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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65화 (265/1,270)

프랜차이즈 갓 265화

65장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이 차원이나 저 차원이나(1)

양석현 소령은 자리에서 곧바로 블랙호크를 타고 용산 합참본부로 이동해야 했다.

육군 참모총장의 지시는 절대적이었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분위기가 모두를 위해 해피해졌기에, 연대장 이하부대 소속원들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양석현 소령이 출발하고 나서, 뒤늦게 사단장이 전용 차량을 타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헬기를 타면 더 빠르겠지만, 참모총장을 뵈러 가는데 헬기를 타고 나타날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

"충성! 소장! 곽정진!"

그리고 연대 장교와 병사들은 하늘처럼 드높은 사단장이 힘껏 관등성명을 외치는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사단장아. 부대 둘러보고 있는데 부대 관리를 잘했구나. 연대장이 제법 꼼꼼한 거 같아."

"감사합니다!"

사단장이 힘차게 대답했고, 조용히 병풍처럼 듣고 있던 연대장은 히죽터지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참모총장은 가볍게 부대를 순시하면서 이따금씩 좋다고 칭찬을 남겼다. 지적을 하거나 트집을 잡는 일은 전혀 없었다.

군 기강을 잡는답시고, 불시방문때마다 부대장을 탈탈 털었던 이력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정도면 됐다. 여기 연대를 보니 사단 다른 연대는 볼 것도 없다. 그만 계룡대로 복귀하자."

양석현 소령을 용산까지 실어 나른 빈 블랙호크가 돌아오자 참모총장은 곧바로 부대를 떠났다.

그제야 사단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한편으로는 궁금해 미칠 거 같은 점을 물어보았다.

"연대장,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참모총장님 마음을 어떻게 녹인 건가?"

"사단장님, 그것이……."

연대장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훈련병 열외시켜 준 것 때문에 잘 걸렸다하고 탈탈 털리기 직전, 합참의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모두를 구했다는 것이다.

"아, 수영레스토랑? 나도 알지. 훈련과장 와이프가 거기 가맹점주였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거 가맹점주만 당첨되면 돈을 쓸어 담는다고 하던데. 아무리 장사가 안 되도 점주가 달에 천 몇백은 가져간다고. 합참의장님 따님께서 거기에 관심이 있으셨군."

"양 소령이 아직 연락이 없는 걸보니 아직 합참의장님과 면담 중인 모양입니다."

"그 친구 부대 복귀하면 사단부터 먼저 들르라고 해. 언제가 됐든 상관없으니 꼭 들르라고."

"예, 충성."

합참의장 면담까지 하고 온 장교다.

당연히 복귀하자마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낱낱이 물어봐야 한다.

그렇게 합참의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사단 전체가 행복한 결과를 빚어냈다.

휘하의 다른 연대장들은 참모총장 얼굴도 보지 않고 지나가서 연대장한테 고마운 마음을 품었고, 사단장역시 참모총장이 별다른 트집을 잡지 않은 것에 흡족해했다.

물론 가장 기뻤던 것은 바로 연대장이었다.

"작전과장."

"예, 연대장님."

"내일부터 훈련 더 빡세게 굴려. FM대로 해. 알았지?"

"알겠습니다."

참모총장이 부대를 잘 운영했다는 칭찬까지 남기고 갔다.

이 기세를 잃지 않고 더욱 열심히 부대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연대장이 품은 굳은 결심이었다.

* * *

한편 하수영은…….

"당번병님, 전 언제까지 여기서 대기타고 있어야 하는 거죠?"

"그게 훈련과장님이 아무 연락이 없으셔서. 아직 연락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봅니다."

"합참의장 만나는 중이니까 그렇겠죠. 참모총장님은 아직도 부대에 계신가요?"

"좀 전에 헬기 타고 떠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른 연대로 갔을 수도 있고……."

하수영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이 차원이나 저 차원이나, 달라진 게 전혀 없네."

부대장이 당번병에게 자녀의 개인 과외를 맡긴다든지, 얼굴도 모르는 연대급 부대 소령한테 자영업 문의를 위해 합참본부까지 호출한다는지.

엄연한 월권행위 아닌가.

"뭐…… 따지고 보면 나도 양 소령님 월권 덕분에 어제오늘 꿀 빨긴 했지만."

그래도 합참의장이나 참모총장이 보인 월권의 크기에 비하면, 양석현소령은 보름달 앞의 반딧불이나 마찬가지다.

하수영의 처우는 오후 해가 넘어가서야 결정되었다.

"훈련병이 왜 아직도 여기 있어? 얼른 소대 복귀시켜서 훈련받으라고 해."

"알겠습니다! 충성!"

하수영을 혼자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당번병이 직접 인솔을 맡았다.

하수영이 양석현 소령과 친분이 있다고 알고 있는 당번병은 친절하게 대했다.

"과장님 복귀하시면 말씀드릴 테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시구요. 지금 저녁 식사하러 바로 장병식당으로 갈 겁니다."

"오늘 메뉴는 뭐죠?"

"잡채밥에……."

"그냥 굶으면 안 됩니까?"

"안 됩니다. 취식하셔야 합니다."

맛다시 같은 양념 소스는 죄다 막사에 두고 온 터라 지금 빈손이었다.

훈련과장실에 있는, 양석현 소령 와이프가 싸준 저녁 도시락을 생각하니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하필이면 오늘 잡채밥이라니……. 으윽!'

지독히도 맛없는 저녁 짬밥을 먹고 난 후에는 저녁 훈련에도 참석을 해야 했다.

저녁 훈련은 야간을 고려하여 실내 PRI(사격술 예비 훈련)로 진행되었다.

빈 총을 들고 엎드려쏴, 앉아쏴, 서서쏴 등 사격자세를 연습하는 훈련 과정이다.

피 터지고 알 터지고 이 갈린다가 일컬어진 훈련을 받다보니, 훈련병들은 어느새 입에서 단내를 풍기고 온몸에서 비 오듯이 땀을 흘렸다.

마침내 모든 훈련이 끝나고, 하수영은 퇴근할 준비를 했다.

짐을 챙겨서 막사를 나선 하수영은 출퇴근하는 다른 훈련병들과 함께 줄을 서서 인솔을 기다렸다.

그 순간 드디어 양석현 소령이 나타났다.

"자, 훈련병들은 지금부터 날 따라옵니다."

양석현 소령은 주차장까지 훈련병들을 인솔했다.

이제부터는 이제 해산해서 각자 차량에 올라서 집으로 돌아가면 되었다.

양석현 소령은 그제야 하수영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오늘 하루 저 때문에 여러모로 고생 많이 겪으셨죠."

"아닙니다. 그게 왜 소령님 때문인가요. 전혀 그런 거 없습니다.오히려 소령님은 제 편의를 많이 봐주시려고 하셨잖아요."

"죄송한데 오늘은 모셔다드리지 못할 거 같습니다. 지금 바로 짐 챙겨서 사단에 들어가야 돼서요."

"아, 그래요? 나쁜 일은 아니죠?"

"네, 용산에서 복귀한 다음에 사단장님 면담 받느라고 지금 이제야 왔습니다. 내일부터 한동안 사단 본부에 머물러야 합니다."

"사단장님 지시인가 보네요."

"네,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들었습니다. 오늘 저녁이 하필 잡채 밥이었다고요."

"으윽, 잊고 있었는데 그거 생각하니까 갑자기 소름이 돋네요. 진짜 굶어 죽지 않으려고 억지로 겨우 먹었습니다."

"와이프도 난리났습니다. 제가 사단으로 출근하면 내일부터 사장님 점심 저녁은 어떡하느냐구요. 하지만 제가 직급이 직급인지라……."

"상급부대 소장의 지엄한 명령을 하급부대 소령이 어떻게 어길 수 있나요. 그냥 따르는 거죠, 뭐."

3주 동안 편히 보내겠다 싶었는데, 사흘도 채 되지 않아서 끝날 줄이야.

"합참의장님 따님이 수영레스토랑에 관심이 없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랬으면 아까 참모총장 앞에서 온 사단이 탈탈 털렸을 걸요? 의장 딸 덕분에 걸려온 전화가 소령님과 연대, 사단 전체를 살린 겁니다."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네요. 하하……."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인지라 양석현은 머쓱하게 웃었다.

"그래도 소령님 덕분에 이틀 간은 편히 지냈습니다. 남은 19일은 뭐 원래 제가 받아야 할 훈련이었으니까 열심히 받으면서 보내죠."

"제가 너무 죄송해서…… .참, 원하신다면 내일부터는 점심저녁 막사에서 혼자 도시락 싸와서 드셔도 됩니다."

"아, 그래도 되나요?"

"네, 제가 작전과장님께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작전과장님도 대충 돌아가는 상황 이해하셔서 그 정도는 들어주실 겁니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

소령이 훈련병 한 명과 개인적인 안면이 있어 편의를 봐주던 중 참모총장한테 걸려서 사단이 개박살날뻔했지만, 그 소령이 하필 합참의장 눈에 든 덕분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제가 연대에 머무를 수 없으니 해드릴 수 있는 게 이 정도뿐이네요."

"아닙니다. 그 정도만 해도 너무 감사한 걸요. 아참, 기왕이면 소대원들 10명이 다 같이 점심저녁 먹어도 되나요?"

"네?"

"아무래도 저 혼자만 빠지면 다른 전우들이 마음이 좋을 리가 없잖아요. 제가 다른 소대원들 밥까지 가져와서 먹으려고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제가 그것까지 그럼 말씀드려놓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용산에서는 별일 없었나요?"

양석현 소령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괜찮게 넘어갔습니다. 의장님이 수영레스토랑 가맹점 가입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그 부분만 자세히 물어보셨고 다른 건 일절 없었습니다."

"혹시 제 이야기는……."

"아이고, 입도 벙긋하지 않았습니다! 이 이상 사장님께 폐를 끼칠 순없지요. 그랬다가는 와이프한테 혼납니다."

하수영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아니, 제 이야기를 말했어야죠."

"네?"

"그래야 합참의장이 헬기 타고 날아와서 참모총장 앞에서 제 위신 세워주고, 막 그랬을 거 아닙니까? 저도 편하게 남은 군 생활 서울에서 꿀 빨면서 보낼 수 있었을 테고요."

"그,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제가 그 생각을 미처 못 했네요."

"농담입니다. 너무 진지하게 받으시네요."

"……네?"

하수영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진짜 농담이에요. 제 이야기 말씀안 하신 건 정말 잘하신 겁니다. 합참의장이 헬기 타고 와서 제 편의 봐주면 뭐합니까? 결국 레스토랑 가맹점 받아줘야 합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3주 훈련 끝나고 나서 모른 체하셔도 문제없잖습니까."

"저야 피해 없죠. 하지만 소령님 남은 군 생활이랑 여기 사단은 박살이 나겠죠."

"……."

"그거 생각하면 제가 마음이 불편하잖아요. 애초에 얽히지 않은 게 잘 된 거죠."

양석현은 하수영한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미 와이프가 가맹점을 하고 있고, 우연히 부대에서 프랜차이즈 오너를 만나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성의를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합참의장의 성의를 받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돌려줘야 한다.

그러지 않을시 그 피해는 하수영이 아닌 다른 이들이 입는다.

"제가 이래봬도 양심 하나는 태평양처럼 넓고 깊어서요. 아무튼 순리 대로 잘된 겁니다."

"네,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이제 사단 복귀하셔야죠?"

"네, 짐 챙겨서 바로 가야 합니다. 남은 훈련 기간 동안 얼굴 보기 힘들 거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동안 고마웠고, 마지막까지 배려해 주신 것도 고맙습니다. 나중에 이수역점 근처에서 술한잔해요. 그때는 제가 삽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당연히 제가 사야죠."

다음 날.

하수영은 아침 일찍 캠핑카를 끌고 부대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은 훈련 3일 차, 오늘을 포함해서 이제 군사훈련은 19일이남은 셈이다.

"어? 아저씨, 오늘도 사격하러 가네요?"

"그분 사단 본부 가셨어요. 덕분에 제 열외도 이제 끝났습니다."

"안 되셨네요."

하수영은 표적지 중앙에 정확히 형성된, 직경 1.5㎝가 넘어가지 않는 탄착군 덕분에 통제교관을 맡은 작전과장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다.

양석현 소령으로부터 당부를 받은 작전과장은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사격 성적이 매우 우수하므로 하수영 훈련병 포함 같은 소대원 전원에게 작은 포상을 주겠다. 포상은 오늘 점심저녁에 식당이 아닌 충성클럽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충성! 감사합니다!"

소대원들은 자기들까지 덩달아 수혜를 입은 것 덕분에 다들 기뻐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하수영 훈련병, 충성클럽 안 갑니까?"

"잠깐만 기다려 봐요. 제가 집에서 먹을 거 싸왔습니다."

"뭘 싸오셨기에…… 아니, 이거 혹시 배달용 오리지널 수영라면 아니에요?"

"우와, 이거 인당 35,000원짜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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