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216화 (216/1,270)

프랜차이즈 갓 216화

53장 소드마스터식 참치쇼(3)

하수영이 일일 요리사로 나선 것은 즉석에서 결정된 것이다 보니, 그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요리사들도 상당수 있었다.

일식 코너 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그를 해외에서 초빙한 일식 실력 자로 알고 있었다.

"전 일식 요리사가 아닙니다. 참치 양식업자입니다. 오늘 가져온 참치는 제가 서해호텔에 납품한 거죠."

"양식업자라고요?"

"네, 그래요. 오늘은 첫 납품을 기념해서 제가 특별히 프리미엄 참치를 가지고 쇼를 부려본 겁니다."

앞으로는 같이 일하지 않는다는 말에,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크게 실망했다.

"아, 그럼 이제 그 환상적인 칼질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건가요?"

"보기만 해도 눈이 정화됐는데."

"앞으로도 가끔 일일 요리사로 와주시면 안 되나요?"

"그래요. 부탁드립니다."

요리사들이 간청하듯이 말하자 하수영도 웃음을 머금은 채 끄덕였다.

"저도 오늘 많이 재미있었습니다. 시간이 나면 다시 또 프리미엄 참치를 들고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와아!"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하수영은 인사를 마치고, 조리모를 내려놓았다.

총지배인이 부리나케 찾아와서 호텔 정문까지 손수 그를 에스코트했다.

"아까는 제가 미처 몰라뵈었습니다."

총지배인은 이제야 하수영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된 모양인지, 재벌회장을 대하듯 매우 깍듯하게 대했다.

하수영은 그를 편하게 대했다.

"손님들은 만족하셨나요?"

"네, 식사를 마치고 나가시면서 연하셨습니다. 보통 경우는 없습니다. 거의 모든 손님들이 아주 크게 만족을 하셨습니다."

'엘릭서를 바른 칼로 썬 참치 맛을 보여줬으니, 당연하지.'

"앞으로 참치뿐만 아니라 수영라면도 공급될 겁니다. 지배인님이 잘케어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수영라면과 수영참치 오너라는 것은 지배인도 이제 들었다.

때문에 하수영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공손했다. 앞으로 서해호텔의 위상을 높여줄 중요한 아이템을 두 개나 쥐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깍듯한 배웅을 받으며 캠핑트레일러에 오른 하수영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전성렬, 정서희, 장효주 등 많은 이들이 보낸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전처 닮은 우리 세입자 먼저 답톡을 드려야지."

하수영은 장효주의 톡 메시지를 먼저 확인했다.

[맛도, 솜씨도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다음에 따로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그는 톡을 보고 픽 웃었다.

"참다랑어 블루 드래곤 뿔이마살도 이 정도 반응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역시 엘릭서맛 대뱃살이라서 그런가?"

그는 답을 적어서 보냈다.

[프리미엄 참치, 지인 예약 받아드렸습니다. 현재 대기 1순위입니다.]

[감사해요. 근데 참치 양식도 하신 줄은 몰랐어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거든요. 영화 촬영은 잘 되어가시나요?]

[네, 촬영 딜레이 없이 무난하게 풀리고 있어요. 가벼운 촬영 사고 같은 것도 전혀 없고요. 일이 너무 잘 풀려서 현장에서도 살짝 어리둥절한 분위기에요.]

[잘됐네요.]

[감독님이 가끔 농담 삼아 말씀하세요. 수영 씨한테 받은 투자금이 우리 영화 촬영 현장 수호해 주는거 아니냐고요.]

"그 양반, 생각보다 예리하네?"

[그렇게 생각해 주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투자금 좀 더 받을 걸 하고 감독님이 후회하고 계세요. 언제 한 번 수영 씨 자리 잡아달라고 얼마나 성화인지 몰라요.]

[내부 시사회 때 초대장 한 번 주세요. 참치 몇 마리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어머, 정말요?]

어쩌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로 30분 넘게 서로 톡을 주고받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장효주와 따로 이렇게 잡담을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하수영은 적당히 대화를 마무리했다.

[전 일 때문에 이만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제가 챙겨야 하는 사업이 여러 개다 보니까요.]

[아쉬워라. 내일 또 연락할게요.]

[네, 주무십시오.]

"내일 또 연락한다고? 에이, 그냥하는 말이겠지."

하수영은 잠시 톡 화면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는 전성렬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지인들에게도 안부를 전한 뒤, 수영레스토랑 본점으로 향했다.

본점은 이미 직원들이 마감을 모두 마치고 퇴근을 한 상태였다.

하수영은 불이 꺼진 매장을 한 번 둘러본 후, 청담동 저택으로 향했다.

"자네도 참 바쁘게 사는구먼. 집에 붙어 있는 걸 도대체가 본 적이 없어."

정원의 한옥에 앉아 있던 최우석노인이 하수영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그는 하수영의 배려로 언제 어느 때든 자유로이 한옥을 드나들 수 있었다. 물론 본채나 다른 별채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시간이 늦었는데 어르신은 안 주무십니까?"

"이 나이 되면 잠이 없어져서 말이야."

"새벽잠이 없어지는 거 아니었나요?"

"밤잠도 없어지더라고, 자네, 괜찮으면 나랑 바둑이나 한 판 두세."

최우석은 얼른 일어나서 바둑판과 바둑알을 가져왔다.

지체했다가는 하수영이 거절할까봐 서두르는 게 눈에 뻔히 보였다.

하수영은 피식 웃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어쨌든 엘릭서를 몇 번이나마 복용한 몸, 일반인과는 체력이 월등히 다르다.

"18점 까세요."

"그 정도도 될까? 20점은 깔아야 할 거 같은데."

"그러세요."

최우석은 매번 10점 이상씩 돌을 깔고 바둑을 두지만, 단 한 번도 하수영을 이겨본 적이 없었다.

"으윽! 거기서 잡히다니!"

"어르신, 너무 초조해하셔서 지금 오히려 제 실력이 안 나오는 중입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펴, 편히 가지고 있는 중일세!"

"그런데 왜 돌을 여기다 두셨을까. 아니, 바둑 두는 분 어디 가셨습니까? 돌이 안 올라와요, 돌이."

"기다리게! 내가 지금 생각 중이잖나!"

최우석은 오늘도 3판을 내리 참패당했다.

***

이선주의 사업 수완은 확실히 뛰어났다.

다음 날,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서해호텔 뷔페에서 제공한 통참치 해체쇼를 크게 다뤘다.

[중금속 걱정이 전혀 없는 '무공해 프리미엄 참치!']

[서커스단이 울고 갈 멋진 해체 쇼!]

[검도의 명인까지 극찬한, 신기에 가까운 칼솜씨!]

[VVIP들이 극찬한 그 놀라운 맛!]

서해호텔은 언론사에 돈을 풀어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이미 수영오세안이 많은 돈을 풀어 CF 광고를 해놓은 터라, 서해호텔에서는 참치 홍보를 해도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다.

언론사들은 서해호텔에 정기적으로 무공해 청정 참치가 들어온다고 호들갑을 떨어댔다.

덕분에 서해호텔은 한 달 동안 모는 뷔페 예약이 남김없이 꽉 차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야. 우리 이선주 사장님, 사업좀 할 줄 아시네."

하수영은 서해호텔 참치에 관한 기사를 남김없이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주희도도 연신 싱글거리며 좋아라했다.

"서해호텔에 참치를 납품한 게 좋은 한 수가 되었습니다. 수영오세안브랜드 노출이 높아졌어요. 여기저기서 가맹점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가맹점을 받는다면 10개 정도가 한계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양식장 확장이야 가두리 그물을 더 넓게 치면 그만인데, 치어가 자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요."

"이번에 치어 구매 계약을 추가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일본에서 3만 마리를 더 사오기로 했습니다."

"그 3만 마리가 전부 건강한 참치로 자라나면 좋겠군요."

하수영은 그 말에 픽 웃었다.

"어차피 그중 1만 마리 정도는 아마 다 크지 못하고 죽을 겁니다. 참치 폐사율이 생각보다 높아서요. 워낙 예민한 생선이라."

"저런."

"아, 그리고 수영오세안은 기왕이면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이 있는 빌딩에 입주하면 좋겠어요."

"물론 그렇게 해야죠. 여기 본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톡톡히 있다는 게 입증되었으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죠. 가맹점 가입을 희망하는 업주들도 같은 빌딩에 입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수영오세안에서 참치를 실컷 먹은 뒤 수영라면으로 후식.

수영오세안을 찾아오는 소비자들의 공통된 패턴이다.

실제로 80% 이상의 손님들이 참 치를 먹고 나서 수영라면으로 마무리를 한 뒤 귀가한다.

"본점 하루 매출이 1억이 넘은 것 덕분에 여기저기서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고 있습니다."

수영오세안은 평균 일 매출 1억이라는 성과를 달성한 상태였다.

물론 수영레스토랑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눈이 돌아갈 만한 수치였다.

4인 테이블 15개밖에 안 돌리는 참치횟집에서 일 매출이 1억이었으니까.

"아, 수영오세안은 수영레스토랑과 비슷한 조건을 적용할 수는 없어요. 참치가 아무리 무공해라고 해도 수영라면처럼 중독성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참고하겠습니다."

"네, 일반 참치 프랜차이즈보다는 우리가 좀 더 유리한 조건 정도로 계약을 받으면 될 겁니다. 참치는 사실 라면만큼 대중적이지도 않고, 또 쉽게 질릴 수 있으니까요."

지금 수영오세안이 폭발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간 참치 수요가 억눌려 있던 게 터져 나와서 그런 것이다.

참치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결국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수영참치에는 수영라면처럼 중독성이 있지는 않으니.

"그나저나 내일 통영에 내려가신다고요.

"네, 양식장이 문제없이 돌아가는지 한 번 눈도장 찍고 오려고요."

***

양식장을 관리하는 박영식 전무는 그간 전 조합원들로부터 대단한 시달림을 받았다.

그는 조합 양도 당시 자신이 출자한 1억도 회수했으며, 지금 자신은 월급쟁이일 뿐이라는 것을 거듭해서 소명했다.

덕분에 그는 조합원들로부터 조합을 팔아넘긴 사기꾼 취급은 더 이상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등쌀에 시달리고 있었다.

"박 사장, 아니, 박 전무. 그러니까 그 킬레 요법인지 뭔지가 뭐냔 말이야."

"난 그걸 어떻게 알어."

"아니, 그렇잖아. 서울 양반이 뜬금없이 양식장을 인수한 것부터가 뭔가 있었어. 장충동 서해호텔에서는 대놓고 자기가 중금속 무해 참치를 양식 했다고 말을 하고 다닌다던데."

그건 박영식도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전 조합원 앞에서 인정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이제는 사업적으로 남이었으니까.

"자네가 양식장을 총괄하는 사람이니까 자네도 뭔가 알 거 아닌가 자네가 모른다는 게 말이 돼?"

"난 아무것도 몰라. 설령 진짜 안다고 해도 모른다고밖에 말할 수 없어. 안 그런가?"

"박 전무."

"내가 입을 열면 그건 기밀 유출이야. 월급 주는 사람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자네는 왜 그걸 모르지?"

박영식은 그 어떤 회유가 들어와도 이와 같은 태도를 고수했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걸 곧이곧대로 왜 말을 하느냐.

정석적인 태도였지만, 오히려 조합원들이 '뭔가 있다'는 의심이 짙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비법을 잘만 활용하면 아주 큰 돈을 벌 수 있어. 월급으로는 감히 꿈도 못 꿀 만한 큰 돈을 말이야."

"아, 글쎄. 난 정말 모른다니까."

박영식은 한사코 부정했다.

물론 어떤 식으로 큰돈을 번다는 건지는 어렴풋이 짐작했다.

일본의 초대형 어업 법인들이 무공해 참치 양식 방법을 탐내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단 말이지.'

박영식의 머릿속에 짚이는 것은 딱 하나 있었다.

하수영이 어디서 가져온 그물 가두리.

의심이 가는 변수라고는 그거 하나 뿐이다.

'너무 말이 안 돼.'

겉으로 보기에는 별거 없는 흔해 빠진 그물 가두리일 뿐이다.

그 가두리에 가둬서 키웠다고 참다랑어 체내에서 중금속이 빠져나간다니, 지나가는 개도 웃을 소리다.

'근데 그거 말고는 짚이는 게 전혀 없잖아? 사료를 특별히 바꾼 것도 아니고…… 아니면 우리 남해 바닷물이 원래 좋아서 그런 건가?'

"전무님! 서울에서 사장님 내려오신 거 같아요!"

"그래? 알았어, 바로 가봐야겠다. 너도 준비해."

"그, 근데 사람을 좀 많이 데리고 내려오신 거 같아요."

"많이 데리고 내려오셨다고?"

박영식은 무슨 말인지 의아했지만, 일단 하수영을 영접하기 위해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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