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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11화 (211/1,270)

프랜차이즈 갓 211화

52장 주거니 받거니 (2)

수영레스토랑의 고급 라면에만 관심이 있었던 이선주로서는 의외의 역제안이었다.

"무공해 참치라니요?"

"실은 제가 참치 양식장 하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금속 중독 우려가 전혀 없는 청정 참다랑어들을 키우고 있지요. 얼마 전에 식약처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하수영은 그 말을 하면서 가방을 열더니 한 장의 서류를 꺼내어 내밀었다.

이선주는 서류를 받아들고 관심 있게 살피다가 눈이 살짝 커졌다.

증명서에 적힌 내용이 상상 이상으로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쌀보다 안전한 참치라고?'

"서해호텔의 뷔페나 일식 매장에서 제가 정성껏 키운 참치를 써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판매로를 개척하지 못해서 양식장 직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생계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거든요."

"일주일에 어느 정도나 납품하실 수 있죠?"

"하루에 50㎏짜리 4마리를 꾸준히 납품할 수 있습니다."

하수영은 수영오세안에서 필요로 하는 물량은 제외한 수치를 말했다.

"지금은 개체 수가 4,000여 마리밖에 안 됩니다. 일 년에 2,000마리씩 출하한다는 전제하에 계산을 한 겁니다."

"납품 물량 걱정은 없겠네요. 우리 호텔이 매일 그만큼이나 소비할 일은 없으니."

"양식장 확대에 더 투자를 할 거라서 앞으로 출하 물량은 꾸준히 늘어날 겁니다."

"그런데 여기 보면 이 인증은 2개월만 유효하다고 하는데요?"

"2개월마다 거듭 인증을 받으라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할 생각이고요."

"그럼 이건 문제가 없겠군요."

이선주는 시원스럽게 승낙했다.

"좋아요, 수영 씨 양식장에서 출하하는 참치를 우리 호텔이 정기적으로 납품받겠어요."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작년 참치 유산 때문에 소비가 뚝 끊겨서 걱정이었는데, 이게 이렇게 풀리네요."

이선주는 참치오세안이 근래 들어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오픈한 지 이제 며칠 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TV라도 꾸준히 챙겨본다면 장효주의 CF를 접했을 텐데.

"수영레스토랑의 입점을 원하시는 건가요, 수영라면의 입점을 원하시는 건가요?"

미묘하게 다른 차이.

하지만 이선주는 바로 그 간극을 알아차렸다.

"저희가 레시피를 알려드리고 재료만 공급할 수 있고, 저희가 직접 호텔에 매장을 차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매장 운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호텔이 알아서 하되, 저희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만 할 수도 있고요."

"세 번째가 좋겠어요. 매장 운영은 전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죠."

"알겠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전성렬은 감회가 새로웠다.

서해호텔에 식자재 납품 라인 한번 뚫어보겠다고 몇 년을 발 벗고 뛰어다니던 게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철과 상관없는 자연산 송이로 겨우 뚫은 게 불과 작년이다.

하지만 이제는 호텔 오너이자 서해 그룹 직계인 이선주와 말 한마디로 가볍게 거래하는 관계가 되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재개되었다.

"혹시 지금 만나는 여성분은 있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전성렬은 살짝 뿜을 뻔했고, 정서희의 표정도 어색하게 변했다.

하수영만 태연히 대답했다.

"없습니다."

"저런, 이렇게 근사한 남자를 왜 여자들이 가만히 놔두는 건지 모르겠네요."

"매일 손에 흙만 만지고 사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괜찮은 친구가 한 명 있는데, 혹시 만나볼래요?"

이선주는 은근한 어조로 떠보았지만, 하수영은 웃는 낯으로 거절했다.

"지금은 연애에 전혀 관심 없습니다. 농사와 양식장 운영하는 것만 생각해도 부족해서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아쉬워라. 참 괜찮은 친구인데."

"지금 저는 진혜나가 실제 현실에 강림한다 해도 연애는 안 할 거 같네요. 바라만 보고 말지요."

"진혜나?"

이선주는 물론이고 다른 둘도 어리 둥절했다.

"여배우 장효주가 가장 최근에 찍은 드라마 배역 이름이에요. 천재적인 반도체 설계자로 인텔을 제치고 AMD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냈죠."

"……아, 드라마 배역이라고요."

"그것도 겨우 이십 대 중반에 해냈죠. 게다가 원하는 남편상은, 돈은 자기가 벌 테니 이상한 딴짓 같은 거 하지 말고 혼자 취미 생활 하면서 애들 잘 키워줄 수 있는 남자."

"허허, 그런 여자가 있다면 나라면 온몸을 던질 거 같은데."

"……."

"……."

전성렬은 진심으로 말했고, 다른 두 여자는 할 말을 잃은 채 침묵만 지켰다.

정서희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건 드라마 캐릭터잖아요."

"포인트는 진짜 그런 여자가 다가오더라도 연애는 절대 안 한다는 거죠."

"왜요?"

이번에는 이선주가 물었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실연의 상처는 깊은데, 자유가 주는 안락함은 너무 편하거든요. 당분간은 이렇게 계속 살려구요."

굳이 '이번 생은' 이라는 식의 농담은 붙이지 않았다.

다른 이도 아닌, 이선주의 앞이기 때문에 그런 장난은 자제를 한 것이다.

이선주도 더 이상은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수영이 거절했다고 해서 섭섭한 감정 같은 것을 품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이선주가 호텔 정문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전성렬이 이선주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정서희가 조그맣게 물었다.

"사장님 이상형이 미모의 천재적인 반도체 개발자였어요?"

"그 드라마에서 너무 예쁘게 나왔잖아요."

"……."

어느덧 로비 입구에 도착했고, 발렛 요원들이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일행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정서희는 곧바로 장효주가 출연한 최근 드라마를 결제해서 시청했다.

정서희는 진혜나(장효주 배역)가 첫 등장할 때 보인 미모에 놀랐으며, 그녀가 가진 스펙에 당황했다.

그녀가 경영하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5,000억 달러라는 사실에 황당해 했으며, 그녀가 원하는 남편상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돈 벌어오라고 안 할 테니까 집에서 애들만 잘 키워줬으면 좋겠어. 한눈 같은 거 안 팔고, 한 달에 용돈 한 500억 정도 주면 알아서 잘놀겠지? 생활비는 별도로 하고.

-사장님, 남자는 돈 생기면 꼭 딴생각을 품는 법인데요. 무섭지 않아요?

-괜찮아, 24시간 경호원 붙여두면 되잖아.

정서희는 황당해서 헛웃음만 터뜨렸다.

"말도 안 돼. 이런 여자가 세상에 어딨어!"

수영오세안은 서해호텔과 정식으로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서해호텔은 연간 최소 발주량을 명시했고, 하수영은 식약처 인증 갱신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해도 괜찮다고 명시했다.

또한 수영레스토랑 프랜차이즈 계약도 맺었다.

두 계약 모두 실무는 일전에 정서희가 소개해 준 마케팅 전문회사 대표, 주희도가 나서서 진행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관리는 전부 그에게 일임했기 때문이었다.

"수영오세안 주소지 보고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 사장님이 새 사업을 벌이신 거군요."

"오픈 행사 기간에 오셨으면 저를 보실 수 있었을 텐데."

"바빠서 아직 한 번도 못 가 봤습니다. 나중에 시간 내서 꼭 한 번 들르겠습니다."

"맛도 품질도 괜찮아요. 사실 양식이 자연산보다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자연에서 자란 채소 같은 것은 먹을만한 게 못 되잖습니까. 사람이 전문적으로 잘 보살피고 관리하고 가꾼 것에 비할 수가 있나요."

주희도는 참치 프랜차이즈 사업 확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금 양식장 규모가 어떻게 됩니까?"

"수영참치 본점과 서해호텔에 납품을 하기로 했으니…… 아마 가맹점은 끽해야 5개 정도만 더 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생각보다 규모가 작군요."

"일 년에 2,000마리 정도 출하할 수 있을 거라서요. 이게 자연산 참치처럼 수백㎏짜리가 아니라 끽해야 50kg짜리다 보니 아무래도 물량이 딸립니다."

"양식장에는 더 투자하고 계시는 거죠?"

"물론이죠. 최대한 빠르게 10만 마리의 참치를 키울 수 있는 규모로 업그레이드하라고 지시 내려놨습니다."

"알겠습니다. 거기에 맞춰서 저도 프랜차이즈 사업 확장을 진행하겠습니다. 참, 양식장 책임자 번호를 알려주시면 앞으로는 그쪽과 논의해서 진행하겠습니다."

"톡으로 연락처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간만에 만나는 터라 주희도는 이런 저런 업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늘어놓았다.

"실은 제가 얼마 전에 진지한 오퍼를 받은 게 하나 있습니다."

"오퍼요?"

"네, 그런데 현실적으로 무리일 거 같아서 고민만 줄곧 하고 있었는데요."

"무슨 오퍼인데 그러시죠?"

"수영레스토랑 관련 오퍼입니다. 제가 프랜차이즈 총관리를 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이제는 매장이 아니라 저에게 이런저런 마케팅이나 사업 제휴 그런 오퍼들이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주희도는 카드사의 할인, 포인트 제휴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물론 사장님 스타일은 아니라서 그런 것들은 지금까지 제가 전부 쳐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온 오퍼는 좀 달라서요. 바로 배달 이야기입니다."

"수영라면을 배달하자는 건가요?"

"네, '배달드라이브'에서 들어온 오퍼입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배달업체죠."

"흐음……."

"사실 배달드라이브에서 특정매장에 가입하겠느냐고 먼저 문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번처럼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면 말입니다."

"뭔가 생각하는 게 있나 보네요."

그냥 일반 매장처럼 배달업체에 가입해서 수수료나 월회비를 내는 거라면, 굳이 배달업체에서 먼저 물어볼 이유가 없다.

이미 가입된 매장 숫자만 해도 수백, 수천 개가 아득히 넘어갈 테니까.

"수영라면은 그 자체로도 아주 맛있는 요리입니다. 하지만 술 먹고 해장하기에는 아주 그만이죠. 다른 해장 요리들은 감히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아무리 술이 떡이 되도록 먹어도, 수영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나서 잠이 들면 다음 날 숙취가 전혀 없다.

심지어 전날 음주를 하지 않은 것처럼 몸이 아주 개운하다.

때문에 강남에서 술자리를 일찍 마친 이들은 어떻게든 수영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들어가려 한다.

"배달드라이브에서 그 점을 노리고 우리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근데 라면은 조리하고 바로 먹어야지, 안 그러면 면이 불어서 맛이 없어요."

"그 문제는 비조리 배달로 해결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배달드라이브에서 구체적으로 그린 밑그림이 뭐죠?"

"일단 서울의 모든 호프집, 술집에 수영라면이 비조리로 배달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겁니다. 물론 모든 관리는 배달드라이브에서 짊어지고, 우리는 그저 라면만 만들어서 내놓으면 되는 겁니다."

"근데 저라면 제가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손님들이 다른 해장라면 배달시켜 먹으면 화가 날 거 같은데요."

"그러니 가게와 사전에 미리 계약을 맺는 거죠. 수영라면을 배달할 때마다 얼마씩 이익을 떼어주는 식으로요."

"흠."

"술 다 먹은 손님들이 일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컵라면 하나 사다가 콜키지 내고 끓여 먹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업주들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주희도는 상당한 열의를 품고 말을 이었다.

"어차피 번거로운 일은 모두 배달드라이브에서 알아서 합니다. 우리는 상당한 매출 증진, 그리고 이미지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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