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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17화 (217/1,270)

프랜차이즈 갓 217화

53장 소드마스터식 참치쇼(4)

최근 양식장 분위기는 꽤 어수선한 편이었다.

돈 많은 서울 사업가가 양식장을 인수한 것은 좋다. 덕분에 직원들은 해고의 위험을 피할 수 있었으니.

오히려 조합이 인수당한 이후로 고용과 급여가 더 늘어난 편이라, 직원들은 잘됐다고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중금속 무공해 청정 참치?"

"우리 양식장에서 나오는 참치가 그렇다던데? 지금 서울에서는 난리도 아니래."

"장효주가 CF까지 찍으면서 홍보하고 있다는데?"

"그 참치가 우리 양식장 참치였어?"

"그렇다는데?"

"말도 안 돼. 우리 참치가 왜 중금속이 없어. 참치라면 원래 다 있는 건데."

"하지만 중금속 없다는데?"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해졌다.

여기 양식장에서 키우는 참치가 중금속 중독 우려가 없는 무공해 참치로, 서울 청담동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덕분에 양식장 직원들이 느끼는 황당한 기분만 커졌다.

"우리 참치가 왜 무공해 참치인 거야? 그 이유, 아는 사람 있어?"

"모르지, 몰라. 딱히 예전이랑은 달라진 것도 없는데."

"사료가 바뀐 것도 아니고, 물이 바뀐 것도 아닌데, 중금속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참치 사료로 먹이는 고등어는 특별한 게 없다.

어선이 잡아 오는 것을 대량으로 사들여서 참치 먹이로 제공하는 것 뿐이다.

"킬레이 뭐 요법? 그런 걸 한다고?"

"그렇다고 하던데. 인터넷 들어가 보면 죄다 그런 이야기뿐이야."

"아니, 우리 양식장 직원들도 모르는 비법을 대체 서울 손님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애초에 비법이 있긴 해? 아무것도 없잖아."

양식장 직원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중금속 축적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한 게 없는데, 인터넷에서는 온갖 추측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으니.

심지어 사장이란 인간은 식약처에서 중금속을 측정하고 인증까지 받았다고 한다.

덕분에 직원들은 둘만 모였다 하면 자신들도 모르는 중금속 제거 비법이 뭐냐고 입방아를 찧어댔다.

특히 직원들 중 3/4 이상은 양식장이 인수되기 한참 전부터 일했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자연히 그물 가두리로 의심의 눈길을 돌렸다.

"서울 사장님이 한 거라고는 저 그물 가두리뿐인데……."

"저것도 서울 사장님이 직접 가져오신 거잖아."

"혹시?"

"설마?"

그런 의심을 잠깐씩 품었지만, 곧바로 반론에 부딪치곤 했다.

"에이, 말도 안 돼. 그물 가두리가 중금속 제거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된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야. 사료에 특별히 뭔가를 썼겠지."

"우리가 먹이로 주는 고등어, 원래 그전부터 사오던 곳에서 계속 받고 있는데?"

"……."

"서울 사장님은 참치 사료 고등어가 어디에서 사오는지도 모르실걸?"

"……."

중금속 제거에 관해 정작 양식장에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실제로 식약처 인증을 받았고, 청담에서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심지어 국내 최고 호텔인 서해호텔에도 정기적으로 납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말도 안 되는 불가사의한 상황을 놓고, 직원들은 매일같이 온갖 추측을 하며 쑥덕거렸다.

간부급 인물들은 박영식 전무를 부추기기도 했다.

"이번에 서울 사장님 내려오시면 한 번 물어봐요."

"대충 어떤 건지는 알아야 우리도기밀을 엄수하는 관리를 철저히 하든 할 거 아닙니까."

"진짜 서울 사장님이 우리 몰래 양식장에 사람 보내서 중금속 제거용 먹이를 뿌리기라도 하는 거 아닙니까?"

"전무님, 이번에 서울 사장님 내려오면 한 번 슬쩍 떠봐요."

별다른 악의를 가지고 부추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떻게 된 건지 호기심을 해소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되나…… 그래도 사장님한테 함부로 그런 걸 물어보는 것은좀."

"그냥 슬쩍 떠볼 수는 있잖아요. 우리도 뭘 좀 알아야 실수를 안 할 거 아닙니까."

"박 부장님 말이 맞아요. 사장님이 비밀 유지 때문에 자세히 밝히진 못하더라도, 대충은 알아야 우리가 방해는 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양식장 직원들은 대체 비법이 뭔지다들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수영이 통영을 방문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하수영이 서울에서 내려오는 날이었다.

"옵니다! 사장님이 오셨어요!"

막내 직원이 사실을 알리러 호들갑을 떨며 왔고, 양식장에 있던 이들은 다들 일손을 놓고 본사 건물로 달려갔다.

본사라고 해봐야 자그마한 2층짜리 상가일 뿐이지만.

헐레벌떡 본사로 돌아온 박영식 및 직원들은 생각지도 못한 풍경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저게 뭐야?"

"뭔 차들이 저렇게 줄줄이 온대?"

검은 차량들이 줄줄이 마당에 줄줄이 들어서고 있었다.

차례차례 멈춰서는 순서대로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차에서 내리며 자리를 잡았다.

한쪽 귀에 교신기를 낀 채 끊임없이 소통하며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에, 직원들은 순간 기가 죽었다.

그리고 직원들도 익히 알고 있는, 흰색 캠핑트레일러가 들어서며 멈춰섰다.

운전석이 아니라 측면 도어가 열리며 하수영이 캠핑트레일러에서 내렸다.

십여 명이 넘어가는 경호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거리를 두고 둘러싸며 에스코트했다.

"저, 저게 다 뭐야?"

"경호원들인가 본데요."

"서울 사장님, 저렇게 사람 잔뜩 거느리고 오니까 뭔가 무섭다……."

그때 경호원 한 명이 다가와서 물었다.

"박영식 전무님이 누구십니까? 회장님이 보자고 하시는데요."

"저, 접니다."

박영식은 부리나케 하수영을 향해 다가갔다.

하수영의 옷차림은 저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캐주얼.

하지만 지금 박영식에게는 모든 게 낯설었다.

경호원을 잔뜩 거느리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마치 그의 본래 모습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박 전무님, 양식장 관리는 별문제없습니까?"

"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요즘 전 조합원들이 자꾸 찾아와서 생떼를 쓴다면서요?"

"그, 그게……."

"되지도 않는 억지는 그만 피우고, 양식장에서 이만 관심 끄라고 전해주십시오."

하수영은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묘한 살벌함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새삼 그가 청담동 부동산 큰손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물려받은 것이든 자수성가이든, 그런 큰 자산을 굴리는 사람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식장에 경비가 필요하지 않나요?"

"예? 경비요?"

"요즘 우리 양식장을 놓고 이리저리 말이 많잖습니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24시간 경비를 세우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아, 네."

박영식은 괜히 식은땀이 났다.

혹시 양식장 직원들끼리 이러쿵저러쿵 말이 오가는 것 때문에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닐까?

쓸데없는 궁금증 같은 거 품지 말고, 조용히 시키는 대로 일만 하라고,

"양식장 한 번 둘러봅시다."

"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사장님."

박영식은 쩔쩔매며 하수영을 안내했다.

30여 명에 달하는 경호원들이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온다. 나이 든 박영식의 심장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부담이었다.

멀리 구경을 나온 직원들도 다수의 건장한 경호원들을 보고 기가 팍 짓눌린 느낌이었다.

양식장을 한 바퀴 둘러본 하수영은 살짝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양식장이 잘 관리되고 있군요. 역시 박 전무님을 고용하기를 잘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가, 감사합니다."

"뭐, 질문 같은 건 없나요? 아무래도 직접 얼굴 보고 할 수 있는 문의 같은 게 있지 않겠습니까?"

"저…… 질문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여기 통영 분위기가 영 어수선합니다."

"어수선하다고요?"

"네, 중금속 제거 비법이 뭔지 알아내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전 조합원들도 그거 때문에 줄곧 저를 못살게 굴었고요."

"이런, 그랬습니까?"

"네, 제가 중금속 제거 비법을 고안해 놓고 이익을 나누기 싫어서 일부러 양식장이 넘어갈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박영식은 내심 하수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다.

하수영이 웃는 얼굴로 물었다.

"혹시 박 전무님, 아니, 직원분들도 그걸 궁금해합니까?"

"그, 그게……."

"이런, 궁금하신가 보네요."

"……."

"혹시 제가 식약처에 뇌물이라도 줘서 거짓 인증을 받아낸 게 아닐까 걱정이라도 되십니까?"

박영식은 입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뱀 앞에 개구리가 된 것처럼, 손끝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었다.

"제가 식약처에 손을 써서 거짓 인증을 받은 것이든, 서울에서 비밀리에 참치에 중금속 제거 처리를 따로 하든, 그건 박 전무님과 직원들이 알 필요 없는 일입니다."

"……네, 죄송합니다. 제가 알고 싶었다는 게 아니라, 그런저런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제가 무슨 말을 할지 돌려서 떠보는 것 같았지만, 뭐 그렇다고 하시니 '일단'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

"전무님과 직원들은 지금까지 해오신 것처럼 양식장만 잘 관리해 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박영식은 괜한 말을 꺼냈다고 속으로 후회했다.

어떻게 얻은 좋은 일자리인데, 하마터면 작은 호기심 때문에 오너 눈밖에 날 뻔했다.

"외부에서 오는 불필요한 관심은 전부 무시하세요. 앞으로도 양식장관리를 잘 부탁드립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웃는 얼굴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박영식은 오늘 처음 알았다.

하수영이 등을 돌리자 그는 속으로 혼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괜히 궁금해하다가 큰일 날 뻔했네. 맞아, 월급 받는 만큼 일만 잘하면 됐지, 괜히 기웃댈 필요는 없잖아.'

박영식은 굳게 다짐했다.

고양이나 죽이는 쓸데없는 호기심따위에 눈길을 돌리지 않겠다고.

'킬레 뭐시기 요법이든 뭐든, 내가 알 게 뭐야? 그냥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는 거지.'

건장한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걷는 하수영의 뒷모습을 보며, 박영식은 겁먹은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내렸다.

***

양식장 직원들 사이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돌 거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수영은 일부러 경호원을 잔뜩 거느리고 내려와서 군기를 잡았다.

오너로서의 위압감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해준 것이다.

비법을 알고 싶은 나머지 양식장을 들쑤시는 자들한테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근데 아버지, 확실한 거죠? 성역말이에요. 본래 성역을 선포한 의지에서 어긋나게 경우 모든 힘을 잃는다는 거 말이에요."

-그래, 맞다. 너의 의지가 침범당하게 되면 그 힘을 완전히 잃게 되지. 그러니 성역인 것이다. 그나저나 이 신성한 권한을 겨우 참치 양식장따위에나 쓰다니…….

"힘을 제대로 다루기 위한 연습이라고 했잖아요. 제가 이 조그마한 성역 하나 꾸미는 데도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 지켜보셨으면서."

-정말 개고생을 한 게 맞긴 한 거냐? 내가 보기에는 일부러 힘든 척 헉헉대는 연기 같았다만.

"그물 한 땀 한 땀마다 성역을 꾸미기 위한 저의 의지를 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그물 가두리는 '하수영의 양식장' 이라는 강렬한 의지가 담겨 만들어진 '이동식 성역'이다.

때문에 누군가가 의심을 품고 훔쳐가서 양식장을 만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하수영이 양식장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려도 마찬가지다. 그 즉시 성역으로서의 힘을 잃는다.

그물 가두리에 새겨진 무형의 자격, 하수영의 소유권을 벗어나는 순간 평범한 그물로 돌아가고 만다.

-근데 정부나 기관 같은 곳에서 중금속 비법에 의심을 품고 꼬치꼬치 캐물어보면 어떻게 할 셈이냐?

"어떻게 하긴요, 그냥 무시할 건데요?"

-…….

"이게 신약 개발처럼 성분 공개하고 허락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물어본다고 제가 대답을 해줘야 하나요? 그냥 몸에 좋고 맛좋은 참치를 키웠을 뿐인데, 그 비법을 기어이 알아야겠다고 물어보는 놈들이 이상한 거죠."

-그 말도 맞긴 한데…… 너, 원래 그렇게 태평한 성격이었냐? 어릴 때만 해도 전혀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이제 천애고아잖아요. 마음가짐을 뻔뻔하게 가져야 손해 덜 보고 살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탓이라는 거냐?

"아버지 탓이라뇨. 아버지 덕에 이렇게 강인한 남자로 거듭났다고, 감사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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