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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10화 (210/1,270)

프랜차이즈 갓 210화

52장 주거니 받거니(1)

-아니, 그렇잖아. 중금속 걱정 없는 무공해 참치를 키워놓고서는 왜 말을 안 한 거야? 그런 줄 알았으면 조합 지분 절대 안 내놨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공해 참치 라니요."

박영식 전무로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항의였다.

우리 양식장에서 중금속 무공해 참치가 자란다니?

-시치미 뗄 거 없어. 여기 청담에서는 지금 유명하다고, 식약처 인증까지 받은 청정 무공해 참치라고.

"청담이요? 식약처 인증?"

청담이라는 말에 박영식은 왠지 가슴이 턱 걸렸다.

하수영이 차린 참치횟집도 청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 하수영 그 친구가 지금 청담에 차린 횟집 가게 말이야. 거기서 중금속 걱정 없는 무공해 참치를 내놓고 있다고. 근데 그게 어디서 오겠어, 응?

"……전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무공해 참치라니요."

-거짓말하지 말고.

"거짓말이라뇨. 그걸 알았으면 저도 지분 안 내놨습니다."

-…….

"조합 정리하면서 지분 일괄적으로 정리한 거 기억 안 나십니까? 저도 1억 넣어둔 거 뺐다구요."

틀린 말도 아닌지라 옛 조합원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자네, 정말 모르는 일이야?

"모릅니다, 몰라요. 아니, 애초에 중금속 걱정 없는 참치를 대체 어떻게 키웁니까? 그건 일본도 못 하는 일일 텐데."

-허어.

결국 옛 조합원은 이러쿵저러쿵 신세 한탄만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박영식은 얼른 인터넷 검색으로 무공해 참치를 알아봤다.

키워드를 넣자마자 무수한 검색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인스타그램 등 개인 SNS에서는 무공해 참치에 대한 찬양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청담동 새로운 맛집, 수영오세안!

-아침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면 통참치 해체쇼를 직접 볼 수 있다!

-오세안으로 어서오세양.

-진짜 개존맛탱임. 둘이 먹다가 둘다 죽어도 모름.

-흔한 참치횟집의 패기인증. jpg "쌀보다 안전한 무공해 참치"

-흑흑, 진짜 반 년 만에 먹어보는 참치다. 그동안 너무 먹고 싶었는데 신랑이 절대로 못 먹게 해서 참느라 혼났어.

-이제는 떳떳하고 당연하게 먹을 수 있다.

박영식 전무는 SNS에서 온갖 찬양일색인 참치 관련 게시물을 보고 정신이 멍해졌다.

옛 조합원의 항의가 전혀 틀린 게 아니었다.

수영오세안에서 정말로 중금속 위험이 없는 참치라며, 식약처 인증까지 받아서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는 황당해서 바다 한복판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을 바라봤다.

지금은 하수영이 양식장 인수 후 가져온 그물 가두리로 전면 교체한 상태다.

장사 잘되라고 어디서 축복까지 받아서 가져온 그물 가두리라고 했었던가.

"설마? 에이, 말도 안 돼."

순간 그물 가두리가 중금속 무공해에 어떤 영향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박영식은 말도 안 된다고 혼자 코웃음을 쳤다.

"혹시 우리 통영 앞바다에 그런 효험이 있는 건가? 물고기들 살에 중 금속이 쌓이지 않게 하는 정화 역할, 뭐 그런 거?"

그전에 참치 양식을 하면서 특별히 중금속 검사 같은 것을 한 적은 없었다.

때문에 언제부터 양식 참치들이 중 금속 무공해가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설마 우리 사장님이 식약처에서 거짓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겠지?"

***

수영오세안은 오픈 첫날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첫날 매출만 2,920만 원을 달성했으니.

심지어 오픈 행사로 가격 절반 할인을 했음에도 그 정도의 매출이 나온 것이다.

2일 차와 3일 차에는 오히려 매출이 더욱 껑충 뛰어올랐다.

즉석 통참치 해체쇼 이야기가 SNS를 통해 파다하게 퍼진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아예 가게 밖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손님들이 많이 찾자 총주방장도 신이 나서 더욱 현란한 솜씨로 참치를 통으로 해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손님들은 스마트폰으로 해체 영상을 찍어서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에 공유하는 등 톡톡히 즐거움을 누렸다.

주문 문화도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프리덤, 여기 뱃살 한 접시 더 주문 넣어."

「알겠습니다.」

"맥주도 세 병 더 넣고."

「알겠습니다.」

스마트폰에 대고 말만 하면 알아서 주문이 된다.

굳이 따로 앱을 실행할 필요도 없다. 메뉴판을 굳이 찾아볼 필요도 없이, 프리덤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물론 직원들이 옆을 지나갈 때 말을 걸어도 당연히 주문은 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 배불러. 이제 가야지."

「모바일카드로 즉석결제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네, 번창하세요."

카운터에서 굳이 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프리덤이 주문한 메뉴를 확인해서 바로 결제를 한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모든 게 간편해진 것이다.

실제로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서 프리덤을 이용하지 않는 손님은 지금까지 단 1명도 없었다.

"할인 행사 기간이라고 참치를 너무 처묵처묵했더니 뱃속이 뭔가 느끼한 거 같아."

"얼큰한 수영라면 한 그릇씩 콜? 내가 산다."

"콜."

"콜."

"프리덤, 수영라면 세 그릇 주문넣어. 얼큰하게 해서."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2층에서 참치회로 뱃살에 느끼한 기름칠을 마친 다음, 1층의 수영레스토랑을 들러 수영라면으로 입가심을 하는 게 정형화된 코스가 되었다.

수영오세안은 인터넷에서 더욱 유명세를 떨쳤다.

사람들은 수영오세안이 식약처에서 받은 인증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식약처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

전화 문의에 시달리다 못한 식약처에서는 따로 소식 게시판에 참치 중 금속 안정성 인증을 확인해 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진짜다. 수영참치가 무공해 참치인 것은 진짜였던 것이다.

-일본 참치 양식업자들도 해내지 못한 것을 우리나라에서 드디어 해내고 말았다!

-무공해 참치 양식 비법은 국가전략특허로 지정해서 해외로 유출되지 않게 지켜내야만 한다!

3일간의 오픈 행사가 드디어 끝났다.

지난 3일 동안의 평균 일 매출은 약 3,000만 원.

총 3일 동안 도합 9,000만 원이 조금 넘는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반값 행사가 드디어 끝났어."

"내일부터는 이제 제값을 받는 거 네요. 매출이 얼마나 나올까요?"

유태준은 차오르는 희망에 가슴이 설레었다.

그는 넉넉한 기본급을 받는 데다가, 순수익의 일정 퍼센티지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어 있었다.

사실 처음에 인센티브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겨우 1%밖에 안 됐으니까.

그 대신 기본급이 워낙 넉넉했기에, 직원으로 일해도 웬만한 자영업자보다는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유명무실인 줄 알았던 인센티브 조항이 중요해진 것이다.

'반값 할인해서 하루 평균 삼천이니까… 할인 없이 매일 꾸준히 오천만 나와 준다 쳐도 한 달이면 15억…… 그중 30%만 수익으로 잡아도 4억 5천…… 거기서 1%면 내 몫은 한 달에 450만 원!'

살짝 아쉬운 것은 인센티브가 매달나오는 게 아니라 일 년에 한 번 몰아서 나온다는 것이다.

연간 수입수익결산이 확정되어야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 년 치를 한꺼번에 받는 만큼, 아마 기천만 원대의 목돈을 쥐게 될 것이다.

***

"우리 셋이 이렇게 모여서 느긋하게 밥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인 거 같네요."

"내 기억으로는 처음인 거 같은데?"

"저번에도 서해호텔에서 같이 밥먹은 적 있잖아요."

"그땐 셋이 아니라 넷이었지. 마케미야 대표님도 함께였었잖나."

하수영, 전성렬, 정서희는 오랜만에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사장소는 서해호텔 레스토랑이었다.

총주방장 김효산이 직접 나와서 그들을 창가의 VIP룸으로 안내하고, 모든 코스를 책임졌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안녕들하셨는지요."

"사업 확장한다고 이리저리 정신이 없었네요."

전성렬은 흔쾌히 대답했다.

김효산은 작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전성렬의 분위기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 자체의 급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지금의 전성렬에게서는 일개 농수산물 유통업자였던 옛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호텔을 자주 찾아오는 여느 VIP 기업가들과 크게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이걸로 부탁합니다."

하수영이 작은 나무궤를 내밀었다.

그 안에 담긴 골든 트러플을 확인한 김효산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였다.

"예,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수십억짜리 식재료를 받은 김효산은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벌벌 떨지 않았다.

잠시 후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의외의 인물이 애피타이저 접시가 담긴 카트를 끌고 왔다.

"오셨습니까."

"어머, 대표님."

정서희가 깜짝 놀라서 일어서려고 하자 이선주는 부드럽게 어깨를 만지면서 저지했다.

"고객으로 오셨는데 편히 앉아 있으셔야죠, 정 부사장님."

"어떻게 대표님이."

놀랍게도 서해호텔 오너, 재벌 총수 직계인 이선주가 직접 카트를 끌고 온 것이다.

"세 분이 오셨다는 연락받고 바로 달려왔어요. 마침 근처에 있었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카트까지 직접."

"오늘은 제가 세 분 에스코트를 끝까지 책임져 보려고요."

계속 테이블 서빙을 하겠다는 뜻이다.

하수영이 피식거리며 말을 꺼냈다.

"그러지 마시고, 의자 하나 더 갖고 오는 건 어떨까요?"

"어머,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주인이 어떻게 손님과 같이 밥을 먹나요. 시중들어야지요."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서해호텔오너와 같이 밥 먹어보겠습니까. 그냥 의자 하나 더 놓죠, 우리."

마치 친구를 대하듯 스스럼없는 태도다.

하지만 건방지거나 불쾌한 느낌은 전혀 주지 않는다.

이선주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눈앞의 청년이 가진 것에서 오는 끝없는 자신감이 이런 자연스러움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 거절하는 것은 결례겠죠?"

"당연하죠."

"김 실장."

이선주가 부드럽게 부르자, 대기 중이던 김 실장이 얼른 의자를 새로 가져왔다.

원형 테이블에 네 명이 가지런하게 둘러앉았다.

그러고 보니 이선주는 하수영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서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대표님, 이미 아시겠지만 이 분이 우리 프라임컴퍼니 오너세요."

"알고 있어요. 경영에는 참여 안하신다면서요."

"더 중요시 여기는 본업이 따로 있으시거든요."

"프라임컴퍼니 말고 더 중요한 일이 있었나요?"

"우리 대표님이 청담에서 알아주는 부동산 큰손으로 통하시거든요."

"그건 처음 들어요."

이선주는 자연스럽게 합류한 후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위기에 녹아들어 갔다.

그러면서 적당히 때를 노렸다.

사실 그녀가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뛰어온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하수영 대표님, 실은 드릴 요청이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저희 호텔에 수영레스토랑이 입점했으면 하는데요, 가맹점 승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수영레스토랑이요?"

하수영으로서도 살짝 의외인 질문이었다.

이선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네, 수영라면은 외국 VIP들도 선호하실 게 틀림없는 고급 메뉴라고 생각해요. 매장을 운영하면서 호텔룸서비스 메뉴에도 넣고 싶은데, 부디 승낙해 주시면 좋겠어요."

순간 전성렬과 정서희가 소리 없이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뭔가 의미심장한 분위기에 이선주는 이채를 띠고 셋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한 뒤 말을 꺼냈다.

"이런이런…… 사실 저도 비슷한 용건 때문에 일부러 오늘 여기서 밥을 먹으려고 했습니다. 왠지 우리 셋이 오면 사장님이 나타나실 것 같았고, 그럼 자리에 앉은 김에 편안하게 던져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비슷한 용건이요?"

하수영은 진지하게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혹시 제가 서해호텔에 참치를 납품할 수 있을까요?"

"참치요?"

"네, 청정 무공해 양식 참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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