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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62화 (262/1,270)

프랜차이즈 갓 262화

*본 챕터에 나오는 3주 특별군사훈련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64장 병영 체험은 가볍게(2)

"소령님 사모님이 이수역 점주시라고요? 와, 세상 진짜 좁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소령 장교는 호들갑을 떨며 반가워했다.

"연병장에서 퍼포먼스 봤을 때 설마설마했거든요. 우리나라에 그리 흔한 차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수역점에 한 번 끌고 오셨을 때 너무 강렬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게 도와주시려고 오셨다가 절 보셨나 보네요."

"도와주려고 간 건 아니었고 그래도 남편인데 구경은 한 번 가야겠다 싶어서 갔습니다. 장사가 너무 잘되더라고요."

소령 장교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평생 박봉으로 애들 좋은 것도 못해주고 살아왔는데, 사장님 덕분에 살림살이가 확 폈습니다."

"이수역점이면 가만있자, 점주님이 가져가시는 게 달에 1,500만 원 정도였던가요."

"오, 잘 아시네요. 그 정도쯤 됩니다."

소령 장교는 하수영을 붙잡고 한나절이라도 수다를 떨 모양새였다.

"과장님, 다음 사격을 진행해야 하는데……."

"중대장아. 네가 맡아서 진행해. 난 여기 훈련병님하고 이야기 좀 해야겠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소령 장교는 대위한테 확성기를 넘기고 빠져나왔다.

하수영도 잘됐다 싶어서 그를 따라 사격장을 빠져 나와 충성클럽으로 향했다.

소령의 이름은 양석현이었다.

그는 충성클럽에 들어가자마자 봉지에 든 소스 양념을 이것저것 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점심이 별로 입에 안 맞으셨죠?"

"짬밥이 다 그렇죠. 그래도 괜찮던데요."

"아이구, 수영라면 개발자 입맛에 어디 군대 짬밥 같은 게 맞겠습니까. 개밥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도 훈련도 힘든데 식사도 제대로 못 하셔서 어떡해요."

양석현 소령은 냉동 즉석식품을 몇 개 꺼내서 얹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드셨을 텐데 이거라도 드시지요. 군대 음식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맛있는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군대 점심밥을 남들보다 2배 이상 먹은 상태였지만, 시간이 지나니 허기가 돋았다.

하수영은 사양하지 않고 양석현 소령이 전자레인지에 돌려준 냉동식품을 기꺼이 먹었다.

"아이고, 점심 식사가 얼마나 맛이 없으셨으면 냉동 3개를 그냥 비워버리시네."

소령은 너무 잘 먹는 하수영을 보고, 맛없는 군대 점심밥 탓을 하며 안타까워했다.

"이따가 저녁밥에 이거 소스 비벼서 드셔 보시면 그래도 좀 드실 만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야, 맛다시 되게 오랜만에 보네요."

"맛다시는 역시 군대 맛다시가 최고죠. 밖에서 사 먹는 사제 맛다시는 그 맛이 안 납니다."

누가 봐도 훈련병인 하수영이 소령과 충성클럽에서 수다를 떨며 군것 질을 하자, 충성클럽을 드나드는 부사관과 장교들이 가끔 힐끔거리기도 했다.

"오늘 오후 내내 사격 훈련이던데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으니 다른 훈련병들한테 괜히 미안하네요."

"괜찮습니다. 표적지 보니까 스나 이퍼시던데요. 더 총 쏠 필요 없습니다. 미숙한 다른 훈련병들에게 사격 기회를 양보하는 게 국방력 상승에 더 도움되죠."

"근데 첫날부터 사격을 할 줄은 몰랐네요. 설마 내일은 박격포 쏘는 건 아니죠?"

"이게 병특 3주 바짝 훈련하다 보니 무기장비 운용 실습 위주로 훈련을 하거든요. 총검술, 각개전투, 화생방 그런 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죠."

"아하."

"훈련병들 아마 질리도록 사격만 하다가 퇴소할 겁니다."

어차피 3주밖에 안 되니, 무기 다루는 법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쳐주자 이건가 보다.

"이야, 생각보다 많이 효율적이네요."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병특 3주 군사훈련, 이거 아무나 받는 거 아닙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다들 기본 바탕이 된 인재들이에요. 문제 될 만한 사람은 훈련받게 해주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하수영은 그렇게 사격 한번 하고 오후 훈련을 농땡이 치며 보냈다.

"제가 더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저도 저녁 훈련을 준비해야 돼서…… 이만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오늘 오후 편하게 보냈어요."

양석현 소령은 끝까지 미안해하면서 하수영을 소대로 복귀시켜 주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대기 중이던 소대원들이 하수영을 보자마자 물었다.

"아까 그 소령하고 아는 사이신가 봐요?"

"이야, 좋겠다. 우리는 오후 내내 사격만 하느라 귀가 다 먹먹할 지경이에요."

"내일은 우리도 좀 껴주면 안 됩니까?"

이런저런 부러움을 나타내는데, 식사집합 지시가 떨어졌다.

연병장에 집결해서 인원 파악을 한 다음 모두 식당을 향해 출발했다.

소대원들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 찐밥을 또 먹어야 하다니."

"아, 앞으로 3주 동안 점심 저녁을 매일 이걸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네요."

"점심에 거의 못 먹고 남겼는데 그래서 오후에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일단 이거라도 먹고 버텨야겠습니다."

하수영은 혀를 차며, 아까 소령이 바리바리 싸준 양념 소스를 동료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어? 이게 뭡니까?"

"PX에서 팔던데요. 아까 그 소령님이 사줬습니다. 밥에 비벼 먹으면 좀 먹을 만해질 거예요."

"와, 감사합니다."

맛다시 등 양념 소스와 허기 덕분에 소대원들은 저녁은 무난히 해치울 수 있었다.

야간 훈련이 끝났고, 소대원들은 지시에 따라 세면 및 취침 준비에 들어갔다.

하수영은 혼자 바리바리 가방을 챙겼다.

"어? 어디 가세요?"

"아, 저는 집에 가서 자요. 출퇴근이거든요."

"아니, 말도 안 돼! 다들 3주 동안 부대에서 먹고 자고 하는데 왜 아저씨만 출퇴근인 거죠?"

"제가 고아라서 그래요. 친척 한 명도 없는."

"……."

"……."

"삼촌 이내 혈육이 없는 고아는 출퇴근하면서 훈련받게 해주더라고요."

안 그래도 가족이 없어서 힘든데 잠자리만큼은 편히 가지라는 국방부의 배려다.

"그, 그렇군요. 열 내서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런 뜻은 전혀 없었어요."

"괜찮습니다. 남들 다 먹고 자고 하는데 저 혼자만 출퇴근하니 그럴 수도 있죠. 그럼 모두 내일 봐요."

사실 출퇴근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본인이 원하면 부대에서 잠을 자도 무방하다.

하수영 외에도 출퇴근 훈련을 받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 모두가 천애고아는 아니고, 아마 방산특례 등 다양한 사유가 있을 것이다.

조교가 출퇴근 훈련병들을 집합시켜서 차량이 주차된 연병장까지 데려다주었다.

"내일 8시까지는 위병소 들어오셔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늦으시면 훈련기일이 하루 더 늘어납니다."

다들 저마다 차에 올랐다.

하수영도 차 문을 열려고 하는데, 때마침 양석현 소령이 나타났다.

"사장님, 오늘 고된 훈련받느라 힘드셨죠? 제가 대신 운전해서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지금 벌써 9시인데 왔다 갔다 하면 소령님 주무실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하하, 괜찮습니다. 사장님 모셔다 드리고 오랜만에 와이프 얼굴 보러 가죠. 와이프한테 이야기했더니 반드시 사장님 모셔다드리라고 신신당부를 받았습니다."

"점주님한테 제가 미안해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사장님 출퇴근 책임 못 지면 와이프한테 박살납니다."

"어쩔 수 없네요. 가정의 평화에 제가 이바지해 드려야죠."

"감사합니다."

운전기사를 자청하는 사람이 오히려 감사를 표하는 상황에, 훈련병들은 물론이고 병사들도 표정이 멍해졌다.

하수영은 조수석에 앉아서 편히 승차감을 즐겼다.

"식사가 입에 안 맞으셨죠?"

"먹을 만하던데요."

"아침이야 집에서 드시고 오시니까 점심 저녁이 문제인데…… 안 그래도 그 이야기했더니 와이프가 내일 점심 저녁 드실 음식을 준비한다고 하더라고요."

"전 정말 괜찮은데. 소대원들 눈치도 보이고요."

"괜찮습니다. 넉넉하게 쌌으니까 소대원들도 같이 드시면 됩니다. 제가 내일 점심, 저녁에 찾아가겠습니다."

그때 마침 양석현 소령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그는 스피커 모드로 전화를 받았다.

"응, 여보 나야."

-우리 사장님 지금 모셔다드리고 있어?

"응, 지금 옆에 계셔.

-아, 사장님! 저 이수역 점주 나진 희예요. 오늘 고생 많으셨죠. 어떡해. 앞으로 그 고생을 3주 하셔야 하다니…… 우리 남편이 출퇴근 책임지기로 했으니까 어디 다치지 않고 편히 훈련받으시고 나오세요.

"감사합니다."

-군대밥 형편없죠? 제가 내일 점심 저녁 드실 거 아침에 남편 통해서 보내 드릴 테니까 그거 드시면 돼요. 그리고 또…….

양석현은 청담동 저택 앞까지 하수영을 태워다줬다.

"우와, 집이 정말 좋네요. 전 이런 집은 영화에서나 봤습니다. 역시 수영레스토랑 사장님 정도 되시니까 이런 초호화 저택에서 사시는군요."

"하 사장, 이제 왔는가? 나하고 잠깐 이야기 좀 하세. 구의원 보궐선 거 말인데……."

"네, 들어갑니다, 어르신. 먼저 가계세요."

하수영을 양석현을 배웅하고 저택에 들어와서 최우석 노인과 이야기를 잠깐 나눈 뒤, 밀린 업무를 보고 잠을 청했다.

* * *

다음 날, 미리 말했던 대로 양석현이 새벽같이 저택을 찾아와서 운전기사를 자청했다.

그는 음식이 담긴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9명의 소대원들 몫까지 챙긴 터라 짐이 크고 무거웠다.

부대에 복귀한 하수영은 간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휑한 눈으로 맞이하는 소대원들을 볼 수 있었다.

"현역들은 대단한 거 같아요. 앞으로 3주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절망스러운데, 2년 가까이 부대에서 먹고 자고 해야 한다니……."

"옛날에는 병사들은 휴대폰도 못썼대요."

"진짜예요? 리얼? 와, 정말 감옥이 따로 없네."

소대원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먹은 밥의 품질을 매몰차게 혹평하며 오전 훈련을 준비했다.

첫날 오전에는 사격을 위한 기본준비를 하느라 보냈지만, 오늘은 오전부터 바로 사격이었다.

"하수영 훈련병, 면담입니다. 지금 바로 저를 따라오세요."

"네, 갑니다. 가요."

훈련 출발 전에 하수영이 열외되자 소대원들이 의아하게 반응했다.

"면담? 무슨 면담?"

"뻔하죠. 어제 그 소령이 지금 훈련 빼주는 거잖아요. 보니까 둘이 잘 아는 사이 같던데."

"근데 분위기가 묘했어. 소령이 나이가 훨씬 많은데 저 훈련병을 상사대하듯 굽실거리더라니까."

"진짜 둘이 무슨 사이지?"

하수영은 오전 훈련을 장교 면담으로 편히 보냈다.

물론 양석현 소령도 바쁜 몸이었기에, 그를 소령실에 혼자 남겨놓고 자기는 업무를 보러 갔다.

"여기 사장님 스마트폰하고 개인 짐입니다. 소령실 밖으로 갖고 나가 시면 안 됩니다. 저도 대대장님, 연대장님 눈치가 보여서요."

"알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점심때 다시 오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하수영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프랜차이즈 업무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때가 되자 양석현 소령이 하수영을 데리고 식당 근처 야외 벤치로 향했다.

그곳에는 같은 소대 훈련병 9명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양석현 소령이 바리바리 꺼낸 음식을 보고 환호했다.

"우와, 잘 먹겠습니다!"

"훈련병 동료 한 명 잘 둔 덕분에 꿀빠는구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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