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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21화 (221/1,270)

프랜차이즈 갓 221화

55장 증식하는 테라리움(1)

간만에 상가 빌딩 매물 2개가 나왔다.

소식을 들은 하수영은 하던 일을 접어두고 곧바로 중개사 사무실로 달렸다.

"125억, 190억짜리 상가 빌딩입니다. 두 채 모두 주인이 같습니다. 주소는……."

"성곤 씨가 요즘 살림이 어렵다고 하더니, 결국 빌딩을 파는군요."

"엇, 매도인 이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빌딩 주소만 보면 알죠. 연예인 박성곤 씨 빌딩이잖아요, 이거."

"살림이 어렵다는 것은 또 어떻게?"

"그거야 인터넷 검색 조금만 하면 다 나오는 거죠. 빌딩에 담보도 상당히 잡혀 있고, 근래 재정 상황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대비하고 있었죠."

"대비요?"

"네, 이 분이 재정이 더 악화되면 청담 빌딩 2채를 현금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우형신 중개사는 혀를 내둘렀다.

청담동에 있는 모든 빌딩을 꿰뚫고 있다고 하는 게 과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걸 어떻게 다 외우고 계시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자꾸 매일 체크하니까 싫어도 암기가 되더라고요."

하수영은 픽 웃으며 덧붙였다.

"사실 불법적인 부분도 감수하면 빌딩 수집에 더 유용한 정보들도 확보해서 활용할 수 있지만…… 치트는 올바른 행위가 아니잖아요."

"……."

"그래서 정도만 걷고 있습니다. 일단은요. 아무튼 그래서 125억과 190억이라고요?"

"네, 이 정도면 상당한 급매입니다. 원래는 130억, 195억 정도는 받을 수 있는 빌딩입니다."

"5억씩 깎아서 내놓을 정도면 급하긴 엄청 급하셨나 보네요. 청담동부동산이 현금화가 얼마나 잘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다른 큰 손들도 지금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고 있습니다."

"이미 가계약이 되었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죠?"

"아유, 아닙니다. 제가 그쪽에 이미 말을 해뒀습니다. 계약이든 가계약이든 딴 데와 하기 전에, 일단 우리와 이야기는 한 번 해보라고 말입니다."

"지금 바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네, 뭐라고 할까요?"

"일시불 구매 가능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래도 최소 이틀 텀은 잡아야 할 겁니다. 그쪽에서 매도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니까요."

"아무튼 진행해 주세요."

우형신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몇 분간 통화를 하고 난 우형신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오늘 바로 소유권 이전 신청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요?"

"네, 매도인 측은 이미 필요 서류를 다 구비해 놨답니다. 지금 바로 오라고 할까요?"

"그렇게 하죠. 저도 필요 서류는 항상 준비돼 있으니까요."

언제 어느 때 빌딩이 굴러들어올지 모르는 일이라, 하수영은 인감증명서 및 인감을 비롯한 계약에 필요한 서류 및 물품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매도인 박성곤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서 중개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핼쑥한 안색을 보니 그동안 악화된 재정 때문에 힘들어했던 게 눈에 훤히 보인다.

"이분이 매수인이십니다. 청담에서 가장 큰 임대법인을 운영하시는 분입니다."

"이렇게 젊은 분이요?"

연예인 박성곤은 하수영을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놀라워했다.

아무리 봐도 스무 살이 갓 넘은 젊은이가 청담에서 알아주는 큰손이라니.

허풍이 심해도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휴민트타워 아시죠? 얼마 전 8,000억 원에 거래된."

"네. 아, 설마?"

"네, 그것도 이분 소유입니다. 그때도 현금 일시불로 곧장 사들이셨죠."

"세상에……."

박성곤은 반신반의하면서 계약서를 체결했다.

양측의 중개사가 서류를 작성하고 인감을 찍고 꼼꼼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근저당과 소유권 이전은 오늘 바로 정리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거래가 하루만 늦어져도 여기저기 이자로 빠져나가는 돈이 상당했거든요. 이제 한 시름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넷은 같이 은행을 방문해서 채무를 완납한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럼 저는 등기소로 가보겠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챙긴 법무사가 근저당 말소 및 소유권 이전 신청을 위해서 먼저 출발했다.

"이제 영화에만 전념하면 될 거 같습니다."

"무슨 영화 찍으시나요?"

"정태오 감독님 신작에 출연 중입니다. 주연은 아니고 준주연급이지만요."

"아, 그 영화요? 저도 거기 소소하게 30억 투자했는데."

순간 박성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30억이 소소하다고?

무슨 여행 기념품을 산 것처럼 가볍게 말하는 억양에, 뭔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저희 영화에 투자하셨다고요?"

"네, 장효주 배우 소개로 투자했습니다. 아, 장효주 배우가 저희 회사 CF 모델이거든요. 그래서 겸사겸사 인연이 있어요."

"허…… 투자자셨군요. 몰라 돼서 죄송합니다."

"제가 투자했으니 그 영화 잘될 겁니다. 천만은 가볍게 넘을 거예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연기에만 전념하세요."

"덕담 정말 감사합니다."

부동산 거래를 마친 하수영은 다시금 수영오세안이 있는 3호기 빌딩으로 향했다.

운전하던 중 그는 익숙한 번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네, 하수영입니다. 마케미야 대표님."

-하 대표,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물론이죠. 대표님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에 농작물들도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허허, 굳이 그렇게 하 대표 본업이 농업이라는 걸 강조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볍게 주고받다가 마케미야가 진중한 목소리로 본론을 꺼냈다.

-조만간 직접 만날 수 있을까요? 진지하게 논의할 게 있습니다. 사업이야기입니다.

"사업이요? 마케미야 대표님이 한국에서 저와 같이 사업할 만한 게…… 짚이는 게 없는데요."

-송이버섯 이야기입니다. 만나서 논의합시다. 언제가 편하겠습니까?

"저야 지금 당장도 괜찮습니다만."

-마침 저도 서울입니다. 장소만 알려주면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뭐 때문에 이러지?'

하수영은 일단 3호기 빌딩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마케미야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방문했다. 그는 수행원 둘을 거느린 채였다.

하수영은 마케미야를 수영오세안으로 안내했다.

세계적 재벌인 그에게는 누추하기 그지없는 곳이지만, 둘 다 개의치 않았다.

"송이버섯의 일본 유통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유통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만한 물량을 채취하기는 힘듭니다. 비아시아권에서 송이버섯은 그리 인기 있는 품종도 아니고요."

"식자재로 유통하려는 게 아닙니다. 건강보조식품으로 유통하고자 합니다."

마케미야는 자신이 확인한 송이버섯의 효능, JM식품 정재민 오너와 가진 이야기 등을 자세히 말해주었다.

'엘릭서로 키운 송이에 그런 효능이 있었구나.'

"특정 질병을 완치하는 만능치료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면역력을 포함해서 신체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강력한 항상성 효과를 갖고 있어요."

"건강보조식품으로는 딱이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마케팅만 제대로 하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를 넘어설 수 있을 겁니다."

"아, 작년에 200억 달러 넘게 매출올린 그거요."

마케미야는 1위 의약품의 매출액을 언급하면서도 전혀 놀라지 않는 하수영의 표정에 주목했다.

'역시 범상치 않은 친구야. 그러니 저렇게 크게 사업에 성공했지.'

'이걸 해야 하나? 하, 의약품 시장에는 함부로 발을 들이미는 게 아닌데…….'

이번 생은 석유, 에너지, 컴퓨터, 반도체, 통신, 의학, 군수산업은 쳐다보지도 않으려고 했다.

온갖 인간의 욕망과 이익, 이해관계가 얽힌 복마전 같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국내 정유업계에는 간접적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지만, 전 세계 의약품 시장?

'일단 정식 의약품이 아니라 건강보조식품이긴 한데…….'

의약품으로 내놓자고 하면 칼같이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조'식품이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 자신의 소원이 무엇이었나?

먹거리와 임대 사업으로 보람차고 재미난 힐링 라이프를 즐겨보자는 것 아니었나?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실 겁니까?"

마케미야는 희색이 되어 설명했다.

"생산과 포장, 유통은 JM식품이 맡아서 진행할 겁니다. 그 회사도 건강보조식품을 다루고 있어서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네, 시간 절약은 중요하죠."

"물론 별개의 법인을 세워서 진행합니다. 프라임컴퍼니와 유사한 형태로 하면 되겠군요. 주주로 참여는 하되 경영은 신경 끄고 버섯만 공급하면 됩니다."

"제 지분은 얼마나 되죠?"

"70%를 드리죠. 제가 30%를 갖습니다. 대신 모든 자본금과 생산, 유통, 마케팅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하 대표는 그저 버섯만 공급하면 됩니다. 당연히 버섯 매입대금도 별도로 지불합니다."

건강식품회사 주주 하수영과 건강식품회사 법인은 엄연히 별개의 존재이기 때문에, 버섯을 공급하더라도 매입 대금은 당연히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어디까지나 건강보조식품 안에서만 진행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의약품 쪽으로 빠지게 되면 골치 아파질 거 같아서요."

"물론입니다. 효능이야 확인되지만, 의학적으로 기작 과정을 입증할 수가 없습니다. 의약품으로는 절대 못팝니다."

"저와 생각이 같으시니 다행입니다."

구두로 약속을 맺은 뒤, 마케미야는 호탕하게 웃으며 골든벨을 울렸다.

현재 가게에서 참치회를 먹고 있던 손님들의 모든 테이블을 기꺼이 계산한 것이다.

손님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다가, 마케미야가 크게 웃으며 늦둥이 딸이 생겨서 그렇다고 둘러대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 * *

마케미야와 헤어진 하수영은 생각에 잠겼다.

'송이버섯에 건강 증진 효능이 있었을 줄이야…….'

엘릭서로 재배하는 것은 크게 다섯가지다.

송이버섯, 황금비단우산버섯, 골든 트러플, 고추, 그리고 밀이 있다.

송이버섯은 건강 증진, 고추는 중독적인 맛을 자랑한다.

그럼 남은 세 가지는 무슨 효능이 있을까?

"굳이 알아보기도 귀찮아. 뭐, 나중에 차차 나오겠지."

하수영은 손을 탈탈 털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송이보다 더 강력한 효과는 없겠네. 송이 키울 때 엘릭서를 가장 많이 썼으니까."

현재 경기도 신축 농장에서는 황금비단우산버섯, 고추, 밀을 중점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송이버섯과 골든 트러플은 더 이상 재배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소량생산한다.

"농장 확장해야겠구나. 바로 옆에 미리 땅 사두기를 잘했네."

경기도 신축 농장은 시멘트벽과 강화유리 천장으로 조성된, 완전 자동화 실내농장이다.

하수영이 붙인 이름은 테라리움.

"드디어 테라리움 1호기를 지을 때가 됐구나."

-아들, 프랜차이즈 갓 수련은 언제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틈틈이 머리 식힐 겸 농사짓는 거 가지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아버지."

-…….

"입시공부도 머리 식히고 컨디션조절해 가면서 해야 좋은 대학에 붙는 겁니다. 그보다 훨씬 어려운 입신공부는 말할 것도 없죠.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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