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220화
54장 건물주는 개발자(3)
주희도는 일본에서 온 손님을 만나고 있었다.
이름은 도우야 히데키, 바로 일본의 초밥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온 손님이었다.
전국적으로 가맹점 개수만 120개에 달하는 대형 초밥 프랜차이즈 회사로, 일본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초밥 브랜드였다.
"통영에서 양식하는 수영참치의 도매 공급을 원합니다."
통역가를 사이에 두고, 한일 간의 참치 비즈니스 협상이 시작되었다.
주희도의 임무는 하수영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가맹점 총괄이다.
참치 도급 거래 계약은 엄밀히 말해서 그의 업무가 아니다.
이런 제안이 있었다, 라고 하수영에게 전달하면 그뿐이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 온 손님을 기꺼이 반겼다.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 양식 참다랑어의 수량이 그리 충분하지 않습니다. 일본 수출은커녕,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그거야 가격으로 해결하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
"수영참치가 현재 킬로당 5천 엔정도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3배의 가격에 매입할 수 있습니다."
"양식장은 우리 자체 프랜차이즈브랜드를 띄우기 위해서 운영하는 겁니다. 참치 가맹점 운영이 주요 사업이지, 참치 도매업이 본업은 아닙니다."
"이번에 양식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참다랑어는 엄밀히 말해 일본에서 더 많이 소비를 하고, 또 인기가 많은 식자재입니다."
한 번 발을 빼보았는데, 상대는 양 식장 투자 확장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당장은 소량만 판매하셔도 좋습니다. 차근차근 거래를 통해 서로 간에 신뢰와 실적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귀사도 일본에 참다랑어를 수출할 때 좀 더 편하지 않겠습니까."
"내수 판매용을 제외한 여유분 출하량은 수출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주희도는 긍정적인 대답을 주었다.
"그리고 프리미엄 참다랑어 말입니다."
"아, 그건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천 마리에 한 마리가 나올까 말까 한 개체여서요."
"그건 알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참치는 나오는 족족 경매로 판매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구입을 원하신다면 경매에 참석하시면 됩니다."
"반드시 경매로만 참석해야 합니까? 값은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주희도는 가벼운 웃음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같은 제안을 하시는 분들이 여럿 있으셔서요. 그분들도 우리의 고객이십니다."
"음……."
"얼마든지 내겠다는 제안자가 여럿이라면 결국 경매로 진행하는 게 가장 깔끔하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경매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저희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릴 예정입니다만,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경매 일정을 따로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일정을 알려 주십시오. 아까드린 명함으로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양식 참치 수출은 타결, 프리미엄등급은 경매에 참가.
그렇게 한국 출장 성과를 거둔 도우야 히데키는 비로소 표정에 편안한 기색이 깃들었다.
"그런데 참치 양식하면 일본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 아닙니까? 그 외 국가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고 말입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헌데 어떻게 우리 수영오세안을 알고 여기까지 찾아오신 건지 놀랍습니다."
"지금 일본의 참치 시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중금속 청정 양식 참치가 나왔다는 소식 때문에 말입니다."
"그 정도인가요?"
"네, 물론 절반 이상은 한국의 식약처 인증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원래 나라를 가리지 않고 정부라는 게 못믿을 기관이라지만, 생선 중금속 함유량 인증 같은 것을 거짓으로 속이진 못하죠."
도우야 히데키는 겸연쩍어하며 덧붙였다.
"사실은 수영참치를 따로 챙겨서 일본에서 중금속 검사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청담 본점을 방문하신 적이 있나 보군요."
"청담 본점은 아니고, 서해호텔 뷔페에서 먹고 포장을 해온 적은 있습니다. 혹시 언짢으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 아니겠습니까."
주희도가 자신 있게 말하자 도우야 히데키의 표정에서도 멋쩍은 기색이 사라졌다.
도우야 히데키와 미팅을 끝낸 주희도는 부하인 함정배 이사를 호출해서 상담 내용을 정리했다.
"그럼 수영참치가 일본까지 진출하는 겁니까?"
"일반은 맛보기로만, 지금 양식장규모로는 본격적인 진출은 어려워. 겨우 4천 마리밖에 안 되니까."
"치어 3만 마리 들여온다면서요."
"그래 봐야 일본 전체 참치 양식장규모에 비하면 1%나 될까 말까 모르겠네."
"그 동네야 참치가 워낙 인기가 많으니까요. 참치 양식에도 오랫동안 투자했고요."
주희도는 수영레스토랑과 수영오세안의 모든 매출 내역을 살폈다.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어. 특히 수영라면이 배달까지 진출한 게 컸어."
"저도 저렴이 버전은 자주 시켜 먹습니다. 한 번 수영라면을 먹으면 다른 라면은 못 먹겠더라고요. 황비버섯라면 말고는요."
함정배 이사는 문득 실소를 흘렸다.
"그나저나 프라임컴퍼니에서 수영라면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겠네요. 라면 시장을 평정했다고 생각했는데,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거 아닙니까?"
"1,800원, 1,400원에 팔리는 인스턴트라면하고 만 원이 넘는 배달라면이 비교가 되나. 둘은 애초에 공략 시장 자체가 달라."
"그래도 똑같은 라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경쟁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지, 황비버섯라면은 값싼 인스턴트 라면이나 식품하고 경쟁을 하는 거고, 수영라면은 배달 치킨이나 족발하고 경쟁을 하는 건데."
"아, 그게 더 맞는 거 같네요. 제가 생각이 조금 짧았습니다."
주희도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둘 다 어차피 한 식구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몰랐어? 하수영 사장님이 프라임컴퍼니 오너잖아."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사실이야."
함정배 이사는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하다가 탄성을 뱉었다.
"와, 장난 아니네요. 프라임컴퍼니가 황비라면 하나만 가지고 연 매출 3조를 찍느니 마느니 하는 수준인데, 그 회사 오너라니……."
"직접 농장도 따로 갖고 있어서 거기서 황비버섯을 키워서 자기 회사에만 판다잖아."
"황금비단우산버섯 재배단가 인하도 그런 하수영 대표님이 직접 해낸 겁니까?"
"그렇다고 하던데. 원래는 농업 전문가래. 부친께서 미국에서 알아주는 농업 박사라고 들은 거 같아."
"정말 대단…… 잠깐만요. 근데 프라임컴퍼니가 우리나라 정유업에도 진출하지 않았었나요?"
"JS칼텍스와 제휴를 맺었지. 그쪽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몰라."
"아니, 라면 만드는 회사가 대체무슨 인맥이 있어서 정유업까지 진출을 한 겁니까?"
주희도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들 아나? 서희 소개로 알게 된 분인데 참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대단한 사람이야."
***
"내가 작년부터 줄곧 테스트했다. 효능은 확실해. 기술적으로 증명이 안 될 뿐이지."
마케미야는 진중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만성적인 요도통 때문에 고생한 거 알지?"
"알지. 언제부터는 그 이야기 안하던데."
"지금은 깨끗이 나았어. 오래됐다."
"그게 그 송이버섯 덕분이라고? 어떻게 확신한다는 거냐?"
정재민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이었다.
"송이버섯을 사흘만 끊어도 요도통이 바로 귀신같이 재발한다."
"……."
"여러 번 검증을 통해 확인했다. 송이버섯이 내 요도통을 낫게 해줬어. 완치 개념은 아니지만 재발하지 않도록 완전히 억제하고 있어."
마케미야는 열의를 띠고 설명을 계속했다.
"너도 알잖냐. 존스홉킨스에서도 원인이 뭔지조차 알아내지 못했어. 그저 술 끊고, 운동하고, 진통제나 꾸준히 먹으라는 처방만 내렸지."
"……."
"그게 씻은 듯이 사라졌어. 지금도 송이버섯을 끊으면 사흘 만에 정확히 재발해."
"그 정도만으로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다는 것은 조금……."
"내 친구들에게도 꾸준히 나눠주며 체크했다. 특정한 질병을 낫게 하지는 못해. 하지만 만성적인 질환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걸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어떤데?"
"일단 혈압과 당 수치, 체중이 정상 수준에 가깝게 돌아온다. 만성편두통 같은 것도 증세가 사라지거나 완화되고, 전반적으로 몸 전체가 건강해지는 걸 확인했어. 그리고 이건 조금 민망한 이야기인데……."
마케미야가 살짝 주저하자 정재민은 의아해서 기다렸다.
이윽고 마케미야가 입을 열었다.
"진석이, 올해에 오빠 된다."
"진짜야? 축하한다. 네가 그렇게 딸딸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에는…… 아니, 잠깐만?"
딸이 생겼다는 소식에 자기 일처럼 축하해 주던 정재민은 불현듯 놓치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고는 사색이 되었다.
"너, 외도했냐? 다른 데서 아이 만든 거냐?"
"그럴 리가 있겠냐. 내가 그 문제만큼은 철저한 거 알잖냐."
"제수씨 분명히 재작년에 호르몬이상 증세로 조기폐경 왔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설마?"
"우리 와이프, 늦둥이 가졌다. 송이 버섯 꾸준히 먹으니까 생리 다시 시작하더라."
경악해서 입을 다물고 있던 정재민은 힘들게 내뱉었다.
"……이게 말이 되냐. 이 정도면 건강보조식품 수준이라고 할 수가 없잖아."
"말했잖아. 마음 같아서는 만병통치약 의약품으로 팔고 싶을 정도라고, 근데 입증이 안 돼. 아무리 성분 조사를 해봐도 그냥 평범한 송이 버섯일 뿐이었다."
정재민은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마케미야는 천문학적인 자산을 가진 사업가다. 손을 대는 사업마다 성공하지 않은 게 없었다.
그런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이가 효능을 허투루 확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성분 입증이 안 되느니만큼, 더욱더 철저하게 관찰을 했을 것이다.
"몇 명한테 시험했는데?"
"보안 유지를 위해서 정말 친한 20명만. 그 친구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들이 몸소 느끼고, 나한테 송이버섯을 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
"버섯 원형 그대로 준 거냐?"
"아니, 농축해서 원액 형태로 줬다. 몸에 좋은 식품이라고 하면서 말이지."
"나름 보안은 신경 썼네."
"어, 친구들은 내가 의약산업에 진출하는 줄 알고 있다. 이건 시제품건강보조식품이라 생각하고 있고."
"근데 왜 나한테 먼저 말을 하는 거냐? 당연히 하수영 대표한테 먼저 제안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돈이 있고, 넌 공장이 있어. 너와 내가 손잡으면 당장 다음 달이라도 출시할 수 있잖아. 완벽하게 세팅을 해놓고 말을 꺼내야 하수영대표도 기꺼이 승낙할 거 아니냐."
친구의 철저한 준비 태도에 정재민은 실소만 흘렸다.
"너는 생산 라인, 나는 돈, 그리고 하수영 대표는 송이버섯을 투자하는 거야. 이거 돈 된다."
"네가 돈 된다고 말할 정도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겠네. 좋아, 이런 좋은 일에 끼워주는 건데 나도 감사하게 참가해야지."
정재민은 문득 우려된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하수영 대표가 하려고 할까?
나 같으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내가 바닥부터 직접 모든 걸 진행할 거 같은데."
"하 대표는 청담동 건물 수집에 바쁜 친구야. 이런 소일거리에 신경을 분산할 마음이 없을 거다. 우리가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서 해준다면 오히려 좋아할걸?"
정재민은 불현듯 프라임컴퍼니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떠올리고는, 공감한다는 듯이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