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209화
51장 손이 큰 어부(5)
광고회사 삼지엘프로덕션에서는 곧바로 CF 제작에 들어갔다.
하수영의 입맛이 특별히 까다롭지 않은지라, 어렵지 않게 기안을 승인 받을 수 있었다.
"여배우가 예쁘게 나왔으니 됐습니다. 어차피 CF 볼 때 배우를 보지 제품을 보는 게 아니잖아요."
시원시원한 마인드라서 좋긴 했다.
CF 1편 제작이 끝나자 광고회사는 곧바로 TV 채널 홍보에 들어갔다.
또 포털사이트에도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 등 물량 공세로 이미지 노출을 밀어붙였다.
하수영 역시 수영레스토랑 홈페이 지와 인스타그램 등에 수영참치 홍보를 했다.
[완전 무공해 양식참치! 식약처에서 인정받아.]
[카드뮴 No! 납 No! 수은 No!]
[삼시 세끼 매일 먹어도 쌀보다 안전한 양식참치!]
장효주를 끌어들인 것은 확실히 효과를 보았다.
대중은 무공해 참치라는 것에 관심을 가졌고, 매장 위치를 찾았다.
"어, 여기 수영레스토랑 본점 있는 건물 아니야?"
"그러네. 그 건물 2층이네."
"바보야. 수영레스토랑하고 수영오세안하고 주인이 같은 것도 여태 몰라?"
"어, 그랬어?"
"거기 주인 이름이 수영이래. 그래서 프랜차이즈 매장마다 자기 이름을 붙이는 거라고."
겨울 태풍의 여파에서 이제 완전히 벗어난 한국은 경기가 점차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었다.
인테리어 공사 및 내부 단장이 모두 끝난 하수영은 드디어 오픈을 향해 전진했다.
[오픈 기념 대행사! 3일간 모든 메뉴 50% 전격 할인!]
[4인 착석 시 1인은 무료!]
[국내 기술로 양식한 완전 무공해 참치가 청담에 상륙하다!]
드디어 오픈일이 되었다.
가게는 문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만석이 되었다.
돈을 잔뜩 부은 홍보 효과를 제대로 본 것도 있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참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랫동안 식욕을 참아온 덕분이었다.
여기에 파격적인 오픈 대행사 할인 이벤트까지 있었으니.
그리고 이벤트는 할인이 전부가 아니었다.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가 가게 테이블을 잔뜩 태운 손님들을 향해 힘차게 외쳤다.
"자, 고객 여러분! 지금부터 기다리고 기다리셨던 생참치 해체쇼를 하겠습니다!"
짝짝짝짝!
"오늘 새벽에 경남 통영에서 출발한 참치입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작죠? 50㎏짜리라서 그런데요, 양식 참치의 경우에는 4, 50kg 이상이 되면 출하하기 마련입니다. 더 크게 키우려면 키울 수는 있는데 그럼 가성비가 너무 안좋아서요."
여기저기서 가벼운 실소가 터졌다.
"아, 그렇잖습니까. 열심히 사료 먹여서 150kg짜리로 기껏 만들어놨는데 갑자기 폐사하기라도 하면 양식 업주 입장에서는 손해가 너무 크죠. 그래서 적당히 컸다 싶으면 출하를 하는 겁니다."
요리사가 참치의 머리와 꼬리를 양손으로 잡은 채 높이 들어 보였다.
테이블은 개방형 주방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듯이 둘러싸는 배치 형태였기에, 손님들은 시야 방해 없이 참치를 생생히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여기! 식약처에서 발급한 중금속 안정성 인증서 원본이 있습니다!"
사회자는 중앙 벽에 눈에 잘 띄게 붙어 있는 식약처 인증서를 가리켰고,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따라서 이 식품은 매일 3회, 80년 이상을 섭취해도 안전한 수준입니다.
이 인증은 향후 2개월 동안 유효합니다.]
"보신 바와 같이 식약처에서 매일 먹어도 안전하다고 인증한 참치입니다! 심지어 수은 수치는 0입니다! 이 참치에는 단 1나노그램의 수은조차 없다는 이야기죠!"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자 사회자는 얼른 그를 가리켰다.
"네, 말씀하세요."
"그럼 2개월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우리 수영오세안은 2개월마다 매번 인증을 갱신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갱신된 내용을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진열하겠습니다."
"계속 인증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가게가 폐업할 때까지 인증을 받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개업 초기라서 2개월 간격이지만, 신뢰도가 쌓이면 식약처에서도 주기를 좀 더 늘려주겠죠?"
요리사가 어느덧 참치를 내려놓고 해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큼지막한 해체용 칼을 쥐자 손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어떤 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기도 했다.
"프리덤, 이제 저 참치가 곧 내 입으로 들어온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우리나라에서 참치를 통으로 즉석에서 해체해서 먹게 되는 날이 올줄이야."
「앞으로 자주 보시게 될 겁니다.」
혼자 온 손님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하지만 혼자 왔다고 해서 심심하거나 외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프리덤과 쉴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 보인다.
"그럼 참치를 해체하겠습니다!"
50㎏짜리 참치가 시원하게 두 토막이 나는 순간,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픈일 첫 해체 기념으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신들린 듯한 해체 손길을 구경하던 손님들은 그 말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요리사는 참치살을 잘게 썰어서 접시에 조금씩 담은 뒤 모든 테이블마다 돌렸다.
한 사람당 각 3점씩 살점을 돌린 것이다.
첫 해체 기념 서비스였다.
"우와, 맛있다."
"이게 생으로 해체한 참치 맛이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해체쇼 진짜 보기 힘들어. 호텔 뷔페 같은 곳에 서나 이벤트로 어쩌다가 한 번씩 하는 거지."
"여기 수영참치는 앞으로 매일 이런 쇼를 하겠네."
"그렇겠지? 보니까 양식장에서 새벽 배송으로 받아서 바로 판매하는거 같던데."
"중금속 문제에서 쌀보다 안전한 거라면, 자연산 참치보다 더 나은 거 아니야?"
"그렇네."
"앞으로도 참치는 무조건 양식만 먹어야겠다."
그때 사회자가 불쑥 옆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고객님, 양식 참치라고 전부 다 중금속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양식이라서 중금속이 없는 거 아니에요?"
엄밀히 말해서 중금속이 진정한 0은 아니다. 수은의 경우는 0이지만 다른 중금속은 극미량이 남아 있다.
다만 쌀보다 낮은 수준이라서 주식으로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할 뿐이다.
"어떤 방법으로 양식을 했느냐에 달려 있죠. 우리 수영오세안은 직접 양식장을 운영해서 중금속이 전혀 없는 참치를 키워내고 있는 겁니다."
"아, 그럼 일본에서 양식하는 참치들은 다 중금속이 있다는 건가요?"
"자연산 참치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수준입니다."
"아하, 그렇구나."
사회자는 그렇게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면서 잘못된 정보나 인식을 바로 잡아주기도 하고, 술을 받아먹으면서 분위기를 살려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질문에 성심성의껏 설명하기도 했다.
"근데 사회자 아저씨, 1층 수영레스토랑에서 자주 본 거 같은데요."
"맞습니다. 눈썰미가 예리하시네요."
"수영레스토랑이 수영오세안과 주인이 같다는 게 역시 사실인가요?"
"네, 맞습니다."
"아하, 수영레스토랑으로 번 돈으로 참치 양식에 도전하신 거군요?"
"바로 그렇죠."
수영레스토랑이 생긴 것은 이제 일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참치 양식이라는 게 일 년만에 뚝딱 이뤄지는 사업도 아니고.
하지만 업계 상황을 잘 모르는 손님들에게 있어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참치가 너무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부족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
"흑흑, 너무 맛있어. 이 맛있는 걸 그동안 먹지 못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맞아요. 우리 집사람이 참치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작년에 그 기사 보고 나서 참치를 아예 끊었어요.
이제 슬슬 아이도 가져야 하고 해서요."
"저런, 저희 가게 참치는 쌀보다 안전하니까 언제든지 걱정 마시고 드시면 됩니다. 저거 보이시죠? 식약처 인증."
"네, 마음이 든든하네요."
"정직이 아니면 썰지도 않고, 담지도 않을 겁니다. 우리 가게 오너의 철칙입니다."
서빙을 하러 지나가던 직원 한 명이 하수영의 그 말을 듣고는 뿜을 뻔했다.
"……2,920만 원입니다."
11시에 오픈한 가게는 0시가 되어 마감했다.
참치횟집 전 주인이자 지금은 총지 배인인 유태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게 월 매출이나 주 매출이 아니라 일 매출이라고?
'그럼 일 년이면 대충 106억?'
사실 이 가게는 넓어서 테이블이 많은 편이다.
개편을 하면서 공간을 널찍하게 빼느라 테이블 수를 오히려 줄였는데도, 15 테이블이나 되니까.
그래 봐야 결국 100평도 안 되는 음식점 매장이다.
그런 매장에서 일 년 예상 매출이 106억 원이라고?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말도 안 되는 매출을 기록하자 유태준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하나같이 표정이 밝았다.
"사장님, 오늘 하루 사회에다가 홀도 보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제 가게를 위해서 뛰어다니는 게 뭐 칭찬받을 일인가요. 직원 여러분들이야말로 정말 고생하셨어요. 오늘 진짜 정신없이 돌아가긴 했네요."
"수영레스토랑 오픈 초기에는 이보다 더 바빴었죠?"
"그땐 정말 15분마다 테이블이 돌아가는 바람에 정말 정신없었죠. 라면 하나만 파는 거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요."
"오늘처럼만 매출이 꾸준히 나와 준다면 일 년 매출 100억은 찍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첫날부터 대박이 터지자 유태준은 싱글벙글했다.
그는 하수영이 가게에 들어간 비용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사장님이 가게에 넣으신 초기 자금이 금방 회수되겠습니다."
"지금까지 넣은 돈만 133억인데요?"
"……네?"
유태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상상도 못 한 액수에 그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이 얼얼했다.
"가게 인수하는 데 3억, 양식장 인수하는 데 80억, 홍보하는 데 50억썼으니까 133억이잖아요."
"……."
눈이 팽글팽글 돌았다.
설마 저렇게나 많은 돈을 썼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참치 양식장이 그렇게나 비싼 줄도 몰랐고, 매장 홍보에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지도 몰랐다.
초기 자금이 저렇게 많이 들어갔다.
면, 그걸 회수하는 데에는 몇 달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부가가치세, 인건비, 매장 운영비, 각종 세금 등을 떼고 나면, 연 매출 100억으로도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홍보 비용을 너무 많이 쓰신 거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매장 하나 홍보하는 데 50억은 좀……."
"어차피 분점 여러 개 낼 거라서 미리 크게 질렀습니다."
"아, 혹시 이것도 수영레스토랑처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내실 건가요?"
"그래야죠. 기껏 양식장까지 인수했는데 분점을 안 내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다른 참치 가게에 참치를 납품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양식업, 소매업, 그리고 도매유통업까지…… 잘만 되면 국내 참치 시장의 절대자가 되시겠습니다."
"그러려면 우리 본점이 먼저 잘돼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압도적으로요."
"네, 알겠습니다."
나이 차이로 보면 자신의 아들뻘이다.
하지만 일거수일투족이 그저 믿음직스럽고, 마냥 의지하고 싶을 만큼 든든하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무공해 청정 참치를 키우는 양식장을 인수하는 게 보통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양식장 자금 사정이 워낙 안 좋았나 보다.
때를 잘 만난 이런 좋은 아이템을 눈물을 머금고 팔아넘겨야 했던 것을 보면.
***
한편 통영 양식장에서 박영식 전무는…
"뭐라고요? 무공해 참치를 키웠으면서 왜 그걸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았냐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전 조합원들로부터 항의에 시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