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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63화 (263/1,270)

프랜차이즈 갓 263화

64장 병영 체험은 가볍게(3)

"자, 훈련병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식사합니다."

"충성!"

나진희는 거의 잔치 음식 수준으로 요리를 만들어서 보냈다.

양석현도 같이 식사를 하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사장님 덕분에 저도 3주 동안 점심 저녁 호강할 거 같습니다. 집사람이 계속 만들어 준다네요."

"제가 그래도 쌓은 공덕이 좀 있나 봐요. 이렇게 마음 넓으신 가맹점주분을 만나고, 또 그 남편분을 부대에서 만나게 되다니요."

"가맹점주분이요?"

훈련병 한 명이 의아해서 묻자 양석현 소령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와이프가 이분 밑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 이상은 실례가 되니까 묻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충성."

짧은 대답이었지만 훈련병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더 이상 궁금증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실 소령과 훈련병들의 이런 관계도 일반적인 부대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특례적용 훈련병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그래도 훈련병과 소령이라는 계급 차이가 있으니.

하지만 3주 군사훈련만 받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반쯤 말년예비군 훈련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보통 군부대 분위기는 절대 이렇지 않다.

식사가 끝나고 다들 각자가 가야 할 곳으로 갔다.

훈련병들은 막사에 오후 훈련대기를 위해서, 하수영은 양석현 소령과 함께 소령실로.

오후 훈련을 제끼고 소령실에서 혼자 노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소령 실 밖 복도가 시끌시끌했다.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중년 남자 한 명이 들어섰다.

"양석현! 이 친구 지금 어디 갔어!"

하수영과 같이 노닥거리던 상병 당직병이 얼른 경례했고, 하수영도 따라서 경례했다.

"충성! 양석현 소령님은 지금 사격 통제하러 가셨습니다."

"사격장에 없으니까 내가 지금 하는 말 아니야! 지금 부대가 난리가 났는데 이놈 지금 어디로… 근데 넌 누구야? 훈련병이 왜 여기 있어?"

당직병이 얼른 대답했다.

"장교 면담 중에 대기 중입니다."

"장교 면담? 지랄을 하네. 그냥 지아는 사람 부탁받아서 삐대게 해주는 거겠지."

"그, 그게……."

남자의 군모에는 무궁화 세 개가 나란히 달려 있었다.

대령, 아마도 부대장인 연대장일 것이다.

그리고 얼굴이 어디가 안 좋다. 핏기가 없는 것이…….

"지금 이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야! 당직병!"

"상병 박철수!"

"지금 빨리 양 과장 찾아와! 비상상황이다! 사단 불시방문점검 떴단 말이다! 계룡대에서 블랙호크 날아오고 있다고!"

* * *

수영레스토랑 본점은 평소처럼 한 창 바쁘게 영업 중이었다.

그래도 이제 400석이 풀로 꽉 채워지는 경우는 없어서 직원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예전에는 점심 저녁 구분이 전혀 없었는데. 언제나 풀 테이블이어서 점심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가 했지."

"그래도 이제는 점심 저녁 때만 만석이니 일도 할 만하네요."

"그나저나 사장님 어제 출근 안 하시더니 오늘도 출근 안 하실 모양이 시네요."

"훈련 끝나고 귀가하면 10시가 넘는대요. 다음 날도 8시까지는 입소해야 한대요. 그러니 가게 나올 짬이 있겠어요?"

"그래도 3주밖에 훈련 안 받는 건너무 부럽네요. 나 때는 2년 꽉 채워서 군 생활 했었는데……."

"요즘 기온 슬슬 올라가고 있는데 사장님 훈련받느라 고생 심하시겠어요."

"군대는 여름과 겨울, 딱 두 개밖에 없지. 지금 겨울은 아니니까 여름이겠네."

* * *

하수영이 더위 때문에 축날까 봐부대를 잠깐 빠져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오던 양석현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훈련과장님! 블랙호크 떴습니다! 육군참모총장님 불시점검입니다!!

"실제 상황이다! 기간병들은 모두 빗자루 들고 헬기 착륙장에 집합하도록!"

-충성!

부대가 뒤집어졌다.

양석현 소령은 액셀을 힘껏 밟아서 부대로 복귀했다.

그는 헬기 착륙장으로 향하면서 기간병 한 명을 급히 불러서 자신이 사온 아이스크림 봉투를 전달했다.

"이거 내 사무실에 갖다 놔. 거기 훈련병 한 명 있을 건데 그 친구 취식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헬기 착륙장에는 이미 현역병들이 모여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한답시고 난리도 아니었다.

양석현 소령도 직접 빗자루를 들고 헬기 착륙장을 쓴답시고 난리를 피웠다.

현역병들뿐만 아니라 부사관과 장교들까지도 헬기 착륙장을 청소하느라고 바빴다.

바삐 빗자루를 놀리면서도 현역병들은 자기들끼리 심각하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김이석 병장님, 대대장님께서 빗자루 드시는 건 군 생활 하면서 처음 보지 말입니다."

"나도 지금 내 눈을 의심 중이다."

"진짜 육참총장님 오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사단 방공에서 연락 왔대. 지금 사단도 발칵 뒤집혔을걸."

"설마 참모총장님이 우리 연대 오시진 않겠지 말입니다?"

"말 들어보니까 참모총장님 불시방문하실 때 사단본부는 웬만하면 안간다더라. 예하 연대로 보통 가신 대."

"와, 그럼 25%의 확률이지 말입니다."

"아니, 100%야. 예하 연대 한 바퀴 전부 도신다니까. 그저 제발 첫 빠만 아니길 바랄 뿐이다."

"첫빠면 진짜 큰일이지 말입니다."

양석현 소령이 빗자루질을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계룡대에서 우리 부대까지 거리는 약 150㎞, 블랙호크 순항속력은 시속 280km, 예상 비행 시간 약 32분, 15분 전에 출발했으니 우리에게 약 17분의 시간이 있다! 다들 힘내자!"

"충성!"

"후, 훈련과장님! 멀리서 작게 헬기 소리가 들립니다!"

"뭐야,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병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헬기 소리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양석현 소령은 놀라서 목에 걸고 있던 쌍안경을 들어 바라보다가 그만 손을 놓쳤고, 쌍안경은 목줄에 걸려 대롱거렸다.

"브, 블랙호크다! 블랙호크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아니, 왜 벌써?"

"왜 하필 우리 부대가 1/4에 들어간 거야!"

"연대장님께 보고해! 블랙호크가 우리 부대로 오고 있다고!"

연대장은 핼쑥해진 안색을 한 채 헬기 착륙장으로 달려 나왔다.

"사단에 보고는 넣었지?"

"네! 사단장님도 차량 타시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

사단장도 참모총장이 어느 연대부터 갈지 몰라 마음 졸이고 있었을 것이다.

미리 알면 그 연대에 가서 대기하고 있겠지만, 그건 사단에 거의 도착해서 참모총장이 즉흥적으로 결정을 한다고 하니.

"착륙장 깨끗이 쓸고 닦았냐?"

"예! 지금 급히 정리하고 도열 중입니다!"

"상병장 아래로 모두 물러나라고 해! 절대 못 버틴다!"

"예! 알겠습니다!"

연대장의 지시에 따라 도열을 준비중이던 병사 중 일이병은 급히 숨어야 했다.

연대장은 급히 착륙장에 도착해서 도열에 맞춰 서며 참모총장을 맞이 할 준비를 했다.

육군 참모총장, 일명 4스타.

무궁화 3개의 연대장이 모닥불이라면 4스타는 그저 밤하늘에서 찬란히 빛나는 별자리다.

"옵니다!"

블랙호크가 요란한 굉음을 뿌리며 마침내 헬기 착륙장 근처로 접근했다.

연대장 이하 장교, 부사관, 상병장들은 잔뜩 굳은 채로 헬기가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김이석 병장님, 군 생활하면서 포스타 한 번도 못 보고 전역하는 애들이 부지기수이지 말입니다."

"우리같은 향토사단은 포스타는커녕 사단장님 차도 한 번 못 보고 전역하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어? 헬기가 왜 저리로 갑니까?"

"그러게."

연대장 이하 장교, 부사관, 상병장들은 당황했다.

블랙호크가 착륙장을 지나쳐 그대로 연대막사 앞에 있는 연병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망했습니다! 연병장에 착륙했습니다!"

"참모총장님 헬기에서 내리십니다!"

"연대본부 건물로 들어가십니다!"

"비상! 비상 상황이다! 소령 이상만 날 따르고 대위 이하는 해산하도록! 주임원사는 따라오십쇼!"

연대장은 급히 장교들을 이끌고 연대막사본부를 향해 달렸다.

* * *

하수영은 소령실에서 당직병과 함께 현역병이 급히 전해준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뭐 때문에 이리 시끄러운 거죠?"

당직병은 이 훈련병이 양석현 소령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친절히 대답했다.

"계룡대에서 블랙호크 떴거든요."

"높은 분들이야 당연히 사단본부로 가지 않나요?"

"좀 달라요. 이번에 새로 취임하신 육군 참모총장님께서 군 기강 확립한다고 일주일에 한 번씩 불시에 부대방문하세요. 어디가 걸릴지 모르니 다들 피가 마르고 있죠. 특히 사단본부는 방문 않으시고 예하부대만 골라서 찾으십니다."

"아하, 그렇군요."

"근데 보통은 훈련장이나 연병장, 그런 시설만 보시고 연대막사까지는 들어오지 않으시니까 여기서 나가지만 않으면 괜찮을 겁니다. 그래서 훈련과장님도 하수영 훈련병님 여기에서 꼼짝도 하지 말라고 전달하신 겁니다."

"참모총장이면 5스타였나?"

"에이, 우리나라에 5스타가 어딨습니까. 4성 장군이 최고입니다."

"아, 그렇구나. 여기 한국은 아직 남북통일도 안 했고 일본하고 만주도 못 먹었지 참. 그럼 4스타가 맞겠네."

"그건 또 어느 영화의 대한민국 국군인가요?"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당직병과 잡담을 떨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복도 쪽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다.

당직병도 의아해서 출입문 쪽을 바라봤다.

"응, 뭐지? 복도가 왜 이렇게 시끄러……."

그때 별안간 출입문이 벌컥 열렸고, 들어선 사람을 보던 당직병은 새하얗게 질린 채 포크를 떨어뜨렸다.

4개의 별이 모인 별자리가 뿜어내는 광채는 작대기 3개짜리 상병이 도저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여기가 훈련과장실이라고?"

"네, 부대에서 실시하는 모든 훈련작전을 이곳에서 계획,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 부대의 심장이라는 소리네."

"그렇습니다, 참모총장님."

상병은 보았다.

육군본부 소속 2성 장군이 군기가 바짝 든 채 또박또박 대답하는 모습을.

상병 당번병인 자신보다 더 당번병 같은 군기 든 모습에, 이미 정신은 가출해서 이 상황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가출하기 직전 정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희미한 당부가 당번병의 머리를 울렸다.

'경례해, 경례해, 경례해, 경례해, 경례해, 경례해, 경례해…… 그것만이 네가 살 길이다.'

당번병은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 복부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집중시킨 채, 폐 속의 모든 공기를 뽑아냈다.

"추우우우웅서어어어엉!"

참모총장이 뭐라고 말을 한 거 같긴 하다.

하지만 당번병의 의식은 이미 제 멀리 국방부 별자리 아래에서 장렬히 산화된 상태.

마치 꿈에 강제로 잠긴 듯한 몽롱함만이 가출한 의식의 변두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당번병의 달아난 의식을 강제로 끌고 오는 한마디가 있었다.

"작대기가 없는 걸 봐선 훈련병인가?"

"훈련병 하수영!"

하수영은 씩씩하게 관등성명을 외쳤다.

당번병은 속으로 게거품을 물었다.

아니, 목소리 크기가 왜 그거밖에 안 됩니까!

육참총장이라고요, 육참총장!

사관실이 부서질 정도로 버럭버럭내질러야지, 그게 대체 뭡니까! 하수영 훈련병!

"가만있자, 지금 병특법 훈련 중 아니었나?"

"맞습니다. 3주 군사훈련 대상자 521명이 연대에서 훈련 중입니다."

"그런데 왜 훈련병이 지금 여기에 있는 거지?"

힘들게 돌아온 당번병의 의식이 다시 탈출했다.

그 뒤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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