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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43화 (243/1,270)

프랜차이즈 갓 243화

59장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5)

오철현은 이 모든 게 꿈 같았다.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검찰은 자신이 업무상 횡령, 배임을 저질렀다며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자신뿐만 아니라 박덕준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몇몇 이사들이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되었으며, 16시간이 넘는 장거리 심문에 시달려야 했다.

그중에는 참고인 조사 중에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바로 잡혀 들어간 이들도 있었다.

사내 법무팀장 조서우가 어렵사리 면회를 왔다.

"대표님,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난 음주운전을 한 적이 없어. 술먹고 차에 타긴 했지만 운전석에는 앉지도 않았어. 당연히 대리를 부르려고 했었단 말이야."

"압니다. 대표님 술 한 모금만 마셔도 운전대는 절대 안 잡는 분이시잖아요. 목숨 아깝고 겁 많으셔서."

"……."

"그런데 지금 온 세상은 대표님이 술 먹고 운전하다가 걸려서 심정지 응급환자인 척 위장 입원한 줄로 알고 있어요."

"말이 돼? 병원 진료 기록이 남아 있어! 신고 출동 내역도 있을 테고!"

"아무리 그런 게 있으면 뭐합니까.

언론이 보도를 안 하는데. 회사 발표가 거짓이라고 10대 언론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대는 중입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돼가는 거야?"

그제야 오철현도 이상함을 느끼고 표정이 가라앉았다.

법무팀장은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 모르시겠습니까? 우리 회사, 지금 작업당하고 있어요."

"작업을…… 당해?"

"네, 검찰이 작정하고 두들겨 패고 있습니다. 언론도 여기에 가세했고요. 검찰이 언론을 움직이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따로 둘 다 움직이는 주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검찰이 왜 우리를 두들겨 패?"

"지금 회장님이 그걸 알아보시느라고 동분서주하십니다. 정치권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건지, 아니면 재계에서 들어오는 건지부터 알아야 대응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검찰과 언론은 지금 우리 회사를 두들겨 패기 위해서라면 없던 죄도 마음껏 지어낼 겁니다. 스피커 출력이 너무 차이가 나서 우리가 몹시 불리한 싸움입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음주운전이라고 작정하고 덮어씌우고 있다, 이거지?"

"네, 그렇습니다."

오철현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정치권에서 다음 선거 때문에 우리한테 미리 작업 치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죠. 프리덤 덕분에 우리 회사가 지금 현금을 쌓아두고 있으니까요. 정치자금 뽑아내려고 미리 선빵 날리는 걸 수도 있습니다."

"검찰을 움직이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겠지. 하지만 언론은? 그놈들은 돈 아니면 절대 안 움직이잖아."

"재계에서 우리 회사를 집어삼키려고 작업을 쳤다는 가능성도 있죠. 회장님도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을 열어둔 채 접근하고 계십니다."

"내가 할 일은?"

"조심하시고, 잘 견뎌내십시오. 앞으로 고초가 크실 겁니다."

"설마 고문당하지는 않겠지? 그래도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차라리 고문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온 세상에서 만신창이가 되실 수도 있습니다. 검찰이 한 번 괴롭히기로 작정하면 그거 못 당합니다. 잘 아시잖아요."

"그, 그래? 잘 모르는데."

"자기들 원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는 대표님 절대 안 꺼내주고 끝까지 기소 밀어붙일 겁니다. 재판 마라톤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데요."

"왜 그런 말을 하나? 겁나게."

"잘 견디시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시 프리덤 개발자는? 개발자한테도 뭔가 작업이 들어갔나?"

"아직은 그런 기미가 없습니다. 나중에 틈틈이 상황 알려드리겠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언론은 착실하게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며, 오철현을 세상에 둘도 없는 부도덕한 경영자로 만들었다.

10대 일간지에서 떠드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오철현은 이미 나라를 팔아먹은 거나 다름없는 대역죄인이었다.

[프리덤의 핵심 알고리즘에 관한 기술정보를 거액의 돈을 받고 해외에 은밀히 빼돌려…….]

[해외에 조성한 비자금만 3,000억불이 넘은 것으로 추정돼…….]

[비밀리에 미국 시민권을 신청한 정황을 포착…….]

언론은 날마다 오철현을 비롯한 실비아컴퍼니 경영진의 부정을 떠들어 댔다.

오죽하면 전성렬이 걱정이 돼서 찾아왔다.

"이거 괜찮은 거지? 하 사장 자네한테까지 불똥이 튀는 건 아닌지 몰라서 내가 요즘 걱정이야.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불똥이 튀면 튕겨내면 그만이죠. 잠도 못 자면서까지 마음 졸일 일은 아닙니다."

"검찰이 얼마나 무서운데. 없는 죄지어내면서 작정하고 사람 괴롭히면 답이 없어요, 답이."

"그래 봤자 법무부 산하 공무원일 뿐입니다. 제가 죄지은 게 없는데 왜 겁을 내요."

"이 사람아.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몰라? 죄가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게 아니야."

"저 돈도 있는데요?"

"……."

전성렬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뭐 하나? 실비아컴퍼니 같은 회사도 이렇게 대놓고 때려잡고 있는데. 가만, 오 대표 그 친구가 어떤 권력자한테 밉보인 것은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네요. 검사장이 스폰서 좀 해달라고 손 벌렸는데 거절당하고 빡쳐서 이럴 수도 있고요."

"아무튼 자네도 조심해. 뭔 일 생기면 바로 말하고."

"네, 알겠습니다."

전성렬 다음에는 정서희가 찾아와서 염려를 잔뜩 털어놓고 돌아갔다.

"수영 사장님이 흔들리면 우리 회사 전체가 흔들리는 거예요. 그러니 문제 생기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저도 제가 가진 모든 인맥을 끌어모을게요."

"걱정 마세요. 농장 자동무인화를 잘 해놔서 제가 없어도 식자재 생산공급에는 차질이 없습니다."

"아무튼 조심하세요."

정서희 다음에는 장효주였다.

그녀는 직접 찾아오는 대신 전화를 걸어 왔다.

물론 장효주는 하수영과 실비아컴퍼니의 관계를 몰랐다. 그녀가 전한 안부 내용은 다소 의외였다.

-백호열 대표가 검찰에 전화를 넣었다는 말이 있어요.

"백호열 그 양반이 왜요?"

-수영 씨한테 악감정이 있나 봐요.

3호기 빌딩에서 텐프로 잘 운영하다가 방 뺐었잖아요.

"그게 언제 일인데 그 사람은 이제와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동안 기획사 아이돌들이 쉴 새없이 사고 쳐서 그거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걸요. 조심하세요. 안 그래도 지금 실톡 때문에 시국이 혼란스러워서, 이 틈을 노려서 수영씨한테 위협을 가할지도 몰라요.

"감사합니다. 조심할게요."

마지막으로 온 연락은 박덕준 회장이었다.

-수영 씨, 조용히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데요. 혹시 지금 만날 수 있습니까?

"그냥 전화로 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전화는 위험합니다. 도청 염려 때문에…….

"그럼 전화 끊고 프리덤 음성챗으로 다시 걸어주세요. 그거는 안전합니다."

-정말입니까?

"프리덤이 자체적으로 대화 내용을 암호화해서 보내는 거니까 중간에 탈취해도 해독 못 합니다. 아, 회장님 방에 도청장치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제 방은 클린합니다. 지금 수영씨가 있는 곳은 괜찮을까요?

"여기도 괜찮습니다."

-그럼 바로 걸겠습니다.

박덕준은 일단 전화를 끊었다가 프리덤 음성챗을 이용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서해그룹에서 작업을 친 거 같습니다. 이현덕 부회장님께서 제 개인지분으로는 도저히 만족이 안 되셨나 봅니다.

"어차피 겔드폰 이용자들도 실톡을 다 깔아서 사용하고 있잖아요.굳이 차세대 겔드폰에 프리덤을 내장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현덕 부회장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아마 '겔드폰에만' 프리덤이 깔리는 걸 겁니다.

"사람 욕심이라는 게 참 끝이 없군요."

-서해그룹은 이 나라의 최고권력이나 다름없습니다. 오너 일가 말한마디면 검찰, 언론사, 그리고 정치 권까지 모조리 움직일 수 있어요.

"실비아컴퍼니 힘으로는 상대가 안되나요?"

-…어렵습니다. 지금 검찰과 언론이 작정하고 물어뜯는 거 보셨지요?

"네, 잘 구경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까지 나섰다는 것은 서해 그룹이, 아니, 이현덕 부회장님께서 정말 단단히 마음을 먹으셨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가진 것을 뺏으려는 사람인데 꼬박꼬박 극존칭을 쓰시네요. 어차피 듣고 있지도 않을 텐데."

그래도 실비아컴퍼니의 시초를 다져주신 분이라서요. 저도 젊은 시절 한때 서해전자에서 일했었습니다. 지금도 명절 때마다 부회장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재벌이 무섭긴 무섭네요."

-무섭죠.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박덕준 회장은 잠시 한숨을 쉬었다.

하수영은 그가 말을 이을 수 있도록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사실…… 이리저리 상황을 알아보면서 내심 간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제발 서해그룹만큼은 아니어라, 뭐 그런 건가요?"

-네. 다른 재벌 기업에서 손을 쓴 것이길, 아니면 정치권에서 정치자 금을 위해서 손을 쓴 것이길, 검찰이 스폰서를 바라고 땡깡을 피운 것 이기를…

"그런데 이미 지분까지 받아 드신 서해그룹에서 욕심을 못 버리고 기어이 나선 거네요."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그래서 전화하신 거 아닌가요?"

-수영 씨 도움을 바랄 수는 없죠.

그래서도 안 되고요. 애초에 절대 귀찮게 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프리덤을 공급받은 거잖습니까.

"괜찮으니까 편히 말씀하세요. 들어보고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정말 뭔가 도움을 바라고 연락드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상황은 설명을 드려야겠다 싶어서요. 수영 씨도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잖습니까.

'박덕준 아재, 진짜 이렇게 나올 겁니까? 사람 마음 약해지게시리…'

"회장님, 전 무엇보다 약속을 중요 시하는 사람입니다. 제 입으로 뱉은 약속은 그래도 가급적 지구가 파괴되기 전까지는 지켜요."

-무조건 지키신다는 뜻이군요.

"아니, 그게 왜 그렇게 해석…….

아무튼 프리덤은 제가 실비아컴퍼니에 공급했고, 계약 기간은 지킵니다.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잘 해오셨으니 계약기간 종료돼도 갱신할 생각이고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하군요.

"감사를 하실 게 아니라, 저의 이런 지지를 잘 활용할 생각을 하셔야 죠."

-네?

상대도 안 되는 서해그룹이 나섰으니 얌전히 앉아서 다 뺏길 겁니까? 아니잖아요. 저항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이 나라에서 서해그룹은 절대 못이깁니다.

"그래서요? 혹시 실비아컴퍼니가 서해그룹 계열사로 편입이라도 되려는 건가요?"

-큰 손해를 보겠지만 그것만이 회사를 지킬 수 있는…….

"전 그러면 프리덤 pro 버전을 래플사에 독점으로 공급할지도 모릅니다."

-수, 수영 씨!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그런 양아치짓 하는 대기업이 제 덕분에 돈 버는 꼴은 못 봅니다. 차라리 다 부숴버리고 말지요. 그럼 속이라도 시원하거든요."

-하지만 방법이…….

"매수하면 되잖아요. 검찰."

박덕준은 잠시 충격을 먹었는지 한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말문을 열었다.

-불가능합니다. 서해그룹이 수십년 동안 법조인 장학생들을 얼마나 꼼꼼하게 세심하게 관리해 왔는데요.

"회장님. 돈에 판 양심은요, 돈으로 얼마든지 다시 살 수 있습니다. 못산다? 안 판다? 그럼 혹시 제시한 돈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시다."

-예?

"지금 회사에 여유자금 많잖아요.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시도는 해보세요. 의외로 잘 될 겁니다. 아니면 제가 대신 협상을 해드릴까요? 마침 농사만 짓다 보니 심심해서 한 번쯤 이런 이벤트가 열리길 기다리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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