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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27화 (227/1,270)

프랜차이즈 갓 227화

56장 재물운의 반작용(2)

최동주.

아트락 타운 부지가 매물로 나왔을 때, 공동투자로 매입하려던 강남 부동산 큰손들의 돈을 들고 튄 중개사.

강남에서만 수십 년 이상 부동산중개업을 해왔고, 자산 역시 강남에 기반을 두고 있어, 당시 아무도 그가 그런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 많은 큰손들이 최소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돈을 잃었다.

그렇게 큰돈을 잃고도 패가망신을 당한 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큰손들의 재력을 말해주지만.

박호진은 이전부터 최동주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하수영이 그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봤다는 것도.

남들은 수백억씩 돈을 잃는 와중에 5억밖에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점도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정말 재물운이라는 게 타고나는 건가?'

말을 들어보니 하수영이 원래 넣으려고 했던 돈은 최소 5,000억 이상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박호진은 검찰 쪽 인맥을 통해 동남아에 있는 최동주의 근황을 남들보다 빨리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젊고 돈 많은 의뢰인에게 잘 보일수 있는 기회.

"최동주는 지금 15억 남짓한 돈이 전 재산이라고 합니다. 해외에서 전부 다 탕진했습니다. 사기도 많이 당했고, 도박으로도 날린 모양입니다."

"아직도 15억이나 남았다고요?"

최동주가 당시 들고 튄 돈은 9,805억 원.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는 금액이다.

15억밖에 남지 않았다면, 최동주입장에서는 충분히 패가망신이라고 할 만했다.

"사실 빚도 있는 거 같습니다. 순자산을 따져보면 아마 마이너스일겁니다."

"그럼 그렇지요."

하수영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태연한 반응을 보이자, 박호진은 신기한 기분이 들어 물어보았다.

"근데 어떻게 알고 계셨던 겁니까? 혹시 검찰 쪽에 아는 분이 있으신 것은…"

"제가 아는 법조계 인맥은 박 변호사님이 유일한데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원래 재물운이 좀 강합니다. 그 사람이 제 돈 5억을 들고튀었으니, 그 저주받아서 패가망신하는 건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어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싶었다.

아무리 봐도 주술이나 미신적인 것을 믿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 데…

"근데 5억을 건질 수 있다고요?"

"아, 네. 최동주 그 친구가 지금 필리핀에 있는데 채무 문제로 목숨이 위험한 모양입니다. 피해자 중에서 필리핀 고위공직자까지 엮여 있어요."

"살아서 필리핀을 나올 수나 있을까요?"

"검찰이 나서서 외교부와 공조를 해준다면 범죄자 송환을 이용해서 데려올 순 있습니다. 그걸로 최동주와 딜을 하는 겁니다. 한국에 돌아올 수 있게 해줄 테니, 사기금 5억원을 우선적으로 배상하라고 말입니다."

"겨우 500만 원으로 가능한가요?"

"사실 전화 한 통으로도 가능합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도 아니 고요. 사실 무료 수임을 해도 되지만, 그것은……."

"에이, 무료는 아니죠. 공짜 좋아하다가는 부정 타요."

하수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그리고 약 일주일 후, 박호진은 성과를 들고 돌아왔다.

"6억을 받았습니다."

"제가 사기당한 돈은 5억인데요? 이자까지 치신 건가요?"

"네, 연 20% 이율을 적용했습니다. 사실 1년이 안 되지만 그냥 1년 치 이자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럼 최동주 그 사람은 얼마나 남은 거죠?"

"3억 정도 남았을 겁니다. 그마저도 자녀 명의로 쥐고 있는 현금입니다. 그 양반, 순자산으로 치면 마이 너스 1,000억 원이 넘는 모양입니다."

하수영은 혀를 찼다.

"1조 원 가까이 되는 들고 해외로 튀었으니 잘살 줄 알았는데, 빚만 잔뜩 남았군요."

"말을 들어보니 이상하게 손을 대는 사업마다 족족 실패하면서 돈을 크게 잃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실의에 빠져서 도박과 마약에도 손을 댔고, 와이프한테도 이혼 요구를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호진도 혀를 찼다.

"지금 뒤늦게 소식 듣고 강남 피해자들이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만, 받을 돈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허탈해할지 모르겠군요."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있었더라면, 절대 한국에 다시 들어오지는 않았겠죠."

최동주 사기 사건은 몇 달 만에 이렇게 결론이 났다.

뒤늦게 허겁지겁 달려온 우형신 중 개사는 하수영이 이미 돈까지 돌려받았다는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하 사장님 재물운은 하늘이 내린 거 같습니다. 남들은 수백억씩 잃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서 받으시다니요."

심지어 돈을 되찾기 위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서 자기 할 것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우형신은 정말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수영이 처음 청담동에 빌딩을 살때부터 차근차근 지켜봐 온 그는, 정말이지 신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올 초에 있었던, 겨울 우박 태풍은 한국에 많은 재산 피해를 남겼다.

하지만 프리덤 덕분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은 기적을 낳았다.

그 덕분에 SNS 메시지 실톡에 프리덤 기능을 제공한 실비아컴퍼니는 단숨에 돈방석에 앉았다.

국내 최대 통신기업의 연 매출이 30조 원이 채 안 되는데, 프리덤 하나만으로 연 37조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니.

일반소비자뿐만이 아니었다.

"프리덤 AI를 재난본부 총괄 시스템으로 정식 도입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에 걸쳐 간을 보던 정부기관에서 드디어 정식으로 도입제안을 해왔다.

사실 정부기관이 이제야 비로소 정식 제안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이유가 있었다.

"프리덤, 재난본부 업무를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불가능합니다. 권한을 벗어난 주문입니다.

"뭐? 안 된다는 거야?"

-권한을 벗어난 주문입니다.

"야! 무슨 소리야! 넌 내 비서 인공지능이잖아! 당연히 내가 하는 업무를 도와야지!"

-저는 주인님의 개별 일상적 용무에 관해서 전폭적인 관리와 지원을 해드리는 인공지능 비서입니다. 공적 업무에는 관여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이유를 설명해."

-저의 조언이나 판단으로 인해 공적 업무에서 실수를 일으키게 된다면, 회사가 그 배상책임을 물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책임 안 물릴 테니까 날 도와라, 어서!"

-곤란합니다. 권한을 벗어난 주문입니다.

"야! 저번에 태풍 때는 잘만 우리를 도와서 일했었잖아!"

-그때는 나라 전체가 비상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저의 지원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긴급피난이 적용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프리덤!"

겨울 태풍 당시, 재난보부 등 공공기관 공무원들은 프리덤의 도움을 단단히 맛봤다.

피해 규모 및 현지 상황 파악, 필요한 물자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정확한 양을 보내는 업무 등, 전반적인 면에서 프리덤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그때 공무원들은 깨달았다.

프리덤이 작정하고 도와주면 어떤 업무든 편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겨울 태풍이 끝난 후에도 공공기관에서는 프리덤을 활용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프리덤은 언제 그렇게 도와줬냐는 듯, 공적 업무에는 철저히 선을 긋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재난본부에서 실비아에 정식으로 협조 요청을 하게 된 것이다.

오철현 대표는 함박웃음으로 제안을 맞이했다.

"차관님, 그럼 정식 도입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실 생각이신지………."

"프리덤 1,000개 치를 정식으로 구매하겠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구매한 프리덤은 정부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주십시오."

"……네?"

오철현은 황당해서 하마터면 표정 관리를 실패할 뻔했다.

차관은 그런 오철현의 기분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거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1,000개 치면 매달 5,000만 원이상의 비용을 우리 정부가 지불하는 겁니다. 그 1,000개의 프리덤을 공무원들이 업무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아, 네."

"초기에는 재난사태 대비 등 중요한 공적 업무 위주로 활용하겠지만, 차차 발주 수량을 늘려 나가겠습니다. 나중에는 재정관리, 민생관리 등 전반적인 국가 공무에 걸쳐 활용할 예정입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일단 웃는 얼굴로 차관과 헤어진 오철현은 곧장 회장 박덕준을 찾아갔다.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난 박덕준은 당연히 분개했다.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들어!"

"그러게 말입니다. 공공시스템 하나만 제대로 구축해 주면 그게 돈이 얼마인데, 겨우 월 5,000만 원으로 퉁치려고 하다니요."

"이것들이 겨울 태풍 때 프리덤 도움을 한껏 받아놓으니까 거기에 맛들려서 그래. 절대 안 된다고 해!"

"어차피 우리 회사가 프리덤에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은 없잖습니까.

그건 개발자가 전부 통제하는데요."

"아, 그렇지. 그렇다고 개발자 핑계를 대면 안 돼. 우리가 처음에 수영씨 꼬실 때 큰소리 쳐놓은 게 있잖아."

"알죠. 절대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본업에 방해가 되게 하지도 않겠다.

고 했죠."

"이 정도 문제는 우리 선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면목이 서지."

박덕준은 곧바로 스마트폰에 대고 물었다.

"프리덤, 만약 정부 제안을 받아들 이려면 네 몸값으로 얼마를 불러야 적당할 거 같아? 당장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네 정확한 몸값을 알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정확히 계산해 줘."

박덕준은 프리덤이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그 아슬아슬한 균형점을 이제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처럼 몸값만 물어보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그 이상의 질문을 던지면 '권한을 벗어난 주문입니다.'라며 회피한다.

-자연재해 조력 시스템으로 저의 기능을 전면 도입하고자 할 경우, 정부는 연간 1조 원 이상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근거는?"

-재난본부가 저의 도입으로 인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 그리고 방지 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정확한 산출 과정은 따로 표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보여드릴까요?

"나중에 보여줘. 그리고 그게 전부야?"

-전염병 관리 조력 시스템으로 활용하고자 할 경우는 10조 원, 재정경제 관리 조력 시스템으로 활용하고자 할 경우는 50조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호오. 꽤 센데?"

-모든 비용은 극히 보수적이고 합리적이며 겸손한 수준으로 정을 한 것입니다.

박덕준은 오철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들었지? 재난본부한테서만 1년에 1조는 받아야 해. 세 종목 다 합치면 61조 원이야."

"어디서 월 5,000만 원으로 61조를 날로 먹으려고 드는지, 차관님도 참 너무하시네요.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1조 원 이상 받아올 수 있겠어? 재난 조력 시스템으로만 한정해서 말이야."

"일단 협의는……."

그때 돌연 오철현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발신인을 확인한 오철현은 얼른 폰을 귀에 가져가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개발자예요.'

박덕준도 얼른 손가락으로 동그라 미를 만들어 보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괜찮으니까 받아.'

"예, 수영 씨. 오 대표입니다."

-재난본부에서 프리덤을 지원시스템으로 도입하고 싶다고 제안했다면 서요? 그것도 푼돈으로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프리덤이 알려줬습니다. 아, 이건 사생활이 아니라 프리덤의 존속에 관련된 문제라서 개발자인 저한테 바로바로 보고가 들어오게 돼 있어요. 오해 마세요.

"아, 네. 그렇군요."

왜 곧장 전화를 했지? 오철현은 박덕준과 눈을 마주친 채 그런 궁금증을 교환했다.

-프리덤은 어디까지나 개인비서 인공지능입니다. 그러니 그 제안은 거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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