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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28화 (228/1,270)

프랜차이즈 갓 228화

56장 재물운의 반작용(3)

오철현이 뭐라고 말을 할 틈도 없이, 하수영은 자기 할 말만 빠르게 쏟아내었다.

-애초에 출시 계약을 할 때부터 이용자들이 개인비서로만 쓸 수 있도록 합의했잖습니까.

"하지만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발탁되면 많은 이용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원도 크게 받을 수 있고요."

-그리고 그 이상으로 큰 귀찮음과 감시가 따르겠죠. 정부기관과 얽히면 보통 그렇잖아요.

"수영 씨……."

오철현이 설득을 하려는 찰나, 박덕준이 손가락에 입을 가져다대며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무조건 알았다고 해.'

'네? 하지만…….'

'작은 거 탐하다가 큰 걸 잃을 거야? 무조건 알았다고 해!'

큰 것은 바로 하수영과의 인연을 뜻한다.

오철현은 몹시 안타까웠지만 하수영이 '취미로 코딩을 하는 건물주'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래, 여기서는 박덕준의 말대로 물러나는 게 맞다.

"알겠습니다. 그럼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네, 프리덤은 어디까지나 개인비서 지원 인공지능입니다. 저번 태풍재난 때처럼 도의적으로 정부를 돕는 것은 좋지만, 정식 거래는 안 됩니다.

그렇게 통화가 마무리됐고, 오철현은 못내 아쉬워서 한숨을 뱉었다.

"아무래도 우리 개발자가 정부와는 선을 긋고 싶어 하는 눈치 같은데."

"혹시 현 정부 정책 때문에 임대업에서 뭔가 손해를 본 게 있을까요?"

"있지. 왜 없어. 이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상가부동산 취득세 올렸잖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수영 씨 상가 건물들 구입하면서 취득세 만만치 않게 뜯겼을걸?"

"별로 좋아할 수가 없겠네요."

"기업 프렌들리 정책 펼친답시고 이것저것 기업 위주 정책 펼치다 보니 하나쯤은 생색내기로 견제 정책도 끼워 넣어야 했는데, 수영 씨가 거기에 딱 안 좋게 걸린 거지."

"억울할 만하네요. 다른 부자들은 다 좋은 일 시켜줘 놓고 자기한테만 손해 끼쳤으니."

"농산물을 부가세 면세품목에서 제외하는 정책도 추진했었지, 아마? 농민들 반대에 부딪쳐서 결국 철회했지만, 웃긴 건 그 농민들이 경제살린다는 말에 대대적으로 지지했었지."

"농산물까지요? 수영 씨 입장에서는 정말 눈엣가시 같은 정권이겠어요."

박덕준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어쨌든 간에 수영 씨가 안 한다고 했으니까 설득하려고 하지 말자."

"아쉽긴 하지만 그게 맞는 거겠죠."

"그래, 황금알 펑펑 낳는 오리 배에 칼 대지 말자고."

"거위 아니었어요?"

행안부 소속 기철원 차관은 거절통보를 받았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런 전개는 이미 예상했던 수준이었다.

"혹시 대가가 탐탁지 않아서 그러신 거라면, 얼마든지 협의 여지가 있습니다."

기철원 차관은 선심을 쓰듯이 그렇게 말했다.

"프리덤 인공지능을 아예 정식으로 행안부 재난관리통제 시스템 틀로 편입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프리덤 AI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구매하려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시스템 자체를 공급받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정부기관이 필요한 비품을 개별적으로 사서 오는 것이냐, 아니면 주기적인 공급 계약을 맺느냐, 그런 차이와 비슷하다.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네. 그냥 돈 아끼고 싶었다고 솔직히 말을 하면 될 것을.'

오철현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물론 겉으로는 정중하면서도 비장한 표정을 유지했다.

"죄송합니다만, 프리덤은 우리도 개발자와 공급 계약을 통해서 제공받고 있습니다. 프리덤은 우리 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이 아니라서 소유권도 없습니다."

"하지만 귀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이른바 유통업체입니다. 제품을 직접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 개발 주체를 설득해 주셔야지요."

"이미 설득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거절이라고요?"

"네, 개발자는 어디까지나 개인비서로 만든 프로그램이기에 그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하, 정부에서 재난통제 플랫폼으로 정식으로 도입하겠다고 하는데도 말입니까?"

처음 미팅할 때는 그런 말을 안하지 않았나?

그냥 1,000개 정도만 구매해서 공무에 사용할 테니, 프리덤에 걸린 제한을 풀어달라고만 했던 거 같은데.

"프리덤에 걸린 제한은 단순한 제한이 아니라 근본적인 설계 명제입니다. 그것을 뜯어고칠 수는 없습니다. 설계 명제를 변경하게 된다면 시스템 자체가 꼬여 버립니다."

"허…… 그게 무슨…"

"아예 처음부터 다시 새로 만드는 게 훨씬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프로그램 수정을 통해서 정부에서 활용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안 된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하지만 겨울 태풍 때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프리덤들은 재난 억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습니까?"

"어디까지나 매우 긴급한 예외적인 상황이었고, 다행히도 인공지능 오류나 오판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을 뿐입니다. 개발자는 다음에도 그러한 상황에서 프리덤이 오판을 내리지 않는다고 보장해 줄 수 없는 입장입니다."

오철현은 리스크를 거듭 강조했다.

"설계 목적에서 벗어난 용도로 자꾸 사용하게 될 경우 사고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프리덤은 개인비서 역할만 수행하려고 하는 겁니다."

기철원 차관은 말문이 막혔다.

설계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다는 데, 더 이상 따지고 들 명분이 없었다.

"예산을 얼마든지 지원하겠다, 그런 제안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군요."

"네, 돈으로 해결 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기술의 한계라서요."

오철현은 아예 그런 식으로 쐐기를 박았다.

사전에 하수영한테 양해를 구한 거절 명분이기도 했다.

액수가 마음에 안 들어서, 라고 한다면 정부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혹은 그럼 돈을 맞춰줄 테니 어디 한 번 수정을 해보라고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오철현은 다른 말이 나오지 않게 원천적으로 봉쇄를 한 것이다.

"그럼 정부 전용 시스템으로 사용 할 수 있도록 공무용 버전 프리덤을 개발해 주십시오."

오철현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오냐, 그 말이 나올 줄 미리 알고 있었다!

"제가 안 그래도 개발자한테 그 이야기도 했습니다만, 거절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거절이라고요?"

"네, 굳이 머리 아픈 개발 작업에 매달리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지금 개발자가 따로 본업도 있어서 다른 데 신경을 할애할 여유가 없고요."

"본업이라고요? 그게 뭡니까?"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사생활이라서 제대로 캐묻지 않았거든요."

"……."

"그리고 개발자가 우리 회사에서 매달 받아가는 돈이 1조가 훨씬 넘습니다."

"1조라고요? 매달?"

기철원 차관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오철현은 순간 그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프리덤 한 달 매출이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네, 프리덤 하나로 매달 그만한 수익을 올리는데, 골치 아픈 일에 매달리고 싶겠습니까? 저라도 다 때 려치우고 바로 은퇴해서 생을 즐길 거 같네요."

"……."

기철원은 충격을 받은 듯 할 말을 잃었다가,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직접 만나서 설득해 보겠습니다. 연락처라도 주시지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정부에 알려 줘도 된다고 허락받은 연락처가 있습니다. 여기로 연락하시면 될 겁니다."

오철현은 하수영이 허락한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실비아컴퍼니를 나선 기철원 차관은 휴민트타워 빌딩 1층 로비에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배터리가 나갔나? 나중에 다시 전화해야겠어."

기철원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폰을 집어넣었고, 수행원을 향해 말했다.

"프리덤 개발자 본업이 뭔지 한 번 알아봐. 실비아컴퍼니에 행안부 이름으로 거래 내역 제출 명령을 내리면 기본적인 인적사항은 나올 거야. 보니까 공문 없이는 제대로 협조를 안 해줄 눈치던데."

"알겠습니다, 차관님."

"그런 IT 실력자가 무슨 본업이 따로 있어. 되도 않는 거짓말이나 치고…… 실비아도 좀 컸다고 목이 뻣뻣한 게, 안 되겠어. 장관님께 건의해서 한 번 손을 봐주던가 해야지."

로비를 나서는데, 정문 앞에 흰색의 거대한 캠핑트레일러가 정차했다.

젊은 빌딩 경비원 남자 둘이 캠핑카를 향해 헐레벌떡 달려갔다.

"사장님,나오셨습니까."

'사장님?'

기철원은 뭔가 싶어 눈을 돌렸다가,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 내리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

"빌딩 중앙관리시스템이 조금 불안정하다고 들어서요. 그거 손보려고 왔습니다."

"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빌딩관리대행업체 대표인가 보네. 근데 저렇게 새파랗게 젊은데 사람들이 굽실굽실하는 거 보면 실력이 꽤 있나 봐.'

"개발자 본업하고 인적사항 알아내는 대로 바로 보고해."

"네, 차관님."

"정말 아름다워."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섞인 금발의 중년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문 채 태연히 입을 열었다.

중년 남자의 앞에는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푸른 눈동자의 미녀가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맹세코, 난 이렇게 아름다운 코딩을 본 적이 없어."

"프리덤 모듈 공식 탈취에 성공한 해커는 아직까지 없지 않나요? 서버방어망이 정말 대단하다고 들었는데요."

"물론 프리덤의 본체는 스마트폰앱이 아니라 서버에 저장돼 있지. 내가 말하는 것은 이 프리덤 앱을 말하는 거야."

"이건 프리덤과 유저가 서로 대화하는 채널 창구, 즉 매개체일 뿐이잖아요."

실톡의 하위 기능인 프리덤은 어디까지나 스마트폰을 통해 프리덤 본체가 획득한 필요 정보를 전송하고, 프리덤의 발언을 전송받는 소통창구일 뿐이다.

즉 프리덤의 그림자이자 분신이다.

프리덤 장착 버전 실톡을 아무리 역코딩해서 분석해 봤자, 인공지능본체에 관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물론 실톡은 매개체일 뿐이지. 프리덤 본체 서버와 송수신을 주고받는, 하지만 그 코딩 수준이 정말 뛰어나."

"코딩 한 줄만 봐도 개발자의 실력을 알 수 있는 법이지.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천재야."

"그 정도인가요?"

"사실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이야. 단말기의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등 내부 장치를 통제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서버와 송수신을 하는 게 다인. 그런데 간단한 프로그램인데도 소름 끼치도록 치밀하고 예술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어."

"앤서니, 당신 같은 천재 프로그래머가 그렇게 극찬할 정도로군요."

"이 사람 앞에서 난 천재는커녕 프로그래머 수준에도 들지 못해."

앤서니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소문대로 프리덤은 이미 강인공지능, 인간처럼 스스로 창의 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AI일 수도 있겠어."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죠. 아직 프리덤의 설계 구조를 뜯어본 사람은 없으니까."

"개발자를 끌어들이려면 한두 푼으로는 되지 않을 텐데."

"우리 NS의 사내유보금이 얼마인지 잊었어요? 자그마치 2,500억 달러예요. 실탄은 충분하고도 넘쳐요."

"스마트폰 사업 한 번 거하게 말아먹었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군. 자네 보스에게 그렇게 전해 줘."

"스마트폰 사업을 부활할 게 아니에요."

"그럼 설마 차세대 윈드밀 OS 탑재용? 이런, 더 큰 비극이 있었군."

"…당신은 내가 설득하는 거나 옆에서 잘 도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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