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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55화 (255/1,270)

프랜차이즈 갓 255화

62장 쏘아 올린 작은 공(4)

"형,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새하얗게 질린 배우 박선주가 다그치듯이 물었지만, 백호열은 충혈된 채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봐요, 형. 대표님.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왜 지금 온 세상이 그 일을 떠들고 다니는 거야?"

"……."

"형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그랬잖아? 근데 왜 이제 와서 이렇게 되냐고!"

"가만있어! 지금 생각 중이니까!"

백호열은 참지 못하고 버럭 내질렀고, 박선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예리하게 노려보는 눈빛은 아직 풀린 게 아니다.

오랫동안 형, 동생 하며 지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백호열의 성격을 잘 안다.

일단 성질을 냈을 때에는 한 템포물러나야 한다는 것도.

'성진우……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디스코드에서 '성'씨 성을 가진 검사장이 연예계에서 이런저런 상납을 받아왔다는 추문이 터졌을 때.

백호열이 전화를 했지만 성진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당시에는 통화 이력을 함부로 남기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대검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30분 정도만 앉아 있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려보내 줬으니.

굳이 실시간 소통이 없어도, 지금까지 받아먹은 것을 알아서 돌려주고 있다고 혼자 흐뭇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통화 내용은…….

-내가 자네한테 그리 부담이 되었나?

-이렇게 결정적일 때 뒤통수를 치는 건가?

-오늘 대검에서 내 이름을 댔다면서?

-자네가 뭘 믿고 등을 돌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지검장이야. 자네가 상상도 못 할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어.

일방적으로 퍼붓고 전화를 끊었고,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박선주 300억 스캔들이 터졌다.

"형님, 나도 최소한 알 건 알아야겠습니다. 지금 온 세상에서 내 이름이 진동하고 있잖아. 대체 어떻게 된 건지만이라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

"300억 환치기, 내 해외 계좌로 해줬어. 그거 문제 될 일 절대 없다고 형이 그때 그랬잖아."

당시 박선주는 300억 입출금을 도와주는 대가로 10억의 수수료를 받아 카지노에서 흥청망청 놀았었다.

지금은 잊어버린 그 즐거운 추억이 이렇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어 돌아올 줄이야.

"형? 대표님?"

"선주야."

"네, 형."

"너도 그게 어떻게 돌아갔는지 대강은 알잖아."

"……."

"300억 환치기에 네 계좌 썼고 너한테 10억 따로 챙겨줬다. 설마 환전 수수료 아까워서 그랬다고 생각하냐?"

"……그건 아니고."

"그럼 알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게 차라리 낫다는 걸. 왜 그렇게 알려고 들어?"

백호열이 점잖으면서도 엄한 기색을 담아 한마디 하자, 박선주는 기가 눌려서 깨갱거렸다.

"나야, 너도 나도 내 이름만 떠들어대니까…"

"곧 네 이름 옆에 도박이 붙지 않게 될 거야. 내가 확신한다."

"어떻게?"

"모르는 게 나은 법이다."

"……."

"넌 시골 별장이라도 내려가서 조용히 잠적하고 있어. 이 시국에 괜히 돌아다니다가 기자들한테 걸리면 골치 아프다. 나도 막아줄 수 없어."

"……형, 정말 문제없는 거 맞지?"

"우리가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내가 이런 걸로 실수하는 거 본 적있냐?"

"없지. 없어."

"그럼 돌아가. 나도 여기저기 전화 돌려야 해. 지금 너 때문에 생각도 제대로 정리 못 했다."

"알았어. 시간 뺏어서 미안해, 형."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달려왔을 때와는 다르게, 박선주는 어느새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

박선주가 돌아가고 생각을 대충 정리한 백호열은 재무이사를 호출했다.

"정 이사, 오늘 정신없었지?"

"네, 대표님."

"기사 뜨고 바로 찾아올 줄 알았는데 내가 부를 때까지 소식이 없었네?"

"아무 대책도 없이 빈손으로 대표님 찾아와서 징징거릴 순 없잖습니까. 저 나름대로 소식통 풀어서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역시 정 이사야. 이래서 내가 정이사를 믿는다니까."

정동준 이사.

그는 백호열이 건설용역 쪽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함께해 온 오른팔이었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무식하게 주먹 휘두르는 것밖에 모르는 백호열을 대신해서, 재정 등 회사 경영에 뛰어난 소질을 발휘하는 친구다.

"그럼 보고해 봐."

"아무래도 성 검사장이 그게 무슨 돈인지 모르고 건드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말이 돼? 의원님이 작업 지시사항을 가져올 거라고 알려주신 사람이 바로 성 검사장이었는데."

"하지만 검사장 입에서 의원님이나 여당 언급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백호열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놀랐다.

"뭐야? 정말 그랬어? 검사장이 의원님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었다고?"

"네, 생각해 보니 애초에 우리가 검사장한테 먼저 가서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검사장은 우리한테 받은 게 있으니 은혜를 베푼다는 태도였었고요."

"……."

"의원님이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둔 거죠. 아마 검사장은 그게 여당 선거자금이라는 것도 몰랐을 겁니다."

"정 이사, 넌 어떻게 그걸 확신해 성진우가 그게 무슨 돈인지 전혀 몰랐다는 걸."

"대표님이 어제 검사장한테 느닷없이 깨졌잖아요. 검사장 말고 그 돈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없고요. 기자들한테 연락망 돌려봤는데 이거 자료 출처가 서울지검이랍니다. 성진우가 장으로 있는 거기요."

모든 정황이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성진우는 백호열을 쳐내려고 한다.

그리고 오래전 자신이 도와주었던 300억 환치기 건을 도구로 들고 나온 것이다.

그것이 여당의 선거자금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그때부터 내내 찜찜했습니다. 성진우는 선거자금인 걸 모르는 게 아닐까, 우리 회사가 빼돌리는 돈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오늘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성진우는 이게 우리 약점인 줄 알고, 우리를 쳐내려고 먼저 언론사에 흘린 거다?"

"그런 거 같습니다."

"………야, 이거 진짜 머리 아프게 됐다."

"머리 아프게 됐습니다."

"알지? 중요한 건 성진우가 그게 무슨 돈인지 아네, 모르네가 아니야. 우리 잘못이 있네, 없네도 아니고."

"의원님은 그런 건 알 바 아니시죠. 이 스캔들이 터졌다는 것에만 노하실 뿐."

"이거 잘 수습 못 하면 우리는 무조건 죽는다. 방법은 있어?"

"돈이 좀 들 거 같습니다."

"얼마가 들어도 무조건 해야 해."

"우리도 역으로 터뜨려야죠. 그 돈은 성진우 검사장이 받은 뇌물이다라고요."

"뇌물?"

"네, 우리한테 협박해서 뜯어낸 뇌물이라고 세상에 밝히는 겁니다."

"적당한 사람은 있어?"

"박병석 부장검사면 확실할 겁니다. 바로 성진우 검사장의 오른팔이니까요."

"오른팔을 어떻게 포섭하려고?"

"그래서 돈이 많이 들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백호열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결심을 내렸다.

"빨리 시행해."

"네, 대표님."

* * *

-우리도 역으로 터뜨려야죠. 그 돈은 성진우 검사장이 받은 뇌물이다, 라고요.

-뇌물?

-네, 우리한테 협박해서 뜯어낸 뇌물이라고 세상에 밝히는 겁니다.

녹음 재생이 끝났다.

깍지를 낀 채 집중해서 듣고 있던 황대호 차장검사는 감정이 없는 눈으로 정동준 이사를 주시했다.

"당신도 백호열 오른팔이 아니었나?"

"오른팔이었었죠."

"난 100원 한 장도 안 준 것 같은데, 그게 나중에 문제가 되진 않겠지?"

"차장님 앞에서 어떻게 제가 감히 그런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일개 시민으로서 적극 협조를 해드리는 것뿐입니다."

정동준은 노비라도 된 것처럼 황대 호 앞에서 굽실거렸다.

그는 황대호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갔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배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는 것이 어째서 배신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 일이 잘 끝나면 후 성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원스타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 자리다.

지금도 기획사는 사실 자신의 체제 하에 굴러가고 있다. 회사를 지금 이만큼이나 키워놓은 것도 바로 자신의 능력이고, 주주들도 그걸 알고 있다.

백호열이 모든 것을 잃고 몰락한다면, 다음 대표 자리는 당연히 자신의 것이 된다.

"그래, 수고했어. 이만 가봐."

"네, 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만 주십시오."

"알겠네."

정동준이 일어났고, 황대호는 무감정한 눈으로 소형 녹음기를 내려다.

보았다.

저 안에는 300억에 관한 모든 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쓰는 것은 바보짓이다.

정확히 성진우 한 명만을 표적으로 골라서 수술대에 눕혀야 한다.

여당의 300억 선거자금은 성진우가 연예기획사로부터 강탈한 뇌물이 될 것이다.

* * *

"휘유, 세상 돌아가는 게 아주 개판이네요, 개판."

하수영은 오늘도 조용할 날이 없는 포탈 기사를 보고 혀를 쯧쯧 찼다.

옆에서 장효주도 거들었다.

"그러게요. 도박 자금이 아니라 검사한테 뜯기는 뇌물이었다니, 박선주 선배님도 좀 안됐네요."

"글쎄요, 제 생각은 좀 다른데."

"어떻게요?"

"300억은 검사 뇌물이었다, 라고만 세상에 보이고 싶은 누군가의 의도가 뻔히 보이잖아요."

"그래요?"

"원래는 고래만 한 사이즈인데 거기서 지느러미 하나만 잘라내서, 자 이걸 보세요, 라고 외치고 있는 꼴이죠. 카메라가 지느러미만 비추고 있는 한 사람들은 고래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없구요."

"그럼 수영 씨는 고래 전체의 모습이 보이나요?"

"고래 전체의 모습이 보이기는 하는데, 그게 혹등고래인지, 범고래인지, 대왕고래인지까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정도에서 아마 종결이 될 거예요. 이제 연극은 끝났고, 막 뒤에서 정산 처리를 해야 할 시간이니까."

하수영은 그렇게 자신 있게 예측했다.

장효주와 헤어지고 나서 박호진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네, 변호사님. 하수영입니다."

-오늘 안으로 영업정지 취소 처분이 내려질 겁니다. 영업정지로 인한 손실은 구청에서 보상해 주기로 했습니다.

"우리로서는 소기 목적을 다뤘네요."

-나중에 저 은퇴하고 회고록에 쓰면 재미있을 이야기 같습니다. 부당한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항의가, 현직 서울지검장의 뇌물 스캔들까지 뻗쳐 올라갔잖습니까.

"정말 쓰실 건 아니죠?"

-더군다나 세상 사람들은 이게 처음 어떻게 불이 붙었는지도 모르고…… 하아, 정말 아쉽군요. 황대호 차장이 아예 성진우 검사장을 날려 버리려는 모양입니다.

"구청장은 어떻게 될까요?"

-이 정도의 행정권 오남용 정도로는 아무래도… 그래도 재선은 무리일 겁니다.

영업정지에 대한 불만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현직 검사장의 스캔들에까지 뻗쳤다.

전화를 끊고 하수영은 가맹점 단톡방에 공지 사항을 돌렸다.

[오늘 영업정지를 비롯한 모든 행정처분이 취소될 예정입니다.내일부터 영업할 준비하세요.]

실톡 단톡방에 공지사항을 막 남겼을 때, 어플에서 긴급 속보 알람이 떴다.

[속보! 여당 당대표 최원후 국회의원 서거!]

[사망 원인은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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