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242화
59장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4)
"내가 음주운전을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봐요! 대체 이 사람이 언제 술먹고 운전을 했다는 거예요?"
최승희가 발끈해서 끼어들며 따지고 들었지만, 사복 차림 경찰들은 눈 하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세한 건 서에 가셔서 이야기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자, 가시죠."
"말도 안 돼. 당신들, 진짜 경찰맞아요? 이 사람 몸값 노리는 납치 범 뭐 그런 거 아니에요?"
그 말에는 경찰들도 발끈해서 반박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대한민국 공무원을 그런 식으로 모욕하지 마십시오!"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하니까 그렇죠! 이 사람이 술 먹고 운전대를 잡은 적이 전혀 없는데!"
"아무튼 갑시다."
실랑이 끝에 어쨌든 오철현은 체포돼서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그나마 두 손에 수갑이 채워지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오철현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음주운전을 한 적이 전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승희야. 조금만 조사받으면 다 밝혀질 거야."
"철현 씨, 나 뭔가 느낌이 안 좋아요. 마음 놓고 있지 말고 끌어올 수 있는 인맥은 죄다 끌어와야 할 거 같은데요."
"어차피 회사 법무팀에서 대응을 할 거야. 이래 봬도 내가 회사 CEOOF, CEO."
"경찰이 설마 그걸 모르고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건 아닐 거잖아요."
최승희의 우려와 달리 오철현은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있었다.
무언가 단단히 큰 오해가 끼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부터는 그도 뭔가 제대로 잘못돼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리덤이 오철현을 위해 보인 활약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하수영은 의외로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잘했다."
-화내지 않으십니까?
"내 설계 이념에 충실히 따른 건데, 그거 가지고 화를 내면 내가 뭐가 되겠냐."
하수영은 프리덤을 나무라지 않았다.
"자율주행 같은 건 금지했지만, 그보다 더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이 나라 헌법과 법률이니까. 사람 목숨살리기 위해서 내가 건 제한 조치를 위반한 게 잘못은 아니지."
당시 프리덤이 오철현을 위해 한 몇 가지 조치는 불가항력적인 결정이었다.
만약 어느 것 하나라도 빠졌다면 오철현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심정지 환자는 최대 3분 안에 조치를 해야 뇌 손상을 피할 수 있으니까. 1초가 다급한 상황이었다.
"뭐, 너도 알고 있겠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물론입니다.
"철현 씨는 지금 잘 있고?"
-네, 특실에서 회복 중입니다. 뇌손상도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곧 업무에도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잘됐네. 주가는 별걱정 없겠구나."
-안 그래도 박덕준 회장님과 오철현 대표님 모두 그거부터 걱정하고 계시더군요.
"책임감이라는 거야, 그런 게. 주주와 회사에 대한 책임감."
하수영은 문득 아련한 마음이 들어, 먼 하늘을 지그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옛날에는 그렇게 내 몸보다 회사를 더 아끼고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마스터께서 회사를 경영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하지만 저는 그런 기록을 찾지 못했습니다.
"네가 인지하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프리 -예, 마스터.
하수영은 매출 내역을 확인했다.
한가할 때마다 그는 장부 숫자를 들여다보기를 즐긴다.
그에게 있어 회사 통장에 쌓이는 돈이란, 청담동 땅따먹기를 차근차근 진행시켜 줄 실탄이었으니까.
그러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총알이 많으면 뭐해. 쏠 표적이 없는데. 요즘 왜 이렇게 매물이 안쏟아지는지 모르겠다."
-경기가 점차적으로 좋아지고 있어 부동산 시세가 조금씩 증가세입니다. 부동산 소유주들이 웬만해서는 매물을 잘 안 내놓으려고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100호기를 넘기는 것은 무리이려나."
-청담동에 한정하지 않고 강남구전체로 확장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건 사양이다. 내 구역은 어디까지나 청담동이라고, 일반 청담부터 먹고 나서 생각해 볼 거다."
청담동을 중점에 두는 것은 집착이 아니라, 일종의 여흥이다.
무수히 이어지는 삶의 순환 속에서, 영혼의 피로를 달래줄 느긋함이라고 할까.
RPG 게임을 할 때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서브 퀘스트에 집착해서 끝장을 보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니, 프라임오일은 왜 이렇게 쓸데없이 잘나가고 있는 거야? 이러다가 잘못하면 몇 년 안에 국내 업계 1위 되겠네."
-국제자원투자회사가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국자투산 기름에 대한 캐시백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뭐, 캐시백?"
-네, 국자투에서 들여온 기름을 사용하는 차량 운행자나 회사 등 기름소비자들을 상대로, 구매액의 일정량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이벤트였습니다.
"……안살린 왕자한테 내가 전생에서 뭐 못 해준 거라도 있나? 나한테 왜 그러지."
프라임오일컴퍼니 법인 계좌에 쌓이는 현금을 확인한 하수영은 입맛을 다셨다.
"역시 기름 장사가 큰돈 꾸준히 벌기는 쉽다니까. 이 돈을 전부 다 땅으로 환산하면 그게 몇 평이야."
아쉽지만 프라임오일컴퍼니의 돈은 꺼내 쓸 마음이 없었다.
그 돈은 전성렬과 정서희가 알아서 굴리도록 놔둘 생각이었다.
기름 사업에는 철저히 선을 긋겠다.
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미국 수영레스토랑 매출이 꽤 괜찮네. 이대로면 나중에는 프리덤 매출을 넘어설지도 모르겠는데?"
-제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야, 안 돼. CIA랑 얽히게 되면 피곤하다. 넌 그냥 국내용이야, 국내용."
매출 내역 열람을 마친 하수영은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프리덤, 철현 씨 차를 네가 운전했다는 건 아직 안 알려졌지?"
-네, 주차장관리 직원과 구급대원등 목격자가 있지만, 제가 차량 고유의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제가 설명을 했습니다.
애초에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차량모델이기에, 당시 목격자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율주행기술에 대해 세밀히 알지 못하는 일반인이었다.
때문에 프리덤이 보인 자율주행 퍼포먼스가 현존하는 회사들의 능력 밖임을 알지 못했다.
"자동차 시장 같은 복마전에는 끼어들 마음 없으니까 너도 주의해라."
-예, 마스터.
"경기도 농장이나 한 번 가봐야겠다. 내 귀여운 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해야겠어."
-원격 영상을 통해서도 지금 언제든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직접 농장을 거닐면서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건 또 전혀 다른 맛이 있다고. 그런 감성을 이해 못하는 걸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는 순간 프리 덤이 갑자기 보고했다.
-마스터, 속보입니다! 오철현 씨가 체포당했습니다!
"뭐? 철현 씨가 왜 체포당해?"
-음주운전 혐의입니다!
"음주운전? 아니, 심정지로 쓰러졌던 양반이 왜 음주운전을 했다는 거야? 혹시 쓰러지기 전에 술 먹고 운전했었나?"
-그건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속보에는 '실비아컴퍼니 대표이사 오철현, 음주운전으로 긴급체포'라는 제목만 보고되고 있습니다.
"주가는?"
-아주 조금 출렁이긴 했지만, 별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저로 인한 매출이 회사 가치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오철현 씨가 체포당했으면 경찰이 수갑 내미는 순간 바로 알았을 텐데, 왜 속보가 뜨니까 보고하는 거냐?"
-아무리 마스터라 해도 타 유저를 통해 획득하는 정보에는 함부로 접근하실 수 없습니다. 그건 마스터께서 직접 걸어놓은 제한입니다.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프리덤은 오철현이 체포당하는 순간 그 사실을 알았지만, 하수영한테 즉시 알리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용자들의사적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면, 누가 그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겠나.
"그 양반도 참, 심정지로 쓰러졌던 사람한테 이런 말 하기는 뭐 하지만 왜 음주운전을 하고 그랬다. 일단 기사 뜨는 대로 자세히 확인해 봐."
-알겠습니다.
"농장은 다음에나 가야겠네. 그래도 가장 큰 세입자가 체포된 상태인데 느긋하게 내 할 일이나 할 순없지."
***
하수영은 청담동에 머무르며 수영레스토랑, 수영오세안의 운영을 챙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철현의 소식에 대해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물론 회사에 연락해서 일부러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것은 결례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았다.
['실톡'서비스회사 대표 오철현, 음주운전으로 구속!]
[심정지 응급환자가 음주운전?]
[응급실행은 음주 적발을 피하기 위한 꼼수?]
[국민들, 젊은 재벌 1세의 파렴치한 행위에 분노!]
"야…… 이거 기사들이 제목이 왜 이러냐? 오철현 씨 진짜 심정지 왔던 거 맞잖아?"
-그렇습니다. 심정지가 왔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 혹시 심정지 오기 전에 진짜 음주운전했어?"
-그것은 이용자 오철현의 개인정보보호에 위배되므로 마스터라 해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최고관리자 권한으로 묻는 거니까 대답해라."
-알겠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기사들 꼬라지가 왜 이래?"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철현 이용자 음주운전에 관한 내용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각종 SNS 커뮤니티에도 관련 요약들이 퍼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5만 건 이상의 게시물을 확인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닌 거 같은데?"
[XX월 XX일, 실톡으로 유명한 오철현 대표이사는 술을 잔뜩 마신 뒤 귀가하는 길에 자신의 차량을 이용했다. 비록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모델이지만, 만취자가 운전대를 잡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중략…
단속으로 자신의 신원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 오철현 대표이사는 현장을 도주했고, 차후에 심정지 응급환자인 척 A병원 특실에 입원하며 시간을 끌었다.]
[음주운전 구설수에 오른 오철현대표, 실은 500억 원대 횡령과 배임혐의로 검찰 내사 중이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의 설명 있어.]
[실비아컴퍼니 주주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및 범죄 혐의에 큰 충격에 빠지다.]
모든 언론이 하나같이 오철현을 비난하며, 그의 음주운전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었다.
절대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지만, 대다수 네티즌은 언론이 쏟아내는 기사들을 철석같이 믿으며 오철현의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오철현은 사퇴해라!
-음주운전 감추려고 심정지 온 것처럼 위장했다고? 와, 진짜 소름 돋네.
-검찰은 실비아컴퍼니를 철저히 압수 수색해야 한다!
오철현에 대한 거센 비난의 불길은 실비아컴퍼니에까지 옮겨붙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