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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53화 (253/1,270)

프랜차이즈 갓 253화

62장 쏘아 올린 작은 공(2)

황대호는 실비아컴퍼니와 손을 잡았다.

하지만 서해그룹과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실비아컴퍼니라는 더욱 강력한 동맹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굳이 중요도의 비율을 정하자면 10 : 90 정도 될까?

또한 서해그룹, 혹은 실비아컴퍼니를 위해서 어느 한쪽 회사를 치는 짓은 안 한다.

그것은 자신의 몰락만 앞당길 뿐이니까.

그러나 서해그룹에 잘 보이기 위해 자기 물주(실비아컴퍼니)를 건드리는 선배 검사장을 치는 것은 괜찮다.

"하수영 대표가 실비아컴퍼니와는 무관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자산가야."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아니, 황 차장 자네 상상 이상의자산가일세. 서해그룹에서 처음 선보인 무공해 청정 양식 참치를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잠깐, 그 말씀은……?"

"수영오세안이 바로 하수영 사장 거야."

박호진은 내친 김에 자신이 알고 있는 하수영의 자산 상황을 말해주었다.

물론 조금만 뒤져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대외적인 것들에 한했다. 의뢰인의 개인정보는 지켜야 하니까.

"황비버섯라면으로 유명한 프라임컴퍼니도 하수영 사장이 지분 85%를 쥐고 있네. 이거야 주주명부만 확인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이니 말해주는 거고."

"프라임컴퍼니 주인이라고요?"

황대호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것은 하수영의 자산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에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사냥꾼 본능을 지닌 자만이 포착할 수 있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이리저리 서해그룹과 얽혀 있군요."

"무슨 소리인가?"

"전에 언뜻 들었습니다. 태양심에서 황비버섯라면을 견제하려고 S은행을 움직여서 부실대출까지 유도했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먹었다고요."

"그러고 보니 태양심이 서해식품자회사였지."

"그 뒤로 태양심은 결국 라면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윤라면 브랜드까지 눈물을 머금고 프라임컴퍼니에 매각했죠. 서해그룹 입장에서는 프라임컴퍼니가 여간 미운 게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서 실비아컴퍼니와 프라임컴퍼니가 서로 손을 잡은 걸 수도 있겠어. 서해그룹의 공격에 저항하려고 말이야."

"이거…… 수술 전에 메스질을 어떻게 할지 제대로 구상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습니다."

황대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젓가락질을 했다.

박호진도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칼끝이 서해그룹에 조금이라도 박혀선 안 되겠는데."

"실수로 조금이라도 들어갔다가는 누구 하나가 죽을 때까지 끝장을 봐야 합니다. 이현덕 부회장님 뒤끝보통 아닌 거,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칼질 대상에서 철저히 서해그룹을 제외시켜야 한다.

조금이라도 들어갔다가는 검찰, 혹은 서해그룹 어느 한쪽이 끝장날 때까지 싸워야 될 것이다.

황자들끼리 권력 다툼을 벌이더라도 황궁만큼은 절대 침범해서는 안되는 그런 상황에 비할 수 있으리라.

"성 검사장의 약점 같은 게 있을까?"

"약점이야 넘치지요. 캐비닛 조금만 뒤져보면 수두룩하게 나올 겁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아! 그 카드를 쓰는 게 좋겠군요."

"뭔가 생각난 게 있나 보군?"

"성진우 검사장이 조폭 연예계에서 제법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건드린다 해도 서해그룹과는 인연이 없겠는데."

"넝쿨을 타고 끝까지 올라가다 보면 서해그룹에 언젠가 닿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멈출 곳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적당한 정지선을 잡는 게 중요하겠군."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더 말하기는 부담스러운 거로군. 알겠네."

묘한 들뜬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를 감돌았다.

전직 판사와 현직 검사.

게다가 기수 차이도 많이 난다.

같은 법조계라고는 하지만, 둘은 서로 접점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하수영만 아니었다면 그저 서로의 존재감 정도만 인지한 채 계속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둘은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수영을 주요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 박호진.

하수영의 친구를 스폰서로 두고 있는 황대호.

"나중에는 마음 편한 자리에서 기분 좋게 술 한잔하세나."

"네, 연락 주십시오."

* * *

황대호는 곧바로 자신의 측근들을 불러 은밀한 기획을 지시했다.

"성진우 검사장한테 용돈 주는 회사 몇 개 골라봐."

"검사장님을 치는 겁니까?"

측근 검사들은 놀라서 반문했고, 황대호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검사장님이 아무래도 단단히 오판을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우리 같은 공직자가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어야 되지 않겠나? 어디 받아먹을 게 없어서 조폭 연예기획사 돈을 받아 먹어?"

"차장님, 뭐가 있군요?"

"디스코드에서 떡밥을 문 거 같다."

디스코드.

연예인들의 사생활 폭로를 주로 하는 파파라치 잡지 언론사의 브랜드였다.

"성진우 검사장이 상납을 여러 번 받았는데 그 여자들 중 몇몇 애가 유서 남기고 자살한 모양이다."

"그런 거야 비일비재한 거 아닙니까?"

"하필 마약도 섞여 있어. 재수 없으면 유통도 걸린다."

"그것도 자주……."

"야당에서 디스코드와 여러 번 접촉을 했어. 조만간 청문회에서 한번 터질 거 같다."

"그럼 안 되죠. 검사장 타이틀 달고 망신당하게 둘 순 없습니다."

"그럼 끌어내려야지. 안 그래?"

"그게 가장 효율적이겠네요."

"검사장님도 참, 적당히 해드셔야지 그 맛에 좋다고 빠져서 허우적거리면 쓰나. 후배들이 뒤치다꺼리하느라 고생하시는 건 전혀 생각 안하셔."

두들겨 맞고 망신당하는 검사장을 만들 순 없다.

그렇다면 검사장 타이틀을 스스로 내려놓게 만들면 가장 간단한 일이 아닌가?

물론 디스코드의 증거 채집, 야당과의 커넥션은 황대호가 후배들 설득을 위해 지어낸 말이었다.

디스코드에 제보하는 것은 바로 황대호가 될 테니까.

나중에 따로 입증을 할 필요도 없다.

그때쯤이면 성진우 검사장은 이빨빠진 늙은 호랑이 신세가 돼있을 테니까.

[충격! 현직 고위 검사 연예계 성추문에 휩싸여.]

[검사장급 고위 검사는 누구?]

[유명 기획사 사로부터 수십억받아 챙겨.]

[무명 여배우의 성상납도 일상다반사.]

[강요에 이은 술자리, 치욕을 못이긴 무명 여배우들 자살 기도.]

첫 폭로는 디스코드에서 터져 나왔다.

기획사와 검사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검사장급 인물이 조폭연예기획사로부터 꾸준히 돈과 여자를 받아 챙겼다는 내용이었다.

원스타엔터테인먼트 백호열 사장도 그 기사를 봤다.

당연히 그는 펄쩍 뛰며 화를 냈다.

"이거 흘린 놈이 누구야?"

"모, 모릅니다. 사장님."

"모르면 가만히 닥치고 앉아 있을래? 얼른 안 움직여? 우리 회사 이름이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알아내야 할 거 아니야!"

직원들은 부리나케 움직였고, 한나절이 지나가기 전에 정보를 물어왔다.

"디스코드에 익명의 제보가 들어간거 같습니다. 근데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알아낸 대로 말해. 어서!"

"회, 회사 이름은 못 들었고 추문에 휩싸인 현직 검사 이름이 성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엿됐다…….'

검사장 중에서 '성'씨 성을 가진 인물은 몇 명 안 된다.

조금만 캐보면 금방 넝쿨째로 딸려 나올 것이다.

'근데 스캔들 폭로지가 왜 검사장을 물었지? 나중에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검찰이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모든 수사와 종결은 바로 검찰이 쥐고 뒤흔들고 있으니.

막말로 검찰이 사람 한 명 죽여야겠다 싶으면 얼마든지 작정하고 뒤흔들 수 있다.

매일같이 강제소환하거나 구속, 그리고 집요하게 기소를 날리며 몇 년씩 물고 늘어지면, 그 피로감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테니.

'디스코드, 이놈들이 진짜 미쳤나?'

일단 성진우 검사장을 만나서 자세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백호열은 급히 성진우 검사장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길게 갈뿐 그는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

* * *

처음 스캔들이 터졌을 때, 성진우검사장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또 디스코드야? 하여튼 이놈들은 남 관음하는 거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집착이 대단해."

아마 연예계 쪽에 또 뭔가 시선을 돌려야 하는 일이 터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검사장인 자신을 노린 칼질이라고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지검장님, 오늘 대검에 갔다 왔는데 묘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슨 이야기?"

"디스코드에서 터뜨린 현직 검사장의 성씨가 '성'이라고 합니다."

"……뭐?"

"이미 대검 애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돌고 있던데요?"

성진우 검사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디스코드에서 폭로를 터뜨린 게 오늘 새벽 0시다.

그런데 그게 터진 당일 오전, 대검에서 이미 '성 검사장'이라는 이름이 오고 가고 있다고?

"반부패 수사부에서 이미 은밀한 내사 들어갔다는데요? 조만간 기획사 여럿에 소환장 날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네는 다른 거 젖혀두고 반부패부 움직임이나 알아봐. 나도 전화 돌릴 테니. 이거 심상치 않다."

"네, 지검장님."

그러나 박병석 부장의 예측은 틀렸다.

조만간이 아니라 그날 당일, 오후에 연예기획사 인물 여럿이 검찰에 출석 요구를 받은 것이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연예기획사들 인물들은 그날 바로 출석해서, 10시간이 넘는 고강도의 심문을 받았다.

"백호열 대표 이름은 다행히도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성진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편으로는 대검에서 그리는 그림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거 어디에서부터 내려온 거지?"

"총장님 선에서 내려온 거라는 말도 있고, 그냥 디스코드에서 폭로랍시고 떠들어대니까 반부패부에서 어쩔 수 없이 시늉만 했단 말도 있고, 그럽니다."

그러나 성진우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다음 날, 백호열이 대검에 출두했다는 박병석 부장의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백호열뿐만 아니라 5명의 연예 관계자들이 출석한 것이지만.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조폭연예기획사장 스폰서가 반부패부에 출석했다는 말에, 성진우는 그날 하루종일 일이 잡히지 않았다.

하필이면 백호열의 심문 시간이 1시간도 안 된다는 말에 더 신경이 곤두섰다.

오늘 출석한 다른 넷은 7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문 중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는 검찰총장의 조용한 연락을 받았다.

-진우야.

"네, 총장님."

-어떻게 된 거냐?

"무슨 말씀이신지……."

-오늘 네 이름이 나왔어.

총장은 백호열과의 관계를 몰라서 묻는 게 아니었다.

백호열과 자신은 총장의 소개를 통해서 맺어진 사이이기도 했으니.

-대체 어떻게 관리했기에 백 대표입에서 네 이름이 나오는 거냐? 얼마를 뜯어먹은 거야, 대체?

"총장님, 그게……."

-장사치들이 앞에서 굽실거리면서 여자 바치고 돈 바치고 그런다고 네가 갑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그놈들 자존심에 스크래치 잘못 내면 죽을 때까지 물어뜯는 놈들이다. 너만 그놈들한테 용돈 받아 쓰는 거 아니다.

"총장님."

-당장 백 대표 만나서 잘 풀어줘라. 그래야 우리도 너를 보호해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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