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206화
51장 손이 큰 어부(2)
동성참치를 인수한 하수영은 곧바로 새단장 작업에 들어갔다.
내부 인테리어는 그리 흠잡을 것이 없었지만, 하수영의 취향은 아니었다.
"낡아빠진 프랜차이즈 인테리어라서 그런지 동네 아저씨들이 슬리퍼끌고 와서 소주에 참치 뜯을 것 같은 분위기예요."
하수영은 인테리어 업자를 불렀다.
수영레스토랑 본점을 인테리어 했던 업자였다.
이미 두 번이나 큰 일감을 받았었던 업자는 좋아라 하며 전화 한 통에 바로 뛰어왔다.
"참치횟집이란 말씀이시죠? 여기 가게도 인수하신 겁니까?"
"네, 상호는 수영오세안으로 할 겁니다."
원래는 수영참치란 상호를 쓰려고 했으나, 본점 레스토랑 매니저 박지현의 조언으로 부결되었다.
-수영참치는 젊은 사람들이 데이트하러 들어가기에는 조금, 아니, 많이 부담스러운 네이밍이에요.
그래서 수영참치에서 변경된 것이 수영오세안.
물론 외부 간판에만 수영오세안으로 적힐 뿐, 실제로 등록되는 상호는 수영참치였다.
박지현은 사실 수영오세안도 별로라고 했지만, 자기 이름 석 자를 내 걸겠다는 의지만큼은 굽힐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크루즈선에 온 것 같은 분위기나 느낌이 들었으면 합니다."
"바다 한가운데라…… 그럼 푸른색 느낌으로 통일을 하면 간단하겠지만, 그런 색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금방 질리고 어색해집니다."
"꼭 푸른색이 아니어도 좋으니, 아무튼 바다 한가운데에 와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인 사항을 정해줄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막연한 느낌이나 컨셉을 말해주면 된다.
이제부터는 업체나 디자이너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알아서 인테리어를 구상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몇 가지 인테리어 초안이 만들어져서 하수영의 손에 쥐어졌고, 그는 최종적으로 마음에 든 초안을 선택했다.
"이게 가장 좋네요. 이걸로 합시다."
마침 지나가던 박지현이 흘끗 보고 말했다.
"지금 동성참치 매장 내부와 비슷한 느낌인데요?"
"달라요, 달라. 디테일이 다릅니다."
"손님들은 별로 알아차리지 못할 거 같은데……."
아무튼 그렇게 인테리어 공사가 들어갔다.
공사는 넉넉하게 2주 정도 잡으면 된다고 했다. 물론 하수영이 비용을 아끼지 않는 덕분에 얼마든지 더 단축될 수 있었다.
하수영은 통영에 있는 박영식 전 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사장님. 박 전무입니다.
"전무님, 지금 바로 참치 50㎏짜리로 5마리만 낚아서 서울로 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내일이면 도착할 거 같습니다. 지금부터 낚고 피 빼고 해체 작업도 해야 해서요.
"네, 알겠습니다."
다음 날, 냉동 트럭에 실린 참치가 도착했다.
바로 손질해서 먹을 수 있게 기본부위 단위로 해체된 참치살이었다.
"자, 갑시다. 따라오세요."
"어디로 가시나요?"
손수 직원들을 데리고 서울까지 올라온 박영식은 다소 불안한 마음이었다.
느닷없이 참치 5마리를 해체해서 가져오라고 한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식약처로 갑니다. 이미 신청을 해뒀어요."
"네?"
"검증받을 게 있어서요."
식약처에 도착한 하수영은 곧바로 일정을 약속한 담당자를 찾아서 용건을 전달했다.
"식품 안전성 검사를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가져오세요."
식약처 직원은 샘플로 가져온 참치 살을 중금속 분석기기에 넣고 가동을 시작했다.
"이제 돌아가시면 됩니다. 이틀 후에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하수영이 돌아간 뒤에도 직원은 중 금속 분석기기를 살피며 오류는 없는지 점검했다.
"안 과장, 무슨 일이야? 아까 보니까 민원인이 방문한 것 같던데."
"참치 중금속 분석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아, 어쩐지. 냉동트럭 큰 거 운행하던데 참치업자였나 보네."
"통영에서 국산 참치를 양식으로 키우는 업체랍니다. 작년에 중금속유산 사건 터진 것 때문에 참치를 한 마리도 못 팔고 도산하게 생겼다나요."
"저런."
상사는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사실 참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먹으면 크게 위험할 건 없는데 말이야. 그 유산한 임산부가 평소참치를 너무 좋아하기는 했어."
"근데 일주일에 한 번만 먹어야 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은 거잖아요?"
"그 맛있는 참치를 안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근데 돈 써서 이런 검사 해봤자 달라질 건 없을 텐데. 국민들이 그걸 몰라서 참치를 거부하는 게 아니니까."
참치를 자주, 많이 먹으면 중금속중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참치는 적게 먹어야 한다.
사람들이 여태껏 그걸 몰랐던 게 아니다.
다만 실제로 유산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각심이 한순간 펄쩍 뛰어올랐다고 해야 할까.
"이건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야."
"그렇죠. 참치를 평생 안 먹고 살순 없으니까요."
"유산 때문에 터진 경계심을 망각하고, 참치에 대한 그리움이 달아오르면 다시 시장이 살아나겠지."
"오늘 의뢰한 업체는 그 기간을 못버티고 도산할 것 같나 봅니다."
"안됐어. 정부에서 뭐라도 좀 지원을 해주면 좋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참치 양식장은 몇 군데 되지도 않는 데, 그걸 어떻게든 살려야지, 그냥 알아서 자생하도록 방치만 하고 있으니……."
다음 날 오전.
출근을 한 직원은 중금속 분석기기가 출력한 최종 검출 결과부터 살폈다.
"어디 보자. 먼저 수은 수치부터…… 응?"
수은, 납, 카드뮴의 수치를 차례차례 확인한 그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게 뭐야? 지금 장비가 고장 난 거 아니지?"
그는 서둘러 다른 4개의 샘플 결과도 모두 살폈다.
하지만 분석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5마리의 참치 개체 모두 극단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검출값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말도 안 돼!"
"무슨 일이야?"
어제 말을 걸었던 상사도 궁금했었는지 들어오면서 물었다.
직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상사를 돌아봤다.
"중금속 함량 수치가 나왔는데, 말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그렇게 높게 나왔어? 어디 보자…… 응? 이거 뭐야? 기계가 고장 났나?"
상사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뜬 채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수치를 자세히 살폈다.
"이 수치가 말이 돼?"
"말도 안 되죠. 수치대로라면 매일 삼시 세끼를 먹어도 전혀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이건 국내쌀보다 더 안전한 수준입니다."
"아니, 수은 수치는 왜 또 0이야? 참치살에서 수은이 전혀 안 나온다는 게 말이 돼?"
일반적으로 모든 식재료에는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0이라는 수치는 나타나기 어렵다.
다만 그게 안전 수치를 넘어서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정도로 중금속 청정 수치를 가진 참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적어도 자연계에서는 말이 안돼."
"역시 양식 참치라서 그런 걸까요?"
사실 두 사람은 참치 양식에 관해서 잘 모른다.
완전 양식이라서 중금속을 극단적으로 품지 않는 참치를 키워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뿐이다.
"기계 고장인지도 몰라. 다른 샘플가지고 와서 한 번 더 검사를 해봐."
"네,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직원은 곧바로 시장에서 다른 참치 살, 채소, 곡류를 가져와서 비교대차목적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기기는 그 샘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중금속 수치를 나타냈다.
즉 기기는 고장이 난 게 아니었다.
믿을 수가 없었던 직원은 하수영이 가져온 참치 샘플을 다시 한번 측정했고, 아까와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대박인데. 중금속이 거의 없는 참치를 양식하다니."
"이 정도면 참치업계 판도가 바뀌겠는데요. 어느 소비자가 돈 주고 자연산 참치를 사 먹겠어요? 안전한 양식 참치를 사 먹고 말지."
"나라도 그럴 거 같아."
물론 자연산 참치가 더 크고 싱싱하고 맛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 아닌가.
중금속 안전성 측면에서, 이 양식 참치는 자연산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거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책 차원으로 안전한 참치 양식법을 널리널리 퍼뜨리게 해야……."
"뭐하러 일을 만들어? 그냥 성분 검사하고 그 결과만 통보해 주면 됐지. 그런다고 성과급 한 푼이라도 더 떨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그리고 자네라면 양식 비법을 공유할 거 같아? 공유를 할 거면 진작에 특허 내고 그랬겠지."
상사는 냉정하게 선을 딱 그었다.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야. 우리는 식약처 일개 직원일 뿐이니까."
"……알겠습니다."
결과를 통보하자마자 하수영이 한 달음에 달려왔다.
검사표를 쥐어 든 그는 한껏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제 예상보다는 중금속이 좀 많이 나오긴 했네요."
직원과 상사는 당황했다.
'이게 좀 많이 나온 거라고?'
'삼시 세끼 평생을 먹어도 안전한 수준인데?'
"그래도 쌀보다 더 안전한 수준이라고 하니까 미흡하지만 만족을 해야겠지요. 혹시 식품안전인증확인서 같은 거 크게 발급해 주실 수 있나요?"
"인증마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뇨, 인증마크는 기본이고요, 정확한 인증 내용을 A4 한 장 정도로 출력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참치는 쌀 대신 매일 세끼를 먹어도 안전할 정도입니다, 라고요. 중금속 수치도 함께 표시를 하고요."
"해드리겠습니다. 그게 저희 업무인 걸요. 대신 소정의 비용은 지불하셔야 합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인증을 받아내는 데에는 며칠이 걸렸다.
하수영은 사흘 후, 인증마크 허가와 인증서를 받아들 수 있었다.
A4로 출력된 인증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식품은 안전합니다.
이 식품에 함유된 중금속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략……
따라서 이 식품은 매일 3회, 80년 이상을 섭취해도 안전한 수준입니다.
이 인증은 향후 2개월 동안 유효합니다.]
2개월에 한 번씩, 즉 1년에 총 6회의 인증을 꼬박꼬박 받아야 식약처의 인증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식약처가 고심 끝에 마련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식약처장이 따로 하수영을 찾아서 어떻게 이런 참치 양식이 가능했는지 비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킬레이션 요법을 응용했습니다. 뭘 주사한 건 아니고 안전한 사료를 먹인 거지요."
"그 사료가……."
"그건 회사 기밀이라서 당장은 알려드릴 수 없구요. 나중에 특허를 등록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특허를 내면 어차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수영은 식약처장의 관심을 그렇게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물론 특허 신청을 할 생각은 없지만.
'엘릭서로 성역 선포를 한 가두리 그물로 가둬서 키우는 거라고 신청서에 쓸 수는 없잖아.'
하수영은 황비버섯라면 장효주 CF를 진행했던 광고회사에 연락을 취했다.
대형 광고주의 연락인지라 광고회사 사장은 벨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네, 회장님. 삼지엘프로덕션입니다.
"제가 실은 이번에 작은 참치가게를 하나 새로 냈습니다. 그래서 홍보를 좀 하고 싶은데요."
-참치요?
사장의 목소리가 안 좋아졌다.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어려운 길을 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네, 식약처 인증까지 받은 완전 무공해 참치를 파는 가게라고 홍보를 하고 싶어서요. 그런 컨셉으로 홍보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사장의 목소리가 놀라움으로 변했다.
-완전 무공해 참치요?