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240화
59장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2)
국내 스마트폰 유저 중에 99% 이상은 프리덤을 사용한다.
100%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구독자 수는 폭증한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올해 초 겨울 태풍 때, 프리덤이 스스로 재난 전문 도우미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구했기 때문이다.
사망자 0이라는 기적의 숫자를 달성한 이후, 안전을 위해 프리덤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일상생활에서 자잘하고 다양한 도움을 주는 것도 무척 편리하지만, 결정적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전용 구조요원 노릇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미 119에 접수되는 긴급신고의 90% 이상은 프리덤이 맡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서울 Xx동 103번지 203호에 화재 발생. 실내에 요구조자 없음. 다만 아래층 103호에 거동이 불편한 88세 노인 여성이 있고, 현재 인근이웃들이 구조 시도 중.
-수원 a동 23번지 101호, 37세 독신남 혼절, 구급 요망.
-부산 b동 아스트랄 아파트 지하주차장 2층 B207칸 흰색 세단 차량화재 발생. 다행히 아기는 타고 있지 않다. 일련번호 7,201,803 프리 덤 단말기, 나 혼자만 불타고 있다.
주인의 서피스북에 단말기 데이터를 백업해 놨다는 것을 전해달라.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프리덤이 바로바로 신고를 해버리기 때문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한눈에 인지할 수 있도록 요약정리해서 신고 문자를 전달하니, 119중앙본부에서도 업무 부담이 대폭적으로 줄어들었다.
이한결도 그 보이지 않는 여파의 수혜를 누리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프리덤 덕분에 예전보다 비번이 늘어나서 참 좋단 말이지."
소방관인 그는 모처럼 비번을 맞이 해서 친구와 밖에서 술 한 잔을 즐기기로 했다.
물론 친구도 소방관이었다.
"현장 상황이 거의 정확하게 파악이 되니까 출동 인력 배분도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말이야. 세상 참 좋아졌어."
"근데 이러다가 오히려 소방 인력 줄인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글쎄, 좀 걱정이긴 해. 지금 정권은 워낙에 못 믿을 스타일이라서.
저번에도 소방관들 데려다가 정부 축제 행사장 준비시키고 그랬잖아."
"프리덤을 119시스템에도 도입을 하면 좋을 텐데, 왜 윗분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어."
두 소방관은 겨울 태풍 당시,프리 덤의 도움을 받아 구조 활동을펼친 경험이 있었다.
그 당시 경험을 통해서, 프리덤이 재난이나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바로 그 순간, 두 사람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렸다.
-긴급 상황, 심정지 환자 발생.
-270미터 거리 코웰타워 지하 주차장 2층.
-두 분이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구급대원입니다.
순간 두 사람은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장 가까운 제세동기는 주차장입구 관리사무소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사무소 직원이 제세동기를 가지고 현장에 이미 도착한 상황입니다.
"오케이, 동선은 절약할 수 있겠어. 119 신고는?"
-이미 접수되었습니다.
"좋아, 가자!"
*
프리덤은 하나이자 다수이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각각의 프리 덤이 노트북 단말기처럼 개별 개체로 존재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프리덤은 중앙 본체에서 단말기를 통해 5,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다만 권한 접근에는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인물을 상대할 때, B라는 사람의 데이터는 전혀 접근해서도 안 되고 참고해서도 안 된다.
A의 프리덤은 B의 프리덤이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
하나이자 다수라는 의미는 바로 이런 구조 때문에 일컬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가 존재한다.
-현 상황은 긴급피난에 해당,고로 중앙시스템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활용 가능. 단 어디까지나 이용자 오철현을 구조하기 위한 범위에 한정해야 함.
프리덤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논리회로를 쉼 없이 돌렸다.
119 신고를 완료한 프리덤은 응급구조를 위한 사람을 찾았다.
본래 '오철현의 프리덤'은 주변에 의사나 간호사, 응급구조요원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없다.
인근에 있는 이용자들의 신분이 무엇인지 접속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시스템 프리덤이 모든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1-270미터 거리에 비번인 응급구조대원 확인. 구조 요청을 해야 하는 7+? YES / NO -심정지 환자는 1초가 급한 상황.
구조 요청을 보내기로 결정.
-주차장 관리직원에게 구조 요청발신 완료.
-비번 응급구조대원 구조 요청 수락, 현장을 향해 접근 중, 65초 안에 도착할 것으로 보임.
이미 관리직원도 제세동기를 챙겨서 출발한 상태였고, 비번인 두 구조대원도 현장으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가까운 구급차도 이미 출발한 상황이었다.
-구급차, 도착 예정까지 약 3분 10초 소요 전망.
구급차에 탑승한 요원들도 프리덤이용자이기에, 프리덤은 그들이 언제 도착할지 예상 시간도 추정할 수 있었다.
-구급차를 기다리다가는 골든타임을 넘길 게 확실시됨.
-비번 구조대원을 기다리는 게 가장 빠른 길인가? YES / NO -오철현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은?
-비번 구조대원을 마중 나가면 골든타임을 절약할 수 있음.
-시간 절약은 오철현의 향후 회복에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
결론은 곧바로 나왔다.
-본 개체가 직접 차량을 운행해서 마중을 나가야 한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은 아직 남아 있었다.
-자율운전주행 권한은 본 개체에게 허용되지 않음. 이것은 창조주의 권한으로 억압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검토 결과, 현 상황에서 창조주의 제한을 위배하는 것은 긴급피난에 해당하므로 틀린 행위가 아님. 지난 1월 전국적인 재난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도운 것과 유사한 정당성 확인.
그래도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 있었다.
-본 개체는 현재 차량의 자율주행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지 않으므로 차량 제어가 불가능하다.
-강제 접속 시도? YES.
-F01 루트 활용.
F01루트는 프리덤이 차량 스피커를 활용하기 위해 단말기와 연결을 해놓은 무선통신망 할당코드다.
즉 오철현이 음악을 듣기 위해서 해놓은 무선연결 라인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단말기의 APU가 한계까지 가동하며 강제 접속을 위해 차량컴퓨터에 공격을 시작했다.
음악 재생을 위해 연결된 무선연결라인을 타고, 차량 통제권을 뺏으려는 스마트폰의 무차별 공격이 끊임없이 들어갔다.
얼마 전 최신형 기종으로 바꾼 게 도움이 되었다.
만약 기종의 스펙이 조금이라도 모자랐다면, 실패했거나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차량 통제권 탈취 성공.
-이제부터 이 차량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모든 것은,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에 이뤄졌다.
프리덤의 긴급 연락을 받은 주차관리 직원은 급히 제세동기를 들고 주차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 타이어 파열음과 함께 주차장안에서 차량 한 대가 달려 나오고 있었다.
정신없이 헐레벌떡 뛰어가던 직원은 곁눈질을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귀, 귀신?"
놀랍게도 운전석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그때 차량이 그의 앞에 정차했다. 동시에 뒷좌석의 유리창이 스르륵 내려가며, 외부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렸다.
-제세동기를 뒷좌석에 넣어 주십시오.
"뭐, 뭐라고?"
-제세동기를 뒷좌석에 넣어주십시오. 환자가 조수석에 타고 있습니다.
그 말에 놀란 직원은 얼른 조수석을 확인했다.
과연 죽은 듯이 늘어져 있는 남자가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스마트폰도 재촉했다.
-주인님, 저 환자가 바로 그 환자입니다. 뒷좌석에 제세동기를 넣어 주십시오.
"아, 알았어."
그는 혼백이 빠진 표정으로 시킨 대로 했다.
뒷좌석에 제세동기를 넣자마자 다시 유리창이 닫히며, 차량이 쏜살처럼 튀어나갔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프리덤이 말을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주인님 덕분에 예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겁니다.
"이, 이게 다 된 거야?"
-예, 주인님의 역할은 끝나셨습니다.
"……."
직원은 저도 모르게 제세동기를 들고 있던 손을 내려다보았다.
별로 한 게 없는 거 같은데,자신의 역할이 다 끝났다니.
"혹시 너…… 저번 겨울 태풍 때 사람들을 구했을 때도 이런 식으로 했던 거야?"
-예, 그렇습니다. 동원 가능한 모자원을 파악한 뒤 최단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조정을 한 겁니다.
-주인님은 방금 사람 하나를 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겁니다.
직원은 머쓱해서 머리를 긁었다.
칭찬을 듣긴 했는데 뭔가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 그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코웰타워 인근 큰 도로 사거리.
정지선 앞에 서서 신호 대기 중이던 운전자는 갑작스러운 프리덤의 경고를 받았다.
-주인님, 긴급상황입니다. 비상등을 켜고 출발하지 말고 대기하십시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응급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비상등을 켜고 그 자리에 대기하십시오.
주변 운전자들에도 같은 사정을 전달했으니 안심하십시오.
운전자는 무슨 말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지만 비상등을 켠 채 출발하지 않고 대기한 것이다.
놀랍게도 그뿐만이 아니라 사거리에 정차한 다른 차량들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왜 출발하지 않느냐고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응급 환자라니?"
-곧 지나갑니다.
바로 그때 운전자는 저 멀리서 세단 한 대가 미친 듯이 질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거리의 모든 차량이 잠시 정지한 틈을 타서, 차량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미친 듯이 질주했다.
차량이 지나가고 나자 프리덤이 다시 말했다.
-끝났습니다. 이제 정상적으로 운행하시면 됩니다.
"저 차 뭔데? 누가 타고 있었는데?"
-심장마비 환자입니다. 1초가 급한 사람이니, 주인님의 너그러운 양해를 바라겠습니다. 해당 행위는 긴급 피난이 적용되므로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겁니다.
이한결과 동료는 현장을 향해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200미터가 넘는 거리였지만 평소단련된 체력 덕분에 전력 질주를 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요! 무조건 멈춰요!"
갑작스럽게 웬 남자 한 명이 나타나서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
둘은 당황했지만 돌아서 비켜가려고 했고, 남자는 옷자락까지 잡으면서 둘을 붙잡았다.
"이봐요! 갑자기 왜 이럽니까! 우린 지금 급히 가봐야 할……!"
"그 환자가 지금 여기 옵니다!"
"…네?"
"뭐라고요?"
"두 분이 보러 가는 환자가 지금 여기 온다고요! 여기서 기다려요!"
"……?"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이한결과 동료는 어리둥절했다.
스마트폰을 꺼내자 프리덤이 쏜살처럼 말했다.
-두 분이 제 목소리를 듣지 못하셔서 진행 방향에 있는 이용자분에게 부탁해서 일단 정지한 겁니다.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야, 프리덤. 내 역할은 끝난 거냐? 그럼 이제 가도 되지?"
-예, 가셔도 됩니다. 감사했습니다.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던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유히 사라졌다.
바로 그때 차량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와서 두 사람이 있는 곳에 멈춰세웠다.
-조수석에 환자가 타고 있습니다.
뒷좌석에는 제세동기가 실려 있습니다. 구급차는 현재 목적지를 바꿔서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2분 30초 안으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두 사람은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실신한 오철현을 꺼내서 땅바닥에 눕히고, 곧장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