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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58화 (258/1,270)

프랜차이즈 갓 258화

63장 백호열 게이트(1)

-판이 지나치게 커졌습니다. 그게 검찰이 묻으려는 이유입니다.

프리덤은 차분히 설명했다.

-여당의 300억 선거자금 스캔들은 정적의 공격을 받기 좋은 소재입니다. 야당 측에서 이걸 활용하면 청와대까지 묶어서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그리고 검찰은 여당과 친하게 지냅니다. 사건이 커져 봐야 좋을 게 없습니다. 평소 최원후 의원의 갑질을 꾹 참고 살아왔던 하진성 보좌관의 폭주로 정리하는 게 가장 좋죠.

"……."

-검찰, 여당, 청와대, 모두가 승리하는 길입니다. 선거자금에 얽혀 있는 재벌 기업들도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랄 겁니다. 언론에서도 이미 그런 작업에 들어간 조짐이 보이고요.

"확실한 거야?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인터넷에 떠도는 다양한 의견을 수립해서 정리한 견해일 뿐입니다. 물적 근거는 없습니다.

근거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말, 빅데이터를 토대로 프리덤 개인의 추론을 말한 것뿐.

하지만 오철현의 귀에는 정말 그럴 듯하게 들렸다.

저런 이유에서 저대로 진행이 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했다.

"그럼 경찰에서는 왜 이렇게 열심히 수사하는 거야? 하진성 보좌관의 개인적인 폭주로 묻으려면, 이렇게 조사를 할 필요는 없잖아?"

-검경수사권 조정의 대립이라고 생각됩니다.

"응? 수사권 조정?"

-현재 수사권은 검찰이 갖고 있습니다. 경찰은 오래전부터 수사권을 가져오고 싶어 했지요. 여당의 큰 약점을 쥐게 된다면 그걸 빌미로 청와대, 국회와 거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경찰에 열심히 협조를 해도 결국에는 모두 묻히게 된다는 거네?"

-그럴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건이 묻힌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경찰은 이걸 무기로 써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을 뿐.

"그것도 네 추정일 뿐이겠지?"

-그렇습니다. 전문가 중에는 경찰의 움직임을 이런 동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다수 있습니다.

오철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우리 회사에는 도움 될 게 전혀 없군."

-네, 줄타기를 아주 잘하셔야 합니다.

"하…… 검사장 한 명의 상납 스캔들이 여기까지 번지는구나."

오철현은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 디스코드가 성진우 검사장의 스캔들을 폭로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물론 프리덤은 그의 오해를 정정해 주지 않았다.

* * *

황대호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서해그룹에 잘 보이려던 검사장 한 명의 욕심이 차기 대선주자의 죽음까지 빚어낼 줄이야."

성진우 지검장은 실비아컴퍼니를 들쑤심으로써 서해그룹에 자신의 충성심을 보이려고 했다.

하수영을 건드린 것은 바로 그런 목적.

이게 황대호가 바라보는 이 모든 사건의 발원점이다.

오철현과 마찬가지로 오해가 있지만…

"황 차장, 아무래도 성 지검장을 더 들쑤시는 것은 좋지 않을 거 같아."

원재진 검찰총장은 그만 매듭을 지을 것을 권했다.

"일이 너무 커져 버렸어. VIP께서도 난감해하시네. 이 사건이 더 이상 커지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야."

대통령.

검찰 인사권을 쥔 행정부 수장의 의지는 절대적이다.

물론 검찰과 입장을 달리하는 대통령이라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지금의 대통령은 철저히 검찰의 입맛에 맞는 상관이다.

"3대 일보 회장들한테서 직접 전화가 걸려 왔어. 하루빨리 수습했으면 하는 눈치야."

"알겠습니다, 총장님."

"성 지검장은 내가 잘 타이를 테니, 자네도 자중하고 여기서 칼 집어넣어."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총장은 차라리 잘됐다 싶을 것이다.

같은 식구들끼리 서로 칼을 빼 들고 싸우는 게 영 마음이 불편했을 테니까.

이미 여의도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검찰 내부의 알력다툼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미 여당 지지도가 11% 이상, 정권 지지도가 9% 이상 떨어졌어. 이거 길게 끌면 다음 대선, 총선에서 현 정권에 악영향이 너무 크다. 만약에라도 다음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우리한테 안 좋은 거 알지?"

"야당의 승리는 저도 바라지 않습니다. 이쯤에서 얼른 정리하겠습니다."

"생각해 둔 건 있고?"

"원래 300억은 성진우가 챙긴 뇌물로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최원후 의원이 지레 겁먹고 설레발 치는 바람에 쓸데없이 일이 커진 거지요."

"지금 성 지검장 자극하면 자폭한다. 다 같이 죽자는 꼴이 돼버려. 야당만 좋은 일이야."

"괜찮습니다. 최종 인출자는 박선주거든요."

"그 원정도박한 톱스타 친구?"

"네."

"그래서, 그려둔 그림이 뭔가?"

"300억의 행적은 어차피 끊어져 있습니다. 적당히 뭉개면 됩니다. 박선주 소속사가 뇌물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성진우 검사장이 거부했다. 그 정도로 처리하지요."

원재진 검찰총장은 흡족해했다.

"좋아. 그 정도면 진우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

애꿎은 기획사 하나만 제물로 삼고 모두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총장은 만족했다.

물론 황대호도, 원재진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애꿎은 기획사라고 생각한 원스타 기획사가 최초의 공을 쏘아올렸다는 사실을.

* * *

검찰의 결심은 쉬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 출신 국회의원, 야당 소속의 현귀성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큰 폭탄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하진성 보좌관이 죽기 직전 남긴 음성 유언입니다! 하진성 보좌관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우리 당에 자신이 범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직접 녹취해서 제보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여당대표 최원후 국회의원을 15년 넘게 보좌한 하진성이라고 합니다. 지금 저는 최원후 국회의원을 죽이러 갑니다. 제가 15년 넘게 모셔온 국회의원을 죽이려고 하는 이유는…….

-억울해서라도 절대 혼자 못 죽습니다. 마티즈에 탈 바에는 날 마티즈에 태우려는 사람하고 같이 죽을 겁니다.

"보다시피 하진성 씨는 300억이 여당의 선거자금이 맞으며, 자신이 최원후 의원의 지시를 받아 그 돈을 직접 수령했음을 밝혔습니다."

경찰 출신 현귀성 의원은 눈에 핏발이 선 채로 열변을 토했다.

"또한, 최원후 의원이 자신의 일탈로 모든 책임을 덮어쓸 것을 강요한 것에 좌절하여 범행을 실행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녹취한 목소리는 술에 취해 있었지만, 분명한 발음으로 상황과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 당은 하진성 씨가 최후로 남긴 유언을 편집 없이 100% 그대로 공개하겠습니다. 당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누구나 언제든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수습은커녕, 사건은 더욱 크게 번지고 있었다.

정부와 여당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으며, 시민들은 분노를 토하며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15년 동안 결혼도 못 하고 고생만 하다가 토사구팽당한 하진성의 좌절감.

많은 시민들은 그의 절망에 깊이 공감했고, 그것이 정부와 여당에 대한 큰 분노로 나타난 것이다.

* * *

300억 스캔들은 마치 건조기에 난 큰 산불 같았다.

제아무리 물을 퍼부어도 좀처럼 잡힐 길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크게 몸집을 불리며, 주변의 모든 것을 마구잡이로 탐식하고 있었다.

언론에서도 체념한 듯이 이제는 꼬박꼬박 300억 스캔들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셋만 모였다 하면 300억스캔들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슨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오네."

"여당 선거자금이라는 게 종착지인 줄 알았더니, 최원후 의원이 피살당할 줄이야."

"저번 대선에도 그 돈이 흘러들어 갔다며? 그럼 지금 대통령도 당선무효인 거 아니야?"

"300억은 빙산의 일각이고, 실제로는 2,000억 이상 규모라던데. 서해 그룹 돈도 적지 않게 섞여 있나 봐."

"대체 이 사건, 어디까지 가는 거야?"

현직 장관급 인사도 심심치 않게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판이었다.

야당은 청문회를 열어 정부부처에 대한 포격을 감행했다.

심지어 서해그룹 후계자인 이현덕부회장까지 청문회에 출석해서 망신을 당해야 했다.

야당은 이 스캔들을 파헤쳐서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굳히고 있었던 것이다.

* * *

"식품회사 오너의 욕심 하나가 현직 여당대표의 죽음까지 빚어낼 줄이야…… 나비 효과라는 게 참 우습지 않아?"

판사 출신 동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박호진은 그 말에 괜히 가슴이 뜨끔했다.

다른 동료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남영식품회사 주곽렬 회장 말이야. 원래 성진우 검사하고 친하게 지내던 스폰서인데, 성진우 지검장한테 뭔가 청탁을 했었나 봐."

"그랬어?"

"성진우 지검장이 그 부탁 들어주려다가 대검 반부패부 내사에 걸렸잖아. 그게 하필 박선주 원정도박이 엮여 있었고, 대검이 그가 파헤치다가 여당 선거자금까지 닿은 거지."

"앗뜨거라 했겠네."

"검찰도 아차 싶어서 묻으려고 했는데, 최원후 의원이 자기 보좌관한테 대신 덮어쓰게 하려다가 죽었고, 그래서 그 뒤로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거지."

"식품회사 사장 한 명의 욕심이 나라 전체를 뒤집어엎었네."

친구들끼리 떠드는 이야기를 들으며, 박호진은 민망한 웃음을 삼켜야 했다.

'주곽렬 사장, 그 친구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주곽렬은 그저 성진우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며 친하게 지내는 관계였을 뿐이다.

이 스캔들에서 가장 억울한 입장이 아닐까?

자신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날갯짓을 한 사람으로 오인하고 있으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날갯짓을 한 나비가 누구인가 유흥 삼아 떠들어댄다.

하지만 검찰도, 대중도, 판사들도, 정작 그 최초의 나비가 누구인지는 헛짚고 있다.

박호진은 백호열 원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떠올리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당사자도 자기가 처음 날갯짓을 했다는 건 모르겠지.'

* * *

"동준아, 만약 잘못되더라도 내가 없는 동안 회사를 잘 부탁한다."

구속된 백호열은 실형이 거의 확정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인맥을 동원해서 알아본 결과였다.

여당 선거자금 스캔들은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진 눈덩이처럼 커져 있었다.

당연히 검찰은 닥치는 대로 희생양을 잡아넣고 있었고, 백호열도 그중 한 명이었다.

백호열은 그저 운이 나쁘다고만 생각했다.

"성진우 그놈…… 그런 끈 떨어진 연 같은 놈을 믿고 돈 대준 내가 병신이었어."

백호열은 성진우와 가깝게 지냈다.

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수 없이 엮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동준도 근심 가득한 얼굴로 끄덕여 보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사장님. 회사가 급할 때 도와달라고 후원을 해줬는 데, 오히려 그것 때문에 사장님이 엉뚱하게 이런 고생을 하시고……."

"성진우 그놈도 옷 벗는 거 확실하지?"

"물론입니다."

대검이 작정하고 찍었다는 걸 확인한 순간, 백호열은 성진우와 연결된 끈을 끊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제공한 상납 내역과 증거를 남김없이 갖다 바쳤고, 그 덕분에 구형량을 경감받을 수 있었다.

"성진우도 옷 벗고 조사받는답니다. 변호사 개업도 어려울 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실형은 선고받지 않을 거라며?"

"예, 검찰들이 자기 식구 챙기는 건 끔찍해서요. 아무리 미워도 지검장급 인물이 실형을 받는 '선례'를 남길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백호열은 탄식했다.

"나도 회사 사장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검사나 할 걸 그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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