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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07화 (207/1,270)

프랜차이즈 갓 207화

51장 손이 큰 어부(3)

"작년에 어떤 산모가 생선 중금속 때문에 유산을 했다는 것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했잖아요?"

-네, 그랬습니다.

"저희 가게에서 파는 참치는 중금속 중독 위험성이 없는 무공해 참치입니다. 식약처 인증까지 받았어요. 그 점을 포인트로 삼아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으면 합니다."

-무공해라면 어느 정도인가요?

"쌀 대신 주식으로 삼아서 하루 세끼 평생 동안 먹어도 전혀 위험하지 않을 정도라고 하네요."

-식약처가 정말 그렇게 말을 했단 겁니까?

"네, 방금 인증받았습니다. 지금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막 나오는 길이에요. 괜찮으시면 제가 바로 회사로 가죠."

-네, 기다리겠습니다.

하수영은 인증 관련 서류를 챙겨서 곧바로 광고회사로 향했다.

강남에 있는 광고회사 사무실에 도착하자 엄석한 사장이 직접 맞이하러 나왔다.

엄석한 사장은 하수영이 가져온 인증 서류를 재빨리 쭉 훑어보았다.

"정말이군요. 중금속 중독 위험이 없다, 그리고 식약처에서 그걸 인증까지 해줬다…… 문제는 2개월마다 한 번씩 재인증을 받아야 된다는 점이네요."

"그거야 참치의 안정성을 주기적으로 새롭게 갱신해서 알리는 거니,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도 홍보 포인트로 삼으면 되겠습니다."

[우리 참치는 2개월마다 계속해서 인증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만큼 소비자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홍보가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 참치를 먹지 못해 욕구불만인 소비자들이 많을 겁니다. 그 맛있는 걸 눈으로 보고도 먹질 못하니까요."

"통조림 참치 수요도 바닥을 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참치캔이고 뭐고, 참치란 말만 들어가면 전혀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엄석한은 머릿속으로 광고기획 구상을 정리해 나갔다.

"그럼 총 마케팅 비용은 어느 정도나 생각하십니까?"

"50억 정도? 요즘 별로 여유가 없어서요."

"네? 50억이라고요?"

엄석한은 화들짝 놀랐다.

황비버섯라면 CF 4편을 찍는 데 장효주에게 준 돈이 20억 원이다.

물론 촬영 비용, 광고회사 지급비용, 방송국 광고집행료 등을 다 합치면 40억은 넘을 것이다.

그런데 참치 홍보 마케팅 비용으로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겠다니.

"혹시 이번에도 장효주 배우를 모델로 쓰실 생각이십니까?"

"네. 그분이 제 취향이거든요. 전 여친하고 너무 닮아서."

"……."

순간 묘한 상상이 엄석한의 머릿속을 스쳤다.

이 젊은 광고주, 정말 장효주 배우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알겠습니다. 그럼 장효주 배우에게 연락해 보겠습니다."

"아, 그건 제가 먼저 물어볼게요. 그게 더 쉽고 빠르게 가는 길인 거 같네요."

"직접 물어보신다고요?"

"네, 그분이 제 아파트에 사시거든요."

"쿨럭! 쿨럭!"

"아, 이런. 오해하신 모양이네요. 제가 청담에 뷰 좋은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장효주 배우가 세입자로 들어왔습니다."

"그, 그러시군요."

엄석한은 순간적으로 정말 큰 오해를 했다.

둘이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닐까 하는 오해.

'그 여자가 내 아파트에 살아.'라는 말을 듣고, 당연히 이런 오해를 떠올리지 않겠는가.

"생각난 김에 지금 물어보죠."

하수영은 곧장 장효주한테 톡 메시지를 보냈다.

CF 건으로 통화 가능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잠시 후 그녀에게서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톡 보고 전화 드렸어요. CF라는 게 뭔가요?

"제가 이번에 참치 가게를 새로 내려고 하는데요……."

하수영은 자세하고 정확히, 하지만 간결하게 설명했다.

-전 좋아요. 할게요.

"그럼 광고회사에서 매니저분에게 연락을 드릴 겁니다. 미리 귀띔을 부탁드려요."

-네, 그렇게 해놓을게요.

통화의 흐름을 대충 들은 엄석한은 묘한 표정이었다.

스피커 모드가 아니라서 장효주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수영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을 보면, 애틋한 남녀 사이는 아닌 거 같다.

'비즈니스로 다져진 우애?'

이게 가장 정확한 것처럼 생각된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작업 들어 가겠습니다. 아, 그런데 지금 매장수는 몇 개나 되나요?"

"매장이요?"

"네, 직영점과 가맹점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

총 50억 원이나 집행하는 광고다.

엄석한은 당연히 참치 프랜차이즈사업을 런칭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장은 하나밖에 없는데요."

"네? 하나라고요?"

"네, 그 매장을 홍보해 주시면 돼요."

"……."

엄석한은 순간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프랜차이즈 사업도 아니고, 매장하나를 홍보하려고 그 많은 돈을 쓰겠다고?

"80억 원이나 들여서 양식장을 인수하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매장이 하나라고요?"

"무공해 양식 참치 팔려면 참치를 키울 어장은 있어야 하니까요."

"……그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닐까요?"

양식장 인수에, 광고 집행까지.

그런데 매장 하나만 운영해서는 적자를 안고 가는 짓 아닌가?

엄석한은 당연히 수십 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크게 벌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일단 본 점 하나에만 집중하려고요. 양식장도 아직 체계가 제대로 안 잡혔고요."

"제가 보기엔 이 사업, 엄청난 돈이 될 거 같은데요. 무공해 참치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이 나라 시장을 휘어잡는 건 금방입니다. 일본 시장도 노릴 수 있고요."

일본은 특히 참치라면 환장하는 국가다.

참치 양식 대량화에 오래전에 성공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엄석한은 일본에서 중금속 청정 참치를 생산한다는 말은 못 들었다.

바야흐로 하수영이 세계 최초인 셈이다.

'이건 된다. 될 수밖에 없어.'

제대로 참치 양식 및 도매 사업을 한다면, 광고비로 집행하는 50억은 우스울 만큼 큰돈을 긁어모을 수 있다.

그런데 아직 매장이 하나라니.

"사장님, 광고 집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점에 기본적인 가맹점 확보를 먼저 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사업 내적인 부분은 제가 참 견할 영역이 아니지만, 광고비가 너무 아깝게 소모되는 거 같아서요. 광고 효과가 빵 하고 터졌는데 매장은 하나뿐이라면, 사실 매출에서 재미 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잖습니까."

"괜찮습니다. 매장이야 차차 늘리면 되죠."

엄석한은 자기 돈이 새어 나가는 것 마냥 안타까웠다.

"매장이야 나중에 차차 늘려 나가면 되는 거고, 무공해 청정 참치라는 인식만 제대로 박을 수 있으면 됩니다. 어차피 다른 곳에서는 이런 참치를 만들지도 못해요."

"독점 기술인가 봅니다."

"뭐,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식약처에서 이런 인증까지 해줬죠."

다음 날, 하수영은 다시 광고회사를 찾았다.

장효주와 매니저가 이미 회사에 도착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약 조건이 저번 황비버섯라면 CF와 비슷하군요."

"네, 그렇습니다. 계약 기간은 1년, CF는 4편 제작, 총금액은 20억 원입니다."

장효주는 20억 원이라는 금액에 CF를 계약했다.

자세한 협의는 엄석한과 매니저한테 맡겨두고, 장효주와 하수영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영화 촬영 들어가신다면서요?"

"네, 시나리오는 아주 좋아요. 지금 시나리오만으로 500만 관객 예상하고 있어요."

"그럼 영화 잘되라는 뜻에서 제가 투자 좀 해볼까요?"

장효주는 그 말에 풉 하고 웃었다.

"수영 씨가 투자하면 영화가 더 잘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제가 재물운을 좀 타고 나서요. 그 기를 나눠 드린다는 거죠."

"하긴……."

장효주도 프라임컴퍼니가 얼마나 잘나가는지는 알고 있었다.

황비버섯라면 하나로만 분기 매출이 6,000억 원을 넘어서는 대기업아닌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프라임컴퍼니는 국내 라면 시장계의 황제로 우뚝 섰다.

"아마 제가 10억씩 투자할 때마다 관객 수가 100만 명씩은 늘어날 겁니다."

"그럼 50억 투자하면 우리 천만 넘는 건가요?"

"그렇죠. 시나리오가 정말 500만 짜리라고 가정했을 때 말입니다."

"제가 감독님께 한 번 말씀드려서 자리 만들어볼게요. 근데 아마 투자 자 모집은 다 끝났을 거예요. 원체 유명하신 분이고 시나리오도 좋으니까요."

유명 감독에 좋은 시나리오, 국민배우인 장효주의 합류까지.

투자금이 아쉬운 상황은 절대 아닐 것이다.

장효주는 그 자리에서 바로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단한 상황을 들은 감독은 흔쾌히 승낙했다.

-돈 많은 투자자야 한 명이라도 더 알고 지내면 나중을 위해서 좋은 거지.

"이분 돈 많아요. 제가 보장해요."

-투자금 다 채우긴 했는데, 시나리오 수정하면서 돈이 좀 빠듯해질 거 같더라고. 그래, 그분은 얼마까지 가능하시데?

"얼마나 가능하시냐고 묻는데요?"

"원하는 숫자를 말씀하세요."

그 말에 장효주는 쿡 웃고는 다시 통화했다.

"재물운이 좀 있으신 분이라서 10억 투자할 때마다 관객 수가 100만 명씩 더 달라붙을 거라고 자신하시는데요?"

-한 100억 정도 받아볼까? 그럼 천만은 일단 기본으로 깔고 시작하는 거 아냐?

"100억 콜입니다."

프리덤이 덕분에 청담동 빌딩 구입자금 확보에는 이제 여유가 있었다.

때문에 하수영은 느긋하게 콜을 외쳤다.

오히려 감독이 당황했다.

-아, 100억은 농담이었는데…….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 사실. 30억 정도면 돼.

"저는 천만 관객은 기본으로 깔고 시작하고 싶은데요. 그냥 100억 다 받으시면 안 되나요?"

-그 돈을 다 쓸 일이 없어서…….

결국 40억을 투자하기로 결정이 났다.

장효주가 은근히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근데 영화에는 전혀 관심 없으신 거 같은데, 이렇게 큰돈을 선뜻 내놓으셔도 되나요?"

"가끔 이 정도 기분풀이 하는 건 괜찮아요. 에너지, 통신, 항공, 무기사업이 아니잖아요."

"……네?"

장효주는 그게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하지 못했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까지 번질 수 있는 기간산업만 아니면 된다는, 하수영의 의도를 몰랐으니까.

"그리고 효주 씨 영화가 잘돼야 우리 수영참치 CF 효과도 더 커질 테구요. 그걸 고려해서 결정한 겁니다."

"치, 결국 사업 때문이군요."

희미한 아쉬움이 담긴 투정.

무릇 남자라면 누구든지 마음이 흔들렸을 반응이지만, 하수영은 살짝 웃음을 짓기만 했다.

***

통영에서 참치 양식 총책임을 맡은 박영식 전무는 예전보다 더욱 열심히 일했다.

1억이라는 거액을 날리게 된다는 걱정을 던 데다가, 이제는 안정적인 월급까지 꼬박꼬박 나오는 덕분이었다.

월급이 밀리지 않게 되자 양식장의 다른 직원들도 이전보다 활기차게 일했다.

"우리 사장님이 알고 보니 청담동부동산 큰손이라던데?"

"정말이요?"

"청담에 가진 건물들 다 합치면 수천억이 넘는대, 수천억."

"와, 수천억이라니. 상상이 안 가요."

"그러니까 이런 조그만 80억짜리 양식장은 별것도 아닌 거지."

양식장을 인수한 젊은 사장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서로 나누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때였다.

박영식 전무는 하수영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네, 박 전무입니다. 네, 사장님. 네…… 네? 10만 참치를 양성한다고요?"

-네, 나중에 일본 수산시장을 폭격해야 하니까 일단 10만참치대군을 양성해 보죠. 얼마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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