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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19화 (219/1,270)

프랜차이즈 갓 219화

54장 건물주는 개발자(2)

박서훈 대리는 화들짝 놀라서 다시 살폈다.

그는 경력직 채용으로 실비아컴퍼니에 들어온 지 이제 석 달밖에 안됐다.

그래서 자세한 회사 사정은 알지 못했지만(예컨대 눈앞의 청년이 프리덤 개발자라는 것), 이 빌딩이 얼마짜리인지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젊다고?'

8,000억에 거래된 빌딩주가 이렇게 젊을 줄이야.

아니, 그보다 왜 직접 저런 카트를 끌고 있어?

"떡 하나 드셔보세요. 이거 제 농장에서 직접 키운 쌀로 찐 떡입니다."

"농장이라고요?"

"네, 본업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서요. 물론 가축도 키웁니다만."

박서훈은 반신반의한 채 하수영이 건넨 작은 종이박스를 받아 안에 든 떡을 삼켰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이거 엄청 맛있는데요? 제가 원래 떡은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건 정말이지……!"

'맛있을 수밖에 없지. 엘릭서로 키운 쌀로 빚은 떡인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날, 사무실 정리에 바쁜 실비아컴퍼니 직원들은 하수영이 카트를 끌고 다니며 돌리는 떡을 하나씩 맛봤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오철현 대표가 부랴부랴 하수영을 만나기 위해 내려왔다.

"아니, 수영 씨. 무슨 직접 떡을 다 돌리고 그러세요. 이런 건 원래 이사 온 저희가 돌려야죠."

"요즘 같은 불경기에 공실도 넘쳐 나는데, 깔끔하게 전부 없애 주신 귀중한 임차인이잖아요. 제가 감사하는 마음에 돌리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떡보다는 프리덤 기능 확장을 구현해 주시는 게 훨씬 좋은데요."

하수영은 웃는 얼굴로 쐐기를 박았다.

"프리덤은 지금이 한계입니다. 여기서 더 기능 확장을 하려면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해요. 근데 제가 AI 업그레이드에 쏟을 시간이 없어서요."

오철현은 아쉬워서 입맛을 다셨다.

그는 최근 프리덤을 전문 분야 보조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하수영을 설득하는 데 노력 중이었다.

개인 비서를 넘어서서 의학, 과학등 전문 분야에서 서포터로 활용할 수 있다면, 프리덤의 가치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여러 산업들도 발달할 수 있고, 하지만 하수영은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처음부터 단단히 못을 박은 상태였다.

'지금 프리덤을 구현한 지능 알고리즘을 보면 전문 분야를 공부하고 보조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수영 씨는 왜 그런 식으로 활용하려고 하지 않는 거지?'

하수영이 허락을 하지 않으면 애초에 소용이 없다.

지금도 많은 이용자들이 프리덤한테 자기 전문 연구 분야에 관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진다.

하지만 프리덤은 권한을 벗어난 영역이라며, 철저히 대답을 거부하고 있었다.

"어떻게, 빌딩은 마음에 드십니까?"

"솔직히 전 위치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아무래도 제가 서울 사람이다보니."

"그래도 세금은 경기도에 내시죠?"

"그렇죠. 서류상으로 여기 사무실은 저희가 일을 하는 출장소 개념이라서요. 법적으로 저희는 판교 회사입니다."

오철현은 직원 몇 명을 불러서 아예 카트를 맡겨 버리고, 하수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해전자에서 프리덤을 눈독 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모로 골치입니다."

"그거 이현덕 부회장한테 회사 지지 분 조금 넘기고 정리된 거 아니었습니까?"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이번 겨울 태풍 때 프리덤이 정말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밥값 정도는 했죠. 녀석이 처먹는 전기를 생각하면 어휴. 그 전기료만 모아도 청담동에 빌딩 열 채는 더 상겠네요."

"……하하."

하수영의 농담에 오철현은 거품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애플, 구글 같은 기업에서도 계속 공격적인 구애가 오고 있어요. 회사 입장에서야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합니다. 저희를 제치고 수영 씨한테 다이렉트로 연락이 가면 어쩌나 하고요."

"에이, 제가 프리덤으로 돈 벌 거였으면 작정하고 매일같이 코딩에만 매달렸을 겁니다. 하드웨어 퍼포먼스 높이려고 반도체 회사도 여럿 인수하고, 기술 개발에도 뛰어들었겠죠."

"수영 씨가 그리 말하니 농담처럼 안 들리는데요."

"전 지금 정도가 딱 좋습니다. 이번 생은 더 이상 과학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싶지 않네요. 기술의 발전이 꼭 평화만 가져다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

"코딩에 찌든 삶이 지쳐서 귀농이 생각나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적극적으로 도와드릴게요."

"뭔가 수영 씨는 엄청 치열하게 오래 살다가 다 질려서 은퇴한 노인 같아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힐링 라이프를 추구하는 건 맞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버섯이나 밀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평온해지는데요."

오철현은 안심했다.

적어도 프리덤을 글로벌 IT 기업에 뺏길 가능성은 크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나저나 이 빌딩에는 수영레스토랑 오픈 안 하시나요?"

"해야죠. 안 그래도 가맹점으로 낼지 아니면 직영점으로 할지 고민 중입니다."

현재 청담에는 수영레스토랑이 한 개뿐이다.

휴민트타워와 3호기 빌딩은 꽤나 떨어져 있는 터라, 매장 간 거리 유지 원칙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수영참치도 같이 오픈할 생각이니, 직원분들의 많은 애용 바랄게요."

"매일 가서 회식하겠습니다, 하하. 수영참치 오픈하면 혹시 서해호텔에서 했던 프리미엄 참치 해체 쇼 이벤트 가나요?"

"당연하죠."

"그 참치가 50kg에 2,500만 원이 넘는다면서요. 그럼 엄청 비싼 거 아닌가요?"

"그래 봐야 일본에 비하면 훨씬 쌉니다. 거기는 킬로당 40만 원이 넘는 것도 있고 막 그래요."

"아, 그렇군요."

오철현은 직접 하수영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무실 분위기를 구경시켜주었다.

일전에 방문했던 데이터센터와는 달리 아는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철현은 직원들 앞에서 일부러 하수영을 빌딩주라고만 소개했다. 프리덤 개발자라는 것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 제가 일본 시장에 진출할지도 모릅니다."

"일본이요?"

오철현은 잔뜩 긴장했다.

혹시 일본 IT 기업에서 무슨 좋은 제안이라도 온 것일까?

"네, 참치를 좀 팔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아, 참치요."

오철현은 순간 긴장감이 탁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일본 기업들이 프리덤 관련냄새를 맡은 것은 아닌지 걱정했는 데, 참치 이야기였을 줄이야.

"원래 일본인들이 참치라면 사족을 못 쓰지 않습니까. 무공해 참치라고 하니까 군침이 당기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기분이 별로 안 좋더라고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 글쎄. 그쪽에서 식약처 인증이 제대로 된 건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나 봐요. 아니, 품질 가지고 장난치는 것들이 누구인데, 감히 누가 누구를 의심하나요?"

"……."

"매입 값 몇 배로 쳐준다고 해서 솔깃했는데 그러는 거 보니까 마음에 안 들어서요. 이래도 거래를 해야 할까요? 아, 진짜 고민되네."

오철현은 지금까지 몰랐던 하수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돈 벌려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구나.'

임대업, 요식업, 농업 및 수산업.

그의 관심은 철저히 그쪽에만 맞춰져 있다는 것도,

***

마케미야는 오랜만에 서해호텔을 찾았다.

그는 서해호텔에 아예 1년 단위의 장기투숙 객실이 있었다.

거실과 방이 3개 딸린 스위트룸으로, 서울을 들를 때마다 언제든 편히 묵기 위해서 빌린 것이다.

객실에 들어서서 짐을 풀자 얼마 후 한식 총주방장 김효산이 찾아왔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응, 김 셰프, 그 무공해 참치 여기 들어온다면서? 지금 한 접시 먹어볼 수 있나?"

"네,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조금 이따가 내 친구가 한 명 올거야. 그 친구 오고 나서 올려주면 돼. 술은 소주, 후식으로는 수영라면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그가 겉옷을 벗는 동안, 개인 비서가 캐리어를 열어서 짐을 정리했다.

비서는 가장 먼저 밀봉된 송이버섯을 꺼내서 냉장고에 가지런히 넣었다.

"아, 그거 이리 하나 줘봐."

"네, 회장님."

비서는 송이버섯 한 팩을 공손히 내밀었고, 마케미야는 비닐을 뜯고 버섯을 꺼내 씹었다.

강렬한 향이 입안에 퍼지며 그윽한 감미를 남긴다.

"술 먹기 전 수영산 송이는 필수지."

평생 그를 괴롭혔던 고질적인 요도 통을 깔끔히 낫게 해준 특별한 송이 버섯.

100톤이 넘는 물량을 사둔 덕분에, 마케미야는 이제 평생 송이버섯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잠시 후 친구인 정재민이 도착했다.

"왔냐."

"왔다."

"참치 한 접시 룸서비스로 시켰다. 곧 올라올 거니까 소주 한잔하자."

"서해호텔은 참치도 룸서비스가 되냐?"

"메뉴판에는 없다. 근데 수영참치가 요새 한국에서 핫하다며?"

"중금속 무해성 인증 덕분에 엄청 이슈 탔지. 킬레이션 요법으로 키운 무공해 참치라나 뭐라나."

"프리미엄 등급 먹어본 사람들 평가가 엄청 좋던데. 아, 내가 그때 하필이면 한국에 없어가지고."

"너, 하수영 대표하고 친분 있잖아. 네가 말만 하면 구해다 주지 않을까?"

잠시 후 김효산이 직접 참치회 요리와 술이 담긴 카트를 끌고 와서 테이블을 세팅했다.

"맛 괜찮네. 이 정도면 일본에서도 최고급 참치회로 팔아도 되겠는데?"

"진석이는 요즘 어때? 서희랑 만나는 눈치가 통 없던데."

"안 그래도 서희가 회사 때문에 바쁘다고 연락도 잘 안 된다고 시무룩해 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참치회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연신 기울였다.

"하 대표, 요즘 잘나간다면서?"

"그렇다더라. 난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지만."

"네 회사를 먹여 살리는 사람인데 아직까지 얼굴 한 번 못 봤다고?"

"회사 경영에는 일절 참여 안 한다잖아. 나도 서희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야기 듣기만 했다. 요즘 청담에서 부동산 큰손으로 통한다던데."

"처음 봤을 때부터 언제고 크게 될 줄은 알았지만, 뭐 이렇게 빨리 커버리냐. 대단한 친구야, 그 사람도."

마케미야가 정서희를 통해서 내놓은 투자금 100억 원이 큰 역할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 돈이 없었어도 결과는 별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성진이(마케미야의 한국이름) 너, 오랜만에 얼굴 보는데 하대표 이야기만 하네."

"음, 하 대표하고 상의할 게 있어서."

"무슨 상의?"

"건강보조식품 사업을 한번 해볼까 한다."

"무슨 사업을 한다고? 네가?"

정재민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마케미야가 누군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부동산 재벌이다.

전 세계 유명 도시에 천문학적인가치의 빌딩을 수도 없이 가진 그가, 겨우 건강보조식품 사업을 한다고?

"작년부터 줄곧 생각했던 거야. 그동안은 나름대로 열심히 검증했고, 아무래도 하 대표도 아직 모르는 거 같아서. 이거 정말 큰돈 된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뭘 검증해? 하 대표는 아직 모르는거 같다니?"

"그런 게 있어."

"너, 그럼 나부터 만나자고 한 건 설마……."

"JM 식품에서도 건강보조식품 라인 있잖아. 기왕 하는 거 너도 끼면 좋지. 초기 세팅하는 데 시간 잡아먹을 필요도 없고."

마케미야는 비닐에 포장된 송이버섯을 보란 듯이 흔들었다.

"이거 하 대표 산에서만 나오는 송이버섯이야."

"설마 그걸로 건강보조식품 만들자는 건 아니겠지?"

정재민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반문했고, 마케미야는 그럴 줄 알았다는듯이 씩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의약품으로 내놓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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