않고 있으니까요."

전역을 하더라도 할 일이 보장되었다는 안도감 덕분인지, 양석현의 목소리는 한결 밝았다.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다시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발신인은 프라임유통 직원이었다.

-사장님, 황비버섯 매매 제안이 들어왔는데요.

"안 판다고 하세요. 안 팝니다."

황금비단우산버섯의 시중 가격은 100g당 1만 원이다.

하지만 하수영은 그 1/100도 안되는 가격으로 프라임컴퍼니에 공급하고 있다.

그 덕분에 시중에서 황금비단우산버섯은 아예 물량이 증발해 버렸다.

소비자들은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사서 쓰느니, 황비라면을 사서 내용물버섯을 꺼내 조리에 쓰기 때문이다.

"황비버섯을 그 가격에 시중에 팔면 우리 라면들이 경쟁력을 잃어요. 라면에 넣는 용도 말고는 절대로 안됩니다."

-그런데 물량이 너무 엄청나서요. 일단 말씀은 드려야 할 거 같아서…….

"뭐, 한 10톤 정도 산답니까?"

-5년 동안 매년 25,000톤을 매입한답니다.

"한 달에 약 2,083톤이네요?"

하수영은 순간 멈칫했다.

라면 내용물로 납품하는 황비버섯의 양이 한 달에 4만 톤이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 달에 약 4만 톤의 황비버섯을 소모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전체 소비량의 약 1/19에 해당하는 양을 5년 동안 구매하겠다고?

"아니,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물량을…… 어느 회사가 그 많은 양을 사겠대요?"

-회사가 아니라 정부입니다.

순간 하수영의 머리에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군납인가요?"

-네, 국방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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